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81
제581화 끝까지 버텨라
화염 사자는 분한 듯 포효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으나, 마치 태산이 내리누르는 듯하여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사자 밑에 깔린 능지염도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썼지만, 어째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수치심과 분노로 그의 얼굴이 벌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째서 사자후에도 항소운은 멀쩡하단 말인가.
실은 항소운도 영향을 받기는 했으나, 극히 찰나의 순간이라서 해를 입지는 않았다.
항소운은 흙의 진의까지 일으켜 흙의 힘을 한층 견고히 했다.
덕분에 중력이 무지막지하게 강해져서 화염 사자와 능지염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영혼은 이제 7품 제존의 경지에 올라서 황급 아래로는 그 압도적인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내가 졌다.”
더는 추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지 능지염이 급히 항복했다.
만일 항소운이 주호우를 이긴 것이 단순한 우연이었다면, 지금 능지염을 이긴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제야 사람들은 그가 대단한 고수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진무 학당 제자들은 얼이 빠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4대 학당을 대표해 이곳에 모인 자들은 장차 새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들이었다.
실익에도 밝은 편이어서 항소운과 같은 최상급 무인과는 되도록 얼굴을 붉히지 않는 편이 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연무대 위 항소운은 직접 상대를 지목하지 않고, 묵묵히 도전자를 기다렸다.
오늘 기필코 최고 자리에 올라 스승님과의 약속을 지키리라.
사실 등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나, 이번 경쟁전은 자릉종을 되찾기 위한 강력한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번 일로 단단히 겁을 먹었으나, 항소운의 승승장구를 아니꼽게 보는 자도 더러 있었다.
그중에는 송범도 있었다.
송범은 항소운과 승부를 내지 못한 터라 이참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가 앞으로 나서려는데 항신희가 저지했다.
“저자의 실력은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어. 지금 나서봤자 상대도 되지 못할 거야.”
과거, 항소운은 7품 입룡경일 때 송범과 비등한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지금 입룡경 정점이 된 상황에서 과연 송범이 상대가 되겠는가 말이다.
“녀석과 반드시 승부를 내고 싶습니다. 비록 전보다 강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단단히 다지지는 못했을 겁니다. 설령 토대를 다졌다 해도 제게 놈을 해치울 방도가 있습니다.”
송범의 눈빛에선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는 연무대 위로 올라서더니 뱀 모양의 창을 겨누며 소리쳤다.
“지난번 못 가린 승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끝을 내자.”
“넌 약해서 안 돼. 가서 소패왕이나 불러와라.”
항소운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왠지 소패왕이란 자는 신경을 잡아끌었다.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항자헌과도 관련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
“우선 이기고 말해라.”
뒤이어 송범이 잇달아 창을 내찌르자, 무수한 뱀이 항소운을 순식간에 에워싸며 무서운 기세를 내뿜었다.
평범해 보이나, 그 속에 숨겨진 위력만큼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반면, 항소운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맨주먹으로 맞섰다.
무쌍권을 연이어 펼치자, 뱀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한바탕 꿈이었으나 전장에서 목숨 걸고 싸운 경험은 항소운의 의지력을 한층 단련시켜서 제아무리 까다로운 공격이라 해도 가장 간단하고 정확한 기술로 최단 시간에 격파할 수 있게 했다.
전장에서는 인정에 휘둘려선 안 되듯이 이곳 연무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소운은 송범의 공격을 정면으로 돌파한 뒤, 상대 쪽으로 바짝 접근했다.
이쯤에서 대결을 끝낼 참이었다.
그런데 송범은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짐작이나 했다는 듯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차곡차곡 힘을 모으더니 별안간 아주 색다른 힘을 폭발시켰다.
입고 있던 옷이 마구 터지면서 송범의 팔과 몸에 비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얼굴에조차 비늘이 덕지덕지 생겨나서 몰골이 순식간에 흉악해졌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중 눈썰미가 있는 자들은 수화결(獸化訣)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수화결은 굉장히 연마하기 어려운 고결(古訣)이야. 오래전에 맥이 끊겼다고 하던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역시 진무 학당의 제자는 다르구나.”
“근데 전투력을 크게 증폭시키는 반면, 시간의 제약이 있다고 했어. 제한된 시간 안에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고.”
“이거 재밌는 대결이 되겠는걸.”
“…….”
항소운은 송범을 일격에 날려버릴 작정이었으나, 요수로 변해버린 상대를 보자 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송범이 어떤 재주를 펼칠지 은근 기대가 되었다.
“자, 덤벼라. 네 승리도 여기서 끝이다.”
송범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사람도 요수도 아닌 꼴이 됐는데, 괜찮겠어?”
“이놈, 감히 날 비웃어? 바로 지옥으로 보내주마!”
송범은 악에 받쳐서 앞으로 돌진했다.
요수로 변해버린 그는 무력이 놀라우리만치 강해졌으며, 속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송범의 손에 들린 뱀 모양의 창이 눈 깜짝할 사이 항소운의 가슴을 내찔렀다.
“그렇지!”
송범의 기쁨에 찬 환호가 들려왔다.
그런데 웬걸 눈앞에서 항소운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아뿔싸.
송범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창이 내찌른 것은 잔상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 상대는 이미 측면에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양 손바닥을 쉴 새 없이 휘둘러 대비수를 펼치며 한 곳을 중점적으로 내리쳤다.
순식간에 열여덟 번이나 얻어맞은 송범은 피를 토하며 나자빠졌다.
