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46
제546화 내가 너이고, 또 네가 나다
항소운은 적화행군, 서귀와 작별을 고하면서 어둠 본연의 힘 중 일부를 서귀에게 주었다.
그리고 빛의 힘을 지닌 제급 약초도 섭섭지 않게 챙겨주었는데, 전부 천사족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서귀는 지금 어둠과 빛의 힘을 동시에 연마하고 있어서 마침 필요하던 것들이었다.
서귀는 항소운에게 좋은 물건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선뜻 받아들었다.
역시 패왕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았다.
적화행군은 서귀와 떠나기 전, 항소운에게 이존염을 돌려주었다.
“도련님, 생각보다 등급이 높은 화염이더군요. 화염의 정수는 제가 대부분 흡수했으나, 불씨는 아직 남아 있으니 도련님이 가지고 계신 화염과 합치면 더욱 강력한 화염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계속 가지고 있어봤자 크게 쓸 데도 없으니, 아무래도 돌려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적화행군은 서귀처럼 항소운을 도련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항소운이야 이들과 형제처럼 허물없이 지내고 싶었지만, 상하 관계는 분명해야 한다는 이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알아서 부르도록 했다.
항소운은 두 사람에게 어서 길을 떠나라며 재촉했다.
혹여 용봉 학당에서 적화행군이 달아난 사실을 알고 쫓아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는 적화행군과 서귀가 순간이동 진을 통해 용봉성으로 돌아가는 걸 본 뒤에야 자신도 용봉 산맥으로 향했다.
곧 4대 학당의 경쟁전이 열릴 테니 그전에는 용봉 산맥을 떠날 수 없었다.
경쟁전에 참가하라는 스승님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용봉 학당을 대표해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이었다.
용봉 산맥에 도착한 그는 수련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골라 곧장 폐관에 들어갔다.
그는 애기에게 호법을 맡긴 채 이존염을 융합하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이존염은 상급 화염으로, 등급만 놓고 보자면 운지염보다도 높았다.
운지염은 천년의 화염으로, 마염종을 융합시키자 등급이 상승하면서 3, 4천 년에 버금가는 화염으로 재탄생했다.
그런데 이존염은 이런 운지염보다도 등급이 높아서 적어도 5천 년은 됨직했다.
그리고 이 정도는 되어야 제존을 위협하는 것도 가능했다.
비록 대부분의 힘은 적화행군이 흡수했으나, 불씨는 아직 남아 있어서 힘만 충분히 보충하면 예전 상태를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이존염이 약해진 틈을 타 운지염과 융합시킬 작정이었다.
그는 동굴을 만든 뒤 안으로 들어가서 운지염을 불러 이존염을 집어삼키도록 했다.
하나, 이존염은 힘이 약해지긴 했어도 등급에서는 운지염보다 한 수 위였다.
녀석은 같은 성질의 힘을 느끼고 오히려 반격에 나섰다.
운지염은 기세를 최대로 높여 상대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두 화염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바람에 불의 성진이 부풀어 올라서 항소운만 죽을 지경이었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은 몇 번을 겪어도 끔찍했다.
운지염과 이존염의 싸움은 단시간에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항소운도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운지염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까 싶어 서둘러 전결을 운행하여 성진을 활짝 열고는 불의 진의를 일으켜 운지염을 돕기 시작했다.
그와 운지염은 오래전 혼연일체를 이룬 상태로, 달리 말하면 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였다.
항소운이 도움을 주자, 전세가 차츰 바뀌면서 운지염이 이존염을 융합하기 시작했다.
이존염의 힘은 점차 약화되었고 푸른 빛이 움츠러들면서 진홍빛 화염이 우위를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뜨거운 열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와 온몸이 델 것만 같았다.
그로부터 약 보름 후, 운지염은 이존염을 완전히 융합하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불의 성진에서 강력한 화력이 터져 나왔다.
