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12
제512화 강력한 무인들이 모이다
이들의 흥분된 마음과 달리 용과 봉황의 출몰을 시작으로 갈라진 틈 사이에서는 괴식물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곳의 마등은 붉은색의 괴상한 생김새를 했는데, 몸통에 무섭게 생긴 눈까지 여럿 달려있어 새빨간 마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틈 사이로 고목이 뻗어져 나왔다.
그 위로 마른 나뭇가지가 빠르게 자라나며 잿빛 기운을 내뿜었다.
나무는 봄이 돼야 생장을 하고 새순과 어린잎을 싹틔우는데, 눈앞의 고목은 놀랍게도 마른 나뭇가지를 생성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 거대한 마등과 고목은 비밀의 문을 지키는 수호 식물인 듯했다.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저들부터 처리해야 했다.
사람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누가 보더라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이때, 누군가 뭔가를 눈치챘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이건 혈귀마등(血鬼魔藤)과 불후고목(不朽枯木)이야!”
혈귀마등이란 상고시대부터 명맥을 이어 온 매우 희귀한 식물로, 넝쿨을 자유자재로 뻗어낼 수 있었다.
넝쿨에는 기이하게도 눈이 달려있는데 그곳에서 짙은 마기를 내뿜었다.
이 마기에는 무엇이든 부식시키는 능력과 독이 있으며, 무엇보다 넝쿨이 무척 단단하고 질겼다.
적어도 수만 년은 살았음 직한 녀석으로, 평범한 제급 병기로는 자를 수도 없었다.
혈귀마등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평범한 병기나 전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불후고목 역시 상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기이한 나무였다.
이 나무는 이름 그대로 영원불멸한 존재였다.
일반적인 나무는 살아있는 나뭇가지와 잎을 내보내는 반면, 이 나무는 생명력이 없는 마른 나뭇가지를 내뻗었다.
나뭇가지라 해도 여느 무기 못지않게 단단해서 이것만으로도 상급에 달하는 제급 병기를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나뭇가지는 사람을 공격해서 생명력을 빼앗는 무서운 능력까지 있었다.
혈귀마등이나 불후고목 모두 무척 까다로운 상대라 이들더러 비밀의 문을 지키게 한 것은 그 속의 보물을 쉽게 내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일부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다시 틈 사이로 돌진했다.
그들은 단단히 무장을 한 채 힘을 최대로 끌어올려 어떻게든 뚫고 지나가려 했다.
있는 힘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으나 혈귀마등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넝쿨을 닥치는 대로 휘두르며 맹독을 내뿜었다.
마치 제존급 고수와 격돌한 듯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뒤이어 사람들의 비명이 잇달아 들리더니 누군가 넝쿨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호신옥을 깨뜨릴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눈앞에서 동료가 죽자, 사람들은놀라서 걸음을 멈춰 섰다.
겨우 이들 몇 명으로 무찌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백리일소가 제안을 했다.
“아무래도 힘을 합치는 게 좋겠습니다.”
“굉천은 날 따라 이쪽으로 간다!”
전무쌍은 백리일소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불후고목의 왼편으로 향했다.
그는 그곳을 뚫고 산 아래 비밀의 장소로 들어갈 작정이었다.
우자양도 서둘러 염양을 부르더니 반대편 혈귀마등 쪽으로 돌진했다.
황가군은 덕을 볼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그 뒤를 쫓았다.
본지파는 머릿수는 적으나 자부심이 대단해서 다른 세력과 협력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뇌폭을 선두로 그들도 적당한 곳을 선택해 빠르게 이동했다.
“패왕, 우리도 출발하죠.”
당용비가 말했다.
“자, 다들 날 따르라. 우리는 저곳으로 간다!”
항소운은 이렇게 외치며 앞장서 달려갔다.
혈귀마등과 불후고목이 틈 사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어느 방향으로 가든 두 괴식물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드디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세가 괴식물을 맹렬히 공격했다.
그 힘은 가히 천지를 뒤덮을 듯 대단했으나, 괴식물은 살아온 세월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녀석들은 쉴 새 없이 넝쿨과 마른 나뭇가지를 내뻗어 닥치는 대로 휘저었으며, 사람들의 맹공격을 거침없이 막아냈다.
사람들 일부는 나뭇가지의 반격에 정신없이 얻어맞고 넝쿨에 묶이기 시작했다.
넝쿨에 묶인 자들은 압박을 견디다 못해 호신옥을 깨뜨리고 전장에서 사라졌다.
괴식물을 뚫고 저 안으로 들어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그 와중에도 방어를 뚫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가장 먼저 방어를 뚫은 사람은 굉천의 전무쌍이었다.
그는 주먹의 황제라는 별칭에 걸맞게 강력한 주먹으로 불후고목의 공격을 물리치고는 갈라진 틈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용봉방 일인자 백리일소도 전혀 뒤처짐이 없었다.
그는 검으로 넝쿨을 베어버리더니 바람처럼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이었다.
우자양은 작열하는 태양의 힘을 일으켜 앞쪽을 모조리 태워버리고는 신속히 뛰어 들어갔다.
황천극도 질세라 창을 거침없이 휘두르며 넝쿨을 밀어내더니, 재빨리 그 사이로 들어갔다.
이들 외에도 비장의 수단을 숨기고 있던 십여 명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면서 괴식물의 공격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항소운은 여전히 단원들과 힘을 합쳐 혈귀마등을 상대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속도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테지만, 수하들이 마음에 걸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패왕, 저희는 상관 마시고 먼저 들어가십시오!”
누군가 보다못해 외쳤다.
뒤이어 다른 자들도 항소운더러 먼저 가라며 소리쳤다.
