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39
제539화 떠나기 전의 정리
“부탁이야 들어줄 순 있어. 다만 그전에 우리가 했던 약속부터 지키라고.”
“좋네, 그럼 내가 떠날 즈음해서 학당 밖 저 산에서 겨루는 게 어떤가.”
“좋지.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언제 떠날지 미리 말해줘야 하네.”
구양전기는 손을 흔들며 유유히 떠났다.
“소운아, 대체 어느 장로가 널 공격한 거야?”
당용비가 물었다.
“제림의 스승이었던 그 늙은이와 막가 그리고 풍가 놈들이에요.”
항소운이 눈에서 살기를 번뜩이며 대답했다.
“당 형, 제가 떠난 후에도 절대 그들을 건드려선 안 돼요. 배후가 대단해서 결코 우리 힘으로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에요. 지난 일은 잊고 수련에 집중해서 무공을 높이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에요. 놈들에게 진 빚은 제가 반드시 갚고 말 테니까요.”
당용비와 다른 사람들은 항소운의 눈빛에 서린 살기를 보고 더는 그 이야기를 입 밖에 담지 않았다.
“패왕, 헤어지기도 아쉬운데 오늘 밤 술이나 마시는 게 어떻습니까. 패왕의 앞날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제갈전천이 말했다.
“말 한번 잘했네. 당연히 그래야지.”
당용비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그러자 항소운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좋네, 오늘 밤 실컷 마셔보자고!”
이렇게 해서 술과 맛 좋은 요리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고기와 과일, 영액이 풍미를 더하면서 다들 모처럼 편안하게 술잔을 들이켰다.
사람들은 차례로 돌아가며 항소운에게 술을 권했다.
평소와 달리 한신비와 나찰녀도 사람들과 어울려 술에 취했다.
그들은 다 함께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푸는 이 순간이 몹시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신비가 술기운을 빌려 항소운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패왕, 당신은 나 한신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한 남자예요. 언젠가 꼭 찾아갈 테니, 날 절대 잊으면 안 돼요.”
“멋있다! 전 한 부단장을 응원하겠습니다!”
제갈전천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래, 한 부단장 같은 미인이야말로 패왕한테 어울리지.”
당용비도 옆에서 거들었다.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
항소운은 한신비의 다정한 눈빛을 보며 담담히 대꾸했다.
그는 나찰녀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나찰녀는 내 여인이니, 내가 없더라도 잘 부탁하네.”
항소운은 이렇게 말하며 한신비의 마음을 완곡히 거절했다.
한신비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술만 들이켰다.
술기운이 돌아 발그레해진 뺨 때문인지 그녀의 모습은 한층 아름다웠다.
목석이 아닌 이상, 저 아련한 눈빛에 반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항소운은 그녀의 마음을 완곡히 거절했다.
예전 같았으면 어여쁜 첩을 하나쯤 두는 것에 큰 거부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의 질투심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뒤로는 일부러 여자를 멀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무공을 단련하는 데 집중하고 싶을 뿐, 남녀 간의 사랑은 훗날에나 마음을 열고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새 한신비는 완전히 취해서 몸도 못 가눌 정도가 되었다.
고백의 실패를 술에 기대 잊으려는 그녀의 모습이 괜스레 안쓰러웠다.
나찰녀는 보다못해 그녀를 부축해서 방으로 데리고 갔고, 당용비와 다른 자들도 하나둘 처소로 돌아갔다.
항소운은 홀로 앉아 적막만이 감도는 화원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밝은 달과 무수한 별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불현듯 뜻 모를 외로움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어릴 적 그는 밝고 쾌활해서 늘 곁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다 친형제나 다름없던 벗과 사랑하는 여인에게 배신을 당한 후로는 남을 극도로 경계하게 되었다.
이젠 혼자가 익숙하다고 생각했건만, 막상 패왕군단 사람들과 이별을 하려고 하니 마음이 슬프고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죠. 어쩌면 오늘의 이별은 훗날 더 멋진 재회를 위해서가 아닐까요.”
나찰녀의 부드러운 음성이 뒤에서 들려왔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내가 너무 감상에 젖었나 봐요.”
그녀는 등 뒤로 다가와 그의 허리를 살며시 안으며 말했다.
“아니요, 당신은 정이 많은 사람이라 그렇게 슬픈 거예요. 냉정한 사람이었다면, 슬픔조차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요.”
“맞아요. 난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나도 당신과 함께 용봉 학당을 떠나고 싶어요.”
나찰녀가 말했다.
“그건 안 돼요. 당신의 재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걸 아는데 나 때문에 망치게 할 순 없어요. 난 당신이 용봉방 10위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항소운은 그녀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녀는 8성 지체에다 나찰의 육신을 타고난 자였다.
현재 5품 입룡경으로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었으나, 기연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기연만 충족된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터였다.
이에 나찰녀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당신 말에 따를게요.”
“참, 그건 그렇고 당신을 데리고 갈 데가 있어요. 그곳에서 수련하면 실력이 빠르게 늘 거예요.”
그는 나찰녀의 손을 붙잡고 그 길로 바로 광장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자, 랑위가 기다렸다는 듯 항소운의 뒤를 따랐다.
얼마 후, 그들은 9대 수련 장소로 향하는 순간이동 진 앞에 이르렀다.
그는 이곳을 통해 금강살무 구역에 갈 작정이었다.
