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44
제544화 이곳에서 힘을 키워라
패왕군단 단원들은 그저 묵묵히 항소운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를 배웅했다.
다른 자들은 항소운의 인품을 존경하는 자들이었다.
강자에 대한 일종의 예우로, 이들도 배웅 행렬에 참여했다.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던 장로들은 제자들을 저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우진의 죽음이 랑위와 연관되어 있을 거라 의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장로를 죽일 수 있는 자는 랑위밖에 없었다.
반면, 항소운은 랑위도 대동 않고 홀로 떠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 일과 관련이 없는 것 같았다.
인황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전천 경지의 성인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는 장로들의 생각이요, 지극히 평범한 자들의 견해였다.
그러니 항소운과 다른 제자들이 작별 인사를 나누는 데도 그냥 지켜볼 뿐이었다.
그 일에 항소운이 직접적으로 가담한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용봉 학당은 용봉 산맥이라는 천연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용봉 산맥의 산은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나무들은 하늘 높이 우뚝 솟았고, 그 사이로 수없이 많은 날짐승과 길짐승이 활개를 펼쳤다.
용봉 산맥은 천지의 영험한 기운도 가득하여 무공을 단련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혔다.
이 무렵, 비범해 보이는 청년 하나가 거대한 흉조를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좌우 양쪽에는 커다란 날개의 흉조 두 마리가 각각 호위하고, 전방에는 외뿔 이무기가 여유를 부리며 한가로이 사냥하고 있었다.
그들 뒤로는 익우수인이 따르고 있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묘하여 눈길을 잡아끄는 조합이었다.
이들은 용봉 학당을 떠난 항소운과 흉조 삼 형제, 은자 그리고 애기였다.
비록 학당에서 쫓겨나게 됐어도 마지막으로 학당이 제공하는 순간이동 진을 통해 이곳을 떠날 수는 있었다.
하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직접 용봉 산맥을 거쳐 떠나는 길을 택했다.
산맥 깊숙이 들어가 단련을 해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양장민에게 부탁한 일이 떠올랐다.
지금쯤이면 서귀도 용봉성에 도착했을 테고, 적화행군도 안전한 곳에서 몸을 회복해야 했다.
그러니 우선 용봉성부터 다녀온 뒤 산으로 돌아와 단련하는 편이 나았다.
어우진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학당 장로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항소운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던 사도명우와 막라 등도 한동안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어서 덕분에 그는 마음 편히 학당을 떠날 수 있었다.
그는 가는 내내 흉조들의 무력을 단련시키기 위해 애썼다.
녀석들은 아홉 빛깔 구름으로부터 힘을 얻은 뒤, 혈맥의 힘은 대폭 늘어났으나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용봉 산맥은 어딜 가나 강한 요수가 득실댔다.
지나치는 곳마다 요수들이 대거 몰려나와 공격을 퍼붓곤 했는데, 요왕급 아래는 흉조들이 처리하고, 그 이상은 은자와 애기가 맞서 싸웠다.
덕분에 그는 근심과 번뇌를 잊은 채 마음 편히 자유를 만끽했다.
항소운은 학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자,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남들의 시선이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용봉성으로 향하는 동안, 장서각에서 탐독했던 수만 가지 고서의 지식을 제 것으로 소화시켰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외우기만 해서 지금처럼 여유가 될 때 한 번쯤 뒤적이며 정리를 해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었다.
“마등혈장으로 영혼과 육신을 분리할 수 있구나.”
수많은 지식 가운데 마등혈장의 신비로운 비밀도 적혀 있었다.
그것은 옛 선인이 기록해놓은 것으로 선례도 있었다.
그는 적화행군이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마등혈장을 주려 했으나, 적화행군은 훗날 항소운이 더욱 성장하는 데 써야 한다며 끝끝내 사양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마등의 뿌리와 보혈 작용을 하는 약황을 주었다.
부디 수하가 하루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번에는 적화행군도 사양하지 않고 모조리 흡수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이 정도로는 쇠한 기운을 보충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적화행군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성해건곤에 있던 아홉 빛깔 구름의 힘을 조심스레 빨아들였다.
그는 구름의 범상치 않은 힘을 단박에 알아차렸으나, 조금밖에 흡수할 수 없었다.
구름은 워낙 양이 적고 귀하다 보니 전부 빨아들였다가는 이곳에 살고 있던 생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뻔했다.
아쉽기는 해도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이 아홉 빛깔 힘은 9대 성진의 힘을 융합한 뒤에 생겨난 겁니까?”
적화행군이 물었다.
“맞네. 아홉 가지 힘이 성해건곤에 모여 자연적으로 생겨난 힘이지. 그래서 ‘아홉 빛깔 구름’이라 부르고 있네.”
“이건 아홉 빛깔 구름이 아니라 혼돈의 힘이 틀림없습니다.”
적화행군이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혼돈의 힘? 그건 말도 안 돼. 혼돈의 힘이라 하면 오행 본연의 힘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던가?”
항소운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혼돈의 힘이란 천지가 개벽할 때 존재하던 가장 근본적인 힘으로, 금, 나무, 물, 불, 흙 등은 혼돈이 분화되면서 생겨난 힘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혼돈의 힘은 일찌감치 분화되어 태초의 땅에나 존재할 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적화행군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주인님 말씀이 맞습니다. 혼돈의 힘은 오행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맞지요. 그런데 주인님은 아홉 가지 힘으로 만들었으니 혹시 전설로 전해지는 그 힘이 아닐까요?”
“그 힘이라니?”
