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38
제438화 내가 왜 널 데리고 가야 하는 건데?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면, 더 빨라질 수 있을 거야!’
그는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온 힘을 다해 바람의 성진을 일으키자, 보법의 의경이 극에 달하면서 구유보에 대한 깨달음이 한층 깊어졌다.
바람의 힘이 사방을 휩쓰는 가운데, 그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했다.
문득 극한실에 되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저히 완수하기 힘들 것 같던 임무도 한계를 넘어서고 나면 해내지 못할 일이란 없었다.
처음에는 통찰력을 이용해 빈틈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다 틈이 완전히 막히고 나자, 더는 피할 방법이 없어 금갑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는 바람에 금갑도 더는 버텨내질 못하고 어느덧 상처만 늘어갔다. 이때 거센 바람이 불어와 그를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는데 또다시 칼날 같은 바람이 불어와 사방을 절단하고 있었다.
저 힘에 정통으로 맞았더라면, 그도 가루 신세를 면치 못했으리라.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발을 연신 휘두르며 무수히 많은 소용돌이를 일으켜 그 힘에 맞섰다.
쾅쾅!
힘과 힘이 맞부딪치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항소운은 그 여파로 다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사실 음풍마 중에는 마황급 후기도 적지 않아서 이렇게 많은 적을 상대로 지금까지 버틴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더, 더 빨라져야 해!’
머릿속에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 시야를 좁혀 자세히 살펴보니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선명히 보였다.
보법의 의경을 깨달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의 흐름 속에 한 발 내디뎠다. 순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더니 바람을 타고 그대로 날아올랐다.
슈욱-
마치 바람과 하나가 된 듯 어떠한 속박도 없이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한걸음에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덧 속도는 극에 달해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이 세상에 그의 걸음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자유, 그 막힘없는 활공이 심장을 뛰게 했다.
그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보법을 내디디며 음풍마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피했다. 동시에 미친 듯이 공격을 날리면서 상대를 거침없이 죽여나갔다.
놈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속이 다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음풍마도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바람을 타고 거닐다 또 다른 바람 위로 올라타며 바람 사이를 거침없이 오갔다. 바람은 길을 내어줄 뿐 아니라, 언제든 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에 대한 깨달음은 더욱 깊어만 갔다.
매서운 바람은 세상 만물을 파괴하는 힘이 있으나, 그 힘이 누그러지면 또 한없이 부드럽게 세상을 어루만졌다. 극명하게 대립하긴 해도 둘 다 바람의 성질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바람은 그만큼 변화무쌍했다.
어느덧 그는 완벽한 깨달음에 이르러 바람과 하나가 되었다. 무수히 많은 바람의 힘이 그를 에워싸며 폭풍을 만들었다.
일전에 마풍지은에서 회오리가 불고 폭풍이 몰아치던 때와 흡사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음풍마들은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회오리에 휩쓸려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그러자 줄곧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음풍마제가 마침내 이곳 상황을 눈치챘다. 녀석은 항소운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사악한 기운을 훅 내뿜었다. 그러고는 거대한 폭풍이 되어 돌진했다.
항소운은 깨달음의 상태에 깊이 빠져 있어 주변의 상황을 잊은 지 오래였다. 물론 음풍마제가 등장한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두 개의 폭풍이 충돌하자, 천지를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음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
바람은 칼날이 되어 사방을 휘갈겼고, 근처에 있던 시체들은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충돌 때문에 항소운도 깊은 깨달음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체 모를 압도적인 힘이 그가 만들어낸 폭풍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놀라기는커녕 도리어 기뻐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는 자신의 힘을 완벽히 통제함과 동시에 더 많은 바람의 힘과 한데 뭉쳐 상대와 재차 충돌했다.
지금 그는 바람의 진의를 완벽히 깨달은 상태였다. 오직 이 방법만이 이곳에 산적한 바람의 힘을 끊임없이 이용하여 상대와 맞설 수 있었다.
하나, 예상과 달리 상대의 힘은 훨씬 강했다. 게다가 녀석이 만들어낸 폭풍의 힘은 그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 또 한차례 충돌이 일어난 후, 항소운의 힘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그는 타고난 천둥의 힘을 일으켰다.
바로 바람과 천둥의 힘의 결합이었다.
천둥의 힘이 더해지자, 폭풍의 위력이 한층 거세졌다.
성질이 다른 두 힘이 한데 어우러지자, 상상도 못 할 파괴력이 발산되었다.
이는 항소운이 일찍이 깨달은 기술 중 하나였다. 덕분에 음풍마제의 공격을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천둥만 있었어도 저놈 정도는 가볍게 죽일 텐데!’
한동안 팽팽한 대치 상태가 지속되자,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궁지에 몰린 그는 결국 명혼공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객관적인 실력 차이가 극명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버틴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무예의 경지가 지금보다 더 높아지면 모를까, 현 단계에서 순수한 무공만으로 상대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명혼공간을 펼치자 음풍마제는 바로 힘이 억제되었고, 이때를 틈타 쇠사슬이 달려들었다.