성진이 수용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화력이 일순간 터져 나온 것이다.
마치 만 년을 참아왔던 화산이 갑자기 폭발한 것처럼 무서운 기세로 치솟아 올랐다.
화력을 제압하지 못하면, 항소운의 육신도 덩달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운지염의 등급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힘이다 보니 확실히 매섭고 강했다.
“모조리 거둬들여라!”
항소운은 이런 상황을 예상이나 한 듯 지체하지 않고 성해건곤을 펼치더니 화력을 그 속으로 전부 거둬들였다.
성해건곤의 한편에는 용암이 흐르고 있는데, 그곳에는 염열화란 꽃이 자라고 있어서 이 화력을 담아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화력이 용암으로 스며들자, 별안간 용암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열염화의 색이 한층 곱고 선명해지면서 빠르게 자라나는 것이었다.
아마도 얼마 후면 꽃이 만개할 것 같았다.
놀라운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열염화 양옆으로 새싹 두어 개가 자라났는데, 줄기만 있고 아직 꽃망울은 없어서 이제 갓 나온 듯했다.
이들은 강력한 화력에 영향을 받고 깨어난 녀석들이었다.
아홉 빛깔 구름도 화력 덕분에 힘이 한층 강해지면서 수혜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항소운이 다른 힘은 응집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용의 기운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어 실제 무공은 높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불의 성진은 안정적으로 차올랐고 성진의 힘도 한결 단단해졌으며, 아홉 빛깔 구름도 한층 강해졌으니 그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무엇보다 운지염의 힘이 한층 매서워졌다.
평범한 제존은 닿기만 해도 금세 타버려서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리니 벗어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적어도 최상급 제존은 되어야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여기에 다른 화염까지 더해서 만 년의 화염을 만든다면 성인도 태워 죽일 수 있으리라.
다만 화염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지금은 경쟁전에 집중하고, 그 후에나 찾을 생각이었다.
그는 손바닥에 자그마한 화염 덩어리를 만들어 올렸다.
화염은 진홍빛이 주를 이루었으나, 간간이 푸른 빛과 검은빛을 띠면서 자유롭게 변화하고 있었다.
손바닥을 가볍게 휘두르자 화염이 전방의 바위로 날아가 화르륵 타올랐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치 십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런데도 불길은 멈출 줄을 모르고 다른 곳으로 마수를 뻗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산 하나를 홀라당 태워버릴 기세였다.
그가 다시 손을 내뻗자 무섭게 타오르던 화염이 손바닥으로 전부 되돌아왔다.
놀랍게도 눈앞의 불길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로 대단한 힘이구나.”
항소운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는 여기서 수련을 끝내지 않고, 다시 동굴로 들어가 폐관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마등혈장으로 영혼을 실체화시켜 영혼력과 혈기를 강화할 계획이었다.
무릇 마등혈장이란 혈맥의 힘을 일깨워 혈기를 강화하고 수명을 늘리며 혼태를 응집시킨다고 알려졌지만, 이를 통해 영혼을 실체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물론 영혼의 실체화는 충분히 강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항소운의 영혼은 이미 5품 제존에 버금갈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육신의 경지만 따라줬다면, 아마도 진작에 혼태를 응집했을 것이다.
그래서 혼태를 응집하기 전, 우선 영혼부터 실체화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무공도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터였다.
“꼭 성공해야 할 텐데…….”
그는 혼잣말을 되뇌며 마등혈장을 제련하기 시작했다.
마등혈장은 오랜 세월 축적된 힘으로, 그 속에는 혈귀마등의 정수가 실려 있었다.
그 힘을 분해하자, 눈앞에 돌연 혈귀마등이 나타난 것 같았다.
혈귀마등은 넝쿨을 이리저리 뻗더니 허공에 대고 후려쳤다가 또 금세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절세 고수가 무공을 펼치는 듯하여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배우고 익힌다면 꽤 훌륭한 기술이 될 것 같아서 항소운은 그 광경을 머릿속에 전부 기억했다.
