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29
제429화 당 형 덕분에 산 줄 알아라
그녀의 주위로 푸른 화염이 일어나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생기는가 싶더니 손에 든 장검이 움찔하며 그를 공격했다.
약동하는 푸른 화염이 검화(劍花)를 따라 그의 주변을 수놓았다.
검화는 별반 위력이 없어 보였으나, 갑자기 펑펑 소리를 내며 잇달아 폭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폭죽이 터지듯 쉴 새 없이 폭발하는 바람에 그의 주변은 푸른 안개로 자욱해졌다.
푸른 화염은 평범한 불꽃이 아닌 특수한 종이라 그만큼 화력이 대단했다.
항소운의 몸속에 있던 운지염은 그 기운을 느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 푸른 화염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운지염은 마염종의 힘을 흡수한 뒤로, 더욱 높은 등급의 화염이 된 터라 하운석의 푸른 화염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매서운 공격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는 공격을 막아낸 뒤, 양손을 둥글게 만들어 푸른 화염을 손에 감싸 쥐었다. 별안간 손바닥에서 강력한 흡인력이 발생하더니 푸른 화염의 힘을 몸속에 그대로 빨아들였다.
재차 공격을 가하려던 하운석은 그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고급 화염?”
“알면 됐어. 이젠 내 차례야.”
그는 다시 양손을 곧추세워 그녀를 향해 힘껏 내질렀다.
암홍색의 운지염이 발산하는 힘은 푸른 화염보다 훨씬 강력했다.
항소운의 공격은 정확히 하운석의 급소를 노렸다. 여자라고 봐줄 마음은 없었다.
상대의 공격에서 짙은 살기가 느껴져 그녀는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솟구쳤다.
그래도 그녀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침착하게 검으로 급소를 보호하며,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냈다. 하나, 항소운의 공격은 맹렬하고도 예리해서 기나긴 방어도 결국 뚫리고 말았다.
그가 매섭게 할퀴는 바람에 어느새 어깨 부분의 옷이 찢겨나가면서 상처를 입었고 그 사이로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하면 최강의 전력을 발휘 못 하는 것 아니었나?’
그녀는 빠르게 뒤로 후퇴했다. 형세를 뒤바꾸기 위해선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귀신과 같은 속도로 그녀를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어느새 그녀의 옷은 사방이 찢기고 너덜너덜해졌다. 갑옷이 아니었다면, 거의 반라 상태가 됐을 터였다.
수치심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상황의 주도권은 이미 자신에게 없었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 하추화가 달려와 막은 덕분에 그녀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서 피하십시오! 우리 힘으로 이 자를 막는 건 무리입니다!”
하추화가 하운석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으나, 곧장 제상의 시체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 시체를 들고는 제동을 데리고 화산 아래로 서둘러 내려갔다.
“다들 후퇴하라! 맹주께서 출관하시면, 복수를 해주실 거다!”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맹 사람들은 미친 듯이 달아났다.
하추화는 다른 사람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항소운을 잡고 끝끝내 놓아주질 않았다.
물론 항소운이 마음만 먹으면, 하추화를 떼어놓고 무리를 뒤쫓아 가는 건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하추화를 번쩍 들어 땅에 내려 눕혔다. 상대는 만신창이가 돼서 갑옷마저 부서졌다.
지금 이 순간, 항소운의 기세는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하추화를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처럼 간단했으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상대의 목을 움켜쥔 채 냉랭히 말을 뱉었다.
“네가 대단한 사내대장부라며 당 형이 칭찬이 자자하더군. 한데 넌 주인을 잘못 골랐어. 내게 복종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일전에 항소운은 학당으로 돌아와 당용비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용비는 하추화의 재능을 아주 높이 평가하며 거듭 칭찬했으나, 다만 제맹 쪽 사람이라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방금 항소운을 꼭 붙든 채 다른 자들이 먼저 도망치도록 한 것만 봐도 의리가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그는 상대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추화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날 죽일 수 있으면 얼마든지 죽여라! 내가 어디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으냐!”
항소운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다시 상대를 들어 땅에 내동댕이쳤다.
쿵!
하추화는 흙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항소운은 상대를 있는 힘껏 짓밟고 그대로 날려버렸다.
“당 형 덕분에 산 줄 알아라. 꺼져!”
패왕군단이 제맹 구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은 화염군산에 빠르게 퍼졌다.
“패왕군단이 제맹을 쫓아냈다고? 그들이 언제 그렇게 강해진 거지? 설마 뜬소문은 아니겠지?”
“에휴, 뜬소문이 아니야. 듣자 하니 패왕이 직접 제상을 죽이고 하운석, 하추화까지 모조리 몰아냈대. 최강 전체(戰體)가 드디어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이야.”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하면 무인으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하지 않았어?”
“도대체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그자는 아홉 가지 힘을 전부 융합시킨 데다 소사와 겨뤄 무승부가 났다고. 이제 용봉방 서열 10위도 문제없을걸.”
“패왕군단의 패왕이라, 참 재미있군. 한데 염양이 그런 오만방자한 놈을 가만두고 볼까?”
화염군산 중 가장 높은 화산.
이곳은 한시도 쉬지 않고 불의 힘을 활발히 내뿜는 분화구로, 화령의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했다. 염양은 일찌감치 이곳을 차지하여 자신들의 수련 장소로 삼고, 자기 사람 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산 중턱 거대한 바위 위에는 한 쌍의 남녀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다 용모가 수려할뿐더러 기세 또한 범상치 않았다.
남자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로 강인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부리부리한 눈매에 키가 크고 체격이 다부지며, 몸에는 갑옷을 두르고 있는데 햇살이 쏟아질 때면 갑옷에서 광채가 번뜩였다.
