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21
제421화 조용히 해요!
항소운은 한신비 일행과 함께 바다 위를 비행하고 있었다.
그는 전결을 운용하며 물의 힘을 물의 성진으로 조금씩 빨아들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빙하궁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는 매 순간이 수련이나 마찬가지여서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이렇게 비행한 지도 어느덧 하루가 돼가고 있었다. 이따금 파도가 출렁이는 것 외에 물의 요수는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날이 저물자, 바닷물이 세차게 밀려들면서 파도가 백여 미터까지 치솟는 바람에 일행은 바짝 긴장했다.
이때, 한신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요수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방심은 금물이야.”
과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다에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형체가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형체는 입을 쩍 벌린 채 뒤쪽에서 날고 있던 빙하궁 사람들을 공격했다.
뜻밖에도 그것은 교룡이었다. 몸통은 뱀과 같고 생김새는 흉악했으며, 머리에는 외뿔이 달려 있었다. 교룡이 남색 비늘로 뒤덮인 육중한 몸뚱이를 흔들자, 삽시간에 물보라가 일어났다.
집채만 한 파도를 따라 움직이다 보니 육안으로는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무공이 뛰어난 자들만 모여 있다 보니 감각이 무척 예민해서 교룡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고 바로 반격을 전개했다. 강력한 힘이 교룡을 순식간에 제압하며 바닷속으로 처넣었다.
“놈들이 떼로 공격해 올지 모르니, 다들 속도를 높여!”
한신비의 명령에 따라 일행은 전속력을 다해 날아갔다.
어느새 파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순간, 길고 단단한 몸통이 물결 밑으로 미끄러지듯 헤엄을 치더니 섬뜩한 두 눈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인간족, 어째서 우리 영역을 계속 침범하는 것이냐? 우리 교룡족이 그리 만만하게 보이더냐!”
황급 교룡의 음성이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저희는 그저 지나가던 길일 뿐, 폐를 끼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통행을 허가해주신다면, 꼭 후하게 사례하겠습니다.”
“사례는 무슨! 그딴 건 필요 없으니, 당장 이 바다를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전부 몰살을 당할 줄 알아!”
교룡이 포효를 내질렀다.
“말조심하시죠!”
한신비도 한기(寒氣)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동시에 그녀는 전원에게 전음을 보냈다.
“교룡과 맞붙지 말고, 전력을 다해 이곳을 돌파한다!”
“보아하니 말로 해선 안 되겠군. 저놈들을 전부 먹어 치워라!”
황급 교룡이 명령을 내리자, 십여 마리의 교룡이 앞다퉈 뛰쳐나오더니 입을 쩍 벌려 물대포를 뿜기 시작했다.
“항소운, 천유와 설유를 부탁해요. 우리는 다 같이 포위를 뚫는다!”
한신비는 설검(雪劍)을 꺼내 들고 앞장서 달려나갔다. 호선을 그리며 검을 휘두르자 매섭게 몰아치던 물대포가 바로 얼어붙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이 산산조각났다.
그 와중에 황급 교룡 한 마리가 한신비의 공격에 부상을 당하면서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쳤고 그 위로 선홍빛 핏물이 아련히 떠올랐다.
항소운도 한천유, 한설유 자매를 데리고 일행 뒤를 바짝 따랐다.
다른 자들은 각자 강력한 기술을 전개하며 교룡의 공격에 맞섰다.
하나, 이곳에서는 교룡이 훨씬 우세했다. 교룡은 차고 넘치는 바닷물을 동원해서 공격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었다.
막강한 공격력에 부딪혀 제자 중 일부는 나동그라졌고, 부상자까지 생겨났다.
나름 무예가 뛰어나다고 자부했건만 경지가 높지 않다 보니 능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3품 입룡경인 냉봉과 한능상이 단단히 버티면서 다른 자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또한, 한신비도 지도자적인 면모를 여지없이 발휘했다. 그녀는 앞장서 길을 뚫으면서도 다른 자들이 위험을 비켜 갈 수 있도록 가장 강력한 황급 교룡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편, 항소운은 한씨 자매를 데리고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항 도련님, 저희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세요!”
