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83
제483화 아무 배경도 없다고 했었나요?
“허허, 제가 언제 아무 배경도 없다고 했었나요?”
항소운은 호탕하게 웃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 용봉 학당의 핵심 제자이자, 태상 장로의 수제자입니다.”
“용봉 학당!”
순간, 장로들의 안색이 바뀌었다.
절망사막은 용봉 학당에서 지정한 9대 수련 장소 중 하나로, 지성정은 오래전부터 용봉 학당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록 막역한 관계는 아니지만, 용봉 학당이 중원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단한 세력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바로 용봉 학당의 제자라니, 다들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이때, 항자헌이 냉소를 띠며 말했다.
“용봉 학당은 그저 학당일 뿐입니다. 보통 각 지역에서 뛰어나다고 알려진 인재들을 제자로 받아들이는데, 단지 백 년간 양성할 뿐 그 후에는 학당을 떠나 각자 살길을 도모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항소운은 사람들을 겁주려는 것일 뿐, 백 년 후면 아무런 세력도 배경도 없는 평범한 녀석임을 강조했다.
과연 장로들은 항자헌의 말에 일리가 있다며 동조하기 시작했다.
“쯧쯧, 저렇게 안목이 없어서야! 용봉 학당이 어떤 곳인지는 다들 잘 알 것 아닌가. 용봉 학당 제자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인재로 전도가 유망하여 아가씨와 혼인을 맺으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선택이지. 장차 우리 성정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걸세.”
노인은 장로들을 둘러보며 열변을 토했다.
다른 장로가 반박하려는데, 대장로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만! 두 사람 모두 도전을 허락하겠네. 세 관문은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될 걸세.”
대장로가 딱 잘라 말하자, 다른 자들도 더는 반대하지 못했다.
성정에서 정주를 제외하고 권력이 가장 높은 자는 대장로다 보니 2장로인 노인조차 눈치를 보았다.
이렇게 해서 장로들은 항소운과 항자헌을 데리고 후원으로 향했다. 1관문은 성정의 후원에 마련되어 있었다.
항소운은 노인에게 황급히 전음을 보냈다.
“어르신, 위험하진 않겠죠?”
성주의 정주가 부마를 간택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관문인데 쉬울 리가 있겠는가.
항소운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일어 마음이 불안해졌다.
“위험하긴 하겠지. 허나 죽을 일은 없으니, 아무 염려 말거라.”
노인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노인의 표정이 진지할수록 왠지 모르게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잠시 후, 후원에 도착하자 대장로가 밀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이 첫 번째 관문이네. 한 시진 후, 이곳에서 빠져나오는 자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겠네.”
이에 어느 장로가 물었다.
“한 명씩 들어갑니까? 아니면 두 사람이 함께 도전합니까?”
“함께 들어가도록 하게.”
대장로의 말에 따라 항소운과 항자헌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니 항소운이 항자헌에 비해 훨씬 용모가 수려하고 위풍당당한 기세가 있었다.
반면, 항자헌은 성격이 강하고 고집이 느껴졌으며, 눈빛에서 오만함이 흘러 썩 호감 가는 인상은 아니었다.
허나 두 사람 다 뛰어난 인재인 것만은 분명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누가 더욱 막강한 능력을 발휘하여 세 관문을 전부 통과하느냐였다.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두지 그래? 성정의 아가씨는 너 같은 녀석이 넘볼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지금 눈치껏 빠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항자헌은 전음을 보내 항소운을 위협했다.
“아주 자신만만한데! 그런 소리는 이번 관문부터 통과하고 하지 그래?”
항소운은 입씨름도 귀찮아서 밀실로 곧장 걸어 들어갔다.
“오냐, 나중에 죽더라도 원망이나 하지 말아라.”
항자헌은 냉소를 짓더니 밀실로 성큼 들어갔다.
그렇게 두 사람이 밀실로 들어간 후에도 장로들은 후원에서 자리를 지켰다.
다들 지체 높은 신분이지만, 성정의 미래 부마를 결정짓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두 젊은이가 순조롭게 첫 관문을 통과할지 다들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별안간 노인이 호연박에게 말했다.
“호연박, 우리 내기나 하세.”
“무슨 내기?”
“당연히 저 두 아이 중 누가 관문을 통과할지 맞추는 거지.”
“좋네, 난 항자헌이 성공하는 쪽에 걸겠네.”
“그 녀석을 아주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군. 그럼 난 항소운한테 걸 수밖에 없겠어.”
“당연한 소릴. 그럼 뭘 걸 텐가?”
“그냥 기분이나 내자는 거지. 수정 한 개 어떤가?”
“허허, 지금 장난하는 거지?”
“엥, 똑똑해졌구먼, 당연히 장난이지. 그럼 성약(聖藥)은 어떤가?”
항소운과 항자헌이 밀실로 들어서자, 허상이 나타나 그들을 맞이했다.
“본 정주가 만든 첫 관문에 도전한 것을 환영한다.”
흐릿하여 잘 보이지는 않으나 키가 크고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뒷모습뿐인데도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힘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대단한 인물과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정주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드렸다.
“너희 두 사람뿐이냐? 보아하니 장로들이 너희를 아주 높이 평가한 모양이구나.”
성정 정주가 담담히 말을 뱉더니,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이번 관문은 아주 간단하다. 앞으로 한 시진 동안 내 분신의 의지력을 견디는 자가 통과하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최선을 다해 임해주길 바란다!”
