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73
제573화 싸움 속에서의 성장
병사는 진의의 힘에 압도당했고, 백부장은 기세에 짓눌렸으며 천부장들조차 진의를 이용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장군들은 항소운 한 사람을 막아내는 것도 버거웠다.
항소운은 파죽지세로 거침없이 돌진했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적군의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반면, 항소운의 뒤를 따르는 아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졌다.
지금 그에게 체력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아홉 가지 진의의 힘을 통달한지라 사방에 산적한 천지의 영험한 기운을 마음껏 흡수할 수 있었다.
심지어 구중천에 떠 있는 별의 힘도 마음대로 끌어다 쓸 수 있으니,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싸움에 집중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그도 태초의 시기만은 무한정 쓸 수 없었다.
태초의 시기의 힘을 계속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동년배 중 적수가 없을 텐데 말이다.
“대장군, 제가 놈을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적진에서 장군이 자청하고 나섰다.
“좋다. 놈의 목을 따서 이 지루한 전쟁을 끝내버려라.”
대장군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차고 넘치는 것이 병사들이었다.
그런데도 별 쓸모가 없으니 한낱 지푸라기만도 못하지 않은가.
병사가 얼마나 죽어 나가든 중요한 건 황제에게 바칠 승리였다.
장군은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는 3품 제존으로, 무려 혼태경에 오른 자였다.
부(副) 대장군은 아니지만, 승부를 뒤집을 만한 실력은 있었다.
그는 눈 깜짝할 새 항소운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더니 아래에 대고 소리쳤다.
“전부 물러서라. 이자는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
그는 긴 창을 꺼내더니 신병합일을 이뤄 항소운을 향해 힘껏 내찔렀다.
순간, 날카로운 빛이 번쩍하며 머리로 곧장 떨어졌다.
놀라울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최상급 인황은 물론이고 무공 천재라 불리는 무인들도 선뜻 막아낼 수 없는 힘이었다.
그런데 항소운은 8품 입룡경이었으니, 그 압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
하나, 그가 누구던가.
자신보다 몇 품급이나 높은 적도 너끈히 제압하는 그였다.
3품 제존도 두려울 게 없다는 뜻이었다.
그가 전천도를 높이 들어 올리자, 두 번째 단계에 이른 도의가 용솟음치며 칼이 손을 떠나 창과 맹렬히 충돌했다.
뒤이어 쾅, 하는 굉음이 천지를 진동했다.
금빛 힘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천둥 번개가 무섭게 내리쳤으며, 불꽃이 튀고 찬란한 빛을 발산했다.
전천도가 내뱉은 힘은 적장을 파죽지세로 밀어붙였다.
엄청난 충격 탓에 근처에 있던 병사들까지 죽거나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제존은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적장이 혼태를 펼치자, 세 개의 혼태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엄청난 힘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숨이 턱 막혀왔다.
그것은 정신적인 압박으로, 같은 제존이 아니고선 감당할 수조차 없었다.
무엇보다 혼태는 파괴력이 깃든 무서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한낱 빛만으로도 인황 여럿은 죽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혼태는 무인의 정신력과 성진의 힘, 거기에 희귀한 재료들을 넣어 만든 것으로, 제존의 품급이 높아짐에 따라 혼태도 자연스럽게 강해졌다.
즉, 제존이 가진 힘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혼태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무인이 제대로 다룰 줄만 안다면 싸움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애송이, 날 만난 이상 오늘은 네놈 제삿날이다. 이제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어!”
적장이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산만큼 거대해진 혼태 사이로 긴 창이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왔다.
엄청난 힘이 항소운의 숨통을 조여왔다.
제존의 진짜 실력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제존만큼 강한 사람들은 숱하게 상대해봤으나, 제대로 된 제존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전투력이 제존만큼 강하다고 해서 진짜 제존은 아니듯 비록 육체적인 힘은 비등할지 몰라도 정신적인 압박에선 비교 자체가 되질 않았다.
제존의 기세야 당연히 인황보다 높을 테고, 그런 압도적인 기세를 견딜 수 있는 인황은 세상에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항소운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혼태의 영향 따윈 완전히 무시한 채 전천도를 휘둘러 천둥의 힘을 세차게 날려 보냈다.
은자줏빛의 천둥 바다는 무한대로 뻗어나가 자그마치 4품 제존에 육박하는 위력을 만들어냈다.
그 힘은 곧장 적장의 혼태와 충돌했고, 상대는 온몸이 박살 나면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적장은 죽는 순간까지도 한낱 인황이 3품 혼태의 압박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적장을 죽이고 나자, 천둥의 힘도 크게 사그라들었다.
설령 다시 천둥 번개를 일으킨다 해도 짧은 시간에 힘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물며 아직 적군이 사방에서 맹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는 다시 전천도를 움켜쥐고 적군의 대장군을 향해 돌진했다.
누구든 그의 앞을 막는 자는 죽음뿐이었다.
하도 사람을 죽이다 보니 이제는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다.
사방에서 퍼붓는 공격에 피가 철철 났으나,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극한격활술로 육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린 덕분에 그만큼 통증도 무뎌진 것이다.
대장군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가운데, 적진에서 다섯 명의 장군이 달려 나왔다.
제존과 일대일로 겨루는 것은 가능하다 해도 한꺼번에 제존이 다섯씩이나 나오다니 과연 항소운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다섯 제존의 실력은 4품에서 6품 사이로, 이들이 힘을 합쳐 인황 한 명을 공격한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인황이 제존들의 협공에도 범상치 않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니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항소운은 제존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그들에게 포위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난무를 펼치며 상대의 궤적을 파악해 한발 앞서 공격을 저지하자, 상대는 연거푸 뒤로 밀려났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기가 막힌 움직임에 상대방은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난무란 초식은 참으로 묘해서 매번 운용할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난무는 바둑과 닮은 데가 있어서 상대의 다음 수를 예측해서 흐름을 끊어놓아야 적의 공격을 사전에 막고, 반격도 가능했다.
