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63
제463화 결판을 짓고 오겠습니다
그가 여덟 가지 힘에 관한 진의를 깨달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들 얼마나 놀랄까.
그만큼 힘의 진의를 깨달은 사람도 없으니,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이었다.
폐관에 들어간 지 2개월이 돼서야 각 성진에 힘이 가득 채워졌고, 이 힘을 원동력으로 3품 입룡경에 순조롭게 올랐다.
그동안 패왕군단의 단원 수는 빠르게 늘어 천오백 명에 이르면서 단숨에 5대 세력에 진입했다.
이제 그들 앞에는 검문과 굉천, 염양, 황가기병(皇家騎兵) 이렇게 네 세력만이 있을 뿐이었다.
패왕군단이 이만큼 성장한 이유는 항소운이 집사 자리에 오르며 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제자들을 제치고 항소운이 처음으로 집사가 되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제갈전천은 특별히 사람을 시켜 패왕군단을 상징하는 휘장을 만들도록 했다. 휘장을 단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며 의복에 달게 했는데, 그 덕분에 기세가 더욱 높아져서 어디를 가든 대우를 받았다.
하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굉천 무리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두 집단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다.
바로 항소운과 안로로의 충돌이 집단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이 밖에도 광풍 무리가 패왕군단을 몹시 적대시했다. 단원들이 외부로 나가 임무를 수행할 때면 이들은 악착같이 방해하면서 틈만 나면 괴롭혔다.
패왕군단의 규모가 빠르게 늘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더욱 기고만장해서 날뛰었을 것이다.
패왕군단의 부단장인 구양전기는 군단 일에 관여를 않다 보니 당용비 혼자서 상황을 바로잡기란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인지 군단의 분위기가 전에 없이 뒤숭숭했다.
때맞춰 항소운이 3품 입룡경을 돌파하고 출관하면서 단원들의 인심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경지를 돌파하면서 항소운의 전력은 급상승했고, 관찰력 역시 비범해졌다. 마침내 최상급 인황에 견줄만한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항소운이 폐관을 끝내고 나오자, 군단에서 요직을 맡은 인물들이 차례로 찾아와 축하 인사를 전했다.
2품 입룡경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그가 마침내 경지를 돌파했으니, 그들에게도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항소운은 이례적으로 심복들을 데리고 용봉성으로 나가 축하연을 베풀었다.
남들이 상상도 못 할 비장의 수단을 여럿 갖게 되면서 이제 가문을 되찾는 일도 마냥 꿈은 아니었다. 예전처럼 자신을 억누르고 채찍질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는 당용비와 나찰녀, 상적풍, 제갈전천, 마기호 등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을 데리고 용봉성으로 향했다.
다들 수련에 열중하느라 그동안 긴장을 풀 새도 없었는데 모처럼 성에 나왔으니 구경도 하고 심신의 피로도 풀기로 했다.
항소운은 용봉성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주루로 일행을 데리고 갔다.
이곳은 용봉 학당이 아닌 다른 세력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최고급 술과 요리가 항시 준비되어 있고, 도박장에 연무대까지 향락 시설이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 만큼 술값도 다른 곳보다 비쌌으나, 항소운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돈이 얼마나 들든 즐거우면 그만이었다.
그는 커다란 방을 빌려 형제들과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패왕군단을 함께 일군 형제들이지만, 다들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같이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서로 정을 나누며 단합을 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것만큼 값진 시간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었다.
“패왕, 드릴 말씀이 있는데 여기서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제갈전천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천,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시원하게 하세요.”
항소운이 호기롭게 말했다.
“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 패왕군단은 빠르게 커나가고 있지만, 결속력은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 패왕께서 집사가 되시고 구양 부단장의 명성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전 단원의 마음을 완전히 단결시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임무를 골라 패왕과 구양 부단장의 인솔 아래 패왕군단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공적 점수도 벌 수 있고 무예도 단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누며 우리 군단이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를 만만히 보는 세력도 없을 겁니다.”
제갈전천이 그동안 고심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자, 항소운이 손뼉을 치며 크게 기뻐했다.
“좋습니다, 아주 좋은 의견이에요.”
이때, 당용비가 말을 꺼냈다.
“이제 우리 패왕군단도 천 오백 명이나 되는데, 어떤 임무를 받는 게 좋겠습니까?”
“임무야 많죠. 다만 사람들이 따를지 모르겠군요.”
상적풍이 말했다.
“단체 행동에 따르지 않는 자는 패왕군단에서 내보내야 합니다.”
제갈전천이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항소운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에 힘을 실었다.
“맞습니다. 다른 사람과 협력할 마음이 없는 사람은 굳이 우리 패왕군단에 남겨둘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일은 실행해 볼 가치가 있으니, 학당으로 돌아가거든 단원들을 전부 소집하도록 하세요. 또 좋은 제안이 있는 분은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러자 마기호가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우리 군단이 더욱 패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툭 하면 시비 거는 녀석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참다가는 다들 우리를 만만하게 볼 겁니다. 특히 굉천과 광풍 녀석들은 우리를 아주 물로 보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구양 부단장에게 전무쌍을 만나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풍소살을 만나 결판을 짓고 오겠습니다.”
