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49
제549화 고혼도로 가야 한다
항소운은 현재 9대 성진 중 흙과 불, 어둠 등 세 성진에는 힘이 완벽히 차올랐고, 나머지 성진들도 거의 정점에 이르러 약간만 더 흡수하면 완벽한 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
앞으로 시간을 할애해서 나머지 성진까지 전부 채운다면, 8품 입룡경에도 순조롭게 오를 터였다.
그는 이미 아홉 가지 힘의 진의를 깨달은 터라 힘을 흡수하는 속도도 범인보다 월등히 빨랐다.
그는 앞으로 3개월 안에 경지를 더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진법은 저 원숭이가 만든 것은 아닐 터, 아무래도 누군가 들어왔던 게 분명해. 한데 그자는 지금 어딨지?”
동굴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으나, 사람은 아무 데도 없었다.
혹여 시체가 있을까 싶어 이곳저곳 뒤져보았으나 역시나 헛수고였다.
그러다 다시 지현정기를 들여다보니 겹겹이 층을 이룬 정기 사이로 어떤 물체가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 게 보였다.
마치 사람이 가부좌를 튼 형상 같았다.
“설마 이 안에 시체가 든 건 아니겠지?”
그는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물체든 지현정기에 닿기만 하면 예외 없이 가루가 돼버렸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적어도 전천 경지의 성인은 되어야 이런 정기를 겁내지 않았다.
한데, 안쪽에 사람의 형상이 있다니?
혹시 절세 고수가 저 안에서 수행이라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생각 끝에 눈앞에 보이는 것이 허상일지 모른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저 그림자일 뿐인 게 분명했다.
또 금세 종적을 감추기도 했고.
어쨌든 지금은 훗날 혼태를 응집하기 위해서라도 눈앞의 지현정기를 전부 거둬들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광명성검으로 주변의 암벽을 모조리 파냈다.
상급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누군들 탐내지 않겠는가.
그는 지현정기를 포함하여 주변의 지반까지 모조리 파낸 뒤, 성해건곤에 전부 거둬들였다.
물론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성해건곤이 지현정기를 감당하지 못하면 그대로 부식되고 말 테고, 그렇게 되면 성해건곤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부식될 위험까지 있었다.
막대한 수확이 생기는 만큼 위험도 컸다.
성공하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테고, 반대로 실패하면 목숨마저 내놓아야 했다.
다행히 도박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현정기는 성해건곤 속에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히 머물렀다.
그를 무섭게 괴롭혔던 부식력도 더 이상 발산하지 않은 채 유유히 떠다닐 뿐이었다.
“과연 성해건곤은 세상 만물을 다 담을 수 있구나. 지현정기도 성해건곤에 넣으니까 이렇게 얌전해졌잖아.”
항소운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씩 지으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는 거대 원숭이와 애기, 은자, 흉조들을 동굴 안으로 불러 수정광맥을 캐도록 했다.
거대 원숭이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들 광맥을 캐고 있는 사이, 항소운은 근처에서 흙의 힘을 지닌 약초를 발견했다.
그는 흉조 삼 형제에게 먹으라고 양보한 뒤, 제급 약초인 증력초(增力草) 세 줄기는 따로 챙겨서 성해건곤 속 지현정기 부근에 심어 계속 자라도록 했다.
증력초는 거대 원숭이와 함께 이 동굴을 지키며 살아온 넝쿨 풀로, 흙의 힘을 연마하는 무인이 복용할 경우 무력을 대폭 상승시켰다.
다만 지속 시간은 반 시진 정도로 제한적이었으나, 다 진 싸움도 전세를 역전시킬 만큼 효과가 대단했다.
수정 광맥 하나의 넓이는 자그마치 30방(方)에 이르렀다.
1방에 천 개가 들어가니 30방이면 상급 수정 3만 개였다.
얼핏 보면 적은 것 같아도 상급 수정은 중급 수정보다 열 배나 값어치가 높으니, 단순히 수량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수정들은 적화행군을 살리는 데 쓰느라 거의 남아있질 않았다.
한데, 이제 상급 수정이 3만 개나 생겼으니, 당분간은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터였다.
“너한테 임무를 하나 맡기겠다. 이 일만 잘하면 앞으로 넌 자유의 몸이 될 테고, 대단한 기연도 얻을 수 있을 거다. 하나, 불복종하겠다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일 수밖에.”
항소운은 거대 원숭이를 보며 유유히 말을 뱉었다.
곁에 두면 큰 힘이 될 테지만, 지금 그에게 있어 거대 원숭이는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말씀하십시오.”
“바로 이 세 녀석을 단련시켜 하루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네 임무다. 다음에 봤을 때는 이 아이들이 황급 아니,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어야 할 것이다.”
항소운이 흉조 삼 형제를 가리키며 말했다.
“형님, 이제 저희를 버리시는 겁니까?”
흉조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바보 같은 소리. 이게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이자는 이곳을 다스리는 우두머리이자 너희와 같은 힘을 연마하고 있잖아. 내 옆에 있는 것보다 저런 자에게 배우는 편이 훨씬 실력도 빨리 늘겠지.”
항소운은 이렇게 말하며 거대 원숭이에게 재차 물었다.
“어때, 하겠나?”
거대 원숭이는 감히 거절도 못 하고 고개만 주억거렸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습니다.”
“이번 일만 잘하면 보상도 섭섭지 않게 해주지.”
항소운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서둘러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4대 학당의 경쟁전이 열리기까지 겨우 두 달 남아서 아예 이곳에 자리를 잡고 남은 여섯 가지 성진의 힘을 전부 채울 작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8품 입룡경을 돌파해야 경쟁전에서 1등 할 가능성도 있고 스승님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을 터였다.
