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62
제462화 저도 살아서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제사장은 호위 목적으로 천사를 두어 명 딸려 보내려 했으나 항소운은 괜찮다며 사양했다.
천사를 양옆에 대동하고 나타나면, 그만큼 체면 서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나 자신과 천사족이 어떤 관계인지 만천하에 고하는 꼴이 될 터였다.
이렇게 해서 그는 홀로 용봉 학당으로 돌아갔다.
그는 학당으로 돌아와 기쁜 소식을 전했다. 광명지성이 다시 용봉 학당에게 개방된다는 소식이었다. 일전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부득이하게 다른 종족들을 돌려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을 전하자, 집사는 두말없이 그를 데리고 의사당으로 향했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왜 의사당으로 데려가시는 거예요?”
항소운이 물었다.
“네가 광명지성에서 큰 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학장 어른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란다. 이제 무사히 살아나왔으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뢔야 하지 않겠느냐?”
집사의 말에 항소운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어쨌든 멀쩡히 살아나왔잖아요. 굳이 학장 대인께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럴 수만 있다면 학장 그 늙은이와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학장을 뵐 때마다 어쩐지 나쁜 일만 터졌다.
“학장 어른의 특별한 당부가 계셨다. 네가 광명지성에서 나오거든 데려오라고 말이지. 내 어찌 감히 명을 어기겠느냐.”
그러더니 집사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한데 정말 천사족이 말하는 빛의 아들이 된 게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전 그들한테 정화를 당한 마귀라고요.”
항소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그래, 그러긴 했지. 한데 천사족이 너를 대하는 태도가 일순간 바뀌지 않았더냐. 거기서 좋은 것도 많이 받았겠지?”
집사가 또 물었다.
그는 항소운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고급 9성 지체지만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한다는 걸 알고 애석하게 생각하던 참인데, 묘하게 신비로운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다.
천사족의 정화형이 어떤 형벌인지 그만큼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탑 꼭대기에 묶이면 일단 중형(重刑)으로 간주하는데, 거기서 살아남은 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항소운이 정화형을 견딘 것도 놀라운데, 천사족의 태도가 일순간 바뀐 경우는 다년간 광명지성을 지켜왔던 그도 난생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항소운은 집사에게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집사도 계속 묻기가 뭐 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비록 제자라 해도 저마다 숨기고 싶은 비밀은 있는 법, 손윗사람이라 해서 뭐든지 알 수는 없었다.
잠시 후, 항소운은 집사를 따라 의사당에 도착했다.
집사는 곧 물러가고 대전에는 그 혼자 남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높은 상석에 학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진신(眞身)이 아니라, 분신이었다.
용봉 학당의 학장은 무척 바쁜 몸이라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학당에 입학한 후로 벌써 몇 차례나 학장을 뵈었으니, 사실 영광이라 할 수 있었다. 남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질 않으니 말이다.
“학장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항소운은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아무리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해도 한낱 제자의 신분으로 어찌 명을 거스르겠는가. 훗날 학장과 대등한 실력을 갖게 되면 모를까 지금은 순응해야 했다.
“살아서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대단하구나.”
학장의 말에는 칭찬이 섞여 있었다. 이에 항소운이 태연히 대답했다.
“네, 저도 살아서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서 말해 보거라. 우리 학당과 천사족의 우애를 상하는 일은 없었겠지?”
학장이 물었다.
“예, 사실 그동안…….”
항소운은 일의 전후 사정을 시원스럽게 털어놓았다.
우선 자신의 몸에 마혈이 생긴 이유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예전에 마연에서 무예를 연마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마혈을 마시게 됐는데 천사족이 마귀로 오해를 하는 바람에 정화형에 처해 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운 좋게 빛의 진의를 깨달으면서 자신의 깨끗하고 선량한 마음이 입증되었다고 했다.
이에 천사족은 그를 빛의 아들로 칭하고, 정화형을 면해주었으며 적잖은 선물을 내렸다고 했다.
더러 꾸며낸 이야기도 있었으나, 인과 관계가 딱 들어맞아 학장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학장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제를 돌려 물었다.
“그건 그렇고 황금인족과 막역한 사이라던데 그게 정말이냐?”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항소운은 적잖이 당황했다.
“친분은 좀 있죠.”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9대 수련 장소에서 발생한 일은 학장 귀에 모조리 들어가는 모양이군.’
“그래서 내 너에게 직위를 수여하려고 한단다. 바로 학당과 황금인족, 천사족을 잇는 연락 장로의 역할이지. 네가 할 일은 그들과 친분을 쌓고 학당 측의 의사를 전하며, 그들과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건 의사를 묻는 것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제가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전 그냥 제자일 뿐이라고요.”
항소운이 죽을상을 하고 말했다. 무공을 연마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런 일을 할 여유는 더더욱 없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그는 집사라는 직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남들이 알면 배가 불렀다며 욕을 했을 것이다. 학장이 특별히 직위를 내리다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호의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어찌 단칼에 거절한단 말인가.
과연 학장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학당 자원은 이용 못 할 줄 알아라.”
학장이 위엄을 부리는데 항소운이라고 별수 있는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제야 학장이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말거라. 계속 이 일만 신경 쓰라는 뜻이 아니라 틈이 날 때 그들과 만나 친분을 쌓으라는 얘기니라. 널 도와줄 사람도 따로 준비해뒀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게다.”
