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85
제585화 나의 선택이 옳다
풍혹색은 감히 반대도 못 하고 혼자 부글부글 끓었다.
‘계속 뒀다가는 분명 후환이 될 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죽여야 해.’
장로의 선포 덕분에 연무대 위 네 사람도 마음껏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일 대 삼이란 말이지? 마침 나도 그러고 싶던 참이었다. 그러지 말고 나 혼자 상대할 테니 너희 세 사람이 한꺼번에 덤벼라.”
구천의 말에 항신희가 자줏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큰소리로 웃어젖혔다.
“하하. 그래도 내가 너희 셋을 상대하는 게 낫지 않나.”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알아서들 정해.”
백리일소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이때, 마희가 훌쩍 뛰어오르더니 곧장 항소운을 향해 돌진했다.
그녀는 고독구패를 제외하면 진무 학당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자였다.
소패왕조차 그녀라면 몸을 사릴 정도여서 대다수는 항소운의 패배를 점찍었다.
항소운은 재빨리 몸을 돌려 구천을 향해 질주했다.
사서도에서 뿜어져 나온 도광이 겹겹이 중첩되어 한층 무서운 위력을 자아냈다.
“꽤 훌륭하군. 하나, 나와 겨룰 정도는 아니야.”
구천의 냉담한 반응에 뒤이어 수검을 휘두르자, 자염풍이 매서운 칼날이 되어 항소운의 도광을 찢어발기더니 여세를 몰아 달려들었다.
한편, 뒤쪽에서는 마희가 노리고 있었다.
의도치 않은 협공으로 항소운은 퇴로가 막혀 피할 곳이 없어 보였으나,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공격물이 사라지자, 구천과 마희의 공격은 자연스레 서로를 향했다.
“놀라운 속도다!”
연무대 아래 보풍이 감탄을 터뜨렸다.
항소운의 움직임을 따라가던 그는 상대의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정도면 자신과 비등한 게 아니라 월등히 빨랐다.
역시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항소운은 구천과 마희의 공격을 가뿐히 피한 뒤, 포물선을 그리며 재차 구천을 공격했다.
그는 보풍과의 대결을 통해 속도가 가진 힘을 깨닫고 배우면서 바로 실전에 응용했다.
눈 깜짝할 사이 구천의 옆에 나타난 그가 첩랑칠중참을 펼쳤다.
항소운의 칼을 휘두르는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져 있었다.
바람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고, 도광이 겹쳐지는 속도가 상승하면서 위력도 그만큼 강해졌다.
다만 구천도 바람의 힘을 연마하다 보니, 속도라면 밀리지 않았다.
구천은 귀신과 같은 몸놀림으로 항소운의 기습을 가뿐히 피했다.
항소운이 재차 다음 수를 날릴 새도 없이 마희의 검은 극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마치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 듯 소름이 쫙 끼쳤다.
그녀가 작정하고 달려든 마당에 어딘들 피할 수 있겠는가.
항소운도 달아나길 포기하고 맞서 싸우기로 했다.
배짱 있게 말을 뱉은 이상, 군웅과 싸워 이길 만한 실력을 보여줘야 했다.
그의 선택은 바람과 천둥의 결합, 풍뢰교가였다.
서둘러 바람과 천둥의 힘을 끌어올리자, 두 힘이 한데 어우러지며 하늘색이 일순 변하더니 폭풍이 격렬히 몰아쳤다.
그 힘은 마희의 공격을 무참히 부수었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까지 적잖이 위협을 느꼈다.
“굳이 싸우겠다면, 나도 봐줄 생각은 없다.”
항소운은 전천도를 움켜쥔 채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보다 한발 앞서 뻗어나간 도광이 매서운 기세를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마희는 극강의 무공을 가진 자였다.
지난번에는 부상 때문에 비겼다지만, 이제 완전히 회복했으니 지난날의 치욕을 반드시 씻고 말리라 결심했다.
그녀가 마호구변(魔狐九變)을 펼치자, 눈앞에 아홉 마리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들은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며 바람과 천둥의 힘에 거세게 충돌했다.
여우들은 바람과 천둥의 힘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항소운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밀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진정한 실력이었다.
바람과 천둥, 고작 두 힘만으로는 그녀에게 어떠한 위협도 가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결국 그가 고안한 수는 바람과 천둥에 이은 불의 성진과의 결합이었다.
별안간 세 번째 힘이 터져 나오자, 마희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항소운은 기세를 몰아 세 성진의 힘을 힘껏 내던졌다.
물론 그녀도 넋 놓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녀가 온 힘을 끌어올리자, 사방이 일순간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 시각, 백리일소와 소패왕은 우선 눈앞에 보이는 상대부터 떨어뜨리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한편, 구천은 고독구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도 얌전떨고 있을 생각인가? 어서 나와라. 네게 패배의 쓴맛을 맛보게 해주지.”
이번에는 고독구패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다만 남들보다 표적이 많을 뿐, 다섯 손가락을 연이어 튕겼다.
다섯 개의 지광은 연무대 위 다섯 사람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위력은 물론이고 속도도 대단해서 눈 깜짝할 새 그들 앞으로 떨어졌다.
고독구패는 혼자서 다섯 명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항소운과 마희는 한창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 갑자기 지광이 날아오자 서둘러 몸을 피했다.
지광 속에 숨겨진 엄청난 파괴력에 두 사람은 흠칫 놀랐다.
백리일소와 항신희는 방해를 받자, 사뭇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구천은 잔영을 일으키며 고독구패의 지광을 슬쩍 피했다.
고독구패는 여유롭게 상공으로 날아오르더니 다섯 사람을 휘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부디 절 이겨주십시오.”
그의 얼굴에선 간절한 염원이 느껴졌다.
자신이 패하는 날이 오기를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린 사람 같았다.
