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84
제584화 영 따분하군, 그렇지 않나?
항소운의 당찬 선언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저 녀석 말하는 것 좀 보게. 정말 천하무적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몇 번 이겼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누구든 나가서 저놈 좀 혼내주면 좋겠네. 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지.”
“그러니까 학당에서 쫓겨난 거야. 저런 놈을 누가 좋아하겠냐고.”
“…….”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저런 놈은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며 다들 몸을 들썩이는 와중에 누군가 연무대로 뛰어올랐다.
그자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항소운의 힘을 최대한 소모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에 맞선 항소운도 빠른 시간 내에 상대방을 제압하면서 체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그 후 7품 입룡경의 무인이 도전해왔다.
단 한 수면 끝낼 수 있는 상대였으나, 뜻밖에도 그자가 훼손된 성급 무기로 공격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패할 뻔했다.
다음으로 9품도 안 된 자가 도전해 왔는데, 놀랍게도 요황급 정점에 이른 요수를 데리고 나왔다.
경지가 높은 만큼 무력도 상당해서 한참을 싸운 끝에 가까스로 제압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도전 상대 중에는 신록 학당의 제자도 있었는데, 제급에 이른 괴뢰를 셋씩이나 불러낸 탓에 꽤 골치 아픈 싸움이었다.
누구 하나 까다롭지 않은 상대가 없었으나, 자그마치 29연승을 거두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현재로서는 최다 연승 기록이었다.
한편, 구천은 고작 세 차례 싸운 것이 전부였다.
다만, 도전 상대들이 전부 진무 학당에서 꽤 유명한 실력자들이라서 그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나자, 한동안은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소패왕은 15연승을 거두며 호기로운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과연 명성에 걸맞는 실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장기는 백리일소에게 패하면서 연무대를 넘겨주고 말았다.
백리일소는 독보적인 검술을 펴 보였고, 이에 고독구패가 관심을 갖는 듯했으나 여전히 나서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서 각 학당을 대표하는 천재 중 연무대에 오르지 않은 자도 몇 남지 않았다.
경쟁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최후의 결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때, 잠자코 있던 엽림삼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향한 곳은 항소운이 아닌 소패왕 항신희였다.
그동안 항소운은 엽림삼을 줄곧 연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용봉 학당에 머물던 여러 해 동안 엽림삼은 단 한 번도 우채접 때문에 그를 곤란하게 한 적이 없을뿐더러,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그에게서 적대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항소운으로서는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없어 아리송할 따름이었다.
확실히 엽림삼은 우채접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녀와도 가까운 사이였다.
다만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은 채 오직 무공 연마에만 집중했다.
예상과 달리 점잖고 예의를 아는 자였다.
엽림삼은 한 눈에도 훌륭한 인재감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범상치 않은 기백을 가진 자로, 많은 여인들이 내심 흠모하고 있었다.
그는 청검을 등에 멘 채 항신희를 향해 담담히 도전을 청했다.
“한 수 가르쳐주시죠.”
그는 용봉 초급 전장이 끝난 후, 반년 동안 폐관 수련을 하며 바깥출입을 삼갔다.
이후 출관한 그는 9품 입룡경 후기까지 경지가 높아져 주변에서 적잖이 놀랐었다.
그리고 비밀 공간에서 보낸 반년 동안 실력이 그새 또 높아져서 입룡경 정점에 무사히 오르며 수많은 제자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그의 실력이면 소패왕 항신희에게 대적할 자격이 충분했다.
“꽤 괜찮은 실력이군. 근데 상대를 잘못 골랐어.”
항신희가 태연한 눈길로 말했다.
“그렇습니까? 여하튼 겨뤄보면 알겠죠.”
엽림삼이 한 걸음을 내디디며 검을 뽑아 들고 휘두르자, 방대한 푸른 검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에 항신희는 무기도 쓰지 않고 장법을 날렸다.
일순 번개가 번쩍하더니 전방을 향해 질주했다.
두 강자의 힘이 충돌한 순간,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진무 학당 제자들은 엽림삼이 맥을 못 추리라 예상했으나, 막상 싸움이 시작되자 그의 실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검술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의지가 대단해서 항신희의 천둥 번개에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거침없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광이 힘차게 뻗어나가며 사방을 모조리 짓밟았다.
그제야 항신희도 강적을 만났음을 깨달았다.
그가 온 힘을 떨쳐 불러낸 것은 매서운 이종 천둥이었다.
이로써 그는 소패왕의 위세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백여 합을 겨루어도 승부는 좀처럼 나질 않았다.
누가 뭐래도 지난 며칠간 진행된 비무 중 가장 훌륭한 대결이었다.
비무가 길어질수록 항신희는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엽림삼에게 발이 묶일 줄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겠군. 이만 떨어져라!”
순간, 항신희의 몸에서 엄청난 천둥의 힘이 터져 나왔다.
마치 성진이 폭발하듯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위력이 솟구쳐 올랐다.
만약 5품 제존이 옆에 있었다면, 혼태가 폭발하며 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항신희의 진정한 실력으로, 진무 학당 서열 3위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질이었다.
다들 이번만은 엽림삼도 피하지 못하고 패배할 거라 예상한 가운데, 별안간 눈앞에 거대한 고목이 등장했다.
고목에서 뻗어져 나온 나뭇가지들은 기이한 힘을 품고 있어 연신 천둥의 힘을 내리치며 저지했다.
바로, 불후고목이었다.