항소운은 동굴에서 본격적으로 수련에 들어갔다.
그는 아홉 가지 진의를 이용해 천지의 영험한 기운을 흡수하면서 각 성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분신을 불러내 동굴 밖에서 각종 기술을 연마하도록 했다.
이렇게 진신과 분신이 합심하여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자, 무공이나 전투력 측면에서 모두 장족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경쟁전의 시작일이 곧 다가오고 있었다.
진무, 구궁, 용봉 그리고 신록 학당은 전통 깊은 4대 무술 학당으로, 중원 대륙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재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있었다.
무릇 4대 학당 출신들은 각 지역의 맹주로 활약하고 있었다.
4대 학당은 주기적으로 경쟁전을 열어 서로 실력을 겨루고는 했다.
예나 지금이나 선두는 항상 진무 학당이었으며, 구궁과 용봉은 2등 자리를 놓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고 신록은 만년 꼴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순위와 상관없이 각 학당의 제자들은 실력이 쟁쟁하고 자부심이 넘치는 자들이었다.
자연히 어느 쪽도 허리를 굽힐 의사는 없는지라 용호상박에 비유될 만큼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었다.
그중 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지는 경쟁전이 끝나봐야 알 일이었다.
4대 학당의 경쟁전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용봉 학당의 제자들은 하나둘 폐관을 끝내고 떠날 채비를 했다.
항소운 역시 폐관을 끝내고 분신과 합일을 이룬 뒤, 조용히 스승의 부름을 기다렸다.
“경쟁전만 끝나면, 자릉종으로 돌아가 제패천 그놈을 끝장내겠다.”
이렇게 말하는 항소운의 눈빛에는 독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제패천을 죽일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자신과 약속한 10년도 곧 머지않았다.
이제 얼마 후면 그 다짐을 지킬 날이 올 것이었다.
물론 아직은 제패천과 직접 겨룰 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복수할 날을 위해 지난 10년간 죽을 각오로 수련에 매진했고, 적화행군과 서귀라는 든든한 조력자도 있었다.
이번에는 제패천도 죽음을 면하기는 어려우리라.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도 랑위가 찾아왔다.
항소운은 자신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랑위는 그런 생각을 간파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도련님, 그때 드린 호신옥 때문에 주인님도 도련님의 위치를 알고 계신 겁니다.”
“그랬군. 그건 그렇고 경쟁전은 곧 열리겠지?”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보름 후, 동령(東嶺)의 고혼도(孤魂島)라는 곳에서 열릴 테니 도련님께서는 혼자 떠나셔야 합니다. 보름 후,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랑위는 이 말만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고혼도가 어디 있는 건데?”
항소운이 급히 물었으나, 랑위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곳을 찾아가라니 괜스레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니 이 또한 스승님의 시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장소조차 찾아가지 못하면 경쟁전은 참가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리라.
그는 생각이 이에 미치자, 은자와 애기를 데리고 바로 용봉성으로 떠났다.
한시라도 빨리 섬의 위치를 찾아내서 경쟁전이 열리기 전 그곳에 도착해야 했다.
항소운은 용봉성에 도착한 후, 잡화점에 들러 중원 대륙의 지도를 샀다.
그래도 규모가 큰 대회인데 4대 학당이 아무도 모르는 섬을 골랐을 리는 없을 터,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지도를 펴들었다.
과연 지도에는 ‘고혼도’란 섬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서둘러 용봉 학당이 운행하는 순간이동 진으로 가서 동령 행에 몸을 실었다.
고혼도는 동령의 동해에 위치한 섬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 섬에는 원혼이 떠돌며 울부짖는다고 했다.
스산한 바람에 섞여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면 아무도 섬에 내릴 엄두를 내지 못했고, 용기 있게 내린 사람들은 죽거나 미치는 등 끔찍한 일을 겪었다.
그리하여 고혼도는 불길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는 이 섬을 대자연의 복이 깃든 곳이라 주장하면서 매우 귀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도 했다.
일찍이 어떤 자가 이곳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적이 있는데, 무공이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다고 한다.
또 어떤 이의 말에 따르면, 이 섬에 혈혼석(血魂石)이나 취신화(聚神花)와 같이 제존에 오를 때 쓰이는 귀한 재료가 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섬에 들어가 기연을 찾으려는 인황들이 끊이지 않았으나, 실제로 기연을 얻은 자는 몇 되지 않았다.
근 몇 년 사이에는 강력한 물 요수가 나타나 고혼도를 점거하고 있었다.
그런 탓에 무공이 약한 자들은 이 섬에 오르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평범한 무인들 사이에서는 금지(禁地)처럼 여겨졌다.
물론 항소운은 이런 상황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는 순간이동 진을 타고 며칠을 이동한 끝에 동해 인근의 큰 성인 동해성(東海城)에 도착했다.
그 후 숨돌릴 틈도 없이 성을 빠져나와 곧장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에 이르러 사람들에게 고혼도에 가는 법을 물으니 다들 대답을 피할 뿐, 누구 하나 속 시원히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다들 그 섬에 대해 언급조차 꺼리는 눈치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고혼도에 가시려는 건가요?”
고개를 돌리자, 어느 어여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보아하니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인인 듯했다.
버들눈썹과 오똑한 코, 붉은 입술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미모의 여인이었다.
하늘거리는 남색 비단 천은 그녀의 용모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남색 사자 위에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았다.
여인의 곁에는 다섯 남자와 두 여자가 있었다.
겉모습을 보아하니 모두 스무 살을 넘긴 것 같았고, 하나같이 외모가 뛰어나고 기세도 당당했다.
전부 인황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보아 타고난 재능 역시 출중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