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68
제468화 도적 떼를 죽이자
수하들이 멈추고 나자, 그가 가모특을 돌아보며 물었다.
“가모특, 다시 놈들이 있는 위치를 확인해 보거라. 어째 느낌이 이상하단 말이지.”
“예.”
가모특은 다시 매를 움직여 패왕군단의 위치를 확인했다.
매는 전방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바람과 같은 속도로 돌아왔다. 녀석은 전방에 사람이 없다고 알려왔다.
“네가 말한 새끼양들은 전부 어디로 갔단 말이냐? 설마 단체로 사라진 건 아니겠지?”
여영흠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가모특은 당황해서 황급히 대답했다.
“부단장, 아, 아무래도 놈들이 숨은 모양입니다. 놈들에게 남긴 표식이 아직 느껴지는 걸 보니, 바로 이 근방에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정체가 탄로 났단 말이냐?”
여영흠은 화를 벌컥 내더니, 곁에 있던 수하들에게 말했다.
“가서 살펴보고 오너라.”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하들이 전방을 향해 내달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눈앞에서 수하들이 종적을 감추었다.
여영흠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각 명령을 내렸다.
“역시 매복이었군. 전부 후퇴하라!”
그는 도적 생활에 뼈가 굵은 노련한 자답게 감각이 유달리 예민해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순간, 과감하게 철수를 명령했다.
그도 이번에 용봉 학당에서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수하는 겨우 천 명에 불과한지라 양측이 맞붙어 싸운다면, 이길 확률은 절반에 불과했다.
그리고 용봉 학당의 제자라면 비장의 무기도 많을 터, 더군다나 자신들을 잡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온 놈들이니 붙어봤자 승산이 없었다.
이런 판단하에 지금은 몸을 사리는 편이 현명했다.
역시 다년간 쌓아 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위기도 노련하게 피했다.
매복 중이던 패왕군단도 상대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이때, 항소운이 큰소리로 외쳤다.
“어서 진법을 펼쳐요!”
제갈전천은 명령에 따라 즉시 전방의 진법을 펼쳤다.
미환진(迷幻陣)과 폭렬진(爆裂陣)으로 대단한 진법은 아니지만 두 가지를 함께 펼치자, 예상 못 한 결과가 발생했다.
우선 미환진은 정탐하러 온 도적 몇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돌연 폭발을 일으켜 모래바람이 세차게 몰아치자 사막랑영단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들은 대단한 진법인 줄 알고 싸우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먹었다. 무엇보다 탈것들이 놀라 서로 부딪히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도적 떼를 죽이자!”
항소운이 모래 위로 솟구쳐 오르며 큰소리로 외쳤다.
“도적 떼를 죽이자!”
단원들도 일제히 복창했다.
천 오백 명이 일제히 외치자,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대단했다.
“역시 매복이 있었군. 어서 후퇴하라!”
여영흠의 외침이 들려왔다.
정작 준비해뒀던 진법은 제대로 사용도 못 했는데, 폭발 후에 생겨난 거센 모래바람만으로 도적 떼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여영흠이 바로 철수 명령을 내리자, 도적들은 더욱 갈팡질팡했다. 대체 얼마나 강한 놈들인가 싶어 지레 겁을 먹었다.
제갈전천의 진법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적잖은 작용을 하면서 패왕군단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사막랑이 정신없이 날뛰는 바람에 사막랑영단은 이리저리 뒤엉켜 실제로 달아난 자는 몇 되지 않았다. 이때를 틈타 패왕군단이 뒤에서 맹렬히 추격했다.
“자, 일제히 공격하여 놈들을 죽입시다!”
항소운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원들이 일제히 공격을 펼치자, 오색찬란한 힘이 도적 떼를 빠르게 뒤덮었다.
쾅쾅!
그 힘들은 순식간에 사막랑영단을 덮쳤고, 상대 무리는 한층 혼란에 빠지면서 비명만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빌어먹을! 빨리 후퇴하라!”
