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25
제425화 회복되고 나면 말해줄게요
제때 도착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한신비와 한씨 자매가 위험에 처할 뻔했다.
“항소운이군. 욱동, 저자를 죽일 거라고 하지 않았어? 지금 네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해!”
한능상이 가장 먼저 항소운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녀의 말에 곽욱동의 눈빛이 살짝 떨리는가 싶더니 되레 큰소리를 쳤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넌 저 여자들이나 죽여. 저놈은 내가 맡는다!”
“좋다!”
한능상은 기세 좋게 검을 뽑아 들고 한신비와 한씨 자매를 향해 달려들었다.
곽욱동은 직접 나서지 않고 괴뢰를 불러냈다. 극히 드물다고 알려진 황금인 전투 괴뢰였다.
괴뢰는 생명력을 상실한 상태라 본래 황금색이었던 몸이 어둡고 탁한 색을 띠었다. 하나 거대한 몸집은 여전히 건재해서 제존급 괴뢰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황금인의 체질을 감안하면, 녀석의 몸은 평범한 제존급 무기로는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할 터였다.
“네 명옥마 괴뢰에 대항하기 위해 특별히 스승님께 황금인 괴뢰를 빌려왔지. 항소운, 오늘이 바로 네놈 제삿날이다!”
곽욱동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황금인 괴뢰는 항소운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빛바랜 주먹을 매섭게 들어 올렸다.
황금인은 육중한 체격 탓에 행동이 굼떴고, 게다가 제존급 초기의 괴뢰였다.
이런 녀석은 속도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은 곧장 바람의 힘을 일으켰고 거기다 보법의 의경까지 가해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황금인의 주먹을 스치듯 피했다.
자신을 짓누르던 백만 근의 갑옷이 사라진 상황에서 전속력을 다하자, 마치 축지법의 단계에 닿은 것만 같았다.
이렇다 해도 한신비와 한씨 자매를 노리는 한능상의 공격을 바로 막을 수는 없었다.
“저들이 죽는 날에는 너희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항소운이 포효를 하며 내달렸다.
“죽어라!”
벼락같은 외침과 함께 그녀의 검이 세 여인의 목숨을 앗으려는 순간, 한신비가 재빨리 얼음의 힘을 일으켜 그들 세 사람을 단단히 에워쌌다.
한신비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낸 결과였다. 거기에 한씨 자매까지 힘을 가하자 빙한의 힘이 완벽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녀들이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자구책이었다.
깡!
한능상의 검이 방어막에 부딪히며 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사람의 힘이 응집된 방어막은 무척 견고해서 거의 황급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능상의 일격은 수포로 돌아갔다.
“젠장. 내 반드시 너희를 죽이고 말겠다!”
한능상이 화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여자들을 지금 죽이지 못하면, 자신은 앞으로 용봉 학당에 발을 붙일 수가 없을 테고 또 언젠가는 이 자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 터였다.
그녀는 다급해진 나머지 재차 검을 휘둘렀으나, 어느 틈엔가 달려온 항소운이 하늘 높이 뛰어올라 전천도를 힘껏 내리쳤다.
순간, 눈앞이 번쩍하더니 뒷머리가 차가워졌다. 그녀는 그렇게 전천도에 의해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선홍빛 피가 얼음 위로 뚝뚝 떨어져 주변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한능상은 남을 해치려다 도리어 자신이 당하고 말았다.
곽욱동이 미처 구할 새도 없이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그는 처음부터 한능상을 구할 마음도 없었다. 그저 이 틈에 항소운을 기습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 틈엔가 그는 푸른 단검을 손에 쥐고 항소운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는 냉혹한 암살자답게 유독 단병(短兵)에 능했다. 어느새 항소운의 허점을 파악한 그는 일격에 상대의 목숨을 노렸다.
바로 그때, 별안간 은자가 나타나 곽욱동을 향해 번개처럼 돌진했다.
팔뚝만 한 몸집으로 쏜살같이 달려들자,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곽욱동은 갑작스러운 요수의 공격에 당황하여 황급히 몸을 피했다. 다행히 치명상은 피했지만, 은자가 어깨를 야무지게 물어뜯는 바람에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픔을 참으며 손에 쥔 단검을 내지르자, 은자가 재빨리 도망쳤다.
이때를 틈타 황금인 괴뢰가 다시 항소운에게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한신비와 한씨 자매를 어깨에 둘러멘 채 앞만 보고 내달렸다.
괴뢰는 무서운 속도로 그 뒤를 쫓았다.
“은자야, 이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떠나!”
항소운의 외침에 은자가 거대한 은뢰사로 모습을 바꾸더니 그녀들을 등에 태우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항소운은 바로 몸을 돌려 곽욱동을 쫓아갔다.
황금인 괴뢰가 아무런 역할도 못 하자, 곽욱동은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항소운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전천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곽욱동, 이만 죽어라!”
도광이 하늘을 가르며 매섭게 떨어졌다.
곽욱동은 상대의 기세에 눌려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게다가 마연에서 항소운의 기이한 수단을 직접 목격한 터라 절로 위축되었다.
그는 괴뢰가 있는 쪽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괴뢰가 달려와 항소운의 일격을 대신 막아주었다.
“어서 가자!”
곽욱동은 괴뢰를 재촉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곽욱동은 화들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연에서 항소운의 신비한 능력을 목격한 터라 막상 상대와 마주치자, 황금인 괴뢰가 있어도 섣불리 맞서 싸울 수가 없었다.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항소운이 명옥마 괴뢰를 불러내 자신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들 것 같았다. 하나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명옥마 괴뢰는 이미 부서져서 더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항소운은 황금인 괴뢰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그들을 놓아주었다.
