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498
제498화 방향은 잡혔다
용봉 초급 전장에는 사람을 위협하는 기괴한 생물이 가득했으나, 항소운 정도의 무인에게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바탕 천둥의 힘이 휘몰아치고 나자, 수마들은 뿌리까지 타버려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돼버렸다.
늙은 수마 두세 그루만이 거대한 몸통에 의지하여 가까스로 버틸 뿐이었다.
수마들은 형세가 불리해지자, 황급히 달아나려 했다.
그 순간, 작은 묘목이 작고 가느다란 넝쿨손을 이리저리 뻗더니 늙은 수마의 몸통을 그대로 뚫어버렸다.
항소운은 영문을 몰라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늙은 수마는 순식간에 바짝 말라버렸고, 작은 묘목은 푸른 빛이 한층 싱싱해져서 나뭇가지와 잎이 무성해졌다.
높이만은 종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묘목이 수마의 힘을 그대로 흡수해버린 것이었다.
항소운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혹 이 묘목이 수마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한층 짙어졌다.
그러나 이 작은 묘목에서 특별한 생명력이 느껴졌기 때문에 크게 의구심을 가지진 않았다.
그것은 매우 순수한 본연의 힘으로, 나무의 힘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묘목과 함께하며 변화를 느끼다 보면, 나무의 진의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 같았다.
다만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또다시 골치 아픈 일이 발생했다.
학당 제자 여럿이 근처에 나타난 것이다.
항소운은 상대가 패왕군단이 아님을 알고 즉시 경고를 보냈다.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라!”
그들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
항소운은 우자양과 황천극의 도전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자였다.
결코 자신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가고 나자, 항소운은 고민 끝에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계속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 여기보다 훨씬 안전하고 조용한 곳이 있을 터, 그런 곳을 찾아 나무의 진의를 깨닫는 데만 집중하고 싶었다.
이후, 이틀간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본래 거대한 요수가 살던 동굴이었으나, 요수를 죽이고 깨끗이 청소까지 하고 나자 꽤 쓸 만해서 당분간 폐관 장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은자와 흉조 세 마리에게 동굴 밖을 지키도록 한 뒤, 자신 옆에 작은 묘목을 심고 그 변화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무의 힘에 관한 특성을 떠올리며 깨달음을 얻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깨달음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묘목은 정신없이 주변의 힘을 빨아들였다.
극도로 순수한 나무의 힘이라 곁에 있던 항소운도 덩달아 수혜를 입었다.
그는 나무의 힘을 거침없이 흡수하면서 그 속의 오묘한 이치를 체득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묘목에서 영롱한 빛이 발산되면서 아주 성스럽고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탄성을 질렀다.
“이, 이건 생명의 신수(神樹)?”
생명의 신수는 현존하는 가장 신비로운 나무였다.
잎사귀 하나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뿌리로는 사람의 수명을 수천 년까지 늘리며 용모를 젊게 유지시킨다고 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신수를 몸속으로 흡수하면 불로장생의 몸을 갖게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누구나 탐낼 만한 신물(神物)이었다.
항소운은 묘목에서 발산되는 강력한 생명력과 성스러운 빛을 통해 이 나무가 생명의 신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이런 신령한 나무를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일생을 편히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무를 제련시켜 흡수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관두었다.
지금 그는 체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로, 아직 젊은 나이라 이대로 계속 탄탄대로를 이어간다면 앞으로 전천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요, 더 높은 경지에도 오를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수명은 자연스럽게 길어질 테니 굳이 지금 신수를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생명의 신수를 남겨둔다면, 계속 무럭무럭 자라서 장차 다양한 곳에 쓸 수 있을 터였다.
천둥의 액체나 황급 영액도 효능 면에서는 신수의 잎사귀 하나만 못했다.
항소운은 잡념을 떨치고 생명의 신수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잠자코 보다 보니 어느새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만물이 처음 생겨나는 과정을 지켜보듯 색다른 감정이었다.
생명력이 점점 쌓여 생명선을 이루고, 다시 여러 방향으로 나뉘어 각 부위를 윤택하게 만들면서 차츰 성장해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항소운의 몸속에 축적된 나무의 힘은 갈수록 짙어졌다.
그 힘은 나무의 성진으로 바로 향하지 않고, 오히려 육체로 스며들어 경맥을 따라 흐르며 생명력으로 전환됐다.
덕분에 그의 육신은 한층 활기가 넘쳤다.
나무의 힘이 생명력을 뜻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그 힘을 실제로 이용하고 깨달음을 얻는 자는 많지 않았다.
마침내 항소운은 마지막 진의를 깨달았다.
이렇게 해서 아홉 가지 힘의 진의를 전부 얻게 되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동굴 밖에서 은자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깨달음에 취해있던 그는 서둘러 현실로 되돌아왔다.
항소운은 나무의 진의를 깨닫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느라 바깥에서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몰랐다.
은자가 보내는 경고 소리에 깜짝 놀란 그는 황급히 묘목을 거둬들이고 동굴 밖으로 뛰어나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십여 명이 은자를 둘러싸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흉조 세 마리는 이미 중상을 당해 꼼짝도 못 하는 상태라 저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은자가 있는 힘을 다해 지켰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흉조들은 진작 죽었을 터였다.