여영흠은 연신 고함을 지르며 수하를 일부만 데리고 먼저 달아났다.
그들이 사막에서 도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빠르게 포기하고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본다 해도 우선 목숨을 부지하고 조용히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이들의 생존 전략이었다.
사막랑영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도망쳤다. 대부분이 인황이다 보니 달아나기로 마음먹은 이상 붙잡기는 힘들었다. 극히 소수의 소왕급 무인이나 낮은 경지의 인황 정도나 붙잡혀 목숨을 잃었다.
패왕군단이 계속 추격하려는데, 항소운이 단원들을 불러세웠다.
상적풍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패왕, 왜 계속 쫓지 않는 겁니까? 아직 백 명도 못 죽여서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궁지에 몰린 적은 쫓지 말라는 말도 못 들어봤어요? 이번에는 운 좋게 도망쳤지만, 다음번에는 힘들 겁니다.”
항소운이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미 천갑수를 보내 놈들을 추격하도록 했으니 우리는 천천히 뒤따라가면 될 겁니다. 천갑수가 놈들의 소굴을 찾으면, 그때 재빨리 습격하면 되죠.”
수사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그렇게 쉽게는 안 될걸요. 천갑수가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놈들은 오랫동안 사막에 살아서 이곳 지형을 기가 막히게 이용할 겁니다.”
항소운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럴 리가요. 이전에도 놈들은 천갑수를 발견 못 했잖습니까?”
“그때는 우리가 놈들을 공격할 거란 걸 모르는 상태였잖아요. 한데 이번에 크게 혼났으니, 더욱 조심하겠죠.”
“그럼 어떻게 하죠?”
수사가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물었다.
“가모특, 믿고 맡겼건만 일을 이 꼴로 만들어?”
여영흠이 가모특을 내려다보며 호통을 쳤다.
지금 도적 떼는 패왕군단의 추격에서 벗어나 잠시 정비를 하고 있었다.
도적 생활을 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건만 이렇게 망신살이 뻗친 적은 처음이었다. 다년간 쌓아 온 경험으로 위험을 직감하지 않았더라면, 놈들의 함정에 걸려들고 말았을 것이다.
가모특은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부단장, 제발 살려주십시오. 노, 놈들에게 간파당한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여영흠은 가모특을 발로 힘껏 차버리더니, 그래도 화가 안 풀렸는지 칼을 뽑아 들었다.
이때, 옆에 있던 자가 황급히 말렸다.
“부단장, 가모특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지금 죽이면 우리 형제들의 사기만 떨어질 겁니다.”
“흥, 그럼 이대로 봐주자는 것이냐? 그럼 이 녀석 때문에 죽은 형제들은?”
여영흠이 화를 벌컥 냈다.
“죽이는 것보다는 공을 세워 속죄할 기회를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가모특이 황급히 말을 받았다.
“한 번만 살려주시면 어떻게든 공을 세우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여영흠은 미간을 찌푸리며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좋다, 너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무슨 수를 쓰던 놈들을 사막에 가둬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요수들을 유인해 놈들을 공격하는 거지. 놈들이 완전히 지치고 부상을 당해 움직이지 못하게 됐을 때, 단번에 죽여버리는 거다.”
“예, 바로 행하겠습니다.”
가모특은 재빨리 대답하고는 동료를 몇 명 데리고 떠났다. 이제 그는 패왕군단을 사막에 가둘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렇게 가모특이 나간 뒤, 여영흠은 땅을 쳐다보며 자신의 늑대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늘에 추격병이 없다고, 땅속까지 없는 건 아니지. 이 아래 추격병이 있는지 잘 찾아보거라.”
늑대랑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땅을 파고 들어가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했다.
얼마 후, 늑대랑에게 발견된 천갑수가 전속력을 다해 도망쳤다.