그도 이대로는 끝이 없겠구나 싶었는지 단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가장 강한 열 사람만 데리고 들어갈 테니, 나머지는 능력껏 싸우도록 해라!”
그러고는 당용비의 팔을 덥석 잡고 넝쿨이 가득한 틈 사이로 바람처럼 돌진했다.
그는 교묘한 움직임으로 넝쿨의 공격과 맹독을 피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방어를 뚫은 그는 더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당용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형님, 안쪽도 위험할 테니 조심하세요.”
그가 이 말만을 남긴 채 또 바람처럼 밖으로 뛰쳐나왔다.
패왕군단은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혼자 뚫고 지나가기도 어려운 곳을 다른 사람까지 데리고 들어가면서도 저렇게 거침이 없다니,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그렇게 다시 밖으로 나온 항소운은 이번에는 헌원천의 팔을 붙잡고 갈라진 틈 사이로 돌진했다.
헌원천은 자신이 열 명 안에 들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동시에 패왕을 무시했던 자신이 못내 부끄러웠다.
그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항소운은 어느새 그를 틈 안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우, 조심하게.”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그는 투지를 불태우며 소리쳤다.
“나 헌원천, 패왕군단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싸울 테다!”
그 후로 항소운은 패왕군단에서 강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차례로 데려갔다.
마지막 열 번째 사람을 데려갈 때, 항소운의 판단 착오로 원설분이 맹독에 당할 위기에 처했다.
어떻게든 피하지 않으면 그녀의 목숨이 위험했다.
항소운은 본능적으로 앞을 막아서며 그녀를 갈라진 틈 사이로 밀어 넣었으나 결국 본인이 맹독에 먹히고 말았다.
“패왕!”
항소운이 맹독에 당하는 것을 보고, 패왕군단 단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그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본 원설분은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패왕이 희생됐다는 생각이 들자, 죄책감이 밀려왔다.
밖으로 나가 패왕을 구할까도 생각했지만, 넝쿨이 세차게 뻗어오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틈 사이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패왕,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버틸게요.’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닥칠 위협에 전면적으로 맞섰다.
패왕을 위해서라도 비밀의 장소에 숨겨진 보물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결심했다.
한편, 맹독에 당한 항소운은 다행히 목숨만은 붙어있었다.
만일에 대비해 입에 머금고 있던 환약이 목숨을 살린 것이다.
비록 몸속의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천둥의 힘을 서둘러 일으킨 덕분에 독은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다만 독을 신경 쓰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넝쿨이 쉴 새 없이 뻗어와 옴짝달싹도 못 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혈귀마등의 넝쿨은 놀라우리만큼 강하고 질긴 데다 사람의 정혈을 빨아먹는 무시무시한 능력까지 있어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면 죽음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날 막겠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항소운은 포효를 내지르며 광명성검을 좌우로 휘둘렀다.
덕분에 온몸을 동여매고 있던 넝쿨이 순식간에 잘려 나가면서 위기에서 가뿐히 벗어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단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들어오고 싶은 사람은 어서 들어와!”
그러고는 자신도 지체하지 않고 갈라진 틈 사이로 뛰어들었다.
아래쪽에서는 용과 봉황의 기운이 대량으로 흘러나오고 있어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곳에는 혈귀마등과 불후고목의 뿌리가 자리 잡고 있어, 설령 아래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영물을 얻기는커녕 빼곡한 넝쿨과 마른 나뭇가지의 공격부터 이겨내야 했다.
항소운은 속도를 최고로 높여 작은 틈새를 파고들며 정신없이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명혼공간을 활짝 열어 주변의 상황을 감지했다.
잠시 후, 그는 아래쪽에 정토(淨土)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용과 봉황의 기운은 바로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괴식물의 공격을 뚫고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성급 무기를 사용할 생각도 안 했겠지만, 지금은 부득이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다른 자들은 자신보다 한발 앞서 출발했고, 자신은 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끌고 가느라 한참 뒤처져 있어서 어떻게 해서든 속도를 높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물이고 뭐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터였다.
앞서 들어온 사람 중 특히 백리일소와 전무쌍의 무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인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중급 제존에 버금가는 실력을 발휘하면서 괴식물도 그들 앞에서는 어떤 위협도 가하질 못했다.
그들은 눈앞의 장애물을 거침없이 제거하며 아래로 향했다.
맹독이나 안개가 없었다면 그들은 진작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이었다.
뇌폭과 우자양, 황천극, 한신비, 용시, 안로로 등도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앞선 몇 사람은 백리일소와 전무쌍을 거의 따라잡았다.
이들 외에 다른 자들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여 쩔쩔매고 있었다.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전장을 떠나는 자도 속출했다.
이 무렵, 바깥에는 우채접과 구양전기, 소사 그리고 엽림삼 등 강력한 무인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우채접은 아리따운 자태로 봉황에 올라타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듯 아름다운 모습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염양 중 누군가 감탄하며 소리쳤다.
“성녀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봉황을 타고 안쪽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구양전기가 나타나자, 패왕군단 단원들은 반가운 마음에 큰 소리로 부르며 패왕은 이미 안에 들어갔다고 알려주었다.
구양전기는 알았다는 듯 거침없이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괴식물도 그의 강력한 기세를 막진 못했다.
소사와 엽림삼도 예사롭지 않은 무공을 선보이며 날렵하게 들어갔다.
이때, 흡사 귀신의 모습을 한 사내가 사람을 붙잡아 뒤따라 들어가는 것을 누군가 발견했다.
“저자는 누구지? 저기 잡힌 사람 나찰녀 같지 않아?”
반운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