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67
제567화 진짜 오해였다니까 그러네
“아!”
약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그녀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하나,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의 항소운에게는 그마저도 괴로운 유혹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작은 기척을 기가 막히게 눈치챈 그녀가 검은 장포로 몸을 다급히 가리며 소리쳤다.
“누구냐!”
그녀는 옷을 대충 걸친 뒤,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항소운이 깜짝 놀라 황급히 도망가려는데, 하필 이때 은신 시간이 끝나면서 만천하에 모습이 드러나 버렸다.
‘내 명성도 여기서 끝이구나!’
그는 속으로 슬피 울부짖었다.
관음증이라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닌단 말인가!
“이놈! 거기 서라!”
그녀는 항소운을 발견하자, 비수를 잇달아 날리며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이리저리 몸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공격은 피했으나, 어느새 뒤따라온 그녀가 그의 등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겉으로는 약해 보여도 강력한 위력이 실려 있어 상대의 퇴로를 완벽히 봉쇄했다.
뒤이어 아주 강력한 힘이 뒤덮는 바람에 그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마희가 펼친 공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녀의 무공이 무서우리만큼 강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녀의 폭발적인 힘은 제존에 견줄 만큼 강했다.
항소운도 방심하고 있을 새가 없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틀어 상대의 일장을 피하면서 냅다 소리쳤다.
“이봐요, 전부 오해예요!”
어쨌든 그도 잘못이 있다 보니 맞받아 싸우지 않고 해명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마희는 그런 변명 따윈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잇달아 장법을 날렸다.
족히 산도 무너뜨릴 정도로 대단한 힘이었다.
장력(掌力)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주변을 사정없이 폭발시켰고, 동시에 부식력이 사방에 가득 퍼지면서 위협적인 기운을 만들었다.
항소운도 쉴 새 없이 몸을 날리며 바삐 피했다.
그때마다 매서운 파괴력이 그의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통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상대는 기세에서도 한 수 위였다.
그녀의 영혼력은 제급 경지를 초월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녀의 손에 벌써 숨통이 끊어졌을 것이다.
아무리 공격해도 항소운이 쏜살같이 빠져나가자, 그녀도 화가 났는지 더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순간, 그녀의 주위로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퍼지더니 사방을 뒤덮었다.
새까만 안개 탓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펼쳐졌다. 마영서월(魔影噬月)이었다.
어둠의 힘을 연마하지 않은 이상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마희가 강수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이 초식으로 항소운의 시야를 좁힌 뒤, 단숨에 죽일 작정이었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만큼 이번에도 통할 거라 확신했다.
그녀는 은밀하게 움직여 상대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각도에서 일격을 날렸다.
항소운의 뒤통수를 향해 곧장 매서운 일장이 날아왔다.
마희가 진심으로 죽이겠다고 달려들자, 항소운도 벌컥 화가 치밀었다.
그는 칠흑 같은 어둠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잽싸게 몸을 돌려 양팔로 힘껏 내리쳤다.
그렇게 용린비를 펼치자, 용의 형상이 포효를 내지르며 하나둘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힘에는 금빛 살기가 가득했고, 유극금척의 힘마저 실려 있어 위력을 한층 강화시켰다.
덕분에 상대의 장법을 막아내기는 했으나, 그 여파로 거꾸로 몸이 뒤집혀 날아가고 말았다.
아무래도 성진 하나의 힘으로 싸우다 보니 꾸준히 단일 힘만을 수련한 그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하물며 그녀는 경지가 두 단계나 높지 않던가. 그런 그녀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것만도 이미 대단한 일이었다.
그녀는 살짝 놀라는 눈치였으나, 그렇다고 이대로 끝낼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공격의 속도와 힘을 더욱 강화해서 장법을 잇달아 내뻗었다.
사방에서 장영(掌影)이 터져 나왔다.
항소운은 통찰력을 발휘해 장법이 날아오는 궤적을 꿰뚫어 보고는 양팔에 힘을 집중시킨 채 쉴 새 없이 휘둘렀다.
그 폭발적인 위력에는 야성의 거친 힘이 숨어 있어 용린비를 더욱 비범하게 만들었다.
역시 제급 기술다운 면모였다.
항소운은 쉼 없는 수련으로 용린비의 위력을 완벽히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월등히 강한 적 앞에서는 여전히 힘에 부쳤다.
일순 마희의 장력이 엄청나게 강해지더니 손바닥 한가운데 둥그런 구슬 형태의 물체가 둥실 떠올라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번뜩이며 항소운의 심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일련의 동작들이 어찌나 빠르고 날래던지 극히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항소운은 재빨리 양팔을 교차시켜 상대의 기습을 저지했다.
그렇게 공격은 막아냈으나 엄청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날아가고 말았다.
직접 공격을 받아냈던 양팔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정도로 욱신거리고 아팠다.
그런데도 그녀의 공격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어느새 바짝 쫓아온 그녀는 양 손바닥을 연신 휘둘러 장법을 쉴 새 없이 날렸다.
이번 장법에는 검은 구슬의 힘마저 실려 있어 항소운의 몸과 충돌할 때마다 폭탄이 터지듯 쾅,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항소운은 가장 강력한 방어 태세를 갖추었으나, 무섭도록 집요한 그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성급 갑옷이 없었더라면, 진작 세상 하직했을 것이다.
항소운이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력한 부식력이 피부로 스며들어와 육신은 물론 생명력까지 갉아먹고 있었다.
‘큰일 났다. 평범한 공격이 아니었어.’
이제 더는 잠자코 당할 수만은 없었다.
곧장 천둥과 불의 성진의 힘을 일으키자, 무수한 벼락이 정신없이 내리쳤고 불덩이가 사방으로 떨어지며 주변을 집어삼켰다.
