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03
제503화 내가 패왕이라는 거지?
세 사람은 그런 항소운이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충성심이 높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패왕의 도량이 넓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수하를 위해 이 정도로 베푸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확실히 범인은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행동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세력에 소속되어 있긴 했지만, 내면에 경쟁 심리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비장의 수단이나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기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으로 크게 비난받을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항소운은 자신이 어렵사리 깨달은 진의의 핵심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으니, 욕심이 없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인색하지는 않아도 욕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욕심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고, 그런 것은 단단히 손에 움켜쥐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눈치 없이 그것마저 뺏으려 든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싸울 생각이었다.
이번에 그는 환채지심과 회천비술을 전부 손에 넣었으니 아주 풍성한 수확을 거둔 셈이었다.
사람들이 부상을 치료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그는 환채지심을 꿀꺽 삼켰다.
환채지심의 힘이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하자, 그의 몸에서 노을빛이 뿜어져 나왔다.
무척 신비롭고 성스럽게 보였다.
항소운은 육신이 깨끗이 정화됨에 따라 아주 편안하고 상쾌한 기분에 빠져들었고, 끈덕지게 자리 잡았던 지병도 깨끗이 치유되었다.
아울러 경맥과 뼈대가 한층 강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체질이 개선되었다.
놀라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무구의 혼도 적잖이 수혜를 받으면서 단편적인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처음에는 아주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는데, 이런 기억은 아주 오래전 잊혀진 것이었다.
옛 기억들이 뜻밖에도 지금 하나하나 생각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비경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패왕전천결을 찾았던 곳이었다.
항소운은 어린 시절, 장난이 무척 심한 아이였다.
일고여덟 살 무렵, 그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자릉종 근처 산에서 놀고 있었다.
당시 그는 요왕급 요수를 타고 있었는데, 요수를 타고 산과 강을 자유롭게 뛰어놀 때면 그렇게 신이 날 수 없었다.
그러다 불행히 요수 떼의 습격을 받게 되었고, 그가 타고 있던 요수는 당황한 나머지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결국 산속 동굴로 떨어지게 되었다.
동굴은 으슥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웬만해선 눈에 띄지 않았다.
항소운과 그의 요수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오게 된 것이었다.
어린 항소운은 동굴이 왠지 무서운 요수의 소굴처럼 느껴져 너무도 무서웠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가 타고 있던 요수는 동굴에서 발산되는 강한 요수의 기운에 완전히 기가 눌려서 싸울 용기조차 상실한 채 그대로 다리 힘이 풀려 버렸다.
반면, 어린 항소운은 기운이 무척 친숙하게 느껴져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따그닥 따그닥.
말발굽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몸집의 검은 형체가 눈앞에 나타났다.
누군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상대는 항소운의 옷을 물고 동굴 깊숙이 달려갔다.
그는 나이가 어린 탓에 동굴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검은 형체는 마치 이곳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거침없이 달려 어느 텅 빈 장소에 도착했다.
상대는 항소운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그제야 상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새까만 말 요수였다.
어린 그에게는 이 흑마가 다른 말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이 말이 무척 검고 몸집이 커서 ‘대흑(大黑)’이라고 불렀던 기억만은 생생했다.
만일 사람들이 봤더라면 최고의 명마라며 크게 놀랐을 것이었다.
대흑은 최상급 말 요수로 네 발은 구름을 밟고 있는 듯 밝게 빛났다.
어린 항소운은 부드럽고 윤이 나는 검은 털은 가만히 쓰다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강하고 힘 있어 보이는 몸집과 단단한 네 다리는 대흑의 강인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특히 말갈기가 유난히 검고 길며 앞머리 부근에는 우뚝 솟아 있는 부분도 있어 마치 뿔이 자란 것인 양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어린 항소운은 이 말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흑마는 그를 ‘주인’이라 불렀다.
항소운은 어리둥절했다.
난생처음 보는 멋진 말이 자신을 주인이라 부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혹시 그가 태생적으로 비범하여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강력한 말을 복종시킨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은 전무했다.
흑마는 인간의 말로 어떤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항소운은 기억하지 못했다.
나이가 어리기도 하거니와 그 후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지 않았다.
한데, 불현듯 그날의 기억이 완전히 되살아난 것이었다.
“주인님, 벌써 만 년이 지났군요. 이곳에서 주인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렸는데. 마침내 열 번째 윤회를 거쳐 이렇게 와주셨군요. 정말로 기쁩니다.
이곳에 남겨진 전승은 제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 전부 전승받기는 힘들 테지만, 이곳까지 오셨으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전승을 받으시고, 훗날 성인이 되시면 지난 기억을 전부 되찾게 되실 겁니다.”
대흑이 공손히 아뢰었다.
녀석은 어린 항소운을 예스러운 진법 속에 내려놓더니 진법을 열어 전승을 시작했다.
