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32
제532화 당장 멈추시오!
“항소운! 네놈이 기어코 일을 벌였구나!”
항소운의 무지막지함에 놀란 듯 집사가 황급히 무기를 휘두르며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나를 죽이나 둘을 죽이나 어차피 매한가지, 그럴 바에야 전부 죽여버리겠다!”
항소운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피로 얼룩진 얼굴의 상처 때문에 그의 모습은 진짜 마족이 나타난 듯 공포스러웠다.
수많은 쇠사슬이 쉴 틈 없이 하늘거리며 집사들을 공격했다.
집사들은 혼태경 6~7품의 무공을 지녔으나, 명혼공간에서는 힘이 제한되는 데다 혼태도 펼칠 수 없어 전투력이 크게 급감했다.
지금으로서는 쇠사슬의 포위를 뚫기는커녕 항소운과 대치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쇠사슬보다 훨씬 위협적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귀문의 영혼 공격이었다.
그런 탓에 혼태는 갈수록 불안정해져서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혼태를 잃는 것은 물론 전투력까지 크게 손상되어 결국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우리가 이 정도에 무너질 거라 생각하냐? 이거나 받아라!”
마침내 집사 하나가 화염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것은 이존염(璃尊炎)이라는 상급 화염으로, 운지염보다 훨씬 강력했다.
집사는 화염으로 쇠사슬을 태워버릴 작정이었다.
금빛 화염이 일어나면서 쇠사슬을 차례로 태우자 쇠사슬도 더는 접근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집사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절기를 펼쳤다.
명혼공간을 휩쓸어 버리기 위해 검은 창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새까만 폭풍을 일으켰다.
다른 자들도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절기를 펼쳤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힘이 폭발하며 명혼공간을 사정없이 할퀴기 시작했다.
이 위력들에 쇠사슬은 산산조각이 나서 더는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귀문들조차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고 물러났다.
그들은 아무래도 품급에서는 집사들에 비해 밀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명혼공간도 버티지 못하고 뚫릴 것 같았다.
집사들은 비록 명혼공간에 갇혀 힘이 제한당하기는 해도 어쨌든 제존 후기의 무인들이었다.
바로 그때, 양혼석에 앉아있던 영혼이 마침내 눈을 뜨며 외쳤다.
“내가 직접 너희들을 상대해주마.”
지금까지 집사들과 말을 주고받던 자는 항소운의 육체였고, 지금 외친 자는 그의 영혼이었다.
그의 영혼이야말로 명혼공간의 절대자였다.
영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화염을 일으킨 집사 앞에 도달했다.
그는 전의를 최대로 일으켜 가차 없이 공격을 날렸다.
“무쌍파천권!”
무쌍파천권은 전무쌍의 무쌍권을 모방하여 만든 권법이었다.
비록 전무쌍만큼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7할 이상의 위력이 담겨있었다.
거기다 항소운의 영혼력이 5품 제존의 수준에 전의까지 가세하자 품급을 넘어선 힘이 발휘됐다.
집사는 상대가 영혼을 실체화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전투력 역시 7품 인황의 수준을 벗어나 자신들에게 대적할 만한 수준이었다.
집사는 덜컥 겁이 났으나 이대로 물러서면 죽음뿐이라는 생각에 전력을 다해 상대의 주먹에 맞섰다.
그러나 이미 전투력이 대등해진 상황이었다.
하니, 어찌 저런 천재를 이길 수 있겠는가.
항소운의 드높은 전의가 권법의 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자 집사의 장법이 순식간에 박살 나버렸다.
그런데도 권법은 멈출 줄 모르고 집사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쾅-!
권법에 일격을 당한 순간, 집사는 혼태를 펼쳐 겨우 충격을 해소했다.
혼태경에 이르게 되면 설령 육신이 문드러진다 해도 혼태만 있으면 영물을 통해 육체를 다시 재구성할 수 있었다.
즉, 혼태는 제2의 생명이었다.
그런데 혼태가 나타나자마자 귀문 다섯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공격을 퍼부었다.
귀척은 잽싸게 날아가 혼태를 물어뜯기까지 했다.
그 바람에 집사도 혼태를 지키기가 힘들어졌다.
“안 돼! 어서 도와줘!”
집사가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항소운은 차갑게 말을 뱉으며 다시 권법으로 상대의 혼태를 쉴 틈 없이 공격했다.
혼태는 희귀한 재료들로 만들어져 단단하기 그지없었으나 쉴 새 없이 쏟아붓는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남은 자들은 항소운의 공격에 동료가 힘없이 무너지는 걸 보고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그들은 용봉 학당의 상급 집사들로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명혼공간에 갇혀 힘이 제한되었으나 적어도 5~6품 제존의 실력은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낱 영혼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어찌 태연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집사가 죽고 나자, 금빛 화염이 쏜살같이 움직이며 명혼공간을 빠져나가려 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저렇게 귀한 상급 화염을 항소운이 그냥 놔줄 리 없었다.
마침 운지염의 품급을 키울 필요도 있는지라 그는 인피(人皮)를 소환해 금빛 화염을 속박하도록 했다.
잠시 후 인피에 둘러싸인 화염이 얌전해지자 곧장 성해건곤에 거둬들였다.
그는 화염을 바로 흡수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되려 운지염이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적과 대치 상태였다.
현재 집사들은 전력을 다해 항소운의 영혼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영혼이 소멸해야 그 육신도 죽지 않겠는가.
하지만 항소운의 영혼은 명룡혼고 덕분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무구의 혼으로 영혼이 실체화가 되면서 전투력도 한층 강해져 있었다.
