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52
제452화 오늘 이곳에서 끝을 내자!
과연 영성수의 힘이 성해건곤에 닿자,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성해건곤은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다.
본래 성해건곤과 9대 성진은 반짝이는 빛처럼 실체가 없었으나, 지금 성해건곤은 형체를 갖춘 진짜 성진체(星辰體)로 변화하고 있었다.
용봉 학당의 어느 장로원.
제림과 사도염은 나란히 이곳을 찾았다.
화원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세월의 고단함이 묻어 나는 눈빛이나, 겉모습은 중년처럼 정정하여 실제 나이와 괴리가 있었다.
남자는 제림의 스승인 사도명우(司徒明宇)로, 용봉 학당의 선대 장로였다.
“생사를 건 대결을 한다고?”
사도명우가 유유히 묻자, 제림이 공손히 대답했다.
“예, 스승님.”
그러자 옆에서 사도염이 거들었다.
“할아버지, 그 항소운이란 녀석 아주 기고만장하더라니까요. 사제만 보면 못 괴롭혀서 안달이에요. 사제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사람들 있는 데서 대결을 신청하니까 사제도 어쩔 수 없이 승낙한 거예요.”
“그럼 너는 어째서 항소운이 제림한테 대결을 청한 건지 아느냐?”
사도명우가 손녀에게 물었다.
“당연하죠. 항소운과 사제는 본래 같은 종문인데, 사제한테 밀리니까 어떻게 해서든 죽이려고 안달이 난 거잖아요. 그런 놈은 절대 용서하면 안 돼요.”
“허허, 네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면 좋겠구나.”
사도명우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웃더니 제림을 보며 물었다.
“자신은 있느냐?”
“예, 꼭 이기고 오겠습니다.”
“아니, 이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반드시 녀석을 죽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게 될 거다.”
“예, 스승님. 놈을 꼭 죽이겠습니다.”
제림은 스승의 말에 한층 용기가 나는 것 같았다.
“지난 2년간 네가 열심히 하기는 했다만, 내 말은 듣지 않고 너무 실력만 높인 탓에 기본기가 탄탄하지 못하구나. 이번 대결은 네 실력을 검증하는 무대기도 하지.
만약 패하면, 스승인 나는 기껏해야 체면이 깎이는 정도지만 넌 목숨을 잃게 될 거다. 그럼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가겠지. 혹시 몰라 주는 것이니, 폭황단(爆皇丹)을 갖고 있거라.”
사도명우는 단약을 하나 꺼내 제림에게 건넸다.
폭황단은 단시간 내 전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단약이었다.
다만 부작용 역시 강해서 신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다 보니 생사의 기로가 아닌 이상 먹지 않는 편이 좋았다.
사도명우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목숨만은 지킬 수 있도록 이 단약을 주었다. 물론 그도 제자가 단약을 삼킬 만한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랐다.
제림은 폭황단을 움켜쥔 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항소운, 내게 도전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대결 전날 밤이 됐는데도 항소운은 여전히 폐관실에서 나올 기미가 없었다.
이에 패왕군단 단원들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두 사람의 대결 소식은 학당에 쫙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만약 항소운이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패배를 인정하는 셈이었다.
이는 단원들이 절대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선뜻 가서 항소운을 부르는 자도 없었다. 애기가 수문장처럼 폐관실 앞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 섣불리 가지도 못했다.
이 시각, 화원에는 당용비와 상적풍, 제갈전천, 마기호, 나찰녀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마기호는 성미가 급하다 보니 더는 참지 못하고 당용비에게 물었다.
“부단장, 대결이 바로 내일인데 패왕께서는 왜 안 나오시는 걸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좀 더 기다려보자고.”
당용비가 태연히 말했다.
그러자 제갈전천이 거들고 나섰다.
“아마도 패왕께서는 수련에 너무 집중하시다 보니 시간도 잊으신 모양인데요. 저희가 가서 말씀드릴까요?”
역시 그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다. 그의 말은 항소운을 찾아갈 빌미를 마련해주었다.
단을 운영하는 관리인이자, 참모의 직책도 겸하다 보니 그럴듯한 이유였다.
다들 묘수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나찰녀가 입을 열었다.
“패왕께서 알아서 하실 테니, 다들 걱정 마시죠.”
나찰녀가 패왕의 여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과묵한 그녀가 저렇게 말한다는 건 믿는 구석이 있다는 소리여서 다들 잠자코 있었다.
한편, 폐관실의 항소운은 일찌감치 수련을 마친 상태였다.
그는 조용히 성해건곤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성해건곤은 영성수 덕분에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다. 본래 저장해 두었던 영성수가 성해건곤을 말끔히 씻어내면서 완전히 변모한 것이다.
그는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운명의 성진이나 성해건곤은 본래 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현재 성해건곤은 차츰 실체를 갖추고 있었다. 체내에 진짜 성진이 자라나는 셈이었다.
‘영성기지에서 찾은 영성수는 거의 다 성해건곤으로 보냈지. 그 덕분에 성해건곤이 실체를 갖추게 되었고, 수용 면적은 몇 배나 늘어났어.
면적이 늘어나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어떻게 형체가 생겨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항소운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일찍이 고서를 통해 온갖 잡식은 다 익혔지만, 이런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좋은 일인 것만은 확실했다.
성해건곤이 질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본래 그 안에 있던 물건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령, 용암의 경우 다시 힘을 발산하면서 열기를 유지하게 되었고, 흑암 본연의 힘도 더는 유실되지 않았다.