상대는 변화된 상황을 눈치챈 듯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 이건 최고 종족만이 가질 수 있다는 감옥!”
상대는 재빨리 칼날 같은 바람을 일으켜 자신을 단단히 보호했다. 쇠사슬이 쏜살같이 달려들었으나, 칼바람에 닿자 힘없이 끊어져 버렸다.
뜻밖에도 상대는 명황수옥을 거뜬히 막아낼 정도로 강했다.
어떻게든 방어를 뚫어야겠다는 생각에 갖은 애를 쓰고 있는데, 별안간 음풍마제가 한 줄기 바람으로 모습을 바꾸더니 명혼공간의 벽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었다.
하나 명혼공간은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는 무적의 공간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안심하고 있는데, 상대는 기묘한 몸놀림과 짙은 음살의 기운으로 벽을 부식시키더니 그대로 뚫고 나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이제껏 명혼공간을 통해 수많은 적을 죽이기는 했어도 이렇게 쉽게 탈출하는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명황 전하, 저희는 전하와 적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이만 놓아주시지요.”
음풍마제가 멀찌감치 떨어져 말했다.
상대는 마족의 언어로 이야기했으나, 항소운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대신 너희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상세히 고하고, 음풍초와 음풍석도 전부 내놓거라.”
항소운이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명황족은 마족 중 최상위 종족으로, 음풍마는 그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상대가 자신의 신분을 알아본 이상,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저희는 공간을 여는 술법을 통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음풍초와 음풍석은 전부 드리겠습니다.”
음풍마제가 촉수를 움직이자, 음풍초 십여 개와 음풍석 세 개가 전해졌고 그는 선뜻 받아들었다.
음풍초는 회색빛이 도는 약초로 언뜻 봐선 잡풀처럼 보이지만, 명실상부한 약황이었다. 특히 바람의 힘을 수련하는 무인에게 이만큼 값진 물건은 없었다.
음풍석의 가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삭풍을 대거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수련 속도까지 크게 향상시켰다.
항소운은 물건들을 서둘러 품에 넣은 뒤, 다시 물었다.
“그럼 이곳에는 무슨 일 때문에 온 것이냐?”
“인간족이 사는 영역 중 저희가 살 만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러 온 것입니다.”
“그럼 이번에 얼마나 넘어 온 거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저희 원로께서 만드신 통로가 아직 불안정하다 보니, 도중에 많은 자가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조사차 나온 것일 뿐, 앞으로 공간 통로가 안정되면 대군을 이끌고 이곳을 차지할 생각입니다.”
음풍마제는 아주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의 눈에 비친 항소운은 진정한 명황 전하로, 같은 동족끼리 숨길 이유는 없었다.
항소운은 속으로 탄식을 했다.
‘이제 음풍간도 안전한 곳이 아니구나. 학당에 돌아가서 알려야겠다.’
그는 음풍마제와 얘기를 끝내고 서둘러 이곳을 떠났다.
도중에 수많은 음풍마가 수인, 요수와 싸우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지금 있는 음풍마들은 등급이 높지는 않은 터라, 수인과 요수도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서로 다른 종족 간의 싸움인지라 승패는 쉽게 갈리지 않았다.
음풍마는 이곳을 차지하고 싶어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훨씬 강한 원군이 나서지 않는 한, 이런 지지부진한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터였다.
항소운은 그 광경을 보며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아직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았군. 그래도 앞으로 통로가 뚫린다면, 중원 대륙도 안녕하진 못하겠지.’
중원 대륙의 종족과 마족은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제 바람의 진의도 깨닫고, 음풍초와 음풍석까지 손에 넣은 터라 더 이상의 여정은 의미가 없었다. 출구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문득 애기가 자신을 뒤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또 따라오는 거야? 해독약이라면 벌써 줬잖아.”
애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
“너, 널 따라 이곳을 떠나고 싶다.”
“나랑 같이 여길 떠나고 싶다고? 어째서지?”
“이곳은 일찍이 너희 인간족에 의해 금제되어 우리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한데 음풍마까지 쳐들어와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지. 난 이곳을 떠나 더욱 강해진 후 다시 돌아와 놈들을 처리할 생각이다.”
“한데 내가 왜 널 데리고 가야 하는 건데?”
이에 애기의 눈빛이 살짝 떨리는 듯하더니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당신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애기는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진작부터 이곳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주인님으로 모시고 따르다 보면 언젠가 제 소망도 이뤄질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가슴에 한 손을 올린 채 충성을 맹세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익우수인이 자신을 주인이라 부르며 충성을 맹세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게다가 상황을 보아하니 상대는 진심이었다.
그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상대가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장차 이곳에 다시 돌아와 음풍마에게 복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물론 복수를 하든 말든 자신과 큰 관련은 없었다. 어쨌든 상대가 충성을 다짐하고, 자신을 위해 힘을 써 주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었다.
한창 조력자가 필요한 이때, 황급 정점의 애기가 곁에 있어 준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그리고 음풍간에서 복종시킨 수인이라고 고한다면, 용봉 학당에 함께 머무는 것도 문제없을 터였다.
왠지 일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