다만, 그의 바람을 이뤄줄 상대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항소운의 말이 오만방자하게 들렸다면, 지금 고독구패의 발언에선 고고함과 동시에 정상에 올라선 자의 고독이 엿보였다.
진정한 실력자는 모름지기 초연하다는 것을 항소운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압도할 만한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고독구패는 방금 지공(指功)으로 그 실력을 입증했다.
“고독구패. 너 정도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구천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염풍에 몸을 내맡기고 그대로 돌진했다.
“환생자, 날 이기진 못할 거다.”
고독구패는 손 위로 오색 노을을 만들어 자염풍을 향해 내던졌다.
콰과광-!
요란한 굉음과 함께 오색 노을이 구천의 기세를 압도하자, 자염풍도 힘을 쓰지 못했다.
“혼돈의 힘!”
구천의 눈이 놀라움으로 얼룩졌다.
수많은 전체(戰體) 중 가장 강한 것은 9성 지체가 아닌 혼돈 전체였다.
이러한 사람은 다섯 개의 성진만을 갖고 태어나는데, 5대 성진이 오행의 성진의 힘과 상호 대응되어 가장 강력한 육신을 만들어낸다.
그저 노력파인 줄로만 알았는데, 저런 강력한 육신을 타고났을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래서 구패(求敗: 패배를 바란다는 뜻)란 이름을 붙인 모양이었다.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근데 혼돈 전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항신희가 자줏빛 단창을 움켜쥔 채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는 서둘러 자전마를 불러냈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전마와 함께 싸워야 했다.
백리일소는 연인을 어루만지듯 자신의 보검을 정성스레 닦으며 기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인자(仁者)에게는 적이 없다 했던가. 마침내 나의 인자무적 검결이 위력을 발휘할 때가 됐군.”
구천의 얼굴은 여느 때처럼 평온했으나, 등 뒤로 솟아오른 서로 다른 길이의 아홉 개 검은 그가 본격적으로 싸울 준비가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희는 고독구패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냉랭한 눈빛으로 항소운을 노려보았다.
항소운이 방심하는 순간, 언제라도 그녀의 치명적인 일격이 날아올 태세였다.
정작 항소운은 고독구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혼돈 전체가 뭐 별건가. 어떤 육신이 가장 강력한지 한 수 보여주마.”
항소운은 주먹에서 아홉 광채를 발산하며 고독구패를 향해 곧장 질주했다.
고독구패는 최강 전체의 비범함과 인황 정점의 무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홀로 여러 명을 상대할 충분한 저력이 있음을 사람들에게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터져 나온 항소운의 아홉 빛깔 힘은 사방을 혼란에 빠뜨리며 고독구패를 향해 돌진했다.
사람들은 숨죽인 채 그를 지켜보았다.
상공의 장로들도 몹시 놀란 얼굴로 시선을 집중했다.
항소운이 아홉 가지 힘을 동시에 발휘하다니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고독구패는 질주해오는 항소운을 보며 눈빛이 움츠러들었다.
항소운이 터뜨린 힘에 적잖이 당황한 것이다.
자신이 혼돈 전체란 사실을 밝히면 다들 겁을 먹을 거라 예상했건만, 뜻밖에도 무시하는 시선이 존재했다.
상대의 엄청난 무공 앞에 고독구패는 전에 없는 적대감을 느꼈다.
마치 일생의 숙적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중원의 최고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제압해야 할 운명적인 상대였다.
눈 깜짝할 새 전의를 끌어올린 그는 혼돈의 힘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주먹을 내뻗었다.
강렬한 권기가 항소운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쿵-!
아홉 빛깔 힘과 오색 힘이 충돌한 순간, 무지막지한 파괴력이 터져 나왔다.
땅이 쩍, 하고 갈라지더니 금세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주변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미처 달아날 새도 없이 엎어지고 구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가히 6품 정점의 제존이 만들어낼 법한 파괴력이었다.
연무대 위 사람들의 표정도 일순 심각해졌다.
그들의 필살 절기를 펼치면 이 정도 위력을 낼 수 있을까?
아무리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해도 이에는 못 미칠 것 같았다.
이로써 그들과 저 두 사람 사이의 격차가 드러났으나, 그들은 이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 합씩 주고받은 뒤, 두 사람은 서로 떨어졌다.
항소운은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고독구패는 연무대 바닥에 떨어진 채 다소 힘든 기색을 내비쳤다.
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 이럴 수가…….”
“고독구패가 기선을 놓치다니……. 혼돈 전체가 이대로 제압당하는 건 아니겠지? 항소운 저 녀석, 대체 뭐야?”
“듣자 하니 고급 9성 지체를 타고났다던데. 9대 성진의 힘을 전부 연마해서 벌써 융합까지 성공했대. 체질만 놓고 따지면 가장 강력하지 않을까.”
“그게 가능하다고? 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었잖아.”
“…….”
항소운은 남들이 뭐라고 떠들던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고독구패가 지금쯤 어떤 심정일지도 관심 없었다.
다만, 그는 9대 성진을 전부 연마했던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만천하에 증명하고 싶었다.
시선이 향한 곳은 소패왕 항신희였다.
항소운은 구유보를 펼치며 성큼 다가섰다.
“소패왕. 감히 다시는 그 별호를 사용 못 하도록 해주마.”
그러면서 한 걸음을 내딛자, 강력한 힘이 항신희를 압박했다.
온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당장이라도 천둥 번개가 내리칠 것 같았다.
“구유보! 어째서 네가 우리 항가의 구유보를 쓰는 거지?”
항신희는 구유보를 단박에 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구유보는 항가에만 전해져 내려오는 비급으로, 외부인은 절대 연마할 수 없었다.
한데, 항소운이 구유보를 펼치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