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589
제589화 무기 대결
고독구패가 구사하는 기술은 바로 진무 학당이 소장하고 있는 상급 기술, 허공권(虛空拳)이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목표물을 때릴 수 있어 어디에 있는 누구든 공격할 수 있었다.
고독구패는 진무 학당에 만 년 만에 등장한 최강의 체질이었다.
당연히 장서각은 그에게 무한대로 개방되었고, 덕분에 그는 이처럼 귀한 기술도 자연스레 수련할 수 있었다.
항소운도 이런 기이한 권법은 난생처음인지라 넋 놓고 있다가 호되게 당해버렸다.
물론 이 정도로 패배를 논하기엔 아직 일렀다.
고독구패의 주먹은 제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굉장했으나, 항소운의 육신도 만만치 않게 강해서 맷집이 상당했다.
그는 금갑으로 상대의 주먹을 거뜬히 막아냈지만, 그렇다고 흐름을 역전시킨 것은 아니었다.
상대가 쉴 틈 없이 주먹을 날리는 바람에 항소운은 좀처럼 상황을 역전시킬 수 없었다.
항소운은 전방위 방어태세를 갖춘 뒤, 허공권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통찰력을 펼치자, 차츰 파동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파동은 권력(拳力)이 뿜어져 나오는 곳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그러면서도 주먹은 피해야 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그러고 나자, 상대와의 거리가 십 미터로 좁혀졌다.
항소운은 이때다 싶어 재빨리 갈퀴 같은 손으로 열양칠조를 날렸다.
비록 황급 기술이긴 하나 그 속에는 운지염이 실려있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다.
운지염의 위력은 자줏빛 천둥이나 자염풍만 못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세 종류의 화염이 융합되다 보니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태워버렸다.
항소운이 잇달아 일곱 차례를 휘두르자, 화염이 거세게 몰아치며 고독구패에게 마수를 뻗쳤다.
순간, 고독구패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리더니, 초식을 바꿔 권법 대신 푸른 장법을 날렸다.
그러자 물보라가 일면서 불길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화력이 세서 망정이지, 아니면 거센 물결에 꺼져버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고독구패의 전략은 성공한 셈이었다.
그는 화력이 약해진 곳을 파고들어 항소운을 단숨에 공격했다.
마치 성난 황소가 달려드는 것 같았다.
만우충(蠻牛沖).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로, 등급도 무척 낮아서 겨우 화강경에 불과했다.
그런 기술을 고독구패가 구사하다니, 뜻밖의 일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기술이 고독구패의 손을 거치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면서 마치 성난 황소가 달려드는 것 같았다.
항소운은 상대의 빠른 공격 전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재빨리 공격술을 바꿔 용린비로 성난 황소에 맞섰다.
쿵-!
두 사람이 격돌한 순간, 굉음이 터지며 무수한 힘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 사람은 각종 초식에 능할 뿐 아니라 각 초식을 완벽히 구사하여 다채로운 공격으로 상대를 쩔쩔매게 했다.
또 한 사람은 유달리 예민한 감각과 대처 능력으로 아무리 변화무쌍한 공격이라 해도 두려워하는 법이 없었다.
항소운은 용모와 재능을 겸비한 자로, 여러 종류의 힘을 발판 삼아 무한한 힘과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고독구패는 평생 패배를 모르는 사내였다.
혼돈 전체로, 마치 싸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의 눈에 비친 모든 상대는 제압해야 할 대상이었고, 그건 항소운도 마찬가지였다.
별안간, 고독구패가 초식을 바꿔 절천지(截天指)를 내찌르자, 항소운의 팔에 끔찍한 구멍이 생겼다.
재빨리 빼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팔 한쪽이 불구가 될 뻔했다.
항소운도 질세라 대비수를 날려 상대의 어깨를 내리치자, 고독구패의 어깨에서도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치열하게 싸웠다.
연무대 밑 사람들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두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기가 막힌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웬 공격법이 저리 많담. 근접전으로 저리 치열하게 싸우다니, 저 둘이 아니고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야. 우리였으면 벌써 뻗었을걸.”