정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형의 힘이 이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산이 내리누르는 듯하여 좀처럼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항소운은 버티질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입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항자헌의 상황은 그보다 나아 보였다. 몸이 앞으로 쏠리긴 했으나, 쓰러지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항자헌은 1품 혼태경으로, 이 정도 재능과 실력이면 4대 학당의 최상급 인재와 겨뤄도 절대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그가 정주의 압박을 견뎌낸 것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었다.
정주 분신의 의지력은 장차 부마가 될 사람의 자격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지는 않았다. 그렇다 해도 5품 혼태경에 육박하는 힘이었다.
그런데 항자헌은 1품 혼태경으로 버티고 있으니 그만큼 저력이 굉장하다는 뜻이었다.
반면, 항소운은 참혹한 상태였다.
3품 입룡경인 그가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닌지라, 결국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마치 무당전에 처음 들어왔을 무렵 도전했던 중력 극한실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때도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렇게 쓰러졌었다.
항자헌은 항소운을 보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고생을 사서 하다니, 멍청한 놈.”
그러고는 이내 힘을 일으켜 분신의 의지력과 맞서기 시작했다.
허나 압박은 갈수록 강해졌고, 항자헌도 더는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젠장, 왜 갈수록 힘이 강해지는 거냐!’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한편, 바닥에 널브러진 항소운은 온몸이 터질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하나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정신적인 압박이었다. 이는 영혼에 대한 압박으로, 저항조차 할 수 없게 영혼을 꽁꽁 붙들어 내리눌렀다.
항소운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느끼고, 서둘러 영혼력을 일으켜 맞서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로 강한 압박이긴 하나, 그에게는 무구의 혼이 있었다. 게다가 영혼력도 3품 제존에 이르렀고, 명룡혼고가 영혼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으니 정신적 압박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다.
그렇게 압박을 이겨내자, 심신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온몸을 짓누르던 압력도 크게 줄어들어서 이전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 한숨 돌리게 되자, 서둘러 은광뇌액을 정제시켜 부상부터 치료했다.
상처는 차츰 회복되었고, 육체도 한결 편안해졌다.
항소운은 일어서려다가 문득 옆자리의 항자헌을 쳐다보았다. 항자헌은 등이 점점 굽어가고 있었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처럼 보였다.
“어떻게든 버텨야 돼!”
항자헌은 악을 쓰며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그는 심신의 압박을 견뎌내며 허리를 펴고 있었다.
그러나 무형의 힘에 금세 제압을 당해버렸고, 결국 항소운처럼 땅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한낱 분신의 의지력에 당할 수는 없어! 혼태여, 일어나라!”
항자헌은 포효를 내지르며 혼태를 펼쳤다.
그러자 영롱하게 반짝이는 혼태가 한 겹 일어나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발산하더니 강력한 정신력이 정주의 압력을 밀어내면서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혼태는 영혼력과 성진의 힘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무인의 숨겨진 저력을 상징했다.
항자헌의 혼태는 다른 1품 제존의 것보다 몇 배는 컸다. 달리 말하면, 같은 등급의 제존보다 무공이 몇 배는 강하다는 뜻으로 품급을 뛰어넘어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마침내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영혼력이 극심하게 소모된 터라 한 시진을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항소운은 곁눈질로 상대를 힐끔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찍이 항가는 서막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었지. 비록 항정천의 몰락으로 다른 세력들에게 심한 피해를 받긴 했지만, 지난 만 년 동안 내실을 다져 지금은 힘을 많이 회복했구나.’
항가를 떠올릴 때면, 모순된 감정이 들었다. 친근함도 있지만, 미움이란 감정이 더 컸다.
일말의 친근감은 혈육이라 느끼는 감정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나, 끝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는 계속 엎드려 있기로 마음먹었다. 굳이 일어날 생각을 안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어쨌든 이곳은 중력실이 아니라 정신적 압박을 견뎌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곳이었다. 영혼이 버텨낸다면, 육체를 압박하는 힘도 자연히 줄어들 터였다. 지금은 영혼이 거뜬히 버텨내고 있으니, 시간이 됐을 때 일어나서 나가면 그만이었다.
비록 정면 돌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통과하는 것이 중요했다.
만일 명룡혼고가 없었더라면, 그도 항자헌처럼 힘겹게 버텨야 했을 것이다.
순식간에 반 시진이 흘렀다. 그동안 항자헌은 또 한 차례 쓰러지고 말았다. 혼태의 힘도 거의 소모된 상태였다.
그는 마지막 남은 악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땅에 쭉 뻗은 항소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녀석은 글렀네. 끝까지 버티기만 하면, 첫 관문은 통과야.”
성정 아가씨는 보통 귀한 신분이 아니었다. 부마가 된다는 것은 성정의 힘을 등에 업는다는 소리였다.
그는 항가의 젊은이 중 가장 뛰어난 인재라 평가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경쟁 상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관문은 꼭 버텨내야 했다.
‘이 녀석 진짜 버티고 있네!’
항소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주의 압박은 시간이 흐르면서 약해지기는커녕 도리어 강해져서 지금은 제존 후기에 육박했다.
명룡혼고가 막고 있는 데도 강력한 힘이 머릿속을 휘젓는 것이 느껴졌고, 육체를 짓누르는 압박은 갈수록 강해져만 갔다.
분신의 의지력이다 보니 실체가 없는 힘이지만, 제존급 무인이 쉽게 막아낼 수 있는 힘은 아니었다.
달리 말하면, 성정의 부마가 되기 위해선 적어도 제존 이상이어야 하며 반드시 이곳의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