이곳을 지키던 집사는 항소운을 저지하려다가 랑위가 뒤따라오는 것을 보고 순순히 작동시켰다.
그렇게 금강살무 구역에 도착한 그는 나찰녀를 데리고 황금인족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학당 제자들은 황금인의 거주지에 선뜻 접근하지 못했다.
그들의 노여움을 샀다가 죽임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그런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그와 악다리 황자는 친구 사이였고, 다른 황금인들도 그를 좋은 벗으로 대하는지라 마음 편히 방문할 수 있었다.
그와 나찰녀가 접경지에 도착하자, 황금인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존귀한 손님이시여, 우리 종족을 잊지 않고 찾아주셨군요. 정말 큰 영광입니다.”
“하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악다리 황자 전하께서도 안녕하시죠?”
집채만 한 몸집의 황금인에게 항소운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황자 전하께서는 잘 계십니다. 당신이 오신 걸 알면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그럼 황자 전하가 계신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황금인이 다가오며 말했다.
그자의 몸은 온통 황금빛으로 덮여 있었다.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몸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 옆에 서니 항소운과 나찰녀는 무척 왜소해 보였다.
황금인이 앞장서 인솔한 덕분에 두 사람은 황금인족이 사는 곳으로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곧장 황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길에서 황금인과 마주칠 때면 항소운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고, 상대방도 따뜻하게 환대했다.
그 광경을 보며 나찰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도 금강살무 구역이 처음은 아닌지라 황금인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하물며 누군가 황금과를 찾기 위해 황금인족이 사는 곳까지 왔다가 저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한데 항소운은 무탈할 뿐 아니라 황금인에게 서슴없이 대하는 것을 보니 절로 고개가 갸웃거렸다.
문득 예전에 그가 황금인족과 친분이 생겼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저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이제 보니 참말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금의 힘을 가진 영약과 재료가 숱하게 널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금의 힘을 연마하는 그녀에게 이곳만큼 좋은 수련 장소는 없었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악다리의 행궁에 도착했다.
악다리는 진즉 소식을 들었는지 직접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친애하는 벗이여, 드디어 이 친구를 보러 왔군요.”
악다리는 길을 안내해준 황금인보다 체격이 훨씬 크고 건장했다.
그의 몸에선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와 비할 데 없이 고귀한 기운을 풍겼다.
악다리를 마주하고 있노라니 진정한 황금 거인이 무엇인지 새삼 느껴졌다.
악다리는 그동안 혈맥의 힘을 강화하여 조상의 유전적 특성까지 고스란히 발현하고 있었다.
다 금진액 덕분이었다.
당시 악다리는 황금 나무의 묘목과 황결을 주었고, 항소운은 그 대가로 금진액을 주었다.
금진액의 효과를 톡톡히 본지라 악다리는 항소운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그러자 항소운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하하, 황자 전하,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학당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전하를 뵈러 다시 오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회포나 푸십시다.”
악다리 황자는 호쾌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지체 높은 황자다 보니 손님 대접도 융숭했다.
보기 드문 상급 과일이며 영액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항소운도 사양하지 않고 냉큼 과일을 집어 입에 욱여넣었다.
그는 조용히 전결을 운행하면서 과일의 영험한 힘을 정신없이 흡수했다.
“나찰녀, 전하 앞이라고 어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들어요. 무공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항소운이 나찰녀를 챙기며 말했다.
“항 아우, 이분은 당신의 부인입니까?”
악다리가 물었다.
“네, 전하께 소개도 시켜드릴 겸 해서 같이 왔어요. 앞으로 이곳에서 무공을 연마하게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항소운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하, 괜찮고 말고요. 도움이 된다니 오히려 기쁩니다. 제수씨,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마음껏 수련하십시오.”
악다리가 시원스럽게 승낙했다.
황금인족을 방문한 일은 아주 수월하게 풀렸다.
그는 악다리 황자에게 나찰녀를 소개하며 앞으로 잘 부탁드립사 청했고, 덕분에 나찰녀는 이곳에서 마음 놓고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객관적인 조건만 놓고 보더라도 황금인족이 사는 곳은 용봉 학당이 관리하는 금강살무 구역보다 수련 조건이 훨씬 뛰어났다.
무엇보다 금의 힘을 지닌 영물이 넘쳐나서 금의 힘을 연마하는 무인에게는 최고의 수련 장소로 꼽혔다.
일이 성사되자, 그는 쉴 틈도 없이 용봉 학당으로 바삐 돌아가려 했다.
나찰녀도 따라가려 했으나, 그가 끝끝내 만류했다.
학당을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처리해야 할 일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헤어짐이 아쉬워 순간이동 진까지 배웅했다.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외쳤다.
“패왕, 난 영원히 당신 여자예요.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그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긴 입맞춤을 했다.
숨이 막히고 몸이 뜨거워져 그녀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고 싶었다.
그는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
“잠시 떨어지는 것뿐이니 너무 슬퍼 말아요. 얼마 후면 다시 만날 테니까.”
그는 이 말만을 남긴 채 늑대인간과 함께 용봉 학당으로 돌아갔다.
학당에 도착한 그는 1호 용원으로 가지 않고 다시 순간이동 진을 통해 천사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제사장과 반나절쯤 이야기를 나눈 뒤 학당으로 돌아온 그는 곧장 흑암성보로 떠났다.
이쯤 되자, 순간이동 진을 지키던 집사도 항소운이 어디를 가든 상관치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보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터라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떠날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