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06
제506화 인질을 잡다
황천극이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좋다, 덤벼라! 패왕군단은 진열을 정비하고 저들을 무찔러라!”
항소운은 씩 웃더니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패왕군단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 서더니 황가군을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황가군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분명 방금까지도 누가 싸우냐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는데, 왜 갑자기 집단전으로 바뀌었단 말인가.
실로 뻔뻔한 놈들이었다.
“항소운, 저 못된 놈이! 모두 반격해라! 패왕군단을 모조리 없애서 우리 황가군의 위엄을 높이자!”
황천극은 대로(大怒)해서 포효를 내질렀다.
두 무리가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칼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엄청난 열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힘이 충돌하면서 육중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힘의 충돌로 마치 하늘색마저 뒤바뀌는 것 같았다.
사실 패왕군단원들은 진작에 항소운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제갈전천에게 진법에 관한 훈련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들이 진법을 펼쳐 공격하자 위력이 대폭 상승하면서 황가군의 공격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그 바람에 황가군은 대열이 흐트러졌다.
심지어 첫 번째 공격에서 대거 부상자가 발생한 탓에 황가군은 도망치듯 전장을 빠져나갔다.
다른 이의 눈에는 항소운의 계획이 비열하게 비춰질 지 몰라도 전쟁터에서는 적을 속이는 것도 전술이 아니던가.
공평한 싸움 따위는 전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런 비열한 놈! 오늘 네놈을 죽이고 말겠다!”
황천극이 노발대발 호통을 쳤다.
그는 이렇게 굴욕적인 전투는 난생처음이었다.
황천극이 은백색의 기다란 창을 꺼냈다.
그가 창을 휘두르자, 창이 마치 새하얀 용이 날아오르듯 항소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황의 기세는 대단했다.
창이 내뻗는 힘은 순식간에 최상급 인황의 전투력을 넘어섰다.
수백 장에 달하는 흰 용이 발산하는 힘은 제존조차 뒷걸음치게 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황천극은 곧장 상대의 가슴을 노렸다.
일격에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직접 싸울 생각이 없는 듯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한신비를 불렀다.
“한 부단장, 어서 싸우지 않고 뭐 해!”
이런 때, 그녀더러 황천극과 싸우라니 참으로 교활한 계책이었다.
그러자 한신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뿐하게 날아오르더니, 황천극의 정면을 향해 빙한의 힘을 힘껏 발산했다.
한신비는 비록 8품 입룡경 초기이기는 하나, 실제로 발휘하는 전투력은 황천극 못지않게 강했다.
게다가 온몸에서 빙한의 기운을 발산하여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황천극은 좋아하는 그녀를 차마 공격할 수 없어 살짝 뒤로 물러났다.
“신비, 정말 나와 적이 될 작정입니까?”
“이만 물러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신비의 단호한 말투에 황천극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황천극의 제황의 기세가 한층 거세졌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포효를 내질렀다.
“적이 되도 상관없다니, 그럼 내 손으로 직접 우리의 연을 끊겠소!”
황천극은 귀한 황자의 신분이었다.
황실 가문과 황자라는 신분에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는 그녀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했으나, 이제는 그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지체 높은 신분에 타고난 재능도 뛰어난 그였다.
하니, 여자가 부족하겠는가.
때문에, 황천극은 끝끝내 자신의 마음을 매몰차게 거절한 그녀에게 이제는 완전히 마음이 돌아서고 말았다.
그는 온 힘을 끌어올려 기세에서 그녀를 완전히 압도했으나, 상대를 바로 붙잡기란 쉽지 않았다.
한편, 항소운은 왕우봉의 공격에 맞서고 있었다.
상대는 7품 입룡경에다 특별한 힘을 타고나서 거의 8품 입룡경에 육박하는 전투력을 발휘했다.
왕우봉은 흙의 성진을 타고난 자로, 독특한 수련법을 행하고 있었다.
왕우봉이 주변의 돌과 흙을 미친 듯이 빨아들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암인(巖人)이 되어 돌주먹을 연신 휘둘렀다.
그는 이미 오래전 흙의 진의를 깨달은 터라 위력이 상당했다.
왕우봉이 항소운을 향해 대뜸 호통을 쳤다.
“항소운, 네가 뭐라고 감히 황자 전하께 도전을 한단 말이냐? 오늘 내 손으로 직접 네놈을 없애버리고 말겠다!”
왕우봉의 주먹은 산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했다.
발을 굴렀다 하면 땅이 갈라질 정도였다.
항소운은 상대와 마찬가지로 흙의 진의를 이용해 싸울 경우, 자신에게 승산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흙의 성진이 하나뿐이지만 상대에게는 여덟 개나 있었다.
절대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지라 자신만이 가진 장점으로 공략해야 승산이 있을 터였다.
항소운은 몸을 이리저리 피하며 상대의 공격에서 벗어난 뒤,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황소월 쪽을 힐끔 보던 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는 한 줄기 바람 마냥 빠르게 내달렸다.