하마터면 연무대 밖으로 떨어질 뻔했으나, 마지막 순간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그는 허공으로 훌쩍 날아오르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즉시 공격을 펼쳤다.
일순 거대한 뱀이 쓱 나타나더니 몸집만큼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세상 만물을 모두 집어삼킬 듯 압도적인 기세와 힘이었다.
누구든 이 거대한 뱀 앞에서는 마음이 극도로 나약해져서 저항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이는 송범의 평생 수련이 담긴 절기였다.
자그마치 5품 제존에 육박하는 위력인데 누군들 겁나지 않겠는가.
항소운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뱀을 똑바로 응시하며 사서도를 휘둘렀다.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는가 싶더니 푸른 빛이 넘실대며 파란 바다 위로 거대한 상어가 등장했다.
상어는 파도를 일으키며 뱀을 향해 돌진했다.
처음에는 뱀이 우위를 점하며 맹렬히 공격을 이어갔고, 상어는 수세에 처했다.
뱀이 물고 뜯으며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으면, 상어는 파도를 일으켜 가까스로 공격을 저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파도가 세차게 몰아치며 바닷물이 몇 차례 뒤집히더니 상어가 바닷물을 뚫고 날아올라 뱀의 머리를 덥석 물었다.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어 푸른 도광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뱀은 처참히 터져 버렸다.
송범은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항소운은 여세를 몰아 전속력으로 뒤쫓아가 칼을 무참히 휘둘렀다.
“설령 네가 더 강하다 해도 내 털끝 하나 건들지는 못할 것이다.”
송범은 즉각 방어태세를 갖췄다.
육신의 방어력을 최대로 높임은 물론이고, 갑옷으로 겹겹이 둘러싸서 온몸을 빈틈없이 보호했다.
항소운은 그저 묵묵히 첩랑칠중참을 잇달아 휘둘렀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른 속도에 정확히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노리자, 송범의 방어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갑옷과 인갑은 산산조각이 났고, 육신도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도 있었으나, 항소운은 칼을 멈추고 발로 차서 상대를 연무대 밖으로 떨어뜨렸다.
송범이 연무대 아래로 떨어지던 순간, 사람들 사이에는 적막이 흘렀다.
환호나 탄식도 없이 사위가 조용해져서 다른 연무대조차 한동안 도전자가 없었다.
항소운의 기술은 지극히 평범했으나, 그 기세만은 대단해서 요수로 변신한 송범을 단숨에 제압해버렸다.
송범은 진무 학당에서 무공 서열 상위권에 오른 자로, 소패왕이 무척 아끼는 심복이었다.
그런 자가 만신창이가 되어 떨어졌으니, 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항소운은 대결에서 이기고도 그저 묵묵히 서 있었다.
그에게선 기쁨이나 거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따분하다는 얼굴이었다.
그는 더욱 격렬한 전투를 갈망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압박감을 주는 상대 말이다.
어쩌면 고독구패도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진무 학당 서열 1위 고독구패는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항소운을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감고 다시 명상에 들어갔다.
아직 자신과 싸울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항소운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분위기에 한동안은 그에게 도전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때,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전무쌍이 마침내 움직였다.
그는 항소운이 아닌 다른 연무대를 택해 진무 학당의 제자를 몇 주먹 만에 때려눕혔다.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실력이었다.
“항소운, 끝까지 버텨라.”
멀리서 전무쌍이 말했다.
“그건 내가 할 소리다.”
항소운이 담담히 대꾸했다.
과거에는 전무쌍이 대단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대등한 입장이 되었고, 심지어 자신보다 한 수 아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교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인이라면 마땅히 갖고 있어야 할 자부심으로, 자신을 향한 신념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신록 학당의 장기가 연무대 한 곳을 장악했다.
그녀의 활약으로 신록 학당은 간신히 체면을 살렸다.
겉모습은 수줍음 많은 미소녀 같아도, 타고난 재능만은 다른 학당의 어느 천재와 견주어도 밀림이 없었다.
다른 연무대는 구궁 학당의 서열 2위가 차지했다.
그자는 처음부터 대범하게 공격을 펼쳐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고는 첫 무대를 손쉽게 승리로 이끌었다.
진무 학당은 한순간에 연무대 네 곳을 모조리 빼앗기자, 안색들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고독구패나 마희, 소패왕과 같은 걸출한 인재들이 아직 출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진무 학당은 저 세 사람이 4대 태양 중 세 자리를 기필코 차지할 거라 믿었다.
마지막 한자리는 변수가 많아서 확정 지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무 학당의 고봉이 나타났다.
그녀가 택한 상대는 장기.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상대를 제물로 삼았다.
그녀는 봉황의 힘을 갖고 있어서 무공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으나, 진무 학당에서는 고작 7위에 머물렀다.
학당 내부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었다.
한편, 장기는 신록 학당이 집중적으로 육성한 인재였다.
9성 지체에다 물의 성진을 타고난지라 부드러움과 강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펼쳤다.
무엇보다 물의 진의에 대한 깨달음이 최고 수준에 이르러 고봉과 겨루어도 전혀 막힘이 없었다.
두 여인의 대결은 한동안 치열하게 진행되었으나, 끝내 고봉이 패하면서 장기는 연무대를 지켜냈다.
신록 학당의 장로는 제자의 활약에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만약 장기가 패했다면, 아마 얼굴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
항소운도 이후로 잇달아 여러 명을 제압했다.
저렇게 강할 리가 없다며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계속 도전했으나, 누구 하나 이렇다 할 활약도 못 하고 모조리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