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97
제497화 설마 수마는 아니겠지?
전장으로 빠져나온 자들은 가차 없이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다.
호신옥을 깨뜨린 이상, 다시 기회는 없었다.
만약 실제 전장이었다면, 이들은 이미 적의 손에 죽고 말았을 것이다.
항소운 역시 알 수 없는 장소에 도착했다.
사방에 나무가 빽빽하고 잡초가 무성하여 전방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초목이 사람인 양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재빨리 좌우 양쪽으로 공격을 날려 그것들을 한쪽으로 쓰러뜨렸으나, 어느새 덩굴이 뻗어져 나와 두 발을 꽁꽁 묶어버렸다.
덩굴은 두 발을 단단히 조여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고, 게다가 날카로운 가시까지 자라나 있어 피부를 뚫고 피를 빨아먹으려 했다.
“저리 떨어져!”
고함을 치며 불의 힘을 일으켜 온몸을 감싸자, 덩굴은 불에 타서 순식간에 끊어져 버렸고 주변의 나무와 잡초까지 모조리 타버렸다.
운지염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 원고산림의 초목마저 불태워 버렸다.
그는 주변을 모조리 태워 안전한 장소로 만든 뒤, 섣불리 이동하지 않고 이곳에 머물렀다.
초급 전장으로 명명된 만큼 보이는 것처럼 단순한 곳은 아닐 터, 분명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주변의 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수마(樹魔)!”
그의 얼굴에 놀란 빛이 스쳤다.
수마는 이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식물 중 하나였다.
이곳에 수마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녀석들은 마치 공격을 준비하는 듯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지광을 날렸다.
그러나 지광이 닿기도 전에 나뭇가지와 잎이 일제히 움직이더니 순수한 나무의 힘을 발산하며 지광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항소운은 놀랍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방어까지 한단 말이야? 정말 대단한데…….”
그는 공격력을 한층 강화하여 수마의 방어력을 무마시켰고, 결국 녀석들은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살아남은 녀석들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달아났다.
달아나는 수마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재밌는 녀석들이네.”
딱히 급할 것도 없어 수마의 뒤를 쫓지는 않았다.
어느새 호신옥에는 희미하게 숫자가 떠올랐다.
방금 수마를 죽이고 얻은 점수 같았다.
그러나 그는 점수 따위에 관심이 없다는 듯 적들을 계속 죽이지 않고,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이곳에 짙게 깔린 나무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식물계 마물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굳이 찾아 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놈들이 다가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에게는 순위를 높이는 것보다 나무의 진의를 깨닫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지금까지 그는 여덟 가지 힘의 진의를 깨달아 나무의 힘 한 가지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것까지 전부 깨닫고 나면, 앞으로 무공을 연마하는 데 탄탄대로일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이곳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다양한 힘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던 경험과 황결, 그리고 지혜의 빛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총동원하면 나무의 진의를 깨닫는 것 역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고 힘의 진의를 깨닫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무의 힘에 관한 철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사방에 가득 찬 나무의 힘을 끊임없이 흡수했다.
그 속에서 차츰 변화를 느끼며 힘의 근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무의 힘은 생명력을 뜻했다.
고목생화(枯木生花)는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잘 표현하는 말로, 나무의 힘은 단단하고 질기며 굳센 이면에 부드러운 면도 존재했다.
다들 이런 특성은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이해하여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항소운은 지혜의 빛을 통해 깨달음을 가속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오행의 상생상극을 이용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었다.
그는 물의 힘을 이용해 마른 나무줄기를 촉촉이 적셨다.
아까 불로 생명력을 사그라뜨렸지만, 이번엔 새롭게 힘을 불어넣어 어디서부터 생명력이 다시 생겨나는지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런 험지에서 조용히 수련에 집중하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현듯 멀지 않은 곳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항소운은 뒤돌아보지 않고도 등 뒤에 푸른 머리 도마뱀이 나타난 것을 감지했다.
푸른 머리 도마뱀은 대략 두 장 반 길이로, 머리가 아주 컸고, 청록색을 띠고 있었다.
몸통은 연한 녹색이라 주변의 수풀과 뒤섞여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것은 황급 도마뱀으로, 가죽이 아주 두툼해서 칼이나 검과 같은 물리적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녀석의 툭 튀어나온 두 눈이 항소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기다란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은 피에 주린 짐승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녀석은 항소운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그가 가만히 있자, 안심한 듯 혀를 쭉 뻗고는 그대로 휘감아 집어삼킬 기세였다.
찰나의 순간, 항소운이 전광석화 같은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더니, 손바닥을 비스듬히 세워 녀석의 두툼한 혀를 잘라버렸다.
도마뱀은 크게 분노하여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도마뱀은 무척이나 민첩하고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항소운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도마뱀을 빤히 쳐다볼 뿐 피하지도 않고 곧장 주먹을 날렸다.
마치 용이 하늘을 뚫고 올라가듯 주먹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가 주둥이를 박살 내버렸다.
단 몇 수만에 도마뱀은 숨이 끊기고 말았다.
도마뱀도 처리했으니 이제 조용히 수련에 집중하겠다 싶었는데, 연달아 골치 아픈 녀석들이 떼로 등장했다.
수마, 마등(魔藤)이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나타나 도마뱀의 시체를 나눠 먹는 것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은 항소운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게다가 청색 독벌까지 떼를 지어 몰려왔다.
독벌의 벌침은 무척 날카로워서 쏘이면 마치 화살을 맞은 것처럼 고통이 이루 말할 수조차 없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독성도 강해서 한 번이라도 쏘인다면 속수무책이 될 것이었다.