더군다나 이곳은 그의 주무대가 아니던가.
그가 물 만난 고기처럼 거침없이 공격을 휘두르자, 집사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거기다, 합세한 귀문이 영혼 공격을 펼치고 쇠사슬이 끝도 없이 뻗어져 나오자 집사들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혼태를 펼칠 수 있다면 집사들도 싸워볼 만한 싸움일 테지만, 혼태가 펼쳐지는 순간 귀문이 달려들 것이 분명해서 그들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항소운, 우릴 놔주지 않겠다면 여기서 다 같이 죽는 수밖에 없다!”
한 집사가 검은 창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는 자신의 정혈을 태워 힘을 강제로 끌어올렸다.
그래서인지 창을 휘두를 때마다 극도로 예리한 힘이 항소운을 공격했다.
집사는 다급한 나머지 숨겨뒀던 비술까지 꺼내 든 것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상대의 공격을 가볍게 무시하고 거센 폭풍처럼 적을 향해 돌진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이 뻗어져 나와 그를 무참히 짓밟는 바람에 집사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이때를 틈타 쇠사슬이 창을 빼앗아버리자 집사는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힘을 상실했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만은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궁지에 몰린 집사는 혼태를 터뜨려 항소운과 죽을 마음을 먹었다.
“큰일 났다. 귀척! 어서 저놈을 막아!”
항소운의 외침에 귀문들이 일제히 집사의 머릿속으로 뚫고 들어가 영혼을 맹공격했다.
그 틈에 항소운이 집사 앞으로 성큼 나아가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두르자 집사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남은 두 명의 집사는 그 광경을 보고 너무 놀라 넋을 잃고 말았다.
어떻게 해서든 목숨만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그들은 마지막 비장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그중 한 사람은 훼손된 성급 무기로 명혼공간을 뚫고 나가려 했다.
잠깐 성공할 것처럼 보였으나, 금세 항소운이 광명성검을 들고 뒤쫓아가 집사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생각만으로도 명혼공간 구석구석을 파고들 수 있는 그는 이곳에서 절대자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성검까지 꺼내 들었으니 앞을 그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남은 집사도 귀문들의 공격 때문에 자폭할 기회마저 상실한 채 성검에 목이 잘리고 말았다.
항소운이 있는 밀실은 사도명우의 화원 뒤편에 있었다.
그가 내뿜는 강렬한 살기와 마기는 밀실에 쳐진 진법에 의해 차단되긴 했으나 사도명우는 무공이 깊은 자이다 보니 멀리 떨어졌어도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야단났군. 밀실에 일이 생긴 것 같네.”
놀란 사도명우가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막라도 서둘러 그 뒤를 따라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화원 밖에 도착한 그들은 은연중 마수의 형체가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황급히 밀실 쪽을 바라본 그들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놈이 일을 낸 모양이군. 어서 가세.”
사도명우는 화원 뒤편의 산으로 앞장서 날아갔다.
막라도 질세라 서둘러 따라갔다.
화원 뒤편의 산은 사도명우가 좌선을 하던 곳으로 밀실은 산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전천의 경지에 오른 만큼 속도도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순식간에 밀실 앞에 도착했다.
이들 외에 다른 장로원에서도 적잖은 장로들이 이 상황을 눈치챘다.
아무리 작은 움직임이라도 이들의 예리한 감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디서 마기가 흘러들어온 거지?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니고 장로원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다니. 혹시 어느 장로가 마수를 노예로 들인 건가?”
“마기가 아주 강한 건 아니지만 매우 순수하군. 보아하니 사도 그 늙은이 쪽에서 흘러나오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이상해.”
장로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으나 선뜻 움직이지는 않았다.
겨우 이 정도 마기 때문에 놀랄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천하를 떠돌며 온갖 것을 보고 들은 터라 이 정도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면 장무경과 함께 있던 소위는 이 기운을 느끼고 흠칫 놀랐다.
“장로님, 저쪽에서 마기가 느껴집니다. 아마도 항소운이 발산하는 모양입니다.”
장무경은 막라를 찾아갔으나 상대가 자리를 비운 상태라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소위의 말에 장무경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 녀석이 정말 마족이란 말인가?”
“그 아이는 인간족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예전에 마연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마혈을 흡수한 모양입니다. 인간족이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마족의 신기한 능력을 얻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소위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당시 마연에서 항소운을 특별 제자로 뽑아온 터라 지금은 항소운을 위해 변호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네. 어서 가보세. 막라와 사도명우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5장로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는 재빨리 움직임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이동했고 소위도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이 무렵, 사도명우는 밀실 문을 부수고 막라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땅바닥에는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사도명우의 눈이 벌게지더니 살기와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짐승 같은 놈! 감히 내 손녀를 죽이다니. 네놈을 당장 찢어 죽이고 말겠다!”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항소운뿐이라서 범인은 그 외에 다른 자가 있을 수 없었다.
사도명우는 순간의 방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 꿈에도 몰랐다.
그는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항소운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사도명우가 분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자, 막라가 황급히 말렸다.
“형님, 저놈의 육신은 훼손하면 안 됩니다. 고급 9성 지체를 타고난 놈이니 고스란히 보존했다가 분신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겁니다.”
“좋은 생각이네. 놈의 영혼을 빼앗아서 육신만 남기면 되겠어.”
사도명우는 살기를 번뜩이더니 숨 돌릴 틈도 없이 항소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항소운은 사도염과 집사들을 죽여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미처 도망치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사도명우가 나타나 달려들자, 반격할 새도 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사도명우가 항소운의 영혼을 뽑아내려는 찰나, 소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도 장로, 당장 멈추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