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61
제561화 너희부터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순간, 백만대군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더니 무수히 많은 악령이 명풍 일행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라 그들은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살기에 뒤덮여 한 줌의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깃발이 그들의 영혼마저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명풍이란 자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백전백승, 필승불패의 깃발이었다.
전장에서 쓰러져간 무수한 병사의 뜨거운 피가 깃든 깃발이요, 수많은 악령을 집어삼킨 깃발이었다.
이로써 깃발은 상징을 초월하여 병기로 활약하게 되었으니 깃발이 곧 병사요, 무기였다.
명풍 일행은 신록 학당을 대표하는 제자들이었으나, 전천 경지의 성인의 피가 깃든 이 깃발 앞에서는 한낱 조무래기에 불과했다.
그들은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눈을 감고 말았다.
항소운은 깃발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무수한 병사들의 뜨거운 피가 이 깃발을 빨갛게 물들인 거구나. 병사들의 넋이 깃들어 있으니 성령기(聖靈旗)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
그러자 깃발은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바람이 없는데도 펄럭였다.
새 이름이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는 성령기를 거둬들인 후, 오래된 시체 쪽으로 걸어가 그 녀석까지 모조리 거둬들였다.
성급 무기에도 버티는 걸 보면 육신이 무지막지할 정도로 단단하다는 뜻이니 그 속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제단으로 돌아가 층층이 쌓여 있는 백골을 한바탕 뒤진 끝에 제단 아래서 파손된 병기를 몇 개 찾아냈다.
낡고 빛이 바래 이미 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성급 재료들이어서 잘만 다듬으면 다른 곳에 요긴하게 쓰일 터였다.
이 정도면 전천도를 보완해서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무기들을 거둬들인 그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의 이번 목적지는 성급 나무였다.
성급 나무는 황량한 이곳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부신 빛이 사방을 비추며 상서로운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주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힘이 악령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바람에 그들은 얼씬도 하지 못했다.
나무에는 열매가 맺혀 있었다.
사람들은 열매를 발견하고 우르르 몰려들었고, 용봉 학당의 귀막수와 풍소살도 무리에 섞여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귀막수는 4대 학당의 경쟁전에 참가할 수 없으나, 섬영과 풍혹색이 다른 제자를 구슬려 자리를 양보하게 한 덕분에 귀막수는 순조롭게 참가하게 되었다.
물론 두 사람도 항소운이 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항소운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맞설 수 없을 만큼 항소운의 실력이 강해졌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이들 외에 용봉 학당의 다른 제자들도 앞다퉈 달려왔으나, 이들이 이 나무를 차지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무 학당의 세 천재와 구궁 학당의 두 천재도 경쟁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무를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성혼수(聖魂樹)란 나무로, 열매는 성혼과(聖魂果)라 불렸다. 열매에는 신묘한 능력이 있어서 제존이 성혼(聖魂)을 이루어 전천의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왔다.
백골이 사방에 널리고 악령이 쉴 새 없이 출몰하는 이곳에 성혼수가 자라났는데도 사람들은 딱히 기이하게 여기지 않았다.
성혼수는 원래 이런 기묘한 환경 속에서 무수한 세월을 견딘 끝에 자라나는 나무였다.
나무에는 열매가 아홉 개 달려 있었는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족히 오륙십 명은 되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었다.
열매 하나는 주먹만 한 크기로, 잔잔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또, 생김새는 갓난아기의 얼굴과 비슷해서 묘한 느낌을 주었다.
열매가 아홉 개뿐이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때, 진무 학당의 제자가 입을 열었다.
“성혼과는 전부 우리 것이니, 다들 가져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흥, 전부 주인 없는 물건인데 어디서 주인 행세야!”
누군가 벌컥 성을 내며 달려들자, 급기야 싸움이 벌어졌다.
수십 명의 사람이 성혼과를 놓고 싸우기에 이른 것이다.
이때다 싶어 누군가 성혼수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으나, 그 순간 영혼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빌어먹을. 이 나무, 영혼을 공격하고 있어!”
소란한 가운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성혼수는 성급 나무라 다소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금 열매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어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성혼수가 발산하는 힘에는 영혼력에 대한 강한 압박이 실려 있어서, 설령 혼태경의 강자라 해도 이 힘에는 압도당하고 말 터였다.
격전을 벌이던 사람들은 그제야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채고 너도나도 싸움을 멈췄다.
자기들끼리 싸워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영혼을 지킬 수 있는 보물을 꺼내든 채 나무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으악!”
투구를 쓴 몇몇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몇 걸음 가지 않아 투구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칠공에 피를 쏟으며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성혼수의 정신적 압박은 가히 성급에 육박하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성급 병기 없이는 접근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진무 학당의 한 제자는 무공만큼 담력도 대단해서 겁을 먹고 물러서기는커녕 머리에 낡은 띠를 쓰더니 성혼수 쪽으로 조심스레 걸음을 떼었다.
그러자 성혼수의 힘이 일렁이며 강력한 힘이 그자를 뒤덮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또 한 사람이 죽겠구나 싶었는데, 뜻밖에도 그자는 별다른 이상 없이 계속 걸어가는 것이었다.
별안간 사람들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겨우 아홉 개뿐인데 그중 하나는 벌써 주인이 생겼으니, 서둘러 행동하지 않으면 전부 남의 차지가 돼버리고 말 터였다.
