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14
제514화 옥합 쟁탈전
황천극은 황자의 신분인 만큼 무기나 갑옷은 남들보다 월등히 좋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황가만의 고유한 제황의 기세를 일으켜 순조롭게 보물을 차지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마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막강한 방어력으로 유명한 왕우봉조차 중상을 입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호신옥을 깨뜨리고 전장을 떠났다.
무인 중 중앙에 놓인 다섯 개의 옥합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옥합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용과 봉황의 공격부터 뛰어넘어야 했다.
실체가 아닌 기운에 불과해도 제존급 후기에 육박하는 위력을 발휘하다 보니 혼자 힘으로 뚫기란 역부족이었다.
한편, 뒤늦게 들어온 우채접과 구양전기, 소사, 엽림삼도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싸우고 있었다.
이 무렵, 항소운은 두 번째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해 앞쪽으로 돌진했다.
손을 뻗어 보물을 잡으려는데 누군가 막아서며 방해를 놓았다.
화가 나서 쳐다보니 뜻밖에도 검문의 용시였다.
상대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한 사내로, 손에는 커다란 검을 들고 있었는데, 얼핏 봐도 범상치 않은 검이었다.
실은 용시도 탐이 나는 보물을 발견해서 그쪽으로 달려갔는데, 항소운이 한발 앞서 가져가려 하자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던 것이었다.
항소운이 재빨리 피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그는 검에 등을 찔릴 뻔했다.
항소운은 분노를 삼키며 우선 속도를 높여 보물부터 손에 넣자고 생각했다.
이때, 갑자기 마수 한 마리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았다.
교묘한 발놀림으로 마수를 우회하고 나니, 용시가 이때를 틈타 보물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감히 누구 걸 뺏어가려고? 어림도 없지!”
항소운은 불의 힘을 일으켜 갈퀴 같은 손으로 용시의 장력을 무마시키고는 이형환영술을 펼쳐 보물 앞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그렇게 보물을 잡는가 싶었는데 용시가 검으로 재차 공격했다.
거대한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내리치자, 태산이 내리누르듯 엄청난 압박감이 주변 공기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결코 범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기세가 아니었다.
백리일소의 검술이 부드러움 속에 힘이 있다면, 용시의 검술은 그 자체로 강인하고 맹렬해서 전무쌍의 권법과 흡사했다.
항소운은 상대의 강력한 힘을 온몸으로 느꼈다.
무리해서 맞붙어 싸웠다가는 자신의 패배가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보물에 신경 쓰느라 피할 기회는 이미 놓친 상황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방어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몸을 단단히 보호하고는 옆으로 살짝 피했다.
어깨 뒷면에 검이 부딪히면서 깡 하는 마찰음이 나더니 금갑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그 사이로 검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다행히 갑옷 덕분에 큰 부상은 막았지만, 상대의 놀라운 실력에 당황한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가능한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용시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는지 계속 뒤쫓았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며 항소운의 퇴로를 차단했다.
독기가 가득한 걸 보니 그가 죽어야 이 싸움을 끝낼 모양이었다.
뜻밖에도 상대가 죽일 기세로 나오자, 항소운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잇달아 몇 수를 피하더니 광명성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어느 인황을 막론하고 성검의 위력을 당해낼 자는 없었다.
용시는 검의 위력을 눈치채고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 바람에 뒤쫓아오던 마수가 성검에 꼼짝없이 베이면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감히 날 공격했다 이거지? 가만두지 않겠다!”
항소운은 버럭 호통을 치며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검의 위력은 보통이 넘는데 항소운이 죽일 듯 달려들자, 용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재빨리 다른 곳으로 달아났다.
항소운은 뒤를 쫓으려다가 우연히 위기에 처한 한신비를 발견했다.
그녀가 보물을 손에 넣으려는 순간, 황천극이 나타나 방해하며 뺏으려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보물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때마침 항소운은 그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한신비를 돕기 위해 서둘러 달려갔다.
한신비는 마수에게 부상을 입고 어렵사리 보물 앞까지 도착했다.
한데, 황천극은 도리어 부상 당한 그녀를 집요하게 공격하며 끝장을 보려 했다.
그녀는 은연중 상대로부터 살기를 느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미움으로 돌아선 듯했다.
연신 공격을 막아냈으나, 마수들까지 포위하며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떠나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속으로 외쳤다.
“신비, 날 사랑할 수 없다면 저세상으로 보낼 수밖에. 다음 생애에는 꼭 내 여인이 되시오!”
황천극이 제황의 기세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창을 높이 치켜올려 한신비를 내리치려는 순간, 항소운의 광명성검이 뒤에서 매섭게 날아왔다.
황천극은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끼고 곧장 창을 뒤로 돌려 검광을 막아냈다.
두 힘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왔다.
그 바람에 황천극은 뒤로 넘어지다가 하마터면 마수와 부딪힐 뻔했다.
항소운은 이때를 틈타 재빨리 보물을 집어 들어 한신비에게 던졌다.
“이걸 받아! 우선 부상부터 치료하고 다시 합류하라고!”
보물을 받아든 그녀는 얼굴에 희색이 가득해서 서둘러 보물을 거둬들였다.
그러고는 황급 영액을 꺼내 꿀꺽 삼켰다.
“항소운! 이곳이 네 무덤이 될 거다!”
황천극은 대로해서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그가 제황의 기세를 일으키며 창에 온 힘을 불어넣고는 항소운을 향해 맹렬히 휘둘렀다.
만룡출초(萬龍出剿)라는 초식이었다.
