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83
제583화 한꺼번에 덤벼라!
“보풍이 드디어 나서기로 결심했구나. 상대가 항소운인데 이거 승산이 있을지 몰라.”
“말도 안 되는 소리. 보풍은 소패왕 다음으로 강하다고. 항소운 정도는 문제없어. 보풍의 쾌검을 당할 자가 있을 리 없지.”
“맞아. 검술이 정말 대단해서 성급 갑옷 없이는 그냥 죽고 말걸.”
“그렇기는 해도 아직 9품 입룡경에도 못 올랐잖아. 경지 차이는 무시 못 하지. 아무래도 쉽게 승부가 나진 않겠어.”
“…….”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결을 앞두고 너도나도 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진무 학당은 보풍이 승리하길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었다.
보풍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네게서 굉장한 바람의 힘이 느껴지더군. 그래서 도전을 청한 거야.”
“그랬군. 먼저 공격해라.”
항소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했다.
상대가 누구라 해도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그의 마음가짐이었다.
하물며 눈앞의 상대는 단연코 예사 녀석은 아니었다.
경지는 8품 입룡경 정점이나, 실제 전투력은 훨씬 대단할 것 같았다.
“나부터? 나 정말 빠른데.”
보풍은 왠지 미안하단 어투였다.
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정녕 최상위 무인이 맞나 싶었다.
“그래, 덤벼. 네가 공격할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항소운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 그럼 간다!”
보풍은 이렇게 말하며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들었다.
마치 사자가 토끼를 잡듯 눈 깜짝할 사이 검이 앞쪽으로 파고들더니 항소운의 가슴팍에 이르렀다.
항소운은 눈을 깜빡할 새도 없이 검 끝이 가슴팍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이형환영술을 펼쳐 검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했으나, 반격을 날릴 새도 없이 보풍의 후속 공격이 이어졌다.
보풍은 초식을 변형시켜 이번에는 횡으로 휘둘렀다.
마치 항소운이 이형환영술로 위치를 바꿀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항소운은 급히 몸을 구부려 피하기는 했으나,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상대의 후속 공격이 맹렬히 쏟아졌다.
보풍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극도로 예리한 검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매서운 바람을 일으켰다.
검이 움직이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보는 사람들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쾌검.
검의 속도가 궁극에 이른 것으로 항소운도 미처 피하지를 못하고 벌써 여러 군데 상처를 입었다.
사람의 공격 속도가 이렇게나 빠를 수 있다니.
항소운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공격에 막힘이 없어서 상대에게 일말의 틈도 허용치 않았다.
보풍의 경지가 더 낮아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쯤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항소운이 계속 당하고만 있으란 법은 없었다.
아직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 그도 속도라면 상대 못지않게 빨랐다.
보풍은 세 살부터 쾌검을 연마하기 시작해서 벌써 스무 해를 이어왔다.
다른 복잡한 검술은 익히지 않고, 오로지 쾌검만을 파고든 그였다. 오직 속도만이 어떤 공격도 돌파할 수 있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확실히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쾌검을 통해 많은 업적을 이루었으며, 덕분에 태상 장로의 눈에 띄어 제자가 되었다.
한 가지를 깊게 파고들어 대성한 경우였다.
항소운은 연신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여섯 겹의 금갑을 일으켜 전신을 빈틈없이 방어했다.
무수한 검광이 금갑을 찌를 때마다 불꽃이 튀었지만, 간신히 공격은 막아냈다.
아무래도 상대방의 경지가 낮은 것이 그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금갑이 굳건히 막아주었으니 말이다.
보풍은 그런데도 지치는 기색도 없이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눈 깜짝할 새 검이 서른여섯 번을 내찌르며 계속 같은 곳을 공격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이 이루어져 시간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제아무리 고수라 해도 검을 연속해서 찌르면 중간에 시차가 존재하기 마련이거늘 보풍은 그 수준마저 뛰어넘었다.
어느새 금갑이 뚫리면서 기다란 검이 항소운의 허리춤을 내찔렀다.
찰나의 순간, 보풍은 내심 기뻤다.
이번에는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장검이 허리에 닿고부터 더는 들어가질 않는 것이었다.
마치 단단한 강철이 막고 있는 것 같았다.
실상은 항소운이 전방위 방어태세에 돌입하면서 육신의 강도가 제급 병기에 버금갈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극한격활술로 잠재력을 끌어올린 덕분이었다.
검은 금갑을 뚫으며 위력이 절반으로 감소해서, 허리를 찔렀음에도 살상력은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
물론 항소운이 때맞춰 몸을 뒤로 뺀 덕분에 관통상을 피한 것이기도 했다.
보풍의 위세가 살짝 누그러진 틈을 타 마침내 항소운이 반격을 시작했다.
상대방이 속도에서 우세하다면, 그 장점을 발휘 못 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항소운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바로 중력이었다.
항소운은 지현정기를 거둬들인 후로 흙의 진의에 대한 깨달음이 한층 깊어졌다.
덕분에 중력을 펼치는 능력도 더욱 강력해지면서 연무대 위 중력이 일순 수십 배는 강해졌다.
중력 탓에 보풍은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자, 안색이 확 변해서 뒤로 물러났다.
반면, 항소운은 중력으로부터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보풍의 가슴을 향해 대비수를 힘껏 날렸다.
평소 같으면 가볍게 피했을 테지만, 중력에 영향을 받은 데다 항소운과의 거리가 워낙 가깝다 보니 상대의 갑작스러운 반격에 여지없이 걸려들고 말았다.
전력을 싣지 않았는데도 보풍은 장법을 맞는 순간 훅, 하고 피를 뿜었다.
보풍은 뒤쪽까지 밀려 나가 연무대 끝에 간신히 몸을 걸쳤다.