항소운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전승을 이어받았다.
이 과정에서 패왕전천결과 구유보를 얻게 되었는데, 나이가 어리고 기본적인 무공도 할 줄 모르다 보니 멍한 상태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명황족의 혈통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 후에 깡그리 잊어버렸을 것이었다.
어린 항소운은 이것들을 전수받은 후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깨어났을 때는 대흑이 그를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온 상태였다.
그 후로 대흑과 며칠을 신나게 놀다가 가문 사람들이 찾으러 오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대흑, 다시 놀러 와도 돼?”
항소운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대흑과 노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고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어린 항소운은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주인님, 아무 걱정 말고 돌아가십시오. 전 항상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때가 되면 다시 주인님을 모시고 천하를 누빌 겁니다.”
대흑이 호기롭게 말했다.
항소운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작별 인사를 했다.
대흑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동굴로 되돌아갔다.
순간, 동굴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자릉종 사람들이 왔을 때는 그저 숲속에 항소운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당시 그는 대흑이 의념으로 만들어진 허상임을 알지 못했다.
당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다 보니 대흑이 일찌감치 세상을 떠난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 순간 갑자기 현재의 항소운의 머릿속에 패왕전천결과 구유보의 구결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떠올랐다.
게다가 잔본에 불과했던 전천구도결이 완벽한 상태로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이것은 과거 패왕이라 불렸던 사내가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된 전결과 기술로, 이제야 비로소 제 모습을 찾은 것이었다.
어느덧 환채지심의 약성이 사라졌으나, 항소운은 여전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척운(踢雲)!”
그는 그렇게 목놓아 외쳤다.
척운은 전생에 그와 함께 전장을 누비던 말이었다.
척운은 이미 오래전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동굴에 녀석의 혼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던 것이었다.
옛 기억이 떠오르자,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척운은 그를 구하려다 적에게 사지가 찢겨 죽고 말았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소운아, 괜찮아?”
당용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항소운은 어렵사리 마음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전 신경 쓰지 말고, 할 일들 하세요.”
그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쩌면 자신은 서귀나 적화행군이 말했던 그 패왕일지 몰랐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전생에 자신의 수하였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전생을 완벽히 떠올릴 수는 없지만, 척운이 생각난 걸로 보아 머지않아 이전 기억이 되돌아올지도 몰랐다.
그는 마음이 몹시 심란했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정말 후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어쩌면 전생의 영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이 육신을 택해서 환생한 건 아닐까?’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지혜의 빛이 있다 해도 이런 문제는 답을 알 수 없었다.
아직 해답을 찾기에는 무예의 경지가 낮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던 그는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됐어, 계속 생각해봤자 뭐 하겠어. 어쨌든 완전한 전천결이 생겼으니, 앞으로 혼태경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거야.”
항소운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패왕전천결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건 전천구도결도 마찬가지였는데, 오늘 옛 기억을 되살리고 나자 완전한 구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환채지심에 이런 예기치 못한 능력이 있었다니, 그는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패왕이라는 거지? 전생과 현생이 어떻게 얽히고설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츰 진상이 밝혀지겠지.”
항소운은 다시 주먹을 불끈 쥐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지금은 현실에 충실해야 해.”
그는 심신을 다잡은 뒤, 단원들을 불러 모아 다시 길을 떠났다.
그 후, 패왕군단은 식물마류를 죽이며 점수를 열심히 쌓아갔다.
도중에 다른 세력과 심심찮게 마주쳤으나, 그는 일부러 공격하지 않았다.
물론 상대가 염양이나 황가군이라면 사정은 달라질 터였다.
두 세력과 마주친다면,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전장에서 내몰 작정이었다.
어느덧 패왕군단은 백여 명으로 불어나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었으나, 여전히 적잖은 단원들이 쫓기며 호신옥을 깨뜨리고 전장을 떠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패왕군단이 염양, 황가군과 맞붙은 소식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갔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지 점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패왕군단의 패배를 예상했다.
어쨌든 염양과 황가군은 두 세력이 손을 맞잡은 터라 수적으로 훨씬 우세했다.
실제로 패왕군단은 수적인 열세를 극복 못 하고 두 세력의 협공에 부딪혀 부지불식간에 단원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게다가 굉천이 패왕군단을 노린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굉천이 정말 우리를 노리고 있답니까?”
항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상적풍에게 물었다.
상적풍은 얼마 전 무리와 합류했는데, 이 소식을 전해온 것이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확실합니다. 굉천 무리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암암리에 우리를 공격할 거라고 했습니다.
검문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은밀히 공격하려는 모양입니다.”
“굉천에다 염양, 황가군까지 전부 우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났군요. 덕분에 아주 유명해지겠어요.”
항소운이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
굉천이 적 대열에 합류한 것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과거, 굉천의 안로로에게 미움을 산 일로 이제 앙갚음하려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