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38
제538화 마지막으로 하는 부탁이네
풍소살은 한술 더 떠서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어디서 잡종이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느냐?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늑대인간이 풍소살 앞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흉악한 머리를 쑥 들이밀었다.
풍소살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으나, 늑대인간은 손을 쭉 뻗어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고는 정신없이 흔들었다.
풍소살은 종이 인형처럼 공중에 나부끼며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얼굴은 하도 맞아 얼얼했다,
여태 머리가 붙어있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그는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쳤으나, 어찌 된 일인지 힘이 써지질 않아 계속 얻어맞고만 있었다.
“날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도련님을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
늑대인간이 냉랭하게 말을 뱉었다.
그러자 귀막수가 갈고리를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사제를 놓아줘라!”
귀막수의 공격에는 칼날같이 예리한 바람의 힘이 실려 있었다.
족히 산도 가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이었으나, 늑대인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팔을 뒤로 돌리더니 상대의 얼굴을 향해 곧장 주먹을 날렸다.
주먹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귀막수는 줄이 끊긴 연처럼 정신없이 날아가 근처 산에 쿵 하고 떨어졌고, 사람 모양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늑대인간이 이렇게 강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때, 광풍의 일원 하나가 냅다 큰소리를 쳤다.
“넌 이제 끝장이다. 학당 제자에게 부상을 입혔으니 장로들도 가만있지 않을걸.”
늑대인간은 그 말을 듣더니 풍소살을 번쩍 들어 광풍 쪽으로 내던졌다.
그 바람에 광풍 일원들은 풍소살에게 깔려 잇달아 넘어지고 말았다.
겨우 사람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마치 거대한 산이 덮친 듯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당장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전부 저 꼴로 만들어버리겠다!”
늑대인간이 우레와 같은 기세로 호통을 쳤다.
광풍 일원들이 벌벌 떨면서 풍소살과 귀막수를 데리고 도망치려는데, 이때 마침 집법대의 장로가 황급히 나타났다.
아직 정신줄을 잡고 있던 풍소살은 장로를 보더니 울면서 하소연했다.
“장로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항소운 저놈이 늑대인간을 시켜서 저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어서 놈을 벌해주십시오.”
이 장로는 숙부인 풍혹색과 친분이 있는 자였다.
아무리 늑대인간이 강하다 해도 장로가 나타난 이상, 별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로가 풍소살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번쩍 들어 뺨을 연신 후려치는 것이었다.
짝, 짝, 하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뜻밖의 광경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광풍의 일원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풍소살은 하도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 돼버렸다.
“이분은 상급 장로시다. 그런 분한테 함부로 대들어? 때려죽이지 않은 것만도 자비를 베푼 걸로 알아라. 어서 썩 꺼지지 않고 뭣 하고 있어?”
장로는 풍소살 일행을 향해 냅다 호통을 쳤다.
풍소살은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항소운의 뒤에 있는 자가 상급 장로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항소운이 학당에서 퇴출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데, 어째서 상급 장로가 저자의 명령에 복종하고 있냔 말이다! 설마 지금 학당이 농간을 부리는 것일까?’
한편, 항소운의 뒤를 따르던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패왕이 조롱을 당해서 마음이 몹시 갑갑하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상급 장로가 패왕을 지켜주고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역시 패왕은 남달랐다.
이쯤 되니 학당 측이 항소운을 내쫓겠다던 결정을 번복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상급 장로가 나서서 보호하겠는가?
“랑위 대인,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미처 대인을 몰라뵙고 철없이 행동했습니다. 저들보고 이만 가라고 하는 게 어떨는지요?”
장로가 굽신대며 말했다.
저번 일로 랑위의 존재가 장로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서 장로라 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나, 랑위는 장로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항소운에게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파리는 전부 쫓았습니다.”
“그래, 우린 이만 가지.”
항소운은 가볍게 대꾸하며 1호 용원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현재 1호 용원에는 족히 천 명은 됨직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전부 패왕군단 단원들로, 항소운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패왕, 어서 오십시오!”
단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그 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하늘 높이 뻗어나가 패왕군단의 단결된 마음을 온 천하에 드러냈다.
형제들의 뜨거운 눈빛을 보자, 이들과 함께 울고 웃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항소운은 옛 생각에 먹먹해져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단원들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패왕군단 무적!”
그러자 천여 명에 이르는 단원들이 일제히 후창했다.
“패왕군단 무적!”
학당 전체에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세력들은 볼멘소리로 투덜댔다.
“무적은 무슨. 우리 검문에 비하면 형편없는 놈들이.”
또 다른 세력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긴 마찬가지였다.
“패왕군단이 뭐 대수냐? 우리 굉천 앞에서 어슬렁대기만 해봐,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니까!”
평소 같았으면 패왕군단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며 전부 모였을 테지만, 지금은 항소운을 떠나보내기 위한 마지막 작별 인사란 걸 알기에 뭐라고 떠들던 내버려 두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이들의 외침도 차츰 잦아들었다.
항소운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화원의 중앙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단원들이 양옆으로 물러나며 길을 내주었고 그 사이로 그가 걸어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맹주처럼 패기와 위엄이 넘쳤다.
정중앙에는 누군가 일찌감치 의자를 준비해 두었다.
그는 늠름한 자세로 자리에 앉은 뒤, 단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형제들이여, 자네들과 함께 패왕군단을 세우고 여러 해를 지내면서 난 무척 행복했다.