속도만큼은 제존이 부럽지 않은지라 이곳에서 그를 따라잡을 자는 없었다.
게다가 보법의 의경 중 두 번째 단계인 축지법까지 익히지 않았던가.
항소운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후방의 황소월 곁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황소월은 항소운보다 두 살 정도 어리지만, 벌써 3품 입룡경에 올라 그녀의 오라비 못지않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귀한 신분이라 사람들도 섣불리 싸움을 걸지 않다 보니 실전 경험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녀 곁에는 강한 무인이 여럿 지키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았으나, 항소운은 바람과 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방어를 뚫고 어느새 황소월 앞에 나타났다.
항소운은 큼지막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덥석 잡았다.
황소월은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별안간 숨이 막혀와 정신을 차렸다.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연한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황소월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왕우봉은 항소운이 도망친 것을 따라잡지 못해서 놓쳐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항소운! 어서 공주 전하를 풀어줘라!”
왕우봉이 서둘러 달려가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항소운은 상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황가군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황가군은 들어라. 지금 당장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너희의 공주 전하는 죽게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황소월에게 강력한 힘을 가해 그녀의 힘을 봉쇄해버렸다.
혹여 그녀가 호신옥을 깨뜨려 전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될 터였다.
황소월은 그의 난폭한 행동에 발끈해서 되받아치고 싶었으나,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못된 놈! 이렇게까지 한다 이거지? 여기서 나가면 넌 죽었어!’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황천극은 서둘러 한신비를 밀어내고 항소운이 있는 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항소운, 어서 동생을 풀어줘라!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
그는 자신의 동생을 끔찍이 아꼈다.
동생의 일로 항소운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데, 그런 동생을 인질로 잡다니, 이것은 정면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제 항소운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가까이 오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내가 긴장해서 손에 힘이라도 줬다가 이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항소운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에 황천극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화를 가까스로 누르며 말했다.
“이곳을 넘길 테니 동생은 놔 줘라.”
바로 이런 제안을 하다니, 황천극은 확실히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상대가 틀림없이 승낙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대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명색이 공주 전하인데 겨우 그 정도로는 안 되지.”
“……그럼 어쩌자는 거냐?”
황천극이 물었다.
“간단해. 너희 황가군이 전장에서 모조리 사라지는 거다. 그렇게 한다면 이 아이는 놔 주마.”
항소운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황천극이 단호히 소리쳤다.
황가군이 전장을 전부 떠난다는 것은 황가군의 명성만 실추되는 게 아니라 소속된 사람들의 명예도 달린 문제였다.
비록 지금은 용봉 학당에 머물고 있어 황천극을 수장으로 모시고 있지만, 학당을 떠나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떠날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이번 전장에서 얻게 될 서열과 소득이 무척 중요했다.
그런데 이들더러 전장을 떠나라고 하면, 어느 누가 내켜 하겠는가.
“그럼 동생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항소운이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 황소월의 얼굴이 고통 속에 일그러졌다.
그걸 보는 황천극은 애가 타는 심정이었다.
“항소운, 우리 황조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방법이 없자, 황천극은 결국 자신의 세력까지 들먹였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여기는 용봉 전장이지, 네가 있던 황궁이 아니야.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너희 중 절반이 전장을 떠나고 이곳을 우리 패왕군단에게 넘겨라.
그럴 수 없다면 너희들과 끝장을 보는 수밖에.
내가 이 아이를 못 죽일 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항소운이 사악한 기세를 드러내며 말했다.
항소운에게서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에 황소월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녀석 정말 날 죽일 생각이야!’
불현듯 두려움이 엄습했다.
비록 여러 차례 마찰을 빚긴 했으나, 그녀는 마음속 깊이 항소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감정도 이번 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는 제멋대로인 황소월을 무척 싫어하고 미워했다.
그래서 여자라고 봐주기는커녕 도리어 인질로 삼은 것이었다.
다만, 황소월 입장에서 항소운은 비겁한 놈일 뿐이었다.
만일 항소운이 그녀의 생각을 알게 된다면, 어리석다며 비웃었을 것이다.
전투는 애들 장난이 아니었다.
적과 마주한 이상, 언제라도 서로 죽고 죽일 수 있었다.
그는 패왕군단의 손실을 줄이고, 최소한의 대가로 황가군을 몰아내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을 뿐이었다.
지도자의 시각에서는 최선이라 할 수 있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제 남들의 평가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확실히 그는 예전보다 한결 성숙해지고 냉정해졌다.
패왕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패기와 지략까지 생겨난 모습이었다.
전생의 성격이 현생에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그도 은연중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으나,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세상이 아니던가.
강자의 말이 곧 법이요, 진리였으다.
처음에는 황천극을 압박해서 황가군을 전장에서 전부 내보낼 작정이었으나, 가만히 생각하니 비현실적이었다.
아무리 동생이 위험하다 해도 수백 명에 달하는 황가군을 전부 내보내는 일은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절반을 내보내는 것으로 타협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