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31
제531화 살려둬 봐야 골치만 아프겠군
밀실로 끌려온 항소운은 십자로 묶여있었다.
그는 뒤늦게 상대방의 의도를 눈치챘으나, 그를 데려온 집사들은 하나같이 혼태경 후기여서 명혼공간으로 제압하기도 무리였다.
“너희는 후환이 두렵지도 않느냐? 나도 집사란 걸 잊지 마라!”
항소운이 호되게 꾸짖었다.
“흐흐, 우린 명령에 따를 뿐이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냉랭히 웃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가씨, 나오십시오. 녀석을 단단히 묶어놨으니 허튼짓은 못 할 겁니다.”
그러자 모퉁이에서 사도염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채찍을 손에 쥔 채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너희는 이만 나오거라.”
“아가씨, 반 시진 후에는 저희에게 넘겨주셔야 합니다. 이건 장로님의 명령입니다.”
집사는 이렇게 말하며 뒤로 물러났다.
“반 시진이면 충분해.”
사도염은 눈을 번뜩이며 항소운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뗐다.
“항소운,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몰랐겠지?”
사도염의 비아냥대는 소리에도 그는 냉담한 눈길로 쳐다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그녀의 적의가 누그러들 리 없다는 걸 알기에, 상대가 무슨 수를 쓸지 잠자코 기다렸다.
순간, 쫙 소리가 나며 기다란 채찍이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이내 그의 얼굴에 기다란 상처가 나며 그 사이로 피가 새어 나왔다.
“어머나, 잘생긴 얼굴에 상처가 나서 어째? 이래도 여자들이 좋다고 달려들려나 몰라.”
“사람을 때려도 얼굴은 때리지 말라고 했거늘, 더는 못 참는다!”
항소운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다른 곳을 때렸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을 터였다.
한데, 감히 얼굴을 때리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빠져나가면 저년을 반드시 죽이고 말리라.’
설령 사도명우가 나선다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하, 난 원래 얼굴 때리는 걸 좋아하거든. 기생오라비 같은 네 얼굴을 난도질해주마. 그런데도 우채접이나 한신비가 널 좋아하려나 몰라.”
사도염은 비열하게 웃으며 채찍을 연신 휘둘렀다.
항소운의 잘생긴 얼굴에는 이내 십여 개의 상처가 났다.
그는 고통에 미칠 지경이었으나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아내며 소리마저 삼켰다.
천둥과 화염도 버텨낸 그가 이 정도 고통에 무너지겠는가.
채찍질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항소운의 얼굴은 엉망이 돼서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영영 제 모습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광기 어린 눈으로 소리쳤다.
“하하. 귀신처럼 아주 흉측하구나. 그러고도 앞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는 독기 서린 말을 듣고도 그저 냉담한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그녀는 미친 여자일 뿐 상종할 가치도 없었다.
그녀는 항소운의 경멸 섞인 시선을 느꼈는지 결국 독수를 꺼내 들었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상자를 여니 그 속에는 아주 흉측한 벌레가 들어있었다.
불현듯 시체 썩는 냄새가 훅하고 풍겼다. 그러자 항소운이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사도염, 선은 넘지 마라.”
그 벌레는 시체를 갉아먹는 서시충(噬尸蟲)이었다.
저 벌레에 물리게 되면 즉시 중독이 되어 고통에 휩싸이게 된다.
해독도 어려울뿐더러 생명력을 좀 먹게 되어 노화가 가속화되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하. 그 선을 정하는 것도 나다. 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그래? 네가 간곡히 부탁한다면 내 노리개로 삼아 살려둘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지.”
“같잖은 소리!”
“그렇다면 이 벌레와 실컷 즐겨보든가.”
그녀가 벌레를 내던지며 말했다.
이쯤 되자 옆에서 지켜보던 집사들조차 그녀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저렇게 모욕을 주느니 차라리 죽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도염, 네가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거다.”
항소운은 분노를 터트리며 마침내 명혼공간을 완전히 펼쳤다.
비록 육체적 힘이 속박당하긴 했으나 영혼력만은 건재했다.
명룡혼고가 있다 보니 제존이라 해도 영혼까지 구속하지는 못했던 것이었다.
“아가씨, 어서 피하십시오!”
집사 하나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재빨리 그녀를 잡아끌었다.
* * *
초원은 소위의 영패를 들고 학장을 찾아갔으나, 마침 학장은 폐관 수련 중이어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의사당 밖으로 나왔는데, 때마침 스승인 소위가 황급히 걸어오고 있었다.
“스승님, 학장 대인은 지금 폐관 중이십니다.”
“흠, 알겠다. 넌 즉시 집법대로 돌아가서 항소운의 행방을 찾도록 해라. 난 5장로를 찾아봬야겠다.”
소위는 이 말만을 남기고 급히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서열이 매겨진 장로는 상급 장로로, 의사당에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있었다.
소위가 말한 5장로는 최상위 장로 중 한 사람으로, 이 정도 직급은 되어야 막라를 억제할 수 있었다.
막씨 가문은 선대 장로 시절에 권력이 대단했다.
비록 선대 장로는 세상을 떠났으나 막씨 가문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틀어쥐고 있어서, 정녕 항소운을 죽이기로 마음먹는다면 소위 혼자서는 막아낼 수 없었다.
얼마 후, 그는 어느 장로원 앞에 도착했다.
“5장로님, 안에 계십니까?”
“들어오시게.”
안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원 안으로 들어서자 혈색 좋은 백발의 노인이 걸어 나왔다.
“무슨 일이길래 이리 서두르는가?”