수없이 많은 창의 그림자가 용의 형체가 되어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마치 수만 마리의 용이 앞다퉈 달려 나가듯 거대한 기세를 이루며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제급 마수조차 그 기세에 밀려 접근조차 할 수 없었으니 황천극의 일격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항소운은 통찰력을 발휘하여 공격의 허점을 파악하려 했으나, 상대의 기세가 워낙 거센 탓에 허점마저 묻혀버렸다.
약점조차 찾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건만, 그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상대의 일격에 맞서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요천검결 제2식 유광여우(流光如雨)였다.
항소운이 초식을 전개하자, 수없이 많은 검광이 거센 빗줄기가 되어 용의 형체를 향해 맹렬히 쏟아졌다.
용의 형체는 곳곳에 구멍이 뚫리며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항소운은 단숨에 상대를 제압했다.
이것이 바로 성검의 위력이었다.
황천극은 그제야 상대가 얼마나 무서운 검을 지녔는지 새삼 깨달았다.
‘저건 성검이 분명해!’
“자, 계속 덤벼. 그렇지 않아도 네놈이 영 눈에 거슬렸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끝장을 내자.”
항소운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
사실 성검을 사용하면 힘을 크게 증폭시킬 수 있었지만, 체력 소모도 커졌다.
따라서 빛의 진의를 깨닫지 못했더라면 성검의 위력을 1할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황천극은 상대가 죽일 기세로 덤비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그는 마수들 사이로 허겁지겁 비집고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사실 항소운도 겁주려던 것일 뿐, 실제로 상대를 죽일 마음은 없었다.
그는 검을 거둬들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성검이 좋긴 한데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단 말이지. 마지막을 대비해서 힘을 비축해 둬야겠어.’
어느덧 밀실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서로 보물을 차지하겠다며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중앙에 놓인 다섯 개의 옥합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시작되었다.
바로 백리일소와 전무쌍, 뇌폭, 우자양이었다.
네 사람이 접근하자, 용과 봉황의 형상이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용은 강렬한 기세로 사방에서 압박을 가했으며, 봉황은 극강의 화염을 토해내며 얼씬조차 못 하게 만들었다.
네 사람은 처음부터 두 녀석에게 호되게 당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용과 봉황의 위력은 무서우리만큼 강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 저 보물은 내가 차지하고 말겠다!”
전무쌍이 힘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몸집이 커지면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온몸을 감싸더니, 전투력이 단숨에 급상승하는 것이었다.
이는 불멸금신(不滅金身)이라는 강력한 기술이었다.
불멸금신은 공격력을 크게 높이며, 방어력 또한 최대로 높이는 기술이었다.
전무쌍이 다시 주먹을 휘두르자, 바위처럼 단단해진 주먹이 용의 형상을 향해 힘차게 뻗어나갔다.
무쌍권(無雙拳)이었다.
무쌍권은 그에게 ‘주먹의 황제’란 영광스러운 별호를 안겨준 최상급 전투기술이었다.
게다가 어느덧 권의(拳意)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러 깨달음은 한층 깊어져서 주먹의 위력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백리일소 역시 용과 봉황의 형상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눈앞의 보물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침내 검을 뽑아 들었다.
마치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듯 검의 그림자가 커다란 곡선을 그리자, 온 상공에 가득 찬 검의 기운이 용의 형체를 띠면서 용의 형상을 사정없이 휘감았다.
그는 검 하나로 강적에 맞서고 있었다.
별다른 기교 없이 간단해 보이는 동작이나, 검만 손에 쥐면 천하를 제압할 수 있다는 기개마저 엿보였다.
한편, 뇌폭은 쌍철퇴를 들고 있었다.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타고난 천둥의 힘이 무서운 위력을 자아내며 사방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마치 천둥의 신이 노한 듯 만물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며 용의 형상을 매섭게 공격했다.
우자양은 봉황의 형상과 맞섰다.
우자양이 화검(火劍)을 휘두르자,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며 봉황을 집어삼키려 했다.
소위 요물이라 불리는 네 명의 천재는 용과 봉황의 형상을 무너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러나 이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용의 형상이 거대한 몸통을 흔들자, 매섭기 짝이 없던 주먹의 기세와 검광이 순식간에 흩어져 버리더니 전무쌍과 백리일소가 피를 토하며 힘없이 날아가 버렸다.
뒤이어 봉황의 형상이 날갯짓하자, 일순간 엄청난 힘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태양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봉황의 불로 흡수해버렸다.
그 바람에 뇌폭과 우자양은 온몸이 새까맣게 타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용봉 학당에서 최고라 불리는 이들은 제존에 버금갈 정도로 강했으나, 아직 무학을 배우는 제자들일 뿐인지라 용과 봉황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녀석이 사람들을 재차 공격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다른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진짜 살아있는 봉황으로, 그 위에는 미색이 뛰어난 여인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곧장 봉황의 형상을 향해 돌진했다.
“채접아, 조심해. 정말 강한 놈들이야!”
우자양이 소리쳤다.
이때, 뱀 같기도 하고 용 같기도 한 작은 요수가 용의 형상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이 무렵, 귀신의 모습을 한 사내가 강력한 방어를 뚫은 채 다섯 개의 옥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귀신처럼 기괴한 모습의 사내는 몸놀림이 무척 빨라서 순식간에 옥합 앞에 당도했다.
그는 손을 쭉 뻗어 옥합을 잡아채려 했다.
이때 용의 형상이 낌새를 알아채고 힘껏 꼬리를 휘두렀다.
사내는 깜짝 놀라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