혈맥도 자극을 받았는지 혈기가 들끓어 올랐고, 나찰녀에게 부상을 당했던 심장도 대량으로 혈기를 공급받으면서 남아 있던 상처까지 말끔히 회복되었으며 오히려 예전보다 활력이 생겼다.
심장은 평소보다 살짝 빨리 뛰었으나, 혈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위험할 테지만, 무인에게는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했다.
혈기가 왕성해지자, 혈귀마등의 정수가 성진으로 몰려들었다.
마등은 제급 식물마류라서 그 힘의 일부만 얻어도 엄청난 소득이었다.
물론 항소운은 이 순간에도 영혼을 실체화하겠다던 목적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전결을 운행하며 혈장의 힘을 머릿속으로 대거 보내 영혼을 빈틈없이 에워쌌다.
방대한 혈기가 흘러 들어가자, 영혼은 이를 거침없이 빨아들이면서 진신(眞身)을 모방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영혼은 이전에도 실체를 갖춘 듯했으나 실은 허상에 불과할 뿐, 피와 살로 이루어진 진짜 육신은 아니었다.
한데, 지금은 혈장의 힘을 얻어 영혼이 진정한 육신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영혼을 실체화하여 분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천 경지 이상은 되어야 하며 희귀한 재료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무구의 혼에 혈장의 힘까지 더해지자 범이 날개를 단 듯 모든 과정이 수월하게 풀렸다.
혈장의 힘과 영혼은 쉴 새 없이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조화를 이룬 끝에 마침내 고치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육신에서 영혼의 기운이 사르르 사라지면서 입적한 고승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몸속에서는 혈기가 들끓고 생명력이 방대하게 퍼져나가 전혀 죽은 사람 같지 않았다.
항소운이 폐관에 들어간 지도 어언 3개월.
마침내 고치가 갈라지면서 그의 육신과 꼭 닮은 몸이 머릿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갓난아기처럼 보드라운 피부는 흠집 하나 없이 깨끗했으며 동시에 강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자그마치 6품 제존에 육박하는 영혼력이었다.
그 순간, 영혼과 육신이 순식간에 연결되면서 항소운의 기운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영혼이 육신에게 강제로 힘을 불어넣은 것으로, 육신과 조화를 이루어야 영혼도 그만큼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 힘이 9대 성진을 함빡 적시자, 성진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용의 기운을 빠르게 응집시켰다.
덕분에 그의 척추는 한결 단단해졌으며, 무공은 단숨에 7품 입룡경 정점에 올랐다.
그는 끝도 없이 치솟는 힘을 강제로 억눌렀다.
마음만 먹으면 이 상태로 8품 입룡경도 돌파할 수 있을 테지만, 억지로 고삐를 잡아끌었다.
7품에 오른 지도 얼마 되지 않은 터라 현 토대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잠시 후 그는 안정된 상태에 이르자 영혼을 육신과 분리해보기로 했다.
제존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혼이 서서히 떠올라 머릿속을 빠져나오자,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생김새며 체격이 항소운과 똑 닮아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진신(眞身)과 별개로 분신이 독립된 사고를 한다는 점이었다.
달리 말하면 독립된 개체가 되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서로 다른 무공을 연마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신과 꼭 닮은 분신의 등장에 항소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내 분신이란 말인가? 내가 한 명 더 생겨난 것 같은데?”
그가 혼잣말을 되뇌자, 놀랍게도 분신이 이에 반응했다.
“내가 너이고, 또 네가 나다. 내가 보고 듣고 얻은 모든 것은 전부 네가 갖게 된다. 물론 네가 가진 모든 것도 내 것이라 할 수 있지. 우리는 본래 하나다.”
그제야 어찌 된 영문인지 알 것 같았다.
분신은 진신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 범주는 진신이 통제한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