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51
제551화 이대로 놓아줄 거예요?
우르르 쾅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벼락이 해수면과 충돌할 때마다 바닷물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곧장 수면 아래로 뛰어들었다.
교룡을 잡고야 말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었다.
항소운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은자를 보며 씩 웃었다.
“녀석, 드디어 혼자 싸울 수 있게 됐구나. 다만 저 교룡을 제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여하튼 저 교룡은 고혼도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겠지.”
그는 중얼거렸다.
“이번 여정이 끝나면 백수산에나 가봐야겠다. 소백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이 형님을 잊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
한편, 바닷속에서는 거대한 두 형체가 충돌하며 파도가 거세게 출렁였다.
파도가 더욱 거세지는 걸 보니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은자가 도망치듯 물 밖으로 나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크고 작은 상처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피마저 흘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부상은 심각했다.
바다 위에도 꽤 많은 양의 피가 떠 있었는데, 은자의 것인지 아니면 교룡이 흘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못된 년, 너도 어디 한번 올라와 봐. 내 당장 찢어 죽여줄 테니까!”
은자가 상공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야, 암컷 교룡이었어?’
항소운은 뜻밖이라는 듯 속으로 생각했다.
뒤이어 해수면 위로 교룡이 머리를 쑥 내밀더니 역시 은자를 향해 고함을 쳤다.
“그러지 말고 네가 내려오지 그래? 본 공주가 통째로 잡아먹어 줄 테니!”
“어휴, 저걸 그냥! 너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은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화를 참지 못하더니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또 한바탕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번 싸움은 종전보다 훨씬 길어져서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서는 천둥 번개가 쉴 새 없이 떨어졌으나, 해수면에 닿는 순간 위력은 크게 약해졌다.
은자의 주무공은 천둥의 힘이지 물이 아니다 보니 수중전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속도마저 느려져서 상대에게 꼼짝없이 제압당하고 말았다.
얼마 후, 은자가 다시 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상처는 한층 늘어났으나, 여전히 교룡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은자야, 어째 안 되겠어?”
항소운이 물었다.
은자의 회복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기에 녀석이 상처투성이가 됐어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은자가 고생을 좀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은자는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또다시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으나, 이번에도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교룡은 의기양양해져서 물 위로 머리를 쑥 내밀고 소리쳤다.
“감히 본 공주의 영역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지? 내 심기를 건드렸으니 이 바다를 지나갈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아라!”
교룡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마치 이 바다가 전부 제 것이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교룡의 도발에 은자가 울화통을 터뜨리며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려 하자, 항소운이 저지하고 나섰다.
“공주님, 저희는 그저 길을 물으려던 것일 뿐 실례를 범하려던 것은 아니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우습군. 내 영역에서 마구 소리를 지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럴 뜻이 없었다고? 우리 교룡족이 그리 만만하게 보이더냐?”
“그럴 리가요. 고혼도가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시면 지금 바로 떠나겠습니다. 다시는 공주님을 언짢게 하지 않고, 답례도 하겠습니다.”
항소운이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흥, 필요 없거든? 이제 우리 대군이 올 테니, 그때가 되면 너희를 모조리 먹어 치워주마!”
교룡의 말에 은자가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내가 정말 너 하나 못 이길 것 같냐? 그렇게 숨어있지만 말고 바다 위로 나오지 그래? 단번에 때려 눕혀줄 테니까!”
“흥, 이길 자신이 있으면 네가 다시 내려오든가. 이번에는 쥐새끼처럼 도망 못 갈걸?”
교룡도 질세라 맞받아쳤다.
은자가 참지 못하고 다시 뛰어들려 하자, 항소운이 막아섰다.
“그만하고 넌 저쪽에 가 있어. 교룡족의 대군이 곧 몰려올 텐데 한가하게 싸울 시간이 없다고. 대군과 마주쳐봤자 우리도 좋을 건 없어. 애기, 네가 가서 빨리 끝내고 와.”
“예, 도련님.”
애기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바다를 향해 쏜살같이 내려갔다.
제급의 경지니 교룡 정도는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상대의 실력을 너무 얕본 탓일까.
애기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찰나, 거센 파도가 일어나 앞을 가로막더니, 그사이에 교룡이 다른 쪽으로 헤엄쳐갔다.
애기는 격분해서 맹공격을 펼쳤다.
무수히 많은 깃털이 화살이 되어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그 바람에 바다가 거세게 출렁였다.
푸른 비늘의 교룡은 이 바다의 맹주답게 공포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애기가 갖은 방법으로 공격을 펼치면 교룡은 온갖 재주를 부리며 무력화시켰고, 기회가 보일 때마다 반격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애기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으나, 그렇다고 물에 뛰어들 수도 없었다.
날개가 주무기인지라 물속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항소운은 멀리서 까맣게 몰려오는 교룡들을 발견했다.
한시바삐 이 교룡을 사로잡지 못하면 퇴로마저 막힐 판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그는 결국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내가 처리할 테니, 다들 물러나 있어!”
“흥! 어림도 없다!”
푸른 비늘의 교룡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래? 널 잡아서 내 아우의 색시로 줄 참인데.”
항소운이 담담히 웃으며 대꾸했다.
“형님,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저런 포악한 여자는 줘도 싫다고요.”
은자가 화들짝 놀라 말했다.
“한심한 놈. 예전에 소백이는 거칠고 사나운 암호랑이만 좋아하더라.”
항소운은 배짱 없는 은자가 못마땅해서 한소리하고는 몸을 홱 돌려 바다로 돌진했다.
