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92
제492화 자, 어떻게 할 거냐?
그는 장봉을 똑바로 응시하며 강한 기세로 몰아붙였다. 제림을 죽이고, 풍소살의 별원에 쳐들어가 홀로 싸우면서 강한 무공으로 용봉방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그였다.
그런 그에게 버젓이 싸움을 걸다니, 상대가 이름대로 진짜 미친 건지 아니면 그만큼 저력이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과연 그가 패기 있게 나오자, 장봉은 도리어 망설이는 눈치였다.
“자, 어떻게 할 거냐?”
항소운이 냉소를 띠며 재차 물었다.
장봉은 광기에 사로잡혔으나 그렇다고 어리석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5품 입룡경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5품 입룡경 중기라 해도 항소운과 싸워 완벽히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광기를 이용해 기선을 제압한 뒤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밀어붙여 승률을 높였다. 이것이 바로 그의 일관된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미친 척 객기를 부렸더니 항소운이 도리어 강경하게 나온 것이다. 아예 자신의 미래를 걸고 누구든 패하는 자는 상대의 수행원이 되어 따르자며 강수를 두었다. 그만큼 항소운은 자신이 있다는 뜻이리라.
장봉은 우습게도 사람을 가려가며 광기를 부렸다. 항소운이 엄청난 기세로 압도하자, 장봉은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장봉이 말했다.
“난 이 여인만 원할 뿐, 너는 필요 없다.”
“왜, 이제 무서운 모양이지? 그럼 잔말 말고 썩 꺼져라!”
항소운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호통을 치자, 장봉은 놀랐는지 뒷걸음질을 쳤다.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그는 자존심이 상해서 두 주먹을 꽉 쥔 채 금방이라도 항소운을 칠 기세였다.
“부마, 듣자 하니 용봉 학당에는 뛰어난 인재들만 모였다면서요? 하나같이 무공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이분 실력은 또 얼마나 대단할지 제가 겨뤄봐도 될까요?”
척발완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찡긋하며 물었다.
항소운은 그녀의 표정을 읽고 짐짓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요.”
“저도 그렇게 약하지는 않답니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장봉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 덤벼요. 날 이기기만 한다면, 부마를 폐하고 운 좋게 당신이 부마가 될지도 모르죠.”
이 말에 장봉은 다시 희망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 말 믿어도 됩니까?”
“네, 전 언제든지 부마를 폐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녀가 틀림없다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겨뤄보죠. 내가 얼마나 강한 남자인지 알고 나면 분명 당신도 나를 좋아하게 될 거요.”
장봉이 단단한 가슴을 두드리며 배짱 좋게 말했다.
항소운은 옆에서 웃는 듯 마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마저도 장봉의 눈에는 쓸쓸한 미소처럼 보였다.
‘그래, 역시 별 볼 일 없는데 운만 좋은 녀석이었어. 내 무공을 보고 나면, 이 여자도 날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
이때, 척발완아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었다.
“좋아요, 그럼 어디서 싸울 건가요?”
“여기서 겨루죠.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간단하게 두 초식만 겨룹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장봉이 우쭐대며 말했다.
“그럼 저부터 시작하죠.”
“그래요, 얼마든지 덤벼요. 당신 무공으로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장봉은 이러면서 온몸에서 금빛 기운을 발산했다. 5할 반에 이르는 용의 기운이 일렁이며 위용을 드러냈다. 이에 그녀가 감탄하며 말했다.
“대단하네요. 그럼 내 장법부터 받아봐요.”
그러고는 상대의 가슴 쪽으로 손바닥을 천천히 내뻗는 것이었다.
구경꾼들은 저렇게 고운 손에 무슨 파괴력이 있을까 싶었지만, 항소운만은 달리 생각했다. 그녀의 무공은 자신보다도 훨씬 높지 않던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장력이 방어막에 부딪힌 순간, 갑자기 기운이 변하는가 싶더니 엄청난 힘이 상대의 방어막을 그대로 무너뜨렸다.
그 순간, 장봉은 거센 비바람을 만난 작은 배 마냥 몸이 뒤집히면서 멀찍이 나가떨어졌다. 그의 입에서 솟구쳐 나온 피가 허공에 뿌려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장봉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다시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부마, 우린 이만 가요.”
항소운은 동정 섞인 눈빛으로 장봉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참 운 없는 녀석이네.’
자신에게 도전했더라도 물론 장봉이 패했겠지만, 이렇게 처참히 나가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항소운이 작정하고 싸운다면 결과는 비슷했을지 모른다.
장봉은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소름이 쫙 끼쳤다. 성녀의 무서울 정도로 강한 실력에 압도당한 것이다.
항소운의 무공이 뛰어나고 여자 보는 눈까지 높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우채접을 자신의 여자라며 대중 앞에서 선언한 것만 봐도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를 따라 함께 온 성녀는 외모만 완벽한 것이 아니라, 무서울 만큼 대단한 실력을 지녔으니 이제는 사람들도 항소운의 능력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재색을 겸비한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인연도 닿아야 하지만, 그런 여인에게 어울릴 만한 출중한 능력을 갖추어야 했다.
