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56
제556화 또 나를 물로 보는군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진무 학당의 제자들은 놀란 얼굴이었다.
그들은 항소운이 이 정도로 배짱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눈치였다.
“이게 죽고 싶어 환장했나!”
모야는 화를 버럭 내며 손을 치켜올렸다.
그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따끔하게 혼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움직이기도 전에 항소운이 먼저 공격했다.
그가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어느새 항소운은 그의 앞에 바짝 다가섰다.
항소운은 손을 쭉 뻗어 털게의 집게발보다도 강력한 아귀힘으로 모야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는 순간,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4대 학당의 제자라고 으스대지 마라. 무공 좀 한다고 오만하게 굴지 말란 말이다. 이 세상에는 너보다 강한 사람이 분명 있어.
싸우기 싫어서 모른 척 넘어가려니까 굳이 쫓아와서 성질을 돋우는 걸 보니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로구나.”
항소운은 나이 많은 어른이라도 된 듯 상대를 따끔하게 꾸짖었다.
외모가 곱상하다 보니 약한 줄 알고 건드리는 자들이 어딜 가나 꼭 있었다.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안하무인으로 설쳐대는 놈에게는 매서운 맛을 보여줘야 했다.
모야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8품 입룡경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7품인 녀석에게 멱살을 잡힌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용을 써도 어째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된다며 속으로 부르짖고 있는데, 별안간 손바닥이 날아와 뺨을 철썩 때렸다.
어찌나 아픈지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소패왕 쪽에서 몇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그중 한 사람이 대뜸 소리쳤다.
“이만 모야를 풀어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요.”
그들은 소패왕을 따르는 추종자로, 그중 두 사람은 자그마치 9품 입룡경이었다.
그리고 방금 발언을 한 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너희가 시키면 전부 따라야 해? 그럼 본 패왕의 체면이 깎이잖아.”
항소운은 덤덤한 말투로 대꾸했다.
상대가 강할수록 더욱 오기가 치솟는 그였다.
항소운의 배짱에 진무 학당의 제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 납셨군.’
제아무리 항소운이 대단하다 해도 어찌 소패왕 항신희에 견줄 수 있겠는가.
이것이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원하는 게 뭐냐?”
소패왕의 추종자 중 송범(宋凡)이란 자가 물었다.
그는 신세력으로 급부상한 8품 세력 송씨 가문 출신으로, 본인도 9품 입룡경 후기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걸출한 인재가 따르는 자라니, 소패왕의 인간적인 매력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간단해. 수정을 내놓으면 풀어주겠다. 뭐, 제급 약초나 재료도 괜찮아. 물론 구하기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이놈을 죽여서 이놈 거라도 가져야지 뭐.”
항소운이 유유히 말을 뱉었다.
구태여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는 쓸만한 물건을 챙기는 편이 나았다.
이자를 죽이면 골치만 아파질 터라서 진짜 죽일 마음은 없었다.
“좋다. 이건 중급 혼태를 응집시킬 수 있는 제급 재료 은락성편(銀洛星片)이다. 이걸 줄 터이니 그자는 그만 풀어줘라.”
송범이 선뜻 제급 물건을 꺼내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원반처럼 생긴 물건이 들려있었다.
별처럼 눈부신 빛을 발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는 은락성편이었다.
송범의 말대로 중급 혼태를 응집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로, 상급 재료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었다.
송범이 저런 귀한 물건을 내주며 모야를 살리겠다고 하자, 진무 학당의 제자들은 새삼 놀라는 눈치였다.
자신들이었다면 선뜻 내놓지 못했으리라.
항소운도 상대의 시원스러운 태도가 뜻밖이긴 했으나, 별말 없이 받아들었다.
그러자 송범이 조용히 물었다.
“이제 풀어줘야지?”
이에 항소운도 꾀를 부리지 않고 남자를 바로 놓아주었다.
모야는 몸이 자유로워지자, 별안간 항소운의 심장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이 순간을 위해 벼르고 있던 만큼 일장의 위력은 거셌다.
그냥 맞아도 심장이 터질 텐데 지척의 거리에서 공격하니 분명 살아남기 힘들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일장이 맞춘 것은 잔영일 뿐, 항소운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뿔싸 싶었는데, 송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야, 어서 피해!”
하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항소운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먹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며 측면 머리를 연이어 가격하자, 모야는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피를 뿜으며 날아가고 말았다.
모야의 거대한 몸이 땅에 떨어지려는 찰나, 누군가 잽싸게 다가가 받았으나 모야는 이미 머리가 터져서 죽은 후였다.
“주, 죽었습니다!”
그자가 소패왕을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패왕의 추종자들이 일제히 항소운을 포위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달아나기는커녕 두려운 기색도 없이 냉랭히 말을 뱉었다.
“날 죽이려고 한 대가다.”
그러고는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 따윈 두렵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봐, 당신이 너무했잖아. 물건까지 줬는데 사람을 죽이다니. 거기 멈춰!”
송범은 신묘한 보법으로 다가가 상대를 붙잡더니 곧장 일장을 날렸다.
인황을 뛰어넘어 제존에 육박하는 힘이었다.
이에 맞선 항소운은 주먹을 연이어 날려 상대의 일장을 가볍게 무너뜨리고는 노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날 화나게 하면 그땐 너희까지 전부 죽여버리겠다!”
지금은 흘러가는 시간조차 아까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으름장을 놓았는데도 상대방이 눈치 없이 군다면, 전부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재차 공격하려던 송범은 상대의 위협적인 기세에 놀라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렇다고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보이는 것처럼 단순히 7품 입룡경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배짱 한번 대단하군. 내 공격을 막아낸다면 없던 일로 해주마. 물론 그렇지 못하면 넌 내 손에 죽는 거다.”
