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30
제430화 도전을 하러 온 건가?
항소운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도전하러 온 건가?”
화염군산은 시시각각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 나은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과 화령을 죽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 다들 한 줌의 수련 자원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 도전해 오는 상황이 낯설지는 않았다.
무리는 맹렬한 기세로 산 중턱까지 내달렸다.
그들은 툭 튀어나온 바위 위에 한 소년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바람에 옷자락을 나부끼며 남다른 기개를 드러내는 자였다.
소년은 상대 무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의 모든 것이 제 손바닥인 양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소년의 기개에 압도된 나머지 걸음을 멈췄다.
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마치 이곳을 지배하는 절대자처럼 느껴져 자신들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허나 이런 상념을 떨쳐 내야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우두머리가 큰소리로 외쳤다.
“항소운, 괜히 힘 빼지 말고 이곳을 순순히 받치는 게 좋을 거다.”
이들은 특정 소속이 없으나 주위에서 선동하는 바람에 이곳까지 쳐들어오게 되었다.
항소운은 고개를 숙여 사람들을 굽어보더니 앞쪽에 대고 손가락을 휙 내저었다.
그러자 그들 앞에 적색 선이 선명히 그어졌다.
“그 선을 넘는 자는 죽는다.”
항소운의 목소리가 유유히 울려 퍼졌다. 동시에 용과 범의 기세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무적의 의지가 사방을 휩쓸며 전방의 무리를 내리눌렀다.
순간, 무리는 숨이 턱 막혀 왔다. 마치 수십, 수백 개의 예리한 칼날이 정수리를 노리고 있어 자칫 저항이라도 했다간 칼끝이 머리를 관통할 것만 같았다.
이와 더불어 군왕의 강력한 기세가 느껴져 평소의 오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다들 절로 머리를 조아렸다.
대부분은 의욕을 상실하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나마 소수는 아직 버틸 만했으나, 처음처럼 의지가 굳건한 상태는 아니었다.
오직 우두머리 몇 사람만이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꿋꿋이 서 있었으나, 그들 역시 수월한 상황은 아니었다.
“흥, 우리가 이대로 당할 성싶으냐!”
한 사람이 힘차게 기합을 넣더니 천천히 걸음을 떼며 적색 선을 넘으려 했다.
그 순간, 적색 선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폭발하며 그자를 공격했다. 남자는 예상했다는 듯 있는 힘껏 적색 선의 힘을 제압했다.
그러나 적색 선에는 항소운이 요 며칠 얻은 깨달음이 실려 있는 데다 곳곳에 산적한 불의 힘까지 더해져 엄청난 폭발력을 발산했다.
전력을 다했어도 적색 선의 힘은 제압할 수가 없었다. 별안간 강력한 화력이 덮치는 바람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남자는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데굴데굴 땅을 굴렀다.
그 역시 불의 힘을 수련하는 무인이다 보니 이 정도 화염은 흡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상대의 힘에는 영생불멸의 힘이 실려 있어 빠져나올 수조차 없었다.
다른 자들은 너도나도 달려가 남자의 몸에 붙은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렵사리 불을 끄긴 했어도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리는 바람에 남자는 초주검 상태가 되어 버렸다.
무리 중 견문이 있는 사람은 항소운이 사용하는 불의 힘이 여느 불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이, 이건 불의 진의가 담긴 힘이야. 영생불멸의 힘이라고!”
일순간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라 재능이라면 누구 못지않게 뛰어난 그들이었다. 그런 자신들도 진의를 깨닫는 건 꿈도 못 꾸는 상황인데 항소운은 그걸 해냈으니 실로 놀라운 격차였다.
무엇보다 항소운이 발휘하는 위력은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고 있었다. 겨우 2품 입룡경으로 3품 입룡경인 우두머리를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놓았으니, 상대의 무공은 자신들보다 한 수 위였다.
표정이며 말투가 오만방자하다고 생각했는데,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는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그에게 도전하려는 자들도 있었으나, 고민 끝에 결국 관두었다. 괜히 미움을 샀다가는 앞으로 학당 생활이 쉽지 않을 터였다.
겁을 먹다 못해 적색 선 앞까지 다가와 애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항 도련님, 소생 왕자우(王子宇)라고 합니다. 패왕군단에 들어가고 싶으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왕자우는 우두머리 중 한 사람으로, 3품 입룡경 중기에 이른 뛰어난 인재였다. 이 정도면 교란방에 거뜬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떴다. 강자 앞이라고 바로 꼬리를 내리다니, 저런 자와는 상종도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몇몇은 왕자우처럼 패왕군단에 들어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항 도련님, 저도 패왕군단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전 처음부터 싸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기회만 주신다면, 패왕군단의 발전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받치겠습니다.”
“전 도련님을 처음 뵌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련님이야말로 제가 오랫동안 그리던 위대한 주인이십니다. 부디 제 청을 받아주십시오.”
“패왕, 절 받아주십시오. 충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패왕군단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청하자, 항소운은 기가 차는 모양이었다.
다신 허튼 생각을 못 하도록 따끔하게 혼내줄 생각이었는데,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고 나머지는 의기소침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항소운이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물론 너희도 패왕군단에 들어올 수는 있다. 한데 지금은 아니야. 너희의 진심을 증명해야 우리 군단에 들어올 수 있다.”