항소운은 적장 사이를 자유롭게 오고 가며 칼을 어지러이 휘둘렀다.
상하좌우, 앞뒤를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휘두르는 통에 상대는 막무가내로 당했다.
지금 그는 ‘난무’만이 아니라 적의 공격을 완전히 봉쇄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봉적(封敵)’이란 새로운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공격이 연신 막히자, 상대방은 반격할 기회조차 상실하고 대열마저 흐트러졌다.
벌써 제존이 둘이나 부상을 당해 포위망이 무너져 버리자, 다들 분을 삭이지 못했다.
“놈한테 말려들어선 안 돼. 전부 혼태를 꺼내서 일제히 공격한다!”
6품 제존이 고함을 내질렀다.
뒤이어 그의 머리 위로 여섯 겹의 혼태가 영롱한 빛을 발하며 떠오르더니 방대한 힘이 항소운을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개미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조밀한 공격이었다.
다른 제존들도 잇달아 혼태를 일으켰다.
혼태는 산처럼 거대하게 일어났다가 또, 호수처럼 사방을 에워싸며 칼과 창, 검을 거의 동시에 날렸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하던지 천지가 무너져내리는 듯하여 피할 곳도 달아날 틈도 없었다.
항소운은 명치가 답답해지면서 숨이 가빠졌다.
문득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으나, 그럴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져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저들을 죽여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협공을 뚫고 적을 죽이기 위해서는 분신을 불러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 방법만은 아껴두고 싶었다.
적군의 대장군과 맞서 싸우는 최후의 순간을 위해서였다.
그러니 지금은 진신의 힘만으로 저들과 싸워 이겨야 했다.
“풍뢰교가! 뇌겁성화!”
바람과 천둥, 두 성진의 힘을 일제히 폭발시키자 바람이 거세게 불며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떨어졌고, 바람과 천둥의 힘이 교차하며 사방을 할퀴고 집어삼켰다.
동시에, 하늘에서 불기둥이 맹렬히 떨어지며 주변을 불태우자, 혼태들은 기세가 급속도로 약해지며 빛을 잃었고 칼과 창, 검은 위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 순간, 항소운의 문득 깨달음이 일었다.
바람, 천둥, 불 세 가지 힘을 한데 융합시키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터였다.
힘을 끌어올리자, 바람과 천둥, 불의 성진에서 빛이 번뜩였다.
천둥의 성진을 주축으로 하여 바람의 성진이 힘을 더하고 불의 성진이 보완을 이루며 세 힘이 일제히 폭발했다.
은자줏빛과 잿빛, 붉은 힘이 경맥을 따라 흐르다 한데 합쳐진 순간, 거대한 폭풍의 힘이 만들어지면서 강력한 파괴력이 생겨났다.
태초의 시기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힘이었다.
쾅-! 쾅-!
일전에 그는 두 가지 성진의 힘으로 4품 제존에 맞서 싸웠다.
이제는 8품 입룡경에 올랐고, 극한격활술의 활약 속에 8품 입룡경 후기까지 오른 상태였다.
전투력도 예전보다 월등히 강해져서 4품 정점의 제존은 물론, 5품 제존과 겨루어도 문제없었다.
지금은 세 가지 성진의 힘을 한데 융합시켰으니 위력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상태면 5품 제존은 물론, 6품 제존과도 충분히 겨뤄볼 만했다.
다섯 명의 제존 가운데 4품 제존 두 사람의 혼태는 크게 손상됐다.
6품 제존이 나서서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저 둘은 이미 항소운의 칼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항소운의 기세는 갈수록 거세졌으나, 그렇다고 저들을 완벽히 제압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느 틈엔가 허리춤은 6품 제존에게 맞아 상처를 입었고, 다리는 5품 제존의 검에 찔렸으며 온몸으로 충격을 견디다 보니 구석구석 멍이 들었다.
극한격활술로 신체를 단련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갑옷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온몸이 갈기갈기 찢겼을 것이다.
내상까지 입어 피까지 토했으나,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자신이 쓰러지면 수하들은 누굴 믿고 싸우겠는가.
그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쓰러질 순 없었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세 성진의 힘을 끌어올리며 6품 제존을 집중 공격했다.
손에 들린 칼이 쉴 새 없이 춤을 추며 전의가 들끓고 도의가 상공으로 뻗어나가자, 이 순간 제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해도 그의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생사 따위는 잊은 채 지존으로서의 풍모를 마음껏 드러냈다.
6품 제존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낱 인황 주제에 어찌 저런 재주를 부린단 말인가.
“괴상한 술수를 부려봤자 소용없다. 오늘 네놈은 반드시 죽는다!”
6품 제존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그는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며 항소운을 압박해 들어갔다.
혼태가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성진과 한데 어우러지자, 강력한 검광이 터져 나왔다.
산 십여 개는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었다.
다른 제존들도 놀랐는지 급히 뒤로 물러났다.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그 여파만으로도 충분히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6품 제존과 8품 인황의 격차는 실로 엄청나서 제아무리 고급 전체(戰體)를 타고 난 천재라 해도 감히 뛰어넘을 수 없었다.
항소운은 고급 9성 지체라는 최강의 신체를 타고난지라 만일 하나의 성진만을 단련했더라면 이 정도 격차쯤은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을 동시에 연마하는 길을 택하고 말았으니 무슨 수로 대항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는 기어코 아홉 가지 힘을 융합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태초의 시기까지 만들어내면서 이 정도 격차쯤은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