항소운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구양전기가 이 말을 듣는다면, 왜 제멋대로 정하냐며 화들짝 놀랄 터였다. 10대 요물에 이름을 올린 그이지만, 어쩐 일인지 전무쌍을 굉장히 꺼렸다.
“패왕과 부단장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면, 수하인 우리가 너무 무능해 보이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하루빨리 무예를 높여 남들이 무시 못 하도록 만들어야 패왕군단의 명성을 진정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이호남이 말했다.
“맞습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우리부터 강해져야 합니다.”
수사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끄집어냈다. 항소운은 이들의 말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 세력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되려면, 처리해야 할 문제가 정말 많구나. 그래서 아버지도 제패천에게 자릉종 관리를 맡기셨던 거야.’
그들은 주루에서 이틀간 시원스럽게 회포를 푼 뒤, 용봉 학당으로 돌아왔다.
항소운은 나찰녀에게 임무전에 가서 천명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임무를 찾아오도록 명하고, 제갈전천에게는 단원들을 전부 소집하도록 한 뒤 자신은 구양전기의 처소로 향했다.
다행히 구양전기는 처소에 있었다.
“마침 나가려던 참인데 때맞춰 왔군. 설마 일 시키러 온 건 아니지? 미리 말해두는데, 난 그저 명의상 부단장일 뿐이라고, 군단 일에 신경 쓸 시간은 없단 말이야.”
구양전기는 항소운을 보자마자 말문을 막았다.
“구양 형, 너무 째째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부단장인데, 중요한 자리에는 나와야 할 거 아냐.”
항소운이 힐긋 째려보며 말했다.
“자네한테 속아서 부단장이 된 거잖나.”
구양전기도 질세라 맞받아쳤다.
“그건 그렇고, 자그마한 일이 있어 찾아왔어. 군단에 성가신 일이 생겨서 자네가 좀 나서줘야겠어.”
그러자 구양전기가 의심쩍은 눈초리로 말했다.
“자네 실력을 다 아는데 누가 시비를 건다는 거야? 설마 전무쌍은 아니겠지?”
그는 전무쌍이 항소운을 쉽게 놓아줄 리 없다는 걸 잘 아는 터라 조심스레 이런 추측을 했다.
항소운이 광명지성에 갔던 것도 따지고 보면 전무쌍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맞아, 바로 그 녀석이야. 난 당분간 바빠서 상대할 시간이 없으니, 자네가 부단장으로서 이 일을 맡아줬으면 해. 절대 봐주지 말고, 제 어미도 못 알아볼 정도로 혼쭐을 내주라고.”
항소운이 아주 호기롭게 말했다. 마치 전무쌍 같은 녀석은 직접 상대할 필요도 없으니 구양전기한테 넘긴다는 말투였다.
구양전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야 쉽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전무쌍은 진짜 미친놈이라고! 게다가 녀석과 싸워 이길 자신도 없어. 아마 내가 우리 어머니도 못 알아볼 정도로 쥐어 터질걸. 내가 봤을 때 이 일은 자네가 직접 나서는 편이 좋겠어.”
“내가 자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를 것 같아? 그래, 전무쌍이 강하긴 하지. 한데 내가 봤을 때 녀석은 자네의 상대가 되질 못 해. 그럼 그 녀석은 자네가 맡기로 하고, 난 풍소살을 상대하러 가야겠어.”
항소운은 구양전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점잖게 타이르더니 구양전기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화원 밖으로 사라졌다.
구양전기는 항소운을 부르려다 결국 고개만 내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무쌍 그놈과 다시 얘기를 해 보려 했는데, 별수 없이 지금 찾아가야겠군.’
한편, 항소운은 곧장 풍소살의 처소로 향했다.
이곳에는 핵심제자의 처소가 몰려 있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직전제자인 풍소살이 지금 처소에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나 그런 것은 지금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녀석을 찾아서 쌓인 원한을 풀어야 했다.
그와 풍소살의 악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풍소살은 그를 죽이기 위해 몇 차례나 자객을 보냈으나,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3년간 그는 풍소살 곁에 밀정을 두 명 심어두었다. 따라서 상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수련에만 열중했다.
그런데 풍소살이 이끄는 무리가 제 분수도 모르고 패왕군단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으니, 마침내 녀석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풍소살은 용봉방 30위권에 이른 강자로, 제림보다도 훨씬 강했다. 일찌감치 보법의 의경을 깨달아 광풍이라는 별호로 불릴 만큼 속도가 무척 빨랐다. 그렇다 보니 세력명도 ‘광풍’으로 짓게 된 것이다.
게다가 풍소살과 풍혹색 장로가 모종의 관계라는 소문도 있었다. 이런 연유로 많은 사람이 풍소살의 눈치를 살폈고, 웬만해선 적대적인 관계를 피했다.
현재 풍소살의 처소에는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중요한 일을 의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풍소살이 상석에 앉고, 좌측에는 목청욱, 우측에는 왕흠이 있었다. 두 사람은 풍소살의 오래된 심복이었다.
용봉 학당에 들어올 때만 해도, 두 사람은 풍소살과 마찬가지로 갓 입룡경에 올랐으나 지난 3년간 무예가 비약적으로 상승해 어느덧 4품 입룡경에 올랐다.
한편, 얼마 전 폐관을 끝낸 풍소살은 어느새 6품 입룡경에 올랐으니 가히 놀라운 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