한설유는 아주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느끼고 애타는 마음에 소리쳤다.
정작 항소운은 들은 척도 않고 자매를 데리고 전속력으로 전진했다. 사방에서 교룡이 공격을 퍼부었으나, 남다른 속도와 예민한 감각으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한천유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입을 열었다.
“항 도련님, 저희한테 빚진 것도 없으시잖아요. 매번 도움만 받아서 죄송할 지경이라고요. 그러지 말고, 먼저 가세요!”
“조용히 해요!”
항소운은 참다못해 빽 소리를 질렀다.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옆에서 떠들어대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자매는 내심 서운했으나, 그가 여전히 자신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을 보고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때, 황급 교룡 한 마리가 항소운과 한씨 자매를 발견하고는 쏜살같이 달려와 자매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자매는 깜짝 놀라 아연실색했다.
비록 예전보다 무공이 강해졌다고는 하나, 황급 요수 앞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일촉즉발 위기가 닥치자, 항소운은 자매를 앞쪽으로 힘껏 내던지며 큰소리로 외쳤다.
“은자야, 두 사람을 데리고 먼저 가!”
그러자 은자가 그의 몸속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순식간에 몸집을 불리더니 자매를 태우고 쏜살같이 날아갔다.
혼자 남은 항소운은 전천도를 꺼내 들고 교룡을 향해 휘둘렀다.
방대한 천둥의 힘이 교룡을 뒤덮자, 녀석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천둥의 힘이 바닷속으로 떨어지자, 위력이 살아나면서 파괴력은 한층 강해졌다.
여세를 몰아 신도합일을 이룬 전천도를 거침없이 휘두르자, 날카로운 도광이 교룡을 단숨에 베어버리면서 바닷속 깊이 침몰시켰다.
항소운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교룡을 상대로 전천도를 휘두르며 빙하궁의 제자들과 함께 포위를 뚫고 전진했다.
그의 조력 덕분에 한신비도 한층 힘을 얻은 듯했다. 그녀가 가장 강력한 황급 교룡을 물리친 덕분에 일행은 이 수역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상자가 두 명, 경상자가 다섯 명 발생했으나 다행히 나머지는 무사했다. 그래도 다들 실력이 뛰어난지라 자기 목숨 정도는 지킬 수 있었다.
한씨 자매는 도움이 못 됐다는 생각에 괜시리 미안해져서 일행에게 사과했다.
“뭘 자책하고 그래? 너희는 태생적 결함만 치료하고 나면, 내 심복이 될 사람들이잖아.”
한신비가 자매를 다독이자, 빙하궁 제자들이 부러움이 가득한 눈길로 자매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누구보다 결단력이 있고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다들 그녀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곁에 서 있던 한능상은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일었으나, 금세 표정을 감추었다.
“꼭 기대에 부응할게요.”
한씨 자매가 입을 모아 말했다. 비록 항소운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긴 하지만, 방금 한신비의 말은 두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후로 비행은 사흘이나 계속됐다. 도중에 강력한 요수를 맞닥뜨리긴 했으나, 다행히 떼를 지어 몰려들지는 않아서 순조롭게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다.
얼마 후, 마침내 심해 속에 잠긴 만년 빙산이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빙산은 해수면에 둥실 떠 있는 것처럼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면서 가라앉지도 녹지도 않았다.
높이는 25리, 면적은 수십만 정에 이르며, 주위로 얼음층이 두껍게 쌓여 있어 사람이 서 있어도 떨어질 염려가 없었다. 바다에 물 요수가 있듯, 이곳 빙산은 얼음의 힘을 가진 요수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갑자기 차디찬 극한의 기운이 몰려와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얼음의 힘을 단련하는 무인에게 이만한 수련 장소는 없겠다 싶었다.
“자, 몇 가지 당부할 사항이 있다. 이 근처에서 수련하되, 심해는 절대 들어가지 말고 유사시에 서로 도울 수 있도록 멀리 흩어지지 말도록.