곁에는 적색 창이 놓여 있고, 그 옆으로 후(犼: 신화 속 동물로, 개를 닮았고 사람을 먹기 좋아하는 사악한 짐승으로 알려짐)라는 황급 요수가 늠름하게 앉아 있었다.
소녀는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듯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산들바람에 옷자락이 나부낄 때면 마치 나비가 춤을 추는 것만 같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넘기자 그 사이로 깊은 눈망울이 드러났다.
그녀 곁에는 봉황이 날개를 쫙 펼친 채 이따금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한껏 도도하게 치켜올린 머리는 주인의 고고한 자태를 닮았다.
이 한 쌍의 남녀는 우자양과 우채접으로, 염양을 이끄는 우두머리이자 용봉 학당에서 손꼽히는 최강자들이었다.
“채접아, 미래 매부될 사람이 아주 강한 모양이더구나.”
우자양이 우채접을 보며 씩 웃었다.
“오라버니, 그 사람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언제 또 생각이 바뀌신 거예요?”
“내 생각이 바뀐 게 아니라, 네 성격을 잘 알아서 하는 말이다.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누가 뭐래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걸 잘 아니까, 네 안목을 믿어보기로 한 거야.
한데 그 사람이 엽림삼을 이기지 못한다면, 문중 늙은이들도 좌시하지만은 않을 거다.”
그러자 그녀가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을 받았다.
“전 그 사람을 믿어요. 그리고 그 정도면 목표가 너무 낮은걸요. 제 목표는 그 사람이 5년 안에 용봉방 1인자가 되는 거예요.”
“뭐? 용봉방 1인자? 그게 가능할 것 같으냐. 그냥 격려차 한 소리지?”
우자양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묻자, 우채접이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래도 명색이 제 눈에 든 남자인데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우리 동생 야심 한번 대단하구나. 시간을 내서 미래 매부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봐야겠구나. 네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뛰어난 사람인지 말이다.”
“걱정 마세요. 절대 실망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녀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본래 제맹이 차지하고 있던 화산은 이제 항소운이 이끄는 패왕군단의 차지가 되었다.
그는 굳이 산 아래쪽에 경비병을 따로 두지 않았다. 제맹 사람들을 무력으로 몰아냈으니, 이 소문이 쫙 퍼지면 누가 감히 성가시게 굴겠는가. 눈치 없이 올라와 수련을 방해하는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따끔히 혼내줄 생각이었다.
항소운이 죽인 제상은 비록 수행원의 신분이긴 하나,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자를 죽였으니 앞으로 그와 제가 사이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 일행은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산 중턱에 자리를 잡았다.
산 정상에는 화령이 있어 무턱대고 올라갈 수 없었다. 영리하진 않아도 공격력은 강한 녀석들이라 지금까지 화염군산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패왕, 언제 쳐들어갈까요?”
등능천은 오금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현재 그는 3품 입룡경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선 불의 힘이 대량으로 필요한 데다 공적 점수가 매 순간 소모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입을 열었다.
“정상에 올라가고 싶은 사람은 여러 명이 조를 이뤄 함께 올라가세요. 전 여기서 불의 힘을 깨닫고 가겠습니다.”
지금은 화령을 죽이는 것보다 진의를 깨닫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정상에 올라가겠다며 앞으로 나섰다.
이번 여정의 목적이 무엇이던가. 화령을 죽여 불 본연의 힘을 얻고 경지를 빨리 높이는 데 있었다.
항소운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어서 올라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잃지 않았다.
단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산 정상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혼자 남은 그는 자리에 앉아 주변에 가득 찬 불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몸속 불의 성진에는 운지염이 있다 보니 전결을 운용하지 않아도 녀석은 수시로 불의 힘을 흡수하며 힘을 키워갔다.
녀석은 지금 강렬한 불의 힘에 도취됐는지 웅크렸던 몸을 잔뜩 핀 채 정신없이 힘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덕분에 흡수 속도는 다른 때보다 배는 빨랐다.
한바탕 싸움으로 소모됐던 체력도 잠시 후면 회복될 터였다.
그는 조용히 황결을 읊으며, 불의 힘에 관한 진의를 깨닫기 위해 노력했다.
불은 잔혹하고 무자비하며, 무한한 파괴력을 지녔다.
또한,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과 극강, 극양(極陽)을 대표함은 물론, 바른 기풍의 상징으로 그릇되고 악한 기운을 억제했다.
황결을 읊고 또 읊다 보니 저절로 그 정수가 이해되면서 진의에 대한 깨달음 역시 깊어만 갔다. 황결은 진의를 빠르게 깨닫게 하는 비법처럼 느껴졌다.
뛰어난 이해력과 통찰력을 지녔다 해도 겨우 깨달음을 얻을까 말까 한데 그는 벌써 흙과 금, 어둠, 얼음, 물에 관한 진의를 깨달았으니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 가지 힘만 깨닫는다 해도 그 쓰임이 무궁무진하여 무인으로서 앞날이 창창했다. 그런데 그는 여러 힘을 깨달았으니 가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 후로 사흘이 흘렀다.
아직 불의 힘에 대한 진의를 완벽히 깨닫진 못했지만, 깨달음은 그 언저리에 닿아있었다.
몇 번이고 문턱을 넘을 뻔했으나 뭔가 핵심적인 것이 빠진 건지 벽에 막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한 무리의 인마가 산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져 그는 깊은 명상에서 깨어났다.
무리는 서른 명 남짓으로, 그중 앞장선 몇몇은 3품 입룡경이라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서른 명의 얼굴을 슥 하고 훑어보니 낯익은 자는 없었다. 아무래도 제맹이 아닌 다른 세력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