“한 명은 9대 성진을 전부 연마했고, 또 한 명은 타고난 혼돈 전체잖아. 중원 최고라 불릴 만한 자들인데, 당연히 저 정도 수준은 돼야지.”
“고독구패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술에 심취해서 수많은 고서를 읽고, 무수한 기술을 연마했잖아. 물론 항소운도 못지않게 강하지. 특히 의지와 집념이 대단하더군. 끝까지 가봐야 누가 더 강한지 알겠는데?”
“항소운이 9대 성진의 힘을 융합한 게 사실이면 그의 승산이 높지. 하나, 단지 뜬소문이라면, 고독구패가 이기지 않을까?”
“용호상박이로구나. 여하튼 제대로 구경이나 해보자고.”
“…….”
두 사람은 반나절을 겨룬 뒤에야 서로 물러섰다.
치열했던 대결을 말해주듯 온몸은 상처투성이에 얼룩덜룩 피가 묻어 있었다.
그런데도 얼굴에서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기세만 한층 강해졌다.
“흑암차천인을 받아라!”
항소운의 포효와 함께 검은 장막이 일순 등장하며 사방을 완전히 뒤덮었다.
그것은 어둠 본연의 힘으로, 창공마저 끝없는 어둠에 뒤덮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어둠의 힘을 쓰는 항소운으로서는 상대를 단박에 짓밟을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고독구패는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태연했다.
그의 두 눈에서 오색 빛이 일렁이더니 어둠의 요체를 순식간에 꿰뚫고 항소운이 있는 방향으로 반격을 날렸다.
“절염성권(絶炎聖拳)!”
주먹을 내뻗자 강력한 불의 힘이 세차게 솟구쳐 올랐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거대한 불길이 일순간 솟구치며 천지를 집어삼키려 했다.
불의 힘을 응용한 강한 파괴력의 권법으로, 6품 제존도 감당하기 힘든 힘이었다.
고독구패는 항소운처럼 성진 하나의 힘만으로 싸웠으나, 절대적인 힘의 크기에선 항소운을 앞섰다.
이것이 바로 혼돈 전체의 무서운 능력이었다.
항소운은 자신만만하게 펼친 공격을 상대가 단숨에 격파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의 장법과 상대의 권법이 격돌한 순간, 어둠의 힘이 불의 힘에 완전히 제압당하면서 그 반동 탓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는 팔이 욱신거리고 저려와 통증이 말도 못 했다.
“맨손 박투는 내가 이긴 것 같군.”
고독구패가 공격을 멈추고 태연히 말했다.
항소운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네가 이겼다.”
고독구패가 다룰 수 있는 기술은 대단히 많았다.
항소운은 지혜의 빛을 각성한 뒤로 용봉 장서각 3층에서 무수한 기술을 훑어보았으나, 실제 전투에서 응용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지라 이번 경기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독구패는 상대가 시원스레 패배를 인정하자, 제법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무기로 싸우자.”
“난 칼을 쓰마.”
항소운이 전천도를 꺼내며 유유히 말했다.
전천도는 아직 황급 단계의 칼로, 겉모습은 낡았어도 단단하기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어서 제급 정점의 병기와 충돌해도 끄떡없었다.
그가 전생에 썼던 무기기도 하거니와, 현생에서는 오랜 시간 성해건곤에서 담금질을 하며 강해진 터라 그와는 마음으로 연결된 사이였다.
따라서 무엇보다 전천도를 쥐었을 때, 이 칼이 지닌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그보다 훨씬 강한 성급 무기도 있으나, 어째 꺼내기가 민망했다.
성급 무기는 제존도 쉽게 베어버릴 정도니,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진짜 제 실력으로 싸운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에 고독구패가 담담히 대꾸했다.
“난 십팔반무예에 전부 능통하니, 네가 칼을 쓰겠다면 나 역시 칼로 싸우겠다.”