한편, 교룡은 큰소리를 치긴 했으나 상대의 비범함을 느끼고 있었다.
최상급 요황이나 익우수인을 수하로 부리는 것을 보니 범상치 않은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교룡은 생각이 이에 미치자, 바닷속으로 숨어버렸다.
항소운은 물속으로 직접 뛰어들지 않고 해수면을 향해 장법을 연신 날렸다.
푸른 빛을 띤 거대한 두 개의 장력이 해수면에 닿자, 바닷물이 쩍 갈라지면서 강력한 힘이 교룡을 휘감더니 그대로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교룡은 괴성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며 빠져나가려 애썼으나, 상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항소운이 교룡을 공중으로 내던지자, 머릿속에서 분신이 성큼 걸어 나오더니 제존의 기세로 교룡을 단단히 제압한 뒤 허공에 묶어두었다.
꼼짝없이 붙잡힌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강력한 힘이 사방에서 옥죄고 있어서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바로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
그가 굳이 분신을 불러낸 이유는 교룡과 힘 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자신이 직접 나서면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꽤 많은 힘과 시간이 들 테고, 무엇보다 교룡을 은자에게 색시로 주겠다는 말도 진심이었다.
한편, 교룡은 시시각각 짙어지는 살기를 느끼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고혼도까지 안내해주면 풀어주마. 뭐 싫다면 죽이는 수밖에.”
푸른 비늘의 교룡은 그리 멍청한 녀석이 아니었다.
눈앞의 상대는 자신과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라 협박을 하고 있었다.
싫다고 말하는 순간, 목이 달아날 걸 알기에 그녀는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겠다.”
“좋다, 그렇다면 우선 저 대군부터 물리도록 해라.”
새까맣게 몰려오는 교룡의 대군을 가리키며 항소운이 말했다.
저들 중 강력한 존재가 도사리고 있음을 은연중 느낀 것이다.
교룡은 하는 수 없이 신호를 보내 모두 물러가도록 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대군은 바로 멈춰 섰으나, 그중 한 교룡이 위엄 있는 중년 남자로 둔갑하더니 물 위를 사뿐히 밟으며 다가왔다.
“어서 공주 전하를 풀어주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도 이 바다를 떠나지는 못할 것이다.”
남자의 말투는 점잖았지만, 서릿발 같은 눈빛에선 대단한 살기가 느껴졌다.
항소운이 거절한다면 바로 대난투가 벌어질 것 같았다.
항소운은 남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우리도 처음부터 소란을 피울 생각은 없었다. 고혼도란 곳을 찾던 길에 공주 전하와 오해가 발생했을 뿐이지. 만약 공주 전하가 우리를 고혼도까지 안내해준다면, 우리도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
남자는 기세에서부터 엄청난 중압감을 주는 자였다.
그러나 자신들이 붙잡고 있는 자가 공주란 게 확실한 이상, 마음이 놓였다.
공주가 붙잡혀 있으니 상대도 섣불리 덤비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숙부님, 이놈들을 전부 먹어 치우세요!”
공주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전에 너부터 죽게 될 텐데?”
분신이 바짝 붙어서며 공주를 압박했다.
만약 남자가 허튼짓이라도 보이면, 바로 공주를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순간, 남자의 눈빛이 움츠러들더니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날아왔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도 못 챘을 테지만 항소운의 분신은 상대의 궤적을 단박에 꿰뚫어 보고는 공주를 붙들고 전속력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더욱 강력해진 힘으로 공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공주는 온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에 급기야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상대의 민첩함에 놀랐다가 조카의 비명을 듣자 다급히 소리쳤다.
“멈춰라. 고혼도까지 안내하겠다.”
다른 교룡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조카가 붙잡히다 보니 조바심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럼 너희 종족이 모시는 신에 대고 맹세해라.”
항소운이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좋다. 신에 대고 맹세하니, 너희를 반드시 고혼도까지 안내하겠다. 만약 맹세를 어긴다면, 내 혈통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수만 마리 벌레에게 잡아먹히는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남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늘에 대고 맹세했다.
그러자 항소운은 공주를 놓아주면서 이내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실례가 많았소.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주시오. 공주 전하께는 나중에 사과드리리다.”
“흥, 지금 한 말은 꼭 지켜라.”
남자가 조카를 등 뒤로 보내며 말했다.
“숙부님, 수하들을 시켜 저들을 전부 죽이라고 하세요.”
공주는 한숨 돌리게 되자, 다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됐다, 이번 일은 그냥 덮어두자꾸나. 수하를 시켜 고혼도까지 안내하게 할 테니 부디 그 섬에서 살아 나오길 바란다.”
남자는 냉랭하게 말을 뱉더니 공주를 데리고 바다로 되돌아갔다.
그는 푸른 비늘의 교룡 한 마리를 불러 항소운 일행에게 길을 안내해주도록 했다.
“고맙소.”
항소운이 남자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 항소운 일행은 교룡을 따라 고혼도로 떠났다.
공주는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정말 이대로 놓아주실 거예요?”
“맹세까지 한 마당에 어쩌겠니. 그냥 보내주자꾸나.”
남자는 조카가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듯했다.
“숙부님이 맹세한 거지, 다른 자들은 안 했잖아요. 제가 수하들을 데리고 가서 저들을 모조리 먹어 치울게요.”
공주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였다.
어느새 그녀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큰 키에 수려한 용모를 가진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푸른 갑옷이 온몸을 휘감아 우아한 기품마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