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9
제49화 복수도 문제없다고!
무당전에 오기 전, 항소운은 이 술고래와 함께 지냈다.
다만 항소운은 술고래가 계속 자신을 지키는 것을 원치 않아서, 일부러 욕을 해 내쫓고 자포자기한 척 살았던 것이다. 항소운은 언젠가 원수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술고래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그를 옆에 둘 수가 없었다.
항소운은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이뤄내고 싶었다. 무슨 일이든 술고래에게 의지하게 되면, 스스로 성장할 수 없었다.
항소운이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술고래, 또 자네를 끌어들였네!”
“소주님, 절대 그런 생각 마십시오. 언젠가 맹주의 자리로 돌아가시게 되면, 그놈들은 모두 죽은 목숨입니다!”
술고래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항소운은 ‘맹주’라는 두 글자를 듣고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아버지 없이도 10년 안에 반드시 종문으로 돌아가 모든 역적을 죽이고, 우리 항가의 가업을 되찾을 거야!”
갑자기 항소운의 몸에서 확고한 기백이 짙게 흘러나왔다. 반짝이는 눈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전 소주님의 뛰어난 자질로 분명 해내실 거라 믿습니다!”
술고래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항소운은 3품 수행 입문자에서 4품 성력경의 경지에 올랐으니, 그 속도는 가히 놀랄 만했다.
술고래는 소주님의 재능이 절대 그의 아버지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참, 계속 내 옆에 있었으면 그전에 날 쫓던 사람도 자네가 대신 죽인 건가?”
“네, 당시 군주님이 위험에 빠진 것을 보고 손을 쓸 수밖에 없었지요.”
“음, 그럼 앞으로는 날 따라오지 마, 이젠 나도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대신 자네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하지만, 그놈들이 군주님을 찾아내면 어떻게 합니까?”
술고래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들은 적어도 일 년 안에는 이곳을 찾지 못할 거야. 그러니 내 걱정은 말라고. 난 자네가 내 여동생을 지켜줬으면 좋겠어. 그 애에게 절대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게!”
“공주님은 십삼응(十三鷹)이 지키고 있는 데다가, 최고의 실력을 지닌 스승님이 책임지고 있는데 누가 감히 그분을 해치겠습니까?”
술고래가 경외의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그 녀석은 충동적인 성격이라 안심이 안 돼. 만일 녀석이 충동적으로 무슨 일이라도 벌였다가는 이미 늦는다고! 술고래, 반드시 몰래 그 애의 안전을 지켜줘. 그리고 그 흩어졌던 형제들도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 알아봐 줘. 이 원수는 내가 직접 갚아야지!”
항소운이 술고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패왕의 기세가 드러났다.
술고래는 항소운이 내리는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는 항소운이 자신의 보호에서 벗어나 성장하길 원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항소운의 옆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항소운을 설득시킬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술고래, 걱정하지 마! 왕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 잠시 내 호위를 맡고 있어서, 보통 사람은 날 건드리지 못해. 지금은 그냥 예기치 못했던 일이 발생한 것뿐이야. 그리고 난 복도 많고 명도 긴 사람인데, 누가 감히 내 목숨을 노리겠어!”
술고래의 걱정을 눈치챈 항소운이 요리조리 설명해 가면서 그를 안심시켰다.
“아니면 제가 왕을 몇 명 더 잡아와서 호위병으로 충성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왕 하나로 귀하신 소주님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술고래가 말했다.
누군가 술고래의 말을 들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왕이라는 등급에 오른 자들인데 이렇게 무시하다니, 대체 뒷감당을 어찌하려는 건가.
“아니, 지금은 조용히 있는 편이 나아. 난 자네가 여동생을 찾아가기 전에 그들의 시선을 끌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항소운이 술고래의 제안을 물리치며 말했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항소운은 술고래로부터 왕급 무기와 갑옷 그리고 영험한 돌을 건네받은 후, 술고래를 떠나보내기로 했다.
중상을 입고 혼절한 오복상은 항소운이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그는 술고래를 통해 이 자가 오가의 가장 어른인 것을 알아냈다. 이제 오가는 확실히 그의 적이 되었다. 오명량부터 시작된 악연이 가문 전체로 연결된 것이다.
술고래는 오씨 가문을 완전히 멸해서 후환을 없앤 다음 떠나려고 했으나, 항소운이 그를 만류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오가를 직접 멸망시킬 생각이었다. 술고래의 능력을 사용하기엔 너무 하찮은 놈들이었다.
항소운은 오복상과 화로를 메고 나온 뒤, 밀실 안의 물건을 모조리 챙겼다.
이 밀실은 오복상이 평소 폐관수련을 하던 장소로 소장하고 있는 귀한 물건이 꽤 많았다. 그중에는 하품의 영험한 돌과 영약, 무기 등이 있었다.
“어? 이건 뇌석(雷石)이잖아!”
항소운은 구석에 떨어진 자줏빛의 돌을 발견하고 놀라 소리쳤다.
이 자줏빛 돌은 독특한 색을 띤 것 이외에 언뜻 보면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실 이 돌을 건드리면 거대한 전류가 생겨나 화강경 고수도 쉽게 만질 수가 없었다.
이 돌은 번개의 힘을 지닌 뇌석으로, 왕급 돌이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번개의 위력을 지닌 왕급 무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귀한 뇌석을 버리다니…….’
오복상은 분명 물건 아까운 줄을 모르는 놈이었다.
“소주님, 앞으로 쓰실 수 있게끔 우선 제가 뇌석을 봉인해 두겠습니다.”
술고래가 말했다.
“아니다. 지금 쓸 거야.”
