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59
제559화 생골화(生骨花)
사실 하류위는 그저 본능적으로 예쁜 여인을 쳐다본 것일 뿐, 흑심 따위는 없었다.
막상 구애라도 할라치면 용기가 없어서 못 할 녀석이었다.
“그래, 이제라도 알면 됐어. 자, 그럼 다들 들어갈 준비를 합시다.”
항소운의 말에 일행은 일순간 긴장했다.
이곳의 악령은 실로 강력한 존재였다.
그중에는 심지어 제급 악령도 있어서 제대로 된 실력 없이는 상대하기도 벅찼다.
다행히 운지염은 등급이 높아져서 제급 정도는 너끈히 태워버릴 힘이 생겼으니, 하물며 악령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일행이 앞으로 돌진하자, 악령들은 겁을 집어먹고 슬금슬금 물러났다.
드디어 구덩이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덩이는 모든 것을 흡수해버릴 듯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부패한 기운이 흘러나오며 우우, 하는 울음소리마저 들려와 마치 지옥 입구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분위기에 압도당한 나머지, 온몸이 절로 으스스해졌다.
“다들 단단히 준비하세요. 그럼 이제 들어갑니다!”
항소운이 뒤를 돌아보며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그들은 그렇게 깊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고혼도에 비밀 공간이 숨겨져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실 이것도 최근에야 밝혀진 비밀이었다.
당시 고혼도에 귀신이 나타나 사람이 여럿 죽은 일로 각 세력이 이 섬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고수들을 보내 이 섬의 비밀을 파헤치도록 했으나 아무도 이 구덩이를 발견하진 못했다.
그러니 비밀 공간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만무했다.
그 후, 4대 학당에서 사람을 보내 거듭 조사를 거친 끝에 입구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곳을 경쟁전의 무대로 정하기에 이른다.
현재 비밀 공간에는 전체 제자 중 삼 분의 일 정도가 도착해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항소운 일행도 있었다.
사람들은 비밀 공간에 내려서자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당혹감과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
그곳에는 백골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방 천지에 널린 백골도 끔찍한데 한편에는 사람의 가죽이 켜켜이 쌓여 있었으며,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검붉은 피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침착할 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속이 메스껍고 괜스레 한기마저 느껴졌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것들이 전부 인간족의 유골이란 사실이었다.
무수히 많은 혼령이 처량하게 흐느껴 울고, 악령들은 쉴 틈도 없이 달려드니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곳에 들어왔다는 건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터, 다들 자신을 지킬 수단쯤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술법을 부리고 무기를 휘둘러 악령을 소멸시켰고, 투구로 공격을 막아내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임하는 자도 있었다.
“이런 괴상한 곳에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거지? 설마 함정은 아니겠지?”
누군가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잔말 말고 싸우기나 해. 저기 큰 건물은 뭐지? 저기로 가보자!”
누군가 멀찍이 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거 성급 나무 아냐? 열매도 열린 것 같은데. 이게 웬 횡재냐!”
반대편에서 다른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제 이들에게 악령 따위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남들보다 먼저 보물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류휘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을 움츠리며 말을 더듬었다.
“혀, 형님. 여긴 어딜까요. 아주 음침하고 무서운 곳인데요.”
“어디든 무슨 상관이야. 기왕 들어왔으니, 마음 편히 가져.”
항소운은 태연히 대꾸하며 앞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가만 보니 전방의 백골 아래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다가가자, 악령들은 겁을 집어먹고 흩어져 버렸다.
일행도 이제는 제 목숨 하나 지킬 수단쯤은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기연을 찾기 위해서는 항소운의 보호를 벗어나 혼자 힘으로 쟁취해야 했다.
항소운은 백골 더미를 향해 지광을 연달아 날렸다.
백골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더니 그 아래서 별안간 어떤 물체가 튀어나왔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것은 뜻밖에도 거대한 백골 뱀이었다.
사람 두 명이 양팔을 쫙 펼쳐 껴안을 정도로 두꺼운 몸통에, 길이는 자그마치 수십 미터에 달하는 제급 요수였다.
요수의 머리에는 피처럼 새빨간 벼슬이 달려 있었다.
일반적으로 뱀 중에서도 우두머리에게나 달려있는 것이라서 타고난 능력 역시 강했다.
그동안 백골 뱀은 백골 더미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
선한 요수라서 공격도 하지 않고, 사람도 잡아먹지 않은 걸까?
아니면 사고를 당해서 움직일 수 없었던 걸까?
사실 이 뱀은 먹잇감을 잡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긴장이 풀렸을 때 모조리 잡아버릴 속셈이었는데, 뜻밖에도 항소운 때문에 정체가 탄로 나 버린 것이었다.
백골 뱀이 나타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다들 눈썰미가 있어서 뱀이 평범한 제급 요수가 아니란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정신없이 달아났다.
항소운을 따라오던 여인들도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으나, 오직 무지군과 하류휘만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전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기연이나 찾으러 가세요. 저 뱀은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형님, 절대 안 돼요. 진짜 강한 녀석이라고요. 그러지 말고 같이 도망쳐요.”
하류휘가 다급히 말했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해.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곳인데 굳이 저 뱀과 싸울 필요는 없잖아.”
무지군도 말리고 나섰다.
그런데 달아날 틈도 없이 백골 뱀이 입을 쩍 벌리고 매서운 부식력을 내뱉는 것이었다.
그 힘이 닿는 곳마다 백골은 재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니, 사람에게 닿기라도 하면 녹아버릴 게 분명했다.
어림잡아도 4품 제급에 달한 요수였다.