항소운이 몸을 곧추세우며 물었다.
그도 아홉 빛깔 구름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적화행군은 일찍이 강호를 주름잡던 고수로 견문이 넓고 박식하다 보니 이 힘의 정체에 대해 알지도 몰랐다.
“시기(始氣)입니다.”
“시기? 설마 태초의 시기?”
항소운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섰다.
예전에 장서각에서 힘에 관한 고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 시기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확히는 태초의 시기였다.
태초의 시기는 가장 원초적이고 오래된 힘으로, 혼돈의 힘보다도 오랜 역사를 품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우주의 시작점에서 탄생한 여러 힘 즉, 해와 달, 별, 혼돈, 만물 등 모든 것이 시기(始氣)라는 기가 변화하여 생겨난 것이라 했다.
또한, 태초에 생겼다 하여 태초의 시기라 부르기도 했다.
몇 줄 안 되는 기록이었지만 왠지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았는데, 뜻밖에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이런 힘이었다니 실로 놀라웠다.
“잠깐, 뭔가 이상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기는 색채가 없어 ‘무’의 상태에 속하는 힘이라 했습니다. 한데 주인님이 가진 힘은 색을 띠고 있으니 아무래도 기록과 맞지 않습니다.”
적화행군도 이 힘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골똘히 고민하는 눈치였다.
“기록은 기록일 뿐, 태초의 시기를 실제로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설령 이 힘이 태초의 시기가 아니라 해도 분명 관련은 있을 거야.”
항소운의 어조에서는 확신이 느껴졌다.
아홉 빛깔 구름을 폭발시켰을 때 터져 나온 힘은 실로 비범했다.
게다가 그 힘은 강인한 생명력마저 품고 있지 않던가.
성해건곤에 있는 생물들이 바로 그 증거였으니, 평범한 힘으로는 절대 발휘할 수 없는 효과였다.
“주인님 말씀이 맞습니다. 기록은 기록일 뿐, 진실이 무엇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요.”
적화행군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주인님의 무공이 예전만큼 강해지면 시기도 대량으로 축적될 테니, 그때가 되면 천하를 종횡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도 적수가 되지 못할 겁니다.”
“그 일은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고, 우선 은자더러 요황을 몇 마리 잡아 오라고 할 테니 자네는 혈기부터 보충하도록 해.”
“사실 황급 요수의 피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급 요수의 피는 되어야 효과가 나타날 테지요. 당분간은 버틸 수 있으니 급하진 않습니다. 그보다 어서 서귀를 만나보고 싶군요.”
“걱정 마. 곧 만나게 될 테니까.”
용봉 산맥의 외곽에는 요수가 넘쳐났으나, 정작 제급 요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덕분에 항소운 일행은 비교적 수월하게 산을 넘고 있었다.
항소운은 은자에게 황급 절정의 요수를 몇 마리 잡아 오게 하고는 은자더러 용봉성까지 따라갈 필요 없이 흉조들과 이곳에 남아 계속 무공을 단련하라고 했다.
“너희 세 녀석은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빨리 실력을 높여야 한다. 지금은 너무 약해.”
항소운은 흉조 삼 형제를 돌아보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형님, 걱정 마세요. 반드시 가장 강한 흉조가 되고 말 테니까요.”
흉대가 앞장서 말했다.
“맞아요, 저희는 강한 육체와 능력을 타고 났는데 누가 감히 상대가 되겠어요?”
뒤이어 흉이가 배짱 좋게 말을 받았다.
그러자 항소운이 흉이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아까도 두루미한테 쫓겨서 정신없이 도망쳐 놓고선 어디서 허풍이야?”
“그, 그건 녀석이 하도 작아서 차마 못 때린 거죠.”
흉이가 억울하다는 투로 말했다.
흉삼은 흉조 삼 형제 중 가장 몸집이 작았으나, 힘은 가장 셌다.
흉삼이 의젓하게 말했다.
“형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그래, 우선 동급 요수를 찾아 무력을 단련하도록 해. 그러면서 여러 공격법도 익히고 말이야. 그런 쪽으로는 내가 가르쳐 줄 수 없지만, 이곳에서 단련하다 보면 훨씬 강해질 거라 믿는다.”
항소운은 은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은자야, 녀석들을 부탁한다. 진짜 절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도와주면 안 돼. 가장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녀석들이 극복하고 커나갈 수 있도록 부탁할게.”
“헤헤, 형님. 걱정 마세요.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전까진 절대 안 도와줄 겁니다.”
은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을 보니 벌써부터 아우들을 괴롭힐 생각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물론 항소운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옥도 다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흉조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슴 속 깊이 숨겨져 있는 흉악한 본성을 일깨워야 했다.
그렇게 은자와 흉조들을 남겨둔 채 항소운은 애기를 데리고 용봉 산맥을 떠났다.
용봉성에 도착한 그는 곧장 용봉 주루로 향했다.
양장민이 말을 전했다면, 서귀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주루는 여전히 장사가 잘되는지 드나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항소운은 문턱을 넘어서며 안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구석진 자리에 젊은이가 홀로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젊은이는 한발 앞서 그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그래, 우선 술부터 한잔하세나.”
항소운은 기분이 좋아서 연신 싱글벙글했다.
젊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점원을 불러 술 두 병을 내어오도록 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고기를 맛보며 평범한 대화를 나눌 뿐, 딱히 특별한 구석은 없었다.
그들은 배를 채운 뒤, 주루에서 나와 성 외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도착한 곳은 인적조차 없는 어느 깊은 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