“장로님, 큰일 났습니다. 막라 장로가 사람을 보내 용봉방 서열 3위인 항소운을 데려갔습니다.
하여 막 장로를 찾아갔으나 어쩐 일인지 저를 피하면서 만나주질 않습니다. 암암리에 항소운을 처리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서열 3위 항소운이라고? 막라가 그 아인 왜 데려간 건가?”
5장로 장무경(張無京)이 물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항소운이 마족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아마도 그 일 때문에 데려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섬영 장로도 수하를 보내 항소운을 공격했으나 집법대가 나타나 저지했습니다.
장로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어찌하여 후배와 대립각을 세우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항소운이 인간족인지 마족인지 척 보면 모른단 말입니까? 그들은 아까운 인재를 압살하려는 게 틀림없습니다.”
소위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침착하게. 어쩌면 막라는 그 아일 불러다 상황을 묻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호들갑 떨지 말게.”
장무경은 소위와 같은 분파이나 다른 두 장로를 찾아가 따지는 일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다.
물론 소위도 장무경이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장로님, 사실 전 항소운의 호법 장로입니다. 학장 대인과 태상 장로께서 특별히 내리신 분부였습니다. 그만큼 신분이 특수한 아이라서 만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구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 말에 장무경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도 항소운이 고급 9성 지체를 타고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태상 장로의 호의를 거절하면서 눈 밖에 났고 학당 측도 별달리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눈치였다.
한데,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니.
그는 자신의 아둔함에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어서 막라를 찾으러 가세.”
장무경은 막라의 별원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 * *
한편, 밀실에서는 항소운이 명혼공간을 펼쳤다.
“죽여라!”
그가 분노에 차서 소리치자 사방에서 쇠사슬이 뻗어져 나왔다.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작정하고 귀문족을 불러내자, 황급 정점에 이른 귀문 다섯 마리가 눈앞에 등장했다.
그중 귀척은 항소운이 7품 입룡경을 돌파할 때 마제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원래 수만 마리에 달하던 귀문족은 팔천 마리로 줄었다가 그 후 대거 죽임을 당하면서 지금은 다섯 마리만 남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먹고 먹히면서 혈맥의 힘이 대단히 강해졌고, 명혼 공간이 커짐에 따라 그들의 힘도 대폭 강해졌다.
귀문족은 영혼을 직접 공격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이들이 강대해진 만큼 항소운에게 큰 힘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는 귀문족의 존재를 끝까지 감추고 싶었으나 사도염이 어찌나 악랄하게 굴던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설령 오늘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저들을 기필코 죽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항소운의 무공이 높아짐에 따라 명혼공간의 억제력 역시 한층 강해졌다.
제존들조차 명혼공간의 힘에 압도당하여 평소 실력의 6할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건 명혼공간이다. 이로써 저 녀석이 명황족의 후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다들 힘을 합쳐 공격해라!”
집사 하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다른 자들도 서둘러 공격을 펼치며 쇠사슬을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들은 명혼공간을 깨뜨리겠다는 일념으로 혼태를 펼치며 힘을 모아 거세게 부딪혔다.
때맞춰 귀문이 공격을 시작했다.
녀석들은 기묘한 공격을 펼치며 혼태의 공격을 약화시켰고, 순식간에 검은 바람으로 모습을 바꾸더니 쏜살같이 날아가 혼태를 물어뜯었다.
“혼태를 먹어 치우는 귀문족이 나타났다. 다들 혼태를 거둬들여라!”
귀문의 정체를 알아본 자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으악!”
그러나 아무리 귀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해도 그들의 날카로운 이빨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귀문은 영혼 공격을 통해 혼태를 무차별적으로 할퀴었다.
만약 그들이 재빨리 혼태를 거둬들이지 않았다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때맞춰 항소운도 쇠사슬에 더욱 강력한 힘을 불어넣었다.
수백 개의 쇠사슬이 쉴 새 없이 뻗어나가자 집사들은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은 힘이 억제당한 상태라서 혼태조차 쓸 수 없었고, 귀문들이 영혼을 공격하는 바람에 전투력이 급감했다.
겨우 자신의 몸만 지킬 수 있을 뿐 사도염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쇠사슬이 날아와 꽁꽁 묶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다들 뭣들 하는 거야! 어서 구해줘!”
“이제 아무도 널 구할 순 없을 거다.”
순간, 항소운의 얼굴이 잔인하게 일그러지더니 쇠사슬 하나가 채찍 모양이 되어 그녀의 얼굴을 연신 내리쳤다.
그녀의 얼굴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상처가 깊어서 항소운처럼 흉측한 몰골이 되었다.
“내 얼굴을 이 꼴로 만들었겠다? 너도 똑같이 만들어주마.”
그는 상대가 했던 방법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엉망이 된 것을 느끼고 울며불며 소리쳤다.
“싫어, 그것만은 싫다고! 너 우리 할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선대 장로야. 할아버지가 아시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래? 그 전에 널 죽여주지.”
그러자 집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항소운, 무모한 짓은 그만둬라. 정녕 이 뒷감당을 할 수 있겠느냐?”
그랬다.
저들의 말처럼 사도염에게는 선대 장로라는 든든한 배후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죽인다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었다.
다시금 사도염의 외침이 들려왔다.
“항소운, 지금이라도 날 놓아주고 충성을 맹세한다면 다신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그렇지 않으면 넌 물론이고 패왕군단까지 전부 화를 입게 될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너부터 죽여야겠군. 어차피 살려둬봤자 골치만 아플 테니까.”
항소운은 냉담히 대꾸하며 쇠사슬을 움직여 그녀를 옥죄기 시작했다.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도 눈앞의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차마 눈도 감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