게다가 뱀은 워낙 요사스러운 짐승이라 실제로는 5품에 육박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항소운은 본래 속도의 우세를 통해 뱀을 해치울 생각이었으나, 하류휘와 무지군이 옆에 있다 보니 그들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을 붙잡고 신속하게 공격을 피한 뒤, 소리쳤다.
“어서 가요. 이놈만 처리하고 바로 찾으러 갈게요!”
이곳에는 악령뿐만 아니라 흉악한 생물이 득실대고 있어서 항소운이 계속 따라다니며 저들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부터는 각자 운과 노력에 기대어 앞길을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이 두 사람을 내려놓고 나자, 백골 뱀이 다시 공격해 들어왔다.
녀석의 벼슬은 이상하리만큼 반짝였고 입에선 무서운 힘을 쉴 틈 없이 내뿜었다.
힘은 갈수록 거세져서 혼자서는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이때, 줄곧 팔에 숨어있던 은자가 슬며시 밖으로 나왔다.
은자는 몸집을 키우지 않고 가장 작은 몸집을 한 채 번개처럼 달려들어 뱀의 거대한 몸통을 힘껏 물었다.
때맞춰 항소운의 분신도 밖으로 나와 백골 뱀의 힘을 모조리 날려버리고는 사서도를 들고 놈의 앞에 당당히 맞섰다.
백골 뱀은 은자에게 물리자, 고통스러운 나머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몸을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녀석은 은자를 떼어낼 심산으로 꼬리를 연신 휘둘렀으나, 은자가 슬쩍 피한 틈을 타 항소운의 분신이 사서도를 힘껏 내리쳤다.
물론 그렇다고 쉽게 당할 녀석은 아니었다.
녀석은 몸을 슬쩍 움직여 칼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항소운은 이형환영술로 재빨리 피한 뒤, 다시 백골 뱀의 몸통을 힘껏 베어버렸다.
그렇게 부상은 입혔으나, 뜻밖에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괴뢰인가?”
잠시 방심한 사이, 백골 뱀이 거대한 몸통으로 순식간에 휘감더니 단단히 옥죄는 것이었다.
“저리 비켜!”
항소운이 호통을 치며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두르자, 매서운 도광이 백골 뱀을 완전히 뒤덮었다.
항소운의 분신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
분신이 전력을 다해 칼을 휘두르자, 백골 뱀은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몸통이 잘려 나가는 바람에 맥없이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백골 뱀이 잘려 나간 순간, 녀석의 벼슬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일렁이더니 그 속에서 강력한 악령이 스르륵 빠져나오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주인님의 단잠을 방해하다니, 모두 죽여버리겠다.”
다른 악령들과 달리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걸 보니 등급이 상당히 높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곧장 귀문 다섯 마리를 불러내 악령을 처리하도록 했다.
귀척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입을 쩍 벌리고 상급 악령에게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저놈들이 여긴 왜 있는 거야!”
악령은 기겁하며 죽어라 도망을 쳤으나, 결국 귀척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잘했어. 그럼 너희도 여기서 실컷 놀아라.”
항소운의 진신은 분신과 하나가 된 후, 종전까지 백골 뱀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흰 꽃 두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주변의 유골과 색깔이 비슷하다 보니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항소운은 꽃을 발견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
“생골화(生骨花)다.”
생골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뼈가 썩은 후 그 자리에서 자라난 꽃으로, 뼈를 재생하고 잘려 나간 팔다리를 복원하는 신묘한 기능이 있었다.
이외에도 골격을 다시 세워 뼛속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하고,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골격을 갖게 했다.
제급 약초이긴 하나, 작은 성급 약초라 불리기도 하는데 제존이 전천 경지를 돌파할 때 쓰이는 최고의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즉, 단시간 내 성급 골격을 만들어 성체(聖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했다.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게 좋은 물건을 손에 넣다니, 생각지도 못한 횡재였다.
이런 생각을 하며 생골화를 잡으려 손을 뻗는데, 별안간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그는 재빨리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순간, 유성이 떨어지듯 엄청난 속도와 위력을 지닌 화살이 그의 앞에 굉음을 내며 떨어지더니 눈앞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뒤이어 발 빠른 형체가 쏜살같이 달려 나와 생골화를 향해 직진하는 것이었다.
간덩이가 부어도 유분수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뺏어가려 하다니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네 이놈!”
처음 보는 얼굴임을 확인한 순간, 항소운은 주저 없이 달려들었다.
전의와 권의를 동시에 떨치며 용과 같은 주먹을 내질렀다.
상대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움찔했으나 몸을 재빨리 틀어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나, 방금 공격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허수일 뿐이었다.
항소운은 구유보로 재빨리 발을 내디뎌 생골화 두 송이를 낚아챘다.
술고래 다길과 훗날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을 어찌 남에게 양보하겠는가.
그 틈에 상대는 활시위를 당겼다.
강한 힘이 실린 화살이 곧장 항소운에게 날아갔다.
그 짧은 시간에 자세를 가다듬고 완벽하게 활을 쏘다니, 명사수가 틀림없었다.
상대는 구궁 학당의 제자로, 7품 입룡경에 오른 자였다.
그는 백발백중의 명사수로 학당 내에서 전황(箭皇)이라 불렸다.
그런데 백골화를 차지하겠다는 일념 하에 정신력과 의지력을 결합시켜 날린 첫 화살을 항소운이 너무도 쉽게 피해버린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은 훨씬 무서운 기세로 날아왔다.
첫 번째 화살이 거대한 구멍을 뚫을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산천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했다.
7품 입룡경이라지만, 적어도 최상급 인황에 버금가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