항소운은 척발완아를 데리고 1호 용원에 도착했다. 당연히 우채접 혼자 기다리고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하늘거리는 여인네 여럿이 뜰을 거닐며 낭랑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왜 다들 여기 있는 거지…….’
척발완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불쾌한 낯을 드러냈다.
아무리 도량이 넓다 해도 그녀 역시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였다. 약혼자의 처소에 미녀들이 장난을 치며 웃고 있는데 어찌 태연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자신의 약혼자가 방탕한 남자는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는 누가 이런 유치한 수를 생각해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녀를 불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완아, 저들은 내 친구니 우선 들어가서 얘기하죠.”
그가 태연하게 나오자, 그녀도 따질 수는 없었다. 대체 저 여자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뜰에는 우채접 외에 나찰녀도 있었다. 두 여인이 이곳에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뜻밖에도 한신비와 황소월, 한씨 자매까지 전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뒤의 네 명은 그저 친구 사이에 불과하나, 어쨌든 척발완아가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소운, 왔군요.”
우채접은 환히 웃으며 능청스럽게 그를 맞이하러 나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을 맞이하는 영락없는 부인의 모습이었다.
항소운은 이게 꿈인가 싶었다. 이런 날이 오기를 줄곧 꿈꿔왔는데 막상 눈 앞에 펼쳐지니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척발완아는 우채접의 행동에 다른 여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빠르게 훑었다. 그녀들의 표정에서 뭔가를 읽은 듯 척발완아는 도리어 우채접을 반기며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동생, 내가 왔다고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네.”
그러자 우채접이 슬쩍 쳐다보며 대꾸했다.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 우리는 소운이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린 당신 같은 사람은 모르거든요.”
우채접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일부러 척발완아를 화나게 해서 그녀가 분을 못 참고 떠나버리면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이제야 우채접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항소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기로 했다.
과거 그녀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상대의 애간장을 녹였다. 그러다 결국 항소운의 끊임없는 구애에 감동했고, 그에게 더욱 강해져서 우씨 가문의 인정만 받는다면 앞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척발완아로 인해 그녀의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막상 이렇게 되자, 그녀는 항소운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서 새로운 여자에게 마음을 뺏긴 거라면, 지금 하는 짓도 전부 헛수고였다.
그래서 그녀는 항소운을 되찾기 위해 척발완아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로 했다. 척발완아가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는지 시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척발완아는 우채접의 가시 돋친 말에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오히려 매력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이 참 거치네. 동생이 날 몰라도 상관은 없어. 어쨌든 난 이미 부마의 부인이니까. 나와 헤어질 건지 직접 부마한테 물어보지 그래?”
척발완아의 태도는 고상하면서 당당했다. 굳이 입씨름할 필요가 없다는 듯 당사자인 항소운을 바로 끌어들이자, 그는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가 입을 떼려는데 별안간 한신비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척발완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언니 참 대단하시네요. 소운이와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됐는데 왜 여태 언니 얘기를 못 들어봤을까요? 혹시 혼자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대놓고 비아냥대고 있어서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만한 소리였다.
항소운도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
“한신비, 당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니 저쪽에 잠자코 있어요!”
항소운이 벼락같이 호통을 치자, 한신비는 도리어 고집스러운 성미가 발동해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이런 양심도 없는 놈! 빙산에서 우리가 했던 일까지 전부 잊은 거야?”
그러면서 항소운을 매섭게 쏘아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1호 용원을 떠났다.
때맞춰 한천유와 한설유가 다가와 한신비의 편을 들었다.
“항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큰언니께서는 도련님을 각별하게 생각하신다고요.”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항소운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별 뜻 아니에요. 그저 도련님을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괜히 밖에서 여우 같은 여자한테 홀려 허송세월 보내지 마시라고요.”
한천유가 거침없이 말하자, 옆에서 한설유가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언니, 그만해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황소월이 잰걸음으로 다가오더니 항소운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항소운,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넌 양심도 없고 매정한 호색한이야!”
확실히 그녀는 그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수 차례 충돌에도 다행히 서로 이해하고 넘어갔으나, 그렇다고 딱히 친분이 있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못마땅했다. 항소운을 아주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해서 그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그래서 우채접이 1호 용원으로 초대하자 기꺼이 찾아갔다.
그런데 항소운이 이렇게 많은 여자를 농락했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올라 험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자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그를 비난하고 탓하자, 척발완아의 마음도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항소운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마치 심장에 칼이 하나하나 박히는 것처럼 무척 고통스러웠다.
그는 우채접을 사랑했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한신비는 좋은 친구였다.
한씨 자매를 도와준 것이 고맙기도 했고, 고난을 함께 헤쳐나간 사이였으며 성격도 그런대로 잘 맞았다. 그리고 한씨 자매에게는 연민을 느껴 여러 차례 위험에서 구해주었으나, 그녀들에게 보답을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황소월은 그저 길가는 행인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