명옥마 괴뢰는 없어도 명혼공간이 있어 그들을 잡는 건 문제 없었다. 하나 명혼공간으로 황금인 괴뢰를 억제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고, 무엇보다 한신비와 한씨 자매의 상황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항소운은 멀어져 가는 곽욱동의 뒤통수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다음에는 반드시 널 죽이고 말 테다!”
‘그때는 네놈이 다신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어 주마!’
곽욱동은 이를 부득 갈며 맹세했다.
이곳에 올 때만 해도 반드시 항소운을 죽이겠다며 다짐을 하던 그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직 힘이 달리는 데다 준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다음에는 더없이 완벽한 작전으로 상대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맹세했다.
곽욱동이 사라진 후, 항소운은 은자를 불렀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은자는 한신비와 한씨 자매를 태우고 빠르게 돌아왔다. 세 여인의 상태를 보니 빙정 안에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이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빙정을 녹여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자야, 호법을 부탁해. 난 이들을 구해야겠어.”
“예, 형님!”
은자는 대답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라 주변의 동정을 살폈다.
우선 항소운은 세 여인을 에워싸고 있는 빙정의 상태를 관찰했다. 빙정에서는 극한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극한의 결정체만큼 기운이 강하지는 않았다.
“얼음을 바로 깨뜨려선 안 돼. 불로 녹여서도 안 되고. 그렇게 했다간 이들한테 피해가 갈 거야. 아무래도 얼음과 물의 진의로 빙정을 녹이는 게 좋겠어.”
곧이어 그는 얼음과 물의 진의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얼음층에 갇혀 있을 때 깨달은 힘으로, 물이 한기를 만나면 얼음이 되고 얼음이 따뜻한 성질과 만나면 물이 된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빙정 위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은 채 천천히 빙정의 힘을 느꼈다. 차츰 빙정이 따뜻해지면서 얼음이 녹는가 싶더니 금세 물이 흘러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여인을 둘러싸고 있던 빙정이 천천히 녹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빙정 속에 갇혀 있던 여인들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항소운의 손바닥은 빙정이 아니라 푹신한 물체에 닿아 있었다. 느낌이 싸해서 황급히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시선이 그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한신비, 드디어 깨어났군요.”
항소운이 관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네, 한데 소, 손부터 놔요.”
한신비가 힘없이 대꾸했다.
그제야 항소운은 자신의 손바닥이 그녀의 가슴에 닿아 있는 걸 발견했다.
“미, 미안해요!”
그는 황급히 손을 빼며 얼굴을 붉혔다.
푹신하고 탄력이 있어서 참 느낌이 좋았는데 말이다.
그녀는 힘이 없는 건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이내 눈을 감더니 옆으로 휘청했다.
항소운은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정신 차려요.”
그러고는 품에서 황천을 꺼내 그녀의 입에 흘려 넣었다.
의도치 않게 그녀와 다시 몸이 닿긴 했지만,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라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신비는 황천을 마시고 생기를 조금이나마 되찾은 듯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서둘러 한씨 자매에게도 황천을 먹였다. 두 여인을 보며 절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마도 내가 이들에게 전생에 빚진 게 많은가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이들 자매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은 없었다. 한데 공교롭게도 매번 이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목숨을 구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은혜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구해준 정성을 봐서라도 이들이 무사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는 그녀들 곁에 조용히 앉아 호법을 해주었다. 동시에 얼음과 물의 힘을 재차 흡수해서 물의 성진을 최대한 가득 채워나갔다.
처음 만났을 때 곽욱동의 경지는 자신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도 지난 2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만나고 보니 격차는 더욱 벌어져 있었다.
확실히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하는 건 폐단이 컸다. 상대는 한 가지 힘을 집중적으로 수련하다 보니 공격이 거침이 없었고, 성장 속도도 훨씬 빨랐다.
‘하루빨리 9대 성진의 진의를 전부 깨달아야겠어.’
물의 진의를 깨달은 덕분에 흡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져서 쾌감마저 느껴졌다.
짧은 시간인데도 어느덧 물의 성진은 얼음과 물의 힘으로 빠르게 차올랐다. 아마도 며칠 후면 물의 성진도 어둠의 성진처럼 완벽히 차오를 터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흘이 흘렀다.
한신비는 정신이 들었는지 서서히 눈을 떴다. 고운 얼굴이 핏기없이 창백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고맙긴요, 그런 말 말고 우선 몸부터 회복해요. 당신들한테 줄 물건도 있으니까요.”
항소운의 말에 한신비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혹시 성공한 거예요?”
“헤헤, 회복되고 나면 말해줄게요.”
한신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회복하는 데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얼음의 성진을 타고 나다 보니 이곳의 얼음의 힘은 최고의 보양식이나 다름없었다.
한씨 자매의 부상은 한신비만큼 심하지는 않았으나, 회복 속도는 오히려 더뎠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뒤에야 세 여인은 거의 회복이 되었다.
한씨 자매는 너무 고마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항소운이 사라진 뒤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니 운명의 귀인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다들 괜찮아진 것 같네요. 그럼 가져온 물건을 보여줄게요.”
항소운은 품에서 옥함 세 개를 꺼냈다.
한신비는 주저 없이 바로 옥함을 열었다.
“이, 이건 극한의 결정체?”
한신비가 놀라 소리쳤다. 그녀는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마 맞을 거예요. 이거면 당신들한테 도움이 될까요?”
항소운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