항소운이 뇌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술고래는 그만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잠시 망설이더니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항소운이 뇌석을 움켜쥐자 바로 번개의 힘이 흘러나오면서 대단한 위력이 느껴졌다.
번개의 힘이 손바닥으로 들어간 순간, 그의 몸 안에서 갑작스런 움직임이 일어나더니 자줏빛 뼈가 왕성하게 그 힘을 흡수하면서 번개의 힘을 체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흡!
항소운이 눈썹을 찌푸리며 작게 소리를 내자 번개의 힘이 체내로 들어왔고 그 순간 온몸이 얼얼해졌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체내의 힘이 왕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그가 가볍게 외치며, 있는 힘껏 뇌석을 움켜잡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뇌석에서 번개의 힘이 전부 분출되면서 손바닥 위로 출렁이기 시작했다.
툭툭!
이 힘은 어떠한 물체도 폭발시킬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항소운의 손바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뇌석을 만지는 항소운에게 기이한 일이 다시 발생했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번개의 힘을 모조리 흡수해버린 것이다.
그가 번개의 힘을 흡수하고 나자 뇌석은 갑자기 빛을 잃었다.
옆에 있던 술고래가 신기하다는 듯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항소운 자신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설마 내 몸에서 어떤 물체가 각성한 건가?”
항소운이 혼잣말을 했다.
“소주님, 아, 아무래도 항가 가문의 뇌골(雷骨)이 각성한 것 같습니다.”
술고래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항가 가문의 뇌골이라고? 그럴 수도 있겠네.”
항고운이 그제서야 뭔가 깨달은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크게 놀라지 않고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항소운을 보고, 술고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소주님, 기쁘지 않으십니까? 종주님은 평생 동안 뇌골을 각성시키지 못한 것을 한으로 생각하셨단 말입니다! 소주님이 각성하신 것을 그분이 아신다면 분명 아주 기뻐하실 겁니다!”
“허허, 내가 기뻐해야 하는 건가? 우리 아버지는 가문이 버린 자식이었잖아! 난 가문의 놈들이 싫고, 이 뇌골도 싫어!”
항소운이 몹시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흠……, 소주님.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아무튼 뇌골이 각성했으니, 전투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젠 복수도 문제없을 듯합니다!”
술고래가 한결 마음이 놓인다는 듯 말했다.
“그래. 그건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항소운이 짧게 대꾸한 다음 화제를 바꿨다.
“이제 가세. 이 물건들은 내 처소로 가져다 놓고 자네도 이만 가봐야지. 빠르면 8년, 늦어도 10년이니, 우리 다시 종문에서 만나세!”
“네, 소주님.”
술고래가 향후 전개될 상황이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소주님이 나이가 어려 경험도 적은 데다, 재능만 믿고 수련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항소운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항소운과 술고래가 밀실의 다른 입구를 통해 빠져나오자, 황폐한 정원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야옹!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흰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왔다. 소백이가 반가운 듯 항소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소백이를 쓰다듬으며, 항소운이 웃었다.
“녀석, 나 때문에 걱정했구나!”
소백이는 항소운의 손바닥에 몸을 비비며 다정하게 핥았다. 그 모습에 항소운은 마음이 한층 따뜻해졌다.
“자, 이 노약은 네 거야!”
그는 소백이에게 노약을 한 그루 먹였다.
소백이는 거침없이 노약을 꿀꺽 삼켰다.
야옹! 야옹! 야옹!
소백이가 더 달라는 듯 소리를 냈다.
“하하, 욕심은 많아 가지고. 그럼 오늘 실컷 먹게 해줄게!”
그가 웃으며 노약을 몇 그루 더 꺼내 먹였다.
노약을 모조리 먹어 치운 소백이가 한껏 만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옆에 있던 술고래가 그제야 참지 못하고 말을 했다.
“소주님. 이 얼룩무늬 호랑이는 혈통이 좋아서 왕급 요괴라 할 수 있지만, 소주님이 탈 수 있는 요수로 쓰시기엔 적당치 않을 겁니다.”
“괜찮아. 기왕 함께 하기로 했으니 계속 강하게 만들어서 언젠가는 최상급 호랑이 요괴로 만들 거야.”
그가 자신 있다는 듯 말했다.
소백이는 그의 말을 알아듣고 너무 기분이 좋다는 듯 낮은 울음소리로 응답했다.
“자, 그만 돌아가자. 이제 원수를 갚을 때가 됐어!”
그들은 서둘러 무당전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술고래가 한 손으로 항소운을 붙들고 무당전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마치 전광석화처럼 빨라 보통 사람은 감히 그를 쫓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속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항소운은 그의 별원에 도착했다.
항소운이 별원으로 돌아온 후, 술고래는 헤어짐을 몹시 아쉬워하며 떠났다.
멀어져 가는 술고래를 보며 항소운이 혼잣말로 약속했다.
“술고래, 난 잘 살아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 역적 놈들은 내가 한 놈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그는 자신의 실력이 단숨에 수십 배가 향상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걸로는 안 돼.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빨리 실력을 높여야겠어.’
항소운은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다짐했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별원에서 걸어 나왔다.
항소운이 밖으로 나오자, 그를 발견한 집사가 놀라서 소리쳤다.
“하, 항 도련님이 돌아왔다.”
집사는 본래 항소운의 이름을 말하려 했으나, 저도 모르게 도련님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입에 담은 ‘도련님’이라는 소리였다.
그동안 항소운의 실종으로 무당전 전체가 발칵 뒤집혔었다. 진붕 장로와 전주까지 직접 집사를 찾아와 항소운의 거취에 대해 상세히 묻곤 했으니, 한낱 집사인 그가 공손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집사의 외침 소리로 무당전 전체에 항소운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