항소운은 계속 싸울 생각이 없는지 공격을 멈췄다.
“항복해. 넌 내 상대가 아냐.”
쾌검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속도를 낼 수 없는 환경에선 말짱 도루묵이었다.
보풍은 마뜩잖은 듯 물었다.
“너, 성진의 힘을 대체 몇 가지나 수련한 거냐?”
연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지켜본 결과, 항소운은 여러 성진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러 힘을 수련하고서도 무공이 저렇게 강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홉 가지다.”
항소운의 담담한 대꾸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아홉 가지 성진의 힘을 전부 수련하고도 저렇게 강하단 말이야?”
“자멸의 길이라며 다들 꺼렸잖아. 근데 그게 가능한 일이었어? 말도 안 돼.”
“듣자니까 저 녀석 아홉 가지 힘을 전부 융합시켰대. 진짜 별종이지.”
“아마도 이 정도가 한계일걸. 9대 성진을 전부 연마한 사람이 혼태경에 올랐다는 소리는 한 번도 못 들어봤거든.”
“…….”
항소운이 제 입으로 아홉 가지 성진을 말했다는 건 자신이 9성 지체를 타고났음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항소운이 이 길을 택한 이상, 혼태경에 오르기는 힘들 거라 예상했다.
보풍은 항소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졌어도 억울하진 않네. 확실히 넌 나보다 강해.”
보풍은 외로운 길을 택한 항소운의 용기에 탄복했다.
그리고 상대가 애써 공격을 거둬 자신을 살려주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며 연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홀로 남은 항소운은 눈을 감은 채 상처를 치료하며 다음 상대를 조용히 기다렸다.
그는 이런 지루한 싸움에 슬슬 넌덜머리가 났다.
질질 끌 것 없이 어서 최고라 불리는 천재들과 제대로 겨뤄보고 싶었다.
이때, 석탑처럼 단단한 몸집의 사내가 뛰어 올라왔다.
구궁 학당 출신으로, 연무대에 오르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중력을 일으켜 항소운을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항소운이 중력을 쓰는 걸 보고 한번 겨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성진 하나의 힘과 여러 성진이 합쳐진 힘 중 어느 쪽이 훨씬 우세한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같은 경지라면, 단일 성진의 힘으로 상대방의 여러 성진의 힘을 당해낼 수 없을 테지만, 영성액 덕분에 성진의 크기가 확장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힘도 보통 사람에 비해 월등히 늘어났다.
그리고 지현정기의 흡수로 흙의 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눈 깜짝할 새 항소운과 상대방의 역장이 부딪혔다.
그러나 항소운이 펼친 것은 반중력이라 상대의 중력장을 교란시키고 있었다.
동시에, 속도상 우세를 통해 난무와 봉적, 두 초식을 번갈아 펼치자 구궁의 제자는 제대로 된 공격도 못 해보고 수세에 몰렸다.
“젠장, 이렇게 강할 리 없어. 내 공격을 받아라. 이산전해(移山塡海)!”
남자는 벼락같이 포효를 내지르며 숨겨둔 절초를 펼쳤다.
순식간에 상대의 힘이 최고조에 달하더니 양팔로 안는 자세를 취하자 품 안에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산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남자는 산을 안은 채 돌진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는 모습에 허상이라 치부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모든 힘을 밀어 넣은 절기 앞에 피할 공간 따위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항소운도 정면 돌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사실 상대가 공격을 날리기 전에 파훼시킬 수도 있었지만, 상대가 혼신을 다했을 때 얼마나 강한 힘이 터져 나올지 느껴보고 싶었다.
잘 봐두면 앞으로 명혼공간을 통해 상대의 공격을 되돌려보며 초식을 배우고 자기 것으로 소화시켜 응용할 수도 있었다.
대비수나 무쌍권도 남과의 대결을 통해 배운 것들이었다.
이산전해란 초식은 확실히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항소운도 압박을 느꼈으나, 흙의 힘을 있는 힘껏 끌어올리며 주변에 산적한 흙의 힘을 끊임없이 흡수했다.
뒤이어 흙의 진의를 일으킨 그는 전력을 다해 공격을 펼쳤다.
“운석천강(隕石天降)!”
강한 힘이 휘몰아치자 마치 유성이 떨어지듯 무수한 운석이 떨어지며 거대한 산과 충돌했다.
이대로 산을 무너뜨릴 작정이었으나, 운석이 사정없이 내리치는 데도 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힘이 그만큼 견고하고 강하다는 뜻이었다.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상대는 기술이나 요령이 아닌 오로지 힘으로 승부하는 자였다.
그러니 항소운이 힘으로만 맞선다면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항소운도 결국 성진 한 개의 힘이 궁극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는 여러 성진의 힘에 맞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어느새 거대한 산은 바로 눈앞까지 들이닥쳤다.
산이 머리에 부딪히려는 찰나, 항소운은 벼락같이 힘을 일으켜 천둥의 위력을 터뜨렸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천둥의 힘이 내리치자, 그제야 거대한 산도 요란한 굉음을 내며 터져 버렸다.
9대 성진 중 가장 강한 것은 역시 천둥의 성진이었다.
천둥의 힘이 폭발한 순간, 항소운은 한 마리 용처럼 전방을 향해 질주하며 권의가 실린 주먹을 내뻗었다.
쾅-!
굉음이 잇달아 터지며 연무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궁 학당의 제자는 완벽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나, 무시무시한 천둥 앞에서는 모든 것이 허사였다.
상대는 얼마 못 가 방어막이 무너져 내리면서 온몸이 타서 새까맣게 그을리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항소운은 다시 순조롭게 일 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다들 한꺼번에 덤벼라. 영 시시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