난 한천유와 한설유를 데리고 극한의 기운을 찾으러 갔다 올 테니, 내가 없는 동안 냉봉, 한능상 자네 둘이 통솔을 맡도록 해.”
“예, 소궁주.”
한신비의 분부에 사람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곧이어 그녀는 한씨 자매와 항소운을 데리고 앞장서 걸어갔다.
“뭐 느껴지는 것 없어?”
한신비가 한씨 자매를 돌아보며 물었다.
한설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느껴지는 거요?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요?”
이때, 한천유가 말했다.
“알 수 없는 한기가 제 몸속 한기를 끌어당기는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제 목숨을 앗아갈 것만 같아요.”
“아, 정말 그런 것도 같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한설유도 뭔가를 느꼈는지 금세 안색이 창백해졌다.
“제대로 맞췄어. 너희들의 음한의 기운은 이곳의 극한의 기운과 공명을 이루고 있어서 오로지 감각에 의지하여 그곳을 찾아야 해.
그렇게 해서 극한의 기운을 체내로 흡수시킨 뒤, ‘빙하심결’과 내가 전수해준 심법을 함께 수련하면 두 종류의 한기가 한데 융합되어 극한의 몸을 가질 수 있을 거야.
그렇게만 되면 태생적 결함이 보완되는 건 물론이고, 무공을 연마할 때도 수련 성과가 극대화되지.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지를 굳건히 해야 해. 안 그러면, 되려 너희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
한신비의 당부에 한씨 자매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지를 확고히 다졌다.
뒤이어 그녀는 항소운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턴 진짜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거예요. 그러니 서로를 믿고 숨김없이 행동해야 해요. 안 그랬다간 우리 모두 바닷속에 수장되고 말 거예요.”
그녀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만약 제가 죽거든, 우리 빙하궁 사람들을 부탁해요. 누구에게도 괴롭힘당하는 일 없게 잘 보살펴 주세요.”
사실 그녀도 이번 여정은 썩 자신이 없었다.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요. 순조롭게 잘 풀릴 거예요.”
그러면서 항소운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사람 목숨이 달린 중요한 일이다 보니, 그 역시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뜻밖에도 빙산의 중앙에는 호수가 있었다. 주변은 온통 얼음으로 뒤덮였지만, 오직 호수만은 얼지 않아 참으로 신기했다.
호수 앞에는 얼음 늑대 여러 마리가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다. 늑대들은 항소운 일행을 발견하고 금세 사나운 눈빛으로 돌변했다.
이때 은자가 벼락같이 요수의 기운을 내뿜자, 녀석들은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다. 늑대들은 고작해야 왕급 요수일 뿐이었다.
“극한의 기운은 바로 이 호수 밑에 있어요. 아마도 이 호수는 해저와 바로 맞닿아 있을 거예요. 예전에 이곳까지 온 적이 있었는데, 혼자 들어가 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 관두었죠.”
한신비가 호수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서두를 것 없이 천유와 설유 당신들은 우선 이곳 환경에 적응하고, 저도 준비를 한 뒤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그게 좋겠네요.”
항소운의 제안에 한신비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찬성했다.
이렇게 해서 일행은 이곳의 환경에 먼저 적응하기로 했다.
그는 이 기회를 빌려 물의 힘에 관한 오묘한 이치를 느껴볼 생각이었다.
그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줄곧 바닷물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또 황결을 읊으며 물의 힘을 깨달으려 애쓴 덕분에 꽤 많은 성과가 있었다.
지금은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깨달음을 승화시킬 때였다.
물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세차게 몰아쳤다가 또 부드럽게 주변을 감쌌다. 물결이 부드러울 때는 풍랑도 잠잠하고 일체가 평온했으나, 거세게 몰아칠 때면 집채만 한 파도가 쉼 없이 몰려들었다.
달이 찼다가 기우는 것처럼 물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점점 차올랐다가 빠짐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