눈앞의 무리 중 익숙한 얼굴은 없었다.
그는 벼락같이 화를 내며 돌진했다.
“감히 내 아우를 건드려? 네놈들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러고는 질풍처럼 내달려 주먹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상대가 항소운인 것을 확인하고 멍하니 있는 사이 서너 명이 흠씬 얻어맞고 쓰러졌다.
“항소운, 멈춰라! 우린 굉천이다.”
무리 중 누군가 소리쳤다.
“너희가 누구든 상관없다. 내 아우를 다치게 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항소운은 저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항소운의 매서운 주먹에 두 사람이 연거푸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피해라! 대장께서 대신 복수해주실 거다!”
우두머리가 황급히 소리쳤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리는 정신없이 도망쳤다.
미처 달아나지 못한 자는 다급한 나머지 호신옥을 깨뜨려 전장에서 빠져나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항소운에게 죽임을 당했을지도 몰랐다.
그는 뒤쫓아가려다가 결국 관두었다.
굉천의 전무쌍이 두려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와의 대결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어느덧 6품 입룡경에 오른 현재 전투력이라면, 최상급 인황과 맞붙는다고 해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명혼공간까지 있으니 더욱 겁날 게 없었다.
다만 흉조들의 부상이 심해 지금은 곁에서 보살펴야 했다.
괜히 저들과 죽기 살기로 싸웠다가는 흉조를 구할 때를 놓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은자는 부상이 심하지 않았으나, 흉조들의 부상은 생각보다 아주 심각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화가 끓어올랐다.
“굉천! 날 노리고 했든 아니든 절대 용서 못 해!”
항소운은 흉조에게 영천을 먹이려다가 문득 나무의 진의를 깨달은 일이 떠올랐다.
나무의 힘은 생명력을 뜻하니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는 양 손바닥을 흉조의 상처 부위에 대고 주변으로부터 나무의 힘을 흡수하여 재빨리 응집시켰다.
그러고는 나무의 진의를 일으켜 한층 순수해진 나무의 힘을 상처 부위에 가만히 대었다.
순수한 나무의 힘이 상처에 흡수되자, 놀랍게도 흉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더니 상처가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
‘나무의 힘은 생명력을 뜻한다더니 실제로도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구나. 물론 다른 진의에 비해 공격력이 조금 떨어지는 건 아쉽지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무의 힘은 탁월한 치료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능력을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다수는 자신의 상처만 치료할 수 있을 뿐, 제아무리 나무의 힘에 정통하였다 해도 타인을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직 항소운처럼 나무의 진의를 깨달은 자만이 타인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는 흉조 세 마리를 차례로 치료했다.
상처는 차츰 아물기 시작했고, 황급 영액까지 먹이자 회복세는 더욱 빨라졌다.
이틀이 지나자, 녀석들은 다시 하늘을 활보하게 되었다.
그는 나무의 힘에 이런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주어진 사실에 감사했다.
나무의 진의를 깨달았지만, 여전히 식물마류를 잡으러 떠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계속 수련에 몰두하면서 아홉 가지 진의를 동시에 펼쳤을 때 힘을 흡수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 시도해보고 싶었다.
원고삼림은 나무의 힘이 가장 풍부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항소운은 여러 힘을 부단히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흡수 속도는 나무의 힘만 못했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아홉 가지 힘을 흡수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지기는 했으나, 동시에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홉 가지 힘의 진의를 전부 융합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진의를 만들어낸다면 가능할지도 모를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방법을 떠올리지도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머릿속에 방법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동시에, 어쩌면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수련할 수 있는 비밀이 이 방법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의 빛이 내린 선물 같은 계시였다.
다만 실제로 이뤄내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방향은 잡힌 듯했다.
우선 다섯 가지 성진의 진의를 융합하여 그 속의 이치를 깨우친 뒤, 나머지 네 가지 힘도 융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섯 가지 힘을 융합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차례 시도해보았으나, 갈피조차 잡히지 않아 당분간 그만두기로 했다.
전장에 들어온 지 한 달째 되던 날, 그는 마침내 밖으로 나가 식물마류를 본격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했다.
식물마류를 잡다 보니 금세 수확이 늘어났다.
이곳에는 사람의 눈을 피해 숨어있는 상급 영물이 꽤 많았는데, 적절한 방법으로 이것들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큰 행운을 얻는 셈이었다.
한편, 은자는 원고삼림에 온 뒤로 5품 요황의 경지를 돌파했다.
느긋한 성격 탓에 서둘러 돌파할 생각은 없었으나, 굉천 무리에게 부상을 당한 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 2개 품급을 순식간에 돌파하며 전투력을 상승시켰다.
항소운은 왠지 모르게 은자가 힘을 아껴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용의 뼈를 아직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식물마류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학당 제자들과 여러 번 마주쳤으나, 어째 패왕군단은 한 명도 없었다.
단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싶어 괜스레 걱정되었다.
그래도 호신옥이 있어 생명에 위협은 없을 거란 생각에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