본래 오늘 군단을 해산할 생각이었으나, 마음을 바꿔 계속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패왕의 자리는 구양전기에게 맡길 테니, 다들 지금처럼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패왕군단을 더욱 강대하게 만들고 학당 전체에 널리 위세를 떨치길 바란다!”
“패왕, 떠나지 마십시오!”
단원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항소운은 형제들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며 내심 감동해 마지않았다.
그 역시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스승의 의견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학당은 무수히 많은 자원을 편리하게 제공해주었으나, 오히려 그 점이 독이 되어 안일한 생활에 젖어 들게 했다.
이제 수련 자원이 사라진다면 혼자 힘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숱한 좌절과 실패를 겪을 테지만, 그렇게 해야 비로소 강인한 육신과 정신을 기를 수 있을 터였다.
그리하여 그는 스승의 생각을 받들어 학당을 떠나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
“다들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라.”
항소운의 말에 단원들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학당에서 퇴출되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다들 이 일로 괴로워하거나 마음 쓰지는 않길 바란다. 나는 비록 떠나지만 이대로 무인의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부터 진정한 무인으로서의 길을 걸을 것이다.
훗날 내 명성이 천하에 울려 퍼지는 날이 반드시 오고 말 것이다. 스스로 패왕이라 명명한 이상, 패왕의 명성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테니 부디 너희도 그러길 바란다.
모두 장차 제존의 경지에 오르고 전천의 경지를 뛰어넘어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길 바란다!”
항소운의 진지한 태도에 사람들도 더는 만류할 수 없었다.
비록 이별이 아쉽기는 해도 학당이 이미 결정한 사안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항소운 본인도 자신의 앞날에 대해 낙관하고 있지 않은가.
학당에서 내쫓기게 됐는데도 괴로워하거나 슬퍼하는 기색이 전혀 없어 보는 이들의 마음도 한결 누그러졌다.
“패왕, 괜찮으시다면 저희 동령칠하종(東嶺七河宗)에 들어오십시오. 7품 정점의 세력이라 수련 자원도 꽤 잘 갖추고 있습니다.”
단원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자, 다른 자가 끼어들었다.
“칠하종 정도로는 안 되지. 패왕, 그보다 남황천도문(南荒天刀門)은 어떻습니까? 저희는 8품 세력으로, 제가 소문주를 맡고 있습니다. 패왕께서 들어오신다면 문중의 모든 자원을 개방하겠습니다.”
그러자 다른 자들도 항소운더러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세력에 들어오라며 앞다퉈 권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소운이 들어온다면, 자신의 세력에 훌륭한 맹장이 생기는 셈이었다.
이때, 한신비가 사람들의 말을 자르며 나섰다.
“다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지. 패왕은 장차 천하를 다스릴 분이니 분명 자신만의 세력을 만드실 거야.”
그러자 옆에서 당용비도 거들었다.
“맞는 말이야. 모두 대단한 문파기는 하지만, 패왕이 어찌 남 밑에 들어가시겠나?
아직 패왕을 대장으로 여긴다면, 그런 소리 말고 패왕께 증표나 드리는 게 어때? 훗날 패왕께서 도움을 청할 일이 있거든 그때 각 세력에서 도와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분명 패왕께서도 후하게 사례하실 거네.”
“너희의 마음은 고맙게 받겠다. 난 내 길을 걸어갈 테니 걱정 말도록.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나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웃는 날이 오길 기대하겠다. 자, 그럼 이만 해산하도록 해라.”
항소운은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작별을 고했다.
더 이상의 권유가 의미가 없어지자, 사람들은 당용비의 말에 따라 개인적으로 아끼던 물건을 항소운에게 작별 선물로 건넸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어느 지역 어느 세력의 사람이니, 훗날 도움이 필요하거든 그 세력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고도 했다.
항소운도 차마 끝까지 거절할 수 없어서 그들의 선물을 소중히 받았다. 설령 이후에 쓸 일이 없다 하더라도 이 추억만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단원들이 하나둘 떠나고, 구양전기를 비롯해 한신비와 당용비, 나찰녀 등 몇 사람만이 남았다.
“패왕,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정말 돌이킬 방법은 없는 건가요?”
한신비의 다급한 물음에 항소운은 담담히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
“이미 결정된 일이야. 다들 괜히 애쓸 필요 없어.”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난 그저 자네들이 힘을 합쳐 패왕군단을 더욱 발전시키길 바랄 뿐이네.”
“짐은 나한테 떠넘기고 자네는 그냥 가겠다고? 이게 공평한 일인가?”
구양전기가 예의 나른한 음성으로 눈을 흘기며 물었다.
그는 항소운이 가진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설령 학당을 떠난다 해도 어떻게든 최고의 무인이 되리란 걸 알기에 항소운의 앞날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수장의 자리를 자신에게 넘긴 것이 언짢을 따름이었다.
그는 수장 자리가 끔찍이도 싫은 사람이었다.
감투보다는 홀로 자유롭게 무공을 연마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했다.
“이 세상에 공평한 일이 어딨던가!”
항소운은 한숨을 쉬더니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구양 형, 패왕군단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쉽지는 않았네. 여기 모인 사람 중 패왕군단을 다시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네뿐이야. 그러니 수장 자리를 맡아주게. 자네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부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