어쨌든 성해건곤뿐만 아니라 그 안의 물건들까지 좋은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했다.
“계속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제림부터 처리한 후에 장서각에 가서 책을 찾아봐야겠다. 정 안 풀리면 스승님께 여쭤봐야지.”
그는 머리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내고는 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림 그놈은 어릴 때부터 속을 알 수 없는 놈이었지. 지금은 선대 장로를 스승으로 뒀으니 아마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올 거야. 이번 대결은 절대 방심해선 안 돼. 안 그랬다간 내가 죽을지도 몰라.”
잠시 후, 그는 수정을 정제시켜 그 힘을 나무와 빛의 성진으로 각각 흘려보냈다.
아직 두 성진의 힘이 부족하다 보니 경지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힘을 채워둔 뒤, 두 힘에 관한 진의를 깨닫고 나면 3품 입룡경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마침내 항소운과 제림이 대결을 펼치는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제림은 일찌감치 연무대 위에 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차분하게 두 눈을 감고 있는 얼굴에서 승리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연무대 아래에는 하운석과 사도염 그리고 제맹이 응원하고 있었다.
학당 제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몰려왔는데,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대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항소운은 여태 나타나질 않고, 패왕군단 단원들 역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차츰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제맹은 대놓고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겁쟁이처럼 숨은 모양인데.”
“보름 전만 해도 우리 맹주한테 도전하겠다며 큰소리 떵떵 치더니, 이제야 후회되나 보지? 이럴 거면 빨리 패배를 인정하던가.”
“계속 기다릴 것 없이 앞으로 반 시진 후에도 안 나타나면, 항소운이 패한 걸로 하는 게 낫겠어.”
“맹주 필승! 머저리 필패(必敗)!”
대결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분위기는 벌써 후끈 달아올랐다.
얼마 후, 패왕군단이 팔백 명의 대군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등장했다.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갖춰 움직이는 모습은 정예부대 못지않았다.
이것도 엄격한 심사 끝에 선발한 것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다 받았다면 천 명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선두의 소년은 별다른 장신구 없이 흰옷에 깔끔한 차림이었다. 그런데도 소탈하고 멋스러워 여제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소년은 바로 항소운이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서야 폐관을 끝냈으나, 서두름 없이 목욕을 하고 환복을 한 뒤 연무대로 향했다.
본래 조용히 나갈 생각이었으나, 단원들이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던 터라 차마 그들의 흥을 깰 수 없어 따라오도록 했다.
확실히 팔백 명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기세가 대단해서 말 많던 제맹도 입을 꾹 다물었다.
현재 제맹의 명성은 예전만 못했다. 다 해야 오백 명 정도로 규모에서도 패왕군단과 차이가 컸다.
만약 이번 대결에서 제림이 패한다면, 제맹은 완전히 와해 될 가능성도 있었다.
반대로 항소운이 패한다 해도 패왕군단은 구양전기가 부단장을 역임하고 있어 굳건히 버틸 수 있었다.
항소운이 패왕군단을 이끌고 나타나자, 장내는 또다시 떠들썩해졌다.
그는 연무대로 바로 가지 않고, 다른 쪽으로 향했다.
제림은 못마땅한 얼굴로 소리쳤다.
“항소운, 또 무슨 속임수를 쓰려는 게냐? 괜히 질 것 같으니까 시간 끄는 거지? 그러지 말고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지 그래?”
제림은 시작 전부터 상대의 기세를 꺾어놓을 셈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상대가 뭐라 하든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의 시선도 그를 따라 움직였는데, 뜻밖에도 그곳에는 절세 미녀가 서 있었다.
바로 우채접이었다.
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조용히 서 있었으나, 존재만으로도 빛이 났다.
다들 항소운과 우채접에 관해 떠도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소문처럼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비밀이 풀리려는 모양이었다.
“채접, 역시 부군 일이라 이렇게 나와줬군요. 하하…….”
항소운이 넉살을 부리며 호탕하게 웃자, 우채접은 반박도 않고 그저 담담히 대꾸했다.
“꼭 이겨요, 절대 지면 안 돼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저 말은 항소운과의 관계를 인정한다는 소리인가?
그녀를 남몰래 흠모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저런 미녀가 어찌 저런 망나니와 어울린단 말인가. 질투심에 눈이 먼 그들은 할 수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항소운에게 도전하고 싶었다.
패왕군단 단원들은 그 광경을 보며 목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전에는 패왕의 실력에 탄복했다면, 지금은 여복이 있다는 생각에 절로 존경심이 일었다.
학당에서 여신으로 칭송받는 그녀가 패왕의 여자라니, 단원들도 덩달아 체면이 섰다.
항소운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부인의 명에 따라야지요.”
그러고는 슬쩍 안으려는데 그녀가 옆으로 몸을 빼며 말을 받았다.
“내 요구 조건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안 돼요.”
“걱정 마요. 그날도 멀지 않았으니.”
항소운은 서운해하기는커녕 되려 씩 웃더니, 한 줄기 바람처럼 연무대 위로 빠르게 날아갔다.
“제림,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 될 거다!”
항소운이 공중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순간, 짙은 살기가 연무대를 감싸면서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까지 차디찬 한기를 느꼈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길래 생사를 걸고 싸우는지 다들 궁금할 따름이었다.
제림도 항소운을 마주 보며 소리쳤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항소운은 연무대에 내려서며 상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 너와 나 사이의 원한은 오늘 이곳에서 끝을 내자!”
“내가 원하던 바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반드시 결판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