엽림삼이 용봉 초급 전장에서 잘라온 것으로, 이미 체내로 흡수되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단지 반년 만에 경지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불후고목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나뭇가지들은 천둥 사이로 뚫고 들어가 항신희에게 부상을 입혔고, 거의 그를 사로잡을 뻔했다.
위기에 봉착한 그는 절기를 펼쳐 불후고목을 떼어내고는 여세를 몰아 반격을 시작했다.
이때, 뜻밖에도 엽림삼이 패배를 인정했다.
항신희의 마지막 공격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엽림삼은 비록 패하기는 했어도 체면은 차렸다.
오히려 사람들은 용봉 학당에 이렇게 대단한 무인이 있었냐며 진심으로 탄복했다.
어느새 경쟁전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현재 연무대에는 항소운, 구천, 항신희, 백리일소 등 쟁쟁한 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이들은 수차례 대결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면서 이번 경쟁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누가 이들을 연무대 아래로 끌어내릴지는 아직 도전하지 않은 몇몇 천재에게 달려 있었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고독구패와 마희는 아직 나서지 않고 있었으나, 다들 이 두 사람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해서 저런 실력자들과 겨룰 용기도 없었다.
“이런 싸움은 영 따분하군. 그렇지 않나?”
항소운이 구천과 항신희, 백리일소를 돌아보며 물었다.
“좀 시시하긴 하지.”
구천이 담담히 대꾸했다.
“정 따분하면 이리 와서 나와 겨뤄보지 그래?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질걸?”
항신희가 으르렁거렸다.
이에 백리일소가 옅은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항소운,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그러자 항소운이 입을 비죽이며 웃었다.
“내 말은……. 당신들과 싸우고 싶다는 거였어.”
그는 허공으로 훌쩍 날아오르더니 구천 쪽으로 날아갔다.
어찌나 움직임이 빠르던지 순식간에 건너편 연무대로 내려선 그는 공기를 찢어발기며 열풍마인(裂風魔刃)을 힘차게 내리쳤다.
구천은 재빨리 방어를 펼쳐 항소운의 기습을 막아냈다.
그가 반격을 가하려 하자, 항소운이 잽싸게 몸을 돌려 이번에는 항신희 쪽으로 날아가더니 숨 돌릴 틈도 없이 분뇌권을 날렸다.
항소운의 대범한 도발에 항신희는 가소롭다는 듯 냉소를 머금었다.
“어리석은 녀석 같으니.”
항신희 역시 천둥의 힘이 실린 뇌권으로 맞섰다.
그러자 단단한 힘이 터져 나와 이 정도면 상대도 정신을 차리겠구나 싶었다.
두 주먹이 충돌한 순간, 무수한 천둥의 힘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연신 불꽃을 일으켰다.
항신희는 이 권법으로 항소운을 단번에 날려 보낼 거라 확신했으나, 자신이 되려 일보 밀려나고 말았다.
버럭 화가 난 그가 계속 공격을 이어가려는데, 항소운이 백리일소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사서도에서 강렬한 도의가 뿜어져 나와 백리일소를 압박했다.
백리일소는 손가락을 검처럼 만들어 허공에 대고 연신 찔러 항소운의 도광을 저지했다.
“재미있군.”
백리일소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는 항소운의 도의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수검이 맥없이 부서질 리 없었다.
항소운은 상공으로 뛰어올라 큰소리로 외쳤다.
“네 사람 모두 한꺼번에 덤벼라. 영 재미없어서 말이야.”
세 사람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풍혹색의 음성이 먼저 들려왔다.
“무엄하다! 수호 대인의 제자라고 경쟁전의 규칙을 우습게 보는 거냐? 규정을 위반했으니 넌 탈락이다.”
이에 각 학당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항소운의 행동이 괘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탈락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누가 봐도 고의성이 다분한 처사였다.
“자네가 4대 학당을 대표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건가?”
랑위는 코웃음을 치더니, 다른 장로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도련님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들 봐서 잘 아실 겁니다. 일 대 삼의 비무가 경쟁전 역사상 없었던 것도 아니니,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지요. 하물며 제자들의 실력을 검증하고 용맹함을 높이는 것이 경쟁전의 기본 취지가 아닙니까?
도련님께서 싸움에서 패하신 거라면 저도 할 말이 없지만, 단지 이런 이유로 탈락한다면 저희 주인님께서도 불편해하실 겁니다.”
그러자 진무 학당의 장로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과거에도 혼자 여러 명과 싸운 자가 있었습니다. 항소운의 행동이 다소 거만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지요.”
이에 구궁 장로도 잠자코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습니다. 전장의 승패는 실력에 의해 판가름이 나니까요. 저 아이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면 우리가 굳이 끼어들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가 실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만.”
“경쟁전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려면 저 정도 기백은 있어야지요.”
신록 학당 장로가 말을 받았다.
풍혹색은 얼굴이 화끈거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포문을 열면 다들 찬성을 할 줄 알았건만, 전부 반대 의견을 내놓으니 어째 입장만 난처해졌다.
진무 학당의 장로는 풍혹색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아래쪽의 제자들을 향해 선포했다.
“아직 출전하지 않은 자들은 전부 연무대에 올라가도 좋다. 이중 마지막까지 남는 네 사람이 4대 태양이 될 것이며, 최종 승부를 펼쳐 일등을 가릴 것이다.”
그 소리에 제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인황지존을 가리는 마지막 단계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늑대 무리 중 왕을 가리는 것과 같이 모든 도전자를 물리쳐야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야 사람들도 결과에 수긍할 것 아닌가.
경쟁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가 이제 곧 눈 앞에 펼쳐질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