천갑수는 땅속에서 무척 유리하다 보니 달아나려고 마음먹자 늑대랑도 쫓을 수가 없었다.
“내 예상이 맞았어. 다시 철수한다!”
한편, 패왕군단은 사막랑영단의 뒤를 추격하고 있었다.
천갑수가 전하는 소식을 기다렸다가 움직이다 보니 일행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렸다.
대략 한 시진 후, 천갑수가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나쁜 소식을 전해왔다.
“패왕 말씀대로 천갑수가 놈들한테 발각됐었다고 합니다.”
수사가 풀이 죽어 말했다.
“이미 짐작했던 일이니, 괜찮아요.”
항소운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 단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여러분 중 도적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자에게는 나중에 후한 상을 내리겠습니다.”
학당 제자 중에는 기발한 재주를 가진 자가 많다 보니 필경 이들 중에도 추적술에 능한 사람이 있겠구나 싶었다.
과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패왕, 제가 도적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뜻밖에도 사해진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반운이었다.
반운은 수줍음이 많아서 겉모습만 봐선 무인이 아니라 옆집 소년 같았다.
“정말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이냐?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데.”
항소운이 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일전에 가모특 옷에 잔재주를 부려서 그자가 어디를 가든 찾아낼 수 있습니다.”
반운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좋다, 그럼 네가 길을 안내하거라.”
항소운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반운은 자신의 비밀 병기인 추적 능력을 발휘했다. 작은 벌레를 불러내자, 그 벌레가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구양전기는 견문이 넓다 보니 단번에 벌레의 정체를 알아챘다.
“문향충(聞香蟲)?”
“역시 부단장께서는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반운이 씩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에는 놈들도 추적을 피하기는 어렵겠군.”
구양전기도 기분 좋게 웃었다.
문향충은 아주 신기한 벌레로, 독성도 없고 공격 능력도 없지만 특정한 냄새에 무척 민감해서 천 리 밖에서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따라서 추적을 하는 데 매우 적합했다.
반운은 문향충을 시켜 길을 안내하도록 했고, 단원들은 그 뒤를 따라갔다.
처음에는 빠르게 움직이던 녀석도 한두 시진이 지나자, 이곳의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반운 옆에서 목을 축였다. 반운은 물을 먹인 뒤, 다시 길을 안내하라며 재촉했다.
그렇게 문향충을 따라 걷다 보니 단원들도 점차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반운의 얼굴에도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저 녀석이 오늘 왜 그러지? 왜 도적들을 못 찾는 거야?’
반운은 애가 탔다. 패왕 앞에서 이미 큰소리를 쳐놓은 상황인데 어쩐지 문향충이 방향을 못 찾는 것 같았다.
그렇게 패왕군단은 반운을 따라 이틀을 걸었고, 결국 완전히 방향을 잃고 말았다.
다들 반운의 능력을 의심하며 눈치를 주는 탓에 항소운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반운, 찾을 수 있겠나?”
반운은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했다.
“패왕, 저, 저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저 멍청한 벌레가 말을 듣지 않아요.”
그러자 항소운이 반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아마도 도적놈들은 우리가 뒤쫓는 걸 눈치채고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계속 이곳을 맴돈 것 같아. 이번에는 우리가 놈들의 계략에 넘어갔군.”
“그럼 어떻게 하죠?”
반운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래도 힘을 내야지. 우선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항소운이 전방을 보며 말했다.
그 순간, 한 무리의 사독갈이 기다렸다는 듯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독갈은 땅속 깊이 몸을 숨기고 있어서 제아무리 항소운 무리가 감응력이 뛰어나다 해도 녀석들의 존재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사독갈은 절망사막에서 가장 악독한 요수로, 무리 생활을 하고 그 숫자도 방대했다.
지금 나타난 녀석들만 해도 족히 수백 마리는 되어 보였다. 놈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모래를 세차게 토해냈다. 그 모래 속에는 강한 독이 있어 몸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