이들 중 진심으로 패왕군단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나머지는 패왕군단보다는 이곳 화산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거라면 문제없습니다. 지금부터 이곳을 철통같이 지키며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습니다.”
왕자우라는 젊은이가 가슴을 두드리며 배짱 좋게 말했다. 그러자 너도나도 이곳을 지키겠다며 앞으로 나섰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항소운이 그들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제맹을 몰아내고 이들 무리까지 제압한 마당에 누가 감히 또 쳐들어오겠는가. 언뜻 보면 충심이 대단한 것 같아도 진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항소운은 위엄이 서린 목소리로 좌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패왕군단에 들어오고 싶거든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라. 나중에 학당에 돌아가거든 1호 용원에 가서 패왕군단의 관리인인 제갈전천을 찾도록 해라.
그자가 너희의 자격을 심사할 것이다. 오직 심사를 통과한 자만이 우리 패왕군단에 들어올 수 있다. 자, 그럼 이만 가도록.”
이에 무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이대로 물러갈 수 없다는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안 갈 생각이냐?”
항소운이 버럭 호통을 쳤다. 사람들은 그가 진짜 화라도 낼까 싶어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렇게 다들 떠나고 나자, 별안간 분화구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펑펑!
산 정상을 쳐다보니 분화구에서 용암이 분출되고 있었다. 용암은 하늘 높이 치솟더니 무서운 기세로 사방을 휩쓸었다.
경이로우면서도 무척 위험한 순간이었다.
화산 폭발이야 화염군산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그는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그는 거대한 열기가 자신을 향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웬만한 소왕급 무인도 저 도도한 기세에는 겁을 집어먹고 도망칠 터였다.
설령 인황이라 해도 충분한 준비 없이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나 그는 용암 따윈 겁나진 않았다. 그러다 불현듯 산 정상으로 떠난 동료들이 생각나 서둘러 위쪽으로 돌진했다. 동시에 암홍색의 화염을 일으켜 무서운 기세로 떨어져 내리는 불의 힘을 남김없이 흡수하면서 힘을 점차 강화했다.
용암은 그의 기세에 눌렸는지 멀리 에둘러 떨어졌다.
얼마쯤 지났을까. 분화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등능천과 능린 등이 정신없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뒤를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생명체가 쫓아오고 있었다. 바로 화령이었다.
화령은 거대한 불기둥의 모습이었다. 사람처럼 팔다리는 있으나 두 눈과 입만 있을 뿐, 귀와 코는 없어 상당히 기괴했다. 마치 불의 힘이 응집된 것처럼 실체가 없어 보였다.
화령은 쉴 새 없이 불을 내뿜었고, 팔다리를 휘저으며 사방을 불태웠다. 그렇게 수백 마리가 뒤쫓으며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그들은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백 마리가 일제히 공격을 퍼붓자, 가공할만한 위력이 발산되었다.
화령을 죽이면 불의 본연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본연의 힘은 아주 순수하진 않아도 무공을 빠르게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화령이 나타나자, 운지염은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무래도 화령의 힘을 빨아들이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게 갖고 싶단 말이지? 그럼 실컷 먹게 해줄게!”
항소운은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화령 쪽으로 돌진했다.
이때, 능린은 이삼십 마리에게 둘러싸인 채 정신없이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무공이라면 그도 만만치 않았으나, 화령이 떼로 몰려들자 더는 버티기 힘든 지경이었다.
순간, 항소운이 그 사이로 뛰어들며 불의 힘이 실린 조공을 펼쳐 빠르게 할퀴었다.
그 바람에 능린을 공격하던 화령 중 여러 마리가 단숨에 폭발하고 말았다.
그렇게 죽은 줄만 알았는데 화령의 힘이 흩어졌다가 금세 또 모이면서 형체가 다시 생겨났고, 다른 화령의 몸에 들러붙어 힘을 강대하게 만드는 녀석도 있었다.
“패왕, 생각보다 까다로운 녀석들이라 격멸과 동시에 본연의 정석(晶石)을 바로 손에 넣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되살아나거나 다른 놈에게 붙어 화력을 강하게 만들더군요.”
능린이 말했다.
“본연의 정석이라…….”
항소운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통찰력을 발휘해 화령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본연의 정석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예상과 달리 본연의 정석은 녀석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있었다.
그것은 수정처럼 반짝이는 광물로, 본연의 힘은 이 광물에 붙어있었다.
잠시 딴생각에 잠겨 있는데 별안간 강력한 화력이 맹렬히 돌진해왔다.
화력은 2, 3품 입룡경에 육박할 정도라 범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운지염은 오히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해 화력을 절반이나 빨아들였다. 그 덕분에 항소운에게 가해지는 화력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 해도 불에 덴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팠다.
‘화령의 공격력은 본연의 정석에서 오는 거겠지. 그것만 떼어낸다면 저절로 파괴될 거야.’
마침내 확신에 이른 그는 열양칠조를 휘두르며 공격했다.
이 방법이면 본연의 정석을 쉽게 떼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본연의 정석은 화령의 몸과 생각보다 단단히 응집되어 있었다. 게다가 강력한 반탄력과 매우 높은 고온의 힘이 동시에 그와 맞서고 있었다.
화령은 이대로 뺏길 수 없다는 듯 두 팔을 벌려 항소운을 꽉 끌어안았다. 본연의 정석을 뺏기는 순간, 함께 죽겠다는 의도였다.
많은 무인이 이 방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나,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