뇌겁성화였다.
그제야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항소운은 마침내 상대의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멀찌감치 거리를 벌린 그가 소리쳤다.
“사내대장부는 여자와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에는 봐주지만, 또 겁 없이 굴면 그땐 본 패왕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로 그도 진무 학당의 천재들이 얼마나 강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의 전투력은 전무쌍 못지않았고, 심지어 더 강했다.
부상당한 몸으로 싸워도 이 정도니, 평소에는 얼마나 강할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새까만 극(戟, 일종의 창)을 손에 쥐었다.
나는 듯 가벼운 발놀림으로 순식간에 항소운 앞에 도달한 그녀는 다짜고짜 극을 휘둘렀다.
무수한 검은 빛이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그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구미호의 꼬리가 무한대로 뻗어져 나가 사방을 뒤덮자 근방 수천 미터 이내에는 개미 한 마리도 들어올 수 없었다.
구미호는 날카로운 발톱을 연신 휘두르며 그를 바짝 위협했다.
그 힘은 인황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 족히 4, 5품 제존의 실력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진정한 무공이었다.
항소운도 엄청난 압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분신을 불러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고민 끝에 관두었다.
그는 전의를 불태우며 소리쳤다.
“진무 학당의 천재는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겨뤄봐야겠다.”
뒤이어 그는 성해건곤에서 태초의 시기를 끄집어낸 뒤, 양 주먹을 성진 모양으로 만들어 연신 휘둘렀다.
“두전성이(斗轉星移), 건곤역전(乾坤逆轉)!”
항소운의 절기, 건곤멸도권이었다.
거기다 태초의 시기의 힘과 짙은 권의까지 가세하자, 경천동지할 위력이 터져 나왔다.
건곤멸도권과 검은 극이 충돌하자, 무기에 내재된 힘이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근방 천여 장 이내는 힘에 완전히 압도당하여 돌은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가루는 한 줌의 먼지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두 힘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귀청을 때리던 폭발음도 어느새 종적을 감추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꾸로 날아가고 말았다.
남자의 옷은 형편없이 찢겼고, 부상을 입었는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여자의 상황도 썩 좋지는 않았다.
검은 장포는 절반이 찢겨나가서 뽀얀 피부를 드러냈고 그 사이로 깊은 가슴골이 어슴푸레 보였다.
“이 원수는 잊지 않으마. 다음번엔 네 놈 목숨을 반드시 빼앗고 말겠다!”
마희는 몸을 홱 돌리더니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
항소운도 쫓을 생각이 없는지 그저 뒤에 대고 하릴없이 소리쳤다.
“이봐. 진짜 오해였다니까 그러네.”
물론 그녀가 그의 변명 따위를 들을 리는 없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근데 몸매는 정말 끝내주게 좋더란 말이지. 다음에 또 덤비면 확 제압해서 시녀로 써야겠다.”
진무 학당의 제자들이 알게 되면 기절초풍할 소리였다.
마희처럼 출중한 미모의 여인을 시녀로 부리겠다니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항소운은 서둘러 적당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조용하면서도 인적이 없는 곳에 이른 그는 은자와 귀문을 불러내 악령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호법을 맡긴 뒤, 회천비술을 펼쳐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과연 회천비술은 뛰어난 치료술다웠다.
항소운이 나무의 진의를 일으키자, 상호작용을 통해 상처가 놀라울 정도로 빨리 아무는 것이었다.
그리고 체내에 남아 있던 부식력은 운지염에 의해 남김없이 제거되었다.
마희가 사용한 부식력은 굉장히 독해서 몸의 각 기관을 부식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력까지 갉아먹었다.
만일 그에게 불의 힘과 천둥의 힘이 없었더라면, 다른 사람들처럼 온몸이 썩어들어가 죽고 말았을 것이다.
항소운도 엄청난 노력을 들인 끝에야 그 괴상한 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이틀을 꼬박 보내고 나서야 몸 상태도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상처도 말끔히 치유되었다.
어쩐지 몸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았다.
영혼력도 강해져서 원래 6품 혼태경 초기였던 것이 중기로 단숨에 상승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 보니 마침내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깨닫게 되었다.
“유극금척이 인내의 한계를 자극해서 육체와 영혼이 덩달아 강해진 게 아닐까. 그래, 틀림없어.”
몸도 회복되었으니, 이제는 장연 스님께서 전수해주신 극한격활술과 유극검결을 연마할 차례였다.
그런데 육신이 회복되면서 몸에서 힘이 들끓는 바람에 더는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경지부터 돌파해야 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9대 성진에 가득 찼던 힘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몸 안에서 힘이 쉼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성해건곤을 한껏 정화한 뒤, 척추로 스며들게 했다.
그 순간, 용의 기운이 8할까지 치솟으며 한층 선명해진 용의 형상이 등 뒤로 떠올랐다.
어느새 아홉 개의 빛이 그를 사뿐히 감싸면서 성스러운 기운을 한층 북돋았다.
동시에, 몸속에서는 수많은 성진이 부서지며 생겨난 순수한 힘이 몸속 구석구석으로 스며들면서 마지막 종착지인 성진에 안착했다.
그래도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천지의 영험한 기운과 구중천에 떠 있는 별의 힘을 동시에 흡수하여 체내 성진을 풍족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자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주변의 영험한 기운은 세차게 용솟음쳤고, 저 하늘 위 별의 힘이 무형의 형태로 떨어져 내렸다.
물론 육안으로는 힘의 흐름을 볼 수 없지만, 강자가 근처에 있었다면 분명 그 움직임을 느꼈을 것이었다.
서로 다른 아홉 가지 힘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그 힘들이 전부 항소운의 체내로 모여들자, 성진의 힘이 크게 보완되면서 8품 입룡경을 순조롭게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