이때, 진무 학당의 또 다른 제자가 성급 방패를 꺼내 들더니 머리 위로 받쳐 들고는 앞선 사람처럼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구궁 학당의 제자도 두꺼운 원반으로 머리를 막은 채 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다른 두세 사람도 비장의 무기로 머리를 단단히 보호한 채 천천히 접근했다.
특히, 용봉 학당의 귀막수는 괴뢰를 두 마리 불러내 성혼과를 각기 따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미 생명을 잃은 괴뢰다 보니 성혼수의 영혼 공격을 겁낼 리도 없고, 설령 압박을 견디다 못해 터진다 해도 귀막수로서는 딱히 손해 볼 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너도나도 괴뢰를 보내 성혼과를 가져오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벌써 여러 사람이 나서는 바람에 성혼과의 주인이 전부 정해진 듯 보였으나, 최종적으로 누가 열매의 주인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성혼과를 직접 쟁취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은 떠나지도 않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의 수중에 성혼과가 들어간 순간, 싸워서라도 빼앗을 생각이었다.
이들로서는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홉 방향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수단을 펼치며 성혼과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압박은 더욱 거세져서 걸음을 내딛기도 힘겨웠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영혼이 폭발하면서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지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괴뢰들은 거침없이 걸음을 내디뎌 어느새 성혼과가 손에 닿을 거리까지 다다라있었다.
그러자 풍소살이 귀막수를 보며 씩 웃었다.
“역시 사형은 대단하세요. 한데 다들 노리고 있는 것 같으니 여길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는 절대 방심해선 안 됩니다.”
“흥, 겁대가리 없이 설치는 놈은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줘야지.”
귀막수는 거드름을 피우듯 황급 괴뢰 여덟 마리를 다시 불러냈다.
사람들이 놀란 것도 말할 것도 없었다.
“하하, 전천 경지에 곧 오르실 테니 미리 축하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래.”
풍소살의 말에 귀막수가 담담히 웃었다.
“걱정 마. 사제 것도 하나 챙겨줄 테니.”
“감사합니다, 사형.”
풍소살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성혼과를 얻는다는 것은 혼태경에 오를 희망이 생긴다는 뜻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바로 그때, 누군가가 성혼수 쪽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평지를 걷듯 너무나도 편안한 걸음이었다.
그는 뜻밖에도 귀막수가 조종하는 괴뢰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누구냐!”
귀막수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어떤 놈이 겁도 없이 훼방을 놓는 것이냐?”
옆에서 풍소살도 날카롭게 외쳤다.
그러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두 사람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내가 가져가마.”
갑작스레 등장한 자는 제단에서 서둘러 달려온 항소운이었다.
그는 이곳의 압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귀막수와 풍소살에게 태연히 시비를 거는 여유마저 보였다.
사람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성급 병기를 가졌다 하더라도 성혼수 아래서 저리 편안히 걷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데, 항소운은 영혼 공격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너무도 편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건지 아니면 몸속에 대단한 보물이라도 감추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는 명황족의 보물인 명룡혼고를 가지고 있어서 성혼수의 압박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었다.
항소운은 이곳에 성혼수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내심 놀라웠다.
자그마치 성급 정점의 나무였다.
오천 년마다 꽃을 피우고 만 년에 한 번씩 성혼과라는 열매를 맺는 나무였다.
설령 성인이라 해도 성혼과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정도니 이런 좋은 영물을 그가 놓칠 리 없었다.
게다가 불구대천의 원수인 귀막수와 풍소살이 노리는 성혼과를 빼앗는다면, 저들은 약이 바짝 올라 미쳐 날뛰지 않겠는가?
성혼과도 손에 넣고, 복수도 할 기가 막힌 기회였다.
“항소운, 건드리기만 해봐. 당장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
귀막수가 이를 부득 갈며 소리쳤다.
풍소살도 질세라 으름장을 놓았다.
“항소운, 이번에 함께 온 장로님들이 누군지는 똑똑히 봤겠지? 바로 내 사백님과 숙부님이시다. 그분들이 계시는 한, 넌 독 안에 든 쥐야. 이제라도 얌전히 우리 말에 따른다면, 목숨 정도는 살려줄 수 있지.
하나,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너만 죽는 게 아니라 패왕군단이 학당에서 내쫓기는 건 물론이고 전부 널 따라 묻히게 될 거다.”
항소운에 대한 미움이 깊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성혼과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들은 척도 않고 행동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좌우 양쪽으로 연달아 주먹을 날려 괴뢰 두 마리를 가볍게 처리하고는 성혼과 두 개를 순조롭게 손에 넣었다.
그는 성혼과를 코에 대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한껏 취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성급 열매는 달라. 싱그러운 향이 코끝으로 스며드니 마음까지 후련해져서 영혼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구나.”
귀막수와 풍소살은 그런 항소운을 보며 오장육부가 뒤집혔다.
“항소운.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귀막수가 화를 참지 못해 고래고래 악을 썼다.
“짐승 같은 놈. 당장 성혼과를 내놔!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에 온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너는 물론이고, 네 가족과 친척들까지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허허, 목청 한번 좋군. 그럼 너희부터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풍소살이 악에 받쳐 소리치자, 항소운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 둘을 향해 곧장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