자신감 하나는 대단한 자였다.
어떤 무기를 쓰든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 아닌가.
멀찍이서 그 말을 들은 백리일소는 입맛이 썼다.
비밀 공간에서 고독구패가 검을 쓰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그였다.
검술이 대단하길래 당연히 뛰어난 검사인 줄 알았건만, 그저 여러 무기 중 하나였다.
“얼마든지.”
항소운은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고독구패는 평범한 대도를 꺼내 들었다.
도신이 금빛이라는 것 외에 특별할 게 없는 칼이었다.
“먼저 공격해라.”
고독구패가 어깨를 쫙 펴며 말했다.
“그러지, 그럼 시작한다.”
항소운은 씩 웃더니 전천도를 힘껏 휘둘렀다.
아무런 힘도 실려있지 않은 듯했으나, 날카로운 칼끝은 어느새 상대의 허리춤에 닿아 있었다.
의념이 실린 도의였다.
그 칼에는 강력한 영혼의 힘까지 가세하여 고독구패를 내리눌렀다.
육신과 영혼이 함께 펼치는 공격이었다.
항소운은 반드시 이번 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여 경기의 흐름을 자기 쪽으로 끌고 오려 했다.
고독구패는 반응이 살짝 늦긴 했어도 비교적 날렵하게 몸을 피했다.
비록 옷은 찢겼어도 상처 난 곳은 없었다.
항소운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구유보를 내디디며 드높은 천둥의 힘을 등에 업은 채 전천도를 무참히 휘둘렀다.
청천벽력!
풍운색변!
살생성하!
훼시멸적!
…….
가장 능숙한 전천구도결이었다.
제일 손에 익기도 하거니와 이것만큼 그의 능력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기술도 찾기 힘들었다.
도의와 천둥의 진의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천둥이 고독구패를 완전히 뒤덮었다.
설사 죽이지는 못해도 부상 정도는 입힐 수준이었다.
고독구패는 자칭 십팔반무예에 능하다 했는데,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천둥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내리누르는 가운데, 마침내 그도 공격을 시작했다.
비록 도의를 첫 단계만 깨달았을 뿐이지만, 그가 펼친 것은 오래전 실전됐다고 알려진 도룡삼도결(屠龍三刀訣)이었다.
상고 시대 어느 고수가 창시한 도법으로, 삼도(三刀)의 힘만으로 용을 베어 죽였다 하여 ‘도룡삼도결’이라 이름 붙였다.
도룡삼도결은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그 후 완전히 맥이 끊겼는데, 뜻밖에 고독구패가 이 도법을 연마했을 줄이야.
이에 맞선 항소운은 전천도를 네 차례 휘둘러 무한한 천둥의 힘을 날려 보냈다.
반면, 고독구패는 단 한 차례 휘둘렀을 뿐이었지만 경천동지할 위력을 품고 있어 결코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도법이 변화무쌍하여 마치 거대한 칼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단박에 천둥의 힘을 와해시키는 것이었다.
그 어떤 신묘한 힘이라 해도 저 패기 넘치는 대도를 막아내지는 못할 터였다.
자그마치 용을 베었던 도법이 아니던가.
저 정도 파괴력은 있어야 이름값을 할 테니 말이다.
항소운은 9대 성진 중 천둥의 성진이 가장 강하다고 믿었다.
자신에게는 은빛 천둥과 뇌골(雷骨)이 있으니, 하나의 성진을 사용할 뿐인 고독구패를 충분히 제압할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착각이었을까.
상황은 예상과 달리 흘러가고 있었다.
혼돈 전체를 타고 난 자는 몸속에 성진이 다섯 개밖에 없지만, 각 성진의 크기가 보통 사람보다 두세 배는 커서 수용할 수 있는 양도 그만큼 많았다.
게다가 태생적으로 오행의 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수련 속도가 빠를뿐더러 진의를 깨닫기도 훨씬 수월했다.
혼돈 전체가 최강의 체질로 평가받는 이유이자, 고독구패의 특별한 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