‘뭐 이딴 곳이 다 있어!’
항소운은 투덜대며 서둘러 벌떼를 처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신없이 도마뱀 시체를 뜯고 있던 수마와 마등이 이때를 틈타 갑자기 공격하는 것이었다.
반드시 그를 죽이고 말겠다는 듯 맹공격을 펼쳤다.
그는 금갑으로 방어하면서 불의 힘을 일으켰다.
공수를 적절히 펼치며 적을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나,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나뭇가지와 넝쿨이 끝도 없이 뻗어져 나오는 바람에 공격이 제대로 먹히질 않았고, 독벌은 쉴 새 없이 떼를 지어 몰려와 아무리 죽여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는 안 되겠다 싶어 재빨리 바람과 천둥의 힘을 일으켰다.
모든 것을 짓밟는 강력한 기세가 적들의 협공을 그대로 무너뜨렸다.
벌떼는 바람에 떠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수마와 마등은 번개에 맞아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이렇게 해서 위기가 사라지고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어느새 점수도 대폭 늘어나 있었다.
“은자야, 나와.”
그는 은자를 밖으로 불러냈다.
그동안 은자는 용의 뼈를 열심히 소화시키며 실력이 무서울 정도로 상승했다.
항소운은 항상 성해건곤에 머물기를 좋아하는 녀석을 이번엔 이곳에서 단련시킬 생각이었다.
은자는 썩 내키지 않았으나,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삼흉, 너희도 나와.”
이번에는 흉조 세 마리를 불러냈다.
녀석들은 아직 요왕 후기에 불과하여 이곳이 위험하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그래도 무공을 단련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고 싶었다.
은자는 흉조 세 마리를 이끌고 항소운을 지키기 시작했다.
그도 안심하고 수련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전결을 운용하여 나무의 힘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깨달음을 차츰 늘려갔다.
바로 그때.
성해건곤에 있던 작은 묘목이 별안간 움직임을 보이더니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항소운은 녀석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그 순간, 묘목이 빛을 발산하자 순수한 힘이 성해건곤에 가득 차면서 아주 편안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비범한 녀석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신통한 능력까지 갖춘 줄은 몰랐다.
그는 고민 끝에 녀석을 밖으로 꺼내며 중얼거렸다.
“부디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텐데…….”
땅에 내려선 묘목은 주변에 산적한 나무의 힘을 빠르게 흡수했다.
엄청난 양의 힘이 무서운 속도로 몰려들자 항소운은 화들짝 놀랐다.
인황 후기라 그도 힘을 흡수하는 속도라면 누구 못지않게 빠른데, 이 작은 묘목과 비교하니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작은 묘목의 흡수하는 속도는 심지어 제존보다도 빠른 듯했다.
잠시 후, 묘목 주위에 푸른 빛이 일렁이더니 근방 삼십 장 정도가 전부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항소운은 그 옆에서 극도로 순수한 나무의 힘을 느꼈다.
힘은 그가 끌어당긴 힘보다 몇 배는 순수해서 거의 본연의 힘에 가까웠다.
묘목은 이 힘을 받아들인 후로 나뭇가지와 잎에 변화가 생기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기특한 녀석, 나도 이 힘을 빌려 수련한다면 나무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겠지.”
그는 기분이 좋아져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갑자기 많은 수의 수마가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나이가 무척 많은 수마도 있었는데, 나무 기둥이며 넝쿨이 아주 단단한 것이 적어도 수만 년은 된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은 작은 묘목에게 흥미가 생긴 듯 묘목을 향해 너도나도 넝쿨을 뻗었다.
항소운이 놀라서 저지하려는데, 묘목 기둥에서 알 수 없는 힘이 뿜어져 나왔다.
힘은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하며 수마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설마 이 녀석도 수마는 아니겠지?’
항소운은 놀라 속으로 중얼거렸다.
묘목의 힘은 약하지 않으나, 늙은 수마가 넝쿨을 내뻗자 방어막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묘목은 재빨리 항소운의 발밑으로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저 늙은 수마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는 전천도를 뽑아 들고 연신 칼을 휘둘렀다.
늙은 수마는 전천도에도 잘리지 않았고, 칼이 부딪칠 때도 깡깡 하는 소리만이 날 뿐이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늙은 수마의 넝쿨은 무척 단단하고 질겼다.
넝쿨은 놀라운 속도로 뻗어져 나와 작은 묘목을 묶으러 들었고, 또 다른 넝쿨은 항소운을 향해 줄기를 힘껏 내리쳤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은자가 포효를 내지르며 천둥의 힘을 뿜었다.
하지만 넝쿨은 밀려나기만 할 뿐 잘려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항소운이 숨 돌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평범한 공격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즉시 전천도와 신도합일을 이루어 천둥의 무한한 힘을 떨치며 적들을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6품 입룡경에 오른 뒤, 제대로 능력 발휘할 기회도 없던 터라 그 스스로도 현재 무공을 짐작할 수 없었다.
아직 전력을 파악하지도 못했지만, 눈앞의 늙은 수마는 적어도 제존급 힘을 가진 놈이라 있는 힘을 다해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이 전력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백여 개에 이르는 천둥의 힘을 불러들일 수 있었다면, 지금은 수백 개에 달하는 천둥 번개가 거대한 바다를 이룰 정도였다.
사방을 에워싼 수마들은 번개에 맞아 쩍 하고 갈라졌고, 나뭇가지는 타서 잿더미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