학장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억울해 할 것 없다. 집사란 직위는 하고 싶다고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자리는 아니지. 매달 공적 점수 백만 점을 무상으로 받고, 학당에서 특별한 혜택도 제공하니 분명 만족할 게다.”
항소운은 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기분이 풀렸다. 혜택도 없으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
뒤이어 학장은 소위를 불렀다. 항소운에게 집사 영패를 발급해주라고 하면서 두 사람이 협력해 황금인족, 천사족과 적극 교류하여 학당에 필요한 물건들을 다양하게 거래하도록 일렀다.
학장은 말을 마친 뒤, 상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 우리는 나가서 얘기하자꾸나.”
소위가 항소운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의사당 밖으로 함께 걸어 나왔다.
“소 장로님, 감사합니다.”
항소운의 말에 소위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게 고마울 게 있던가?”
“일전에 구하러 오셨잖아요.”
“아, 그랬었지. 한데 천사족이 막무가내로 나오더군. 그래서 학당으로 돌아와 이 일을 보고했는데, 상부에서 개입하지 말고 지켜보라고 하더구나. 위에서 그러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느냐. 어쨌든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구나.”
소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탑 꼭대기에 항소운이 묶여 정화형을 당하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했다. 한데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으니 참 운이 대단한 녀석이었다.
“이게 다 장로님이 보살펴 주신 덕분이죠.”
항소운이 기분 좋게 소위를 치켜세웠다.
“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말하자꾸나. 학장 대인께서는 널 연락 집사로 임명하셨지. 비록 가장 낮은 등급의 집사이긴 하나, 수많은 제자 중 집사는 너 하나란다. 그러니 열심히 해 보거라.”
“장로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전 9대 성진을 전부 수련하다 보니 무공 연마할 시간도 부족한데 다른 종족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딨어요?”
항소운이 죽상을 하고 하소연했다.
“아까 원장 대인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짬이 날 때만 하면 되는 거라 시간을 많이 뺏지는 않을 거다. 더군다나 수련하러 두 곳에 자주 들르지 않겠느냐? 가는 김에 친분도 쌓고 거래도 하면 되니 괜히 꾀부릴 생각하지 말어!”
소위의 말에 항소운이 넉살 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알았어요, 할게요.”
“그래, 네 처소로 사람을 보내 정식으로 발표하도록 하마. 그래야 패왕군단도 기가 살지.”
소위는 항소운이 승낙하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항소운은 그가 마연에서 특별 제자로 직접 데려온 녀석이었다. 물론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지난 3년 동안 거둔 성과를 보면 장래가 아주 촉망되는 녀석이었다.
항소운은 소위와 헤어진 후, 곧장 1호 용원으로 돌아왔다.
처소에 도착하자마자, 어느 집사가 찾아와 항소운을 집사 직위에 봉한다는 공문을 낭독했다.
소식은 빠르게 퍼졌고, 이를 접한 학당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뭐? 집사? 대체 항소운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길래 집사에 봉해진 거지?”
“한데 이거 확실한 거야? 보통은 혼태경에 올라야 집사가 될 수 있다던데.”
“그렇긴 한데 학당을 위해 대단한 공을 세운 자에 한해 집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대. 혹시 항소운이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닐까?”
“백리일소와 전무쌍도 아직 집사가 못 됐는데, 항소운이 먼저 해내다니……. 이제 패왕군단도 기세가 대단하겠어.”
항소운은 주변에서 떠들어대는 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제갈전천으로부터 군단의 상황을 전해 들은 뒤, 폐관실로 향했다.
패왕군단은 제맹을 백여 명 흡수한 것 외에 다른 천재들도 속속 들여오면서 어느덧 천 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 과정에서 교란방의 인물을 대거 흡수하며 전반적인 실력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그는 당분간 사람을 모집하는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지라 당용비와 제갈전천이 전적으로 도맡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얼마 후면 더 많은 수가 몰려들 터였다.
그는 집사 업무로 바쁘기도 했지만, 그보다 3품 입룡경을 돌파하기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동안 용봉 학당의 제자들은 무예를 높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2품 입룡경을 넘고 3품 이상인 자도 수두룩했다. 그리고 교란방에 오른 자들은 4품 이상이었고, 용봉방은 5품이 아니고선 진입조차 힘들었다.
다들 빠른 속도로 실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항소운은 이제야 3품을 돌파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그리 급할 것은 없었다.
현재 그는 여덟 가지 힘에 대한 진의를 깨달아 나무의 힘 한 가지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무의 성진에 힘을 얼마든지 축적할 수 있었고, 3품 입룡경 돌파도 문제없었다.
일전에 영성수를 정제시키면서 성진이 수용할 수 있는 면적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본래 가득 차 있던 성진의 힘을 더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수정을 동시다발적으로 녹여 성진에 힘을 가득 채웠다. 아울러 끊임없이 힘의 진의를 일으켜 주변의 힘과 하늘에 산적한 성진의 힘을 대거 흡수하여 빠르게 힘을 축적했다.
진의란 특정 힘과 완벽히 공명을 이뤄 친화력을 높이는 것으로, 힘의 흡수 속도를 높이고 힘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많은 무인이 진의를 깨닫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