순간, 송범의 손에 뱀 모양의 창이 들리더니 다짜고짜 내찔렀다.
마치 거대한 뱀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예리한 창끝은 날카로운 이빨이 되어 목표물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설령 2품 제존이라 해도 힘에 부칠 만큼 강력한 수였다.
“잠자코 넘어가려니까 또 나를 물로 보는군.”
항소운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일순간 강력한 전의를 일으켰다.
그러자 남색 빛이 거대한 상어의 형상을 만들어내더니 송범의 뱀 형상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두 힘이 거세게 부딪히자, 불꽃이 튀면서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격렬한 충돌 탓에 다른 학당의 제자들도 이곳의 싸움을 눈치챘다.
그들은 털게들의 방어를 뚫고 섬 중심부로 들어왔다.
“저기 모여 있는 사람들 혹시 진무 학당 아냐? 누구와 싸움이 붙은 것 같은데.”
용봉 학당의 제자가 이렇게 말하자, 신록 학당 쪽에서도 말이 나왔다.
“그럼 진무 학당이 얼마나 강한지 구경이나 해볼까.”
“저 사람 패왕 아냐? 어서 가보자!”
한신비의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 뒤이어 그녀는 구양전기와 당용비, 헌원천, 원설분에게 다급히 손짓했다.
사람들은 4대 학당을 대표하는 신분으로 참가하기는 했으나, 막상 섬에 들어오고 나서는 학당끼리 뭉쳐 다니지는 않았다.
“감히 우리 형님한테 덤비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군. 형님, 전 여길 지키고 있을 테니 그놈이나 혼쭐내세요!”
한신비 일행과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뚱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들은 어이가 없다는 눈초리로 그자를 쳐다보았다.
낯짝이 두꺼운 자야 숱하게 봤지만, 저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자가 먼저 다가와 넉살 좋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다들 우리 형님의 수하 맞지? 난 너희 둘째 형님 되는 사람이다. 앞으로 내가 지켜줄 테니 아무 걱정 말도록.”
“이 뚱보는 뭐야?”
구양전기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묻자, 당용비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글쎄요. 머리가 이상해져서 헛소리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한신비가 사람들을 재촉하고 나섰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어서 패왕이 괜찮은지나 살펴보자고요.”
송범은 빠르게 창을 휘둘러 순식간에 마흔아홉 번을 내찔렀다.
위력은 갈수록 거세져서 자그마치 3품 제존에 육박하는 전투력이 터져 나왔으니, 평범한 인황이라면 막아낼 만한 위력이 아니었다.
송범이 창을 다루는 솜씨는 이미 절묘한 경지에 이르러 끊김이 없이 자연스럽게 공격이 이루어지는 탓에 방어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항소운도 오랜만에 제대로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속도로 우세를 잡기보다는 물의 힘을 이용해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고혼도는 사면이 바다로 되어 있어서 물의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하나뿐인 물의 성진에 쉴 새 없이 힘이 공급되자, 송범과도 거뜬히 대결을 펼칠 수 있었다.
하나, 상대를 단박에 사로잡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많은 힘을 들여야 했다.
송범은 상대의 무공이 이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신의 강공을 빈틈없이 막아내면서도 육중한 반격을 날리는 탓에 방어하느라 팔이 다 저릴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상대는 품급이 두 단계나 낮지 않던가.
경지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도 제압하질 못하다니, 송범뿐만 아니라 대결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송범은 진무 학당의 제자들 가운데 9품 입룡경에 오른 18인 중 한 사람이었다.
특히 품급을 초월한 전투력은 학당 내에서 따라올 자가 거의 없는데, 지금 두 품급이나 낮은 녀석에게 꼼짝없이 막히고 있으니 이런 상황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항신희도 항소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는 항소운이 물의 힘을 사용하자,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항소운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새삼 감탄하는 눈치였다.
‘보아하니 생김새만 닮은 모양이군. 어쨌든 확실히 범상치 않은 실력이야. 우리 편으로 들일 수만 있다면 내 심복으로 둬도 괜찮겠는데.’
한편, 송범은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속전속결로 끝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싸움은 이쯤에서 끝내자!”
송범이 무언가 결심한 듯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창으로 항소운을 연신 물러나게 하더니 창과 한 몸이 되어 달려드는 것이었다.
창이 내뻗는 순간, 뱀의 형상이 순식간에 진룡으로 바뀌며 사방을 압도했다.
덩달아 그 위력도 한층 거세져서 힘의 질적인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기세였다.
항소운이 전력을 다해 맞서려는 찰나, 상대의 공격이 여덟 방향으로 갈라지더니 사방에서 에워싸며 공격을 퍼부었다.
화룡분신(化龍分身)이란 초식이었다.
여덟 개의 사람 형상이 각기 다른 공격을 펼치는 탓에 육안으로는 어느 것이 분신이고 진신인지 분간해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송범의 절기로, 이 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패했는지 모른다.
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대를 단박에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여지없이 통찰력을 발휘해 상대의 진신을 단숨에 찾아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그는 분신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진신을 향해 칼을 힘껏 내리쳤다.
“첩랑칠중참!”
그는 어느새 이 제급 기술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사서도에서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물의 진의가 위력을 한층 더하면서 일순간 항소운은 자신이 마치 한 마리 상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거세게 물결치는 파도를 따라 송범의 진신을 향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