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1
제61화 감히 내 앞에서 모습을 숨기는 것이냐!
항소운은 왕들의 실력에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일곱 개의 관 앞을 서성이며 어느 왕의 의지를 체득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우선 가장 실력이 낮은 왕의 의지를 선택하기로 했다.
이분은 1품 비천경에 이른 왕이었다. 100살이 조금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왕 중에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요절한 셈이었다.
항소운은 관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고는 부들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잡념을 버리고 눈을 감은 채 마음속의 의지를 통해 관의 희미한 의지를 느끼기 시작했다.
항소운은 왕의 의지가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왕의 경지에 오른 고수가 남긴 의지는 비교적 선명한 상태로 계승되곤 했다.
낮은 등급의 무인이 아무런 요령 없이 의지의 잔념(殘念)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항소운은 다양한 책을 탐독하여 고서에도 조예가 깊었다. 이것도 그가 10년간 수련하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해서 얻은 성과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의지의 잔념과 소통하기 위한 요령과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의지의 잔념이란 무인이 죽은 후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얕은 힘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힘은 점점 약해져 결국 사라지게 된다.
오직 매우 강한 집념이 있어야만, 무인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무전 안에 진법이 처져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항소운은 자신의 의식을 자유롭게 개방하고 명상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흐릿한 공간이 생겨나면서 그와 이 관 사이에 알 수 없는 연결이 생겨났다.
의지의 잔념을 깨닫기 위해선, 반드시 자신의 의지를 통해 느끼고 깨달아 두 의지를 하나로 만들어야 했다.
잠시 후, 머릿속의 흐릿한 공간에 희미한 의지가 들어왔다.
아-
슬픈 비명이 쉴 새 없이 울려와 저도 모르게 알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듯,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은 실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항소운은 그 감정에 동요되었고, 마치 과거에 비슷한 일을 겪기라도 한 듯 슬프고 괴로운 감정에 빠져들었다.
달콤한 연인이 함께 수련하고 고난을 뛰어넘으며 수많은 위험한 곳에 그들의 발자취를 남기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러다가 이 왕은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사실 그 연인은 그의 적이 그를 죽이기 위해 보낸 첩자였다.
왕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연인을 죽이고, 그 분노를 힘으로 승화시켜 왕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적을 죽인 후, 자신도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장면들이 매우 빠르게 지나갔다. 보통 사람은 내용을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항소운은 명상 능력을 이용해 이 장면들을 완전히 복구시켜서 상황을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왕은 자신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 연인의 배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를 배신했던 걸까?
결국 그는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배신이라는 선택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의 가족은 그의 적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사연을 담아 ‘비지검(悲之劍: 슬픔의 검)’ 이라는 왕급 검결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슬픔의 위대한 승화라고나 할까.
비지검(悲之劍: 슬픔의 검).
이것은 슬픔과 분노, 괴로움, 고통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만들어낸 검결이었다.
비통함에 빠져 휘두르는 검에서 피와 눈물이 흩날렸다.
극한의 슬픔을 느낀 자만이 이 검결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항소운은 머릿속으로 과거 배신을 당했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가족처럼 가까운 친구와 여인에게 당한 배신으로 그는 뼛속까지 깊은 아픔을 느꼈다. 이런 고통스러운 감정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속 깊이 각인되었다.
항소운이 깊은 슬픔을 느끼자 관에서 흘러나온 의지의 잔념이 더욱 짙어졌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힘이 항소운과 하나가 되면서 그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것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었다.
항소운이 갑자기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더니,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
“슬픔과 고통은 비겁한 자만이 느끼는 것이다. 나 항소운은 왕으로 태어난 자! 세상 모든 사람이 배신한다 해도 절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이다! 당장 사라지거라!”
그의 왕의 기세가 번쩍이자 강한 의지가 생겨나면서 왕의 의지를 저지했다.
정신이 맑아지며 눈물이 멈추었다. 항소운의 굳건한 표정에선 슬픈 감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너희는 모두 한 세대를 풍미했다고 하지만, 고작해야 가장 낮은 수준의 경지에 오른 왕일 뿐이다. 이 몸은 왕으로 태어난 자. 천하의 만물이 모두 내게 복종하니, 대체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이곳에 남아있는지 봐야겠다!”
항소운은 천천히 깨달음을 얻기로 방법을 바꾸었다. 그가 몸 안의 왕의 기세를 완전히 불러일으키자, 마치 신의 아들이 세상에 내려온 듯 비범한 기개가 펼쳐지면서 왕의 풍모가 드러냈다.
왕의 기세가 드러남에 따라, 그의 체내에 있던 9대 성진이 함께 폭발하며 성해건곤과 한데 모여 자줏빛 뼈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 안에는 은하수가 물결치듯 성진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 모습은 참 장관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명상 능력을 발휘하여 그 힘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관들에 영혼이 남아있는 건지 아니면 의지의 잔념이 항소운의 왕의 기세를 느낀 건지, 세 개의 관이 동시에 들썩이기 시작했다. 요란하게도 말이다.
세 개의 관은 각각 제1대 전주 장궁월과 제2대 전주 풍우생 그리고 2품 비천 경지에 오른 어느 왕이었다.
장궁월이 남긴 것은 무당전을 계승해나가겠다는 집념이었다. 무당전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칠 수 있다는 거대한 신념이었다.
이것은 바로 무당전 계승에 대한 의지였다.
이 밖에도, 그가 화강경을 뛰어넘어 왕의 경지에 이른 순간의 깨달음도 있었다. 만약 화강경 정점의 고수가 이 깨달음을 얻게 되면, 단번에 왕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가능했다.
아쉽게도 항소운은 아직 성력경의 경지였다.
장궁월의 이런 깨달음은 그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한계를 돌파한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경험은 나중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었다.
제2대 무당전 전주 풍우생은 속도를 중시하던 왕이었다. 그가 남긴 의지는 바로 바람이었다.
이런 돌풍은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가 잡을 수조차 없었다.
항소운이 명상 능력을 통해 이 의지의 속도를 무한대로 늦추고 곰곰이 음미하지 않았다면, 이런 돌풍이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무형의 바람, 빠르고 맹렬한 바람, 모든 것을 휩쓰는 바람, 거대한 힘을 지닌 바람…….
이 모든 정수가 풍우생이 남긴 돌풍 안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2품 비천 경지에 오른 또 다른 왕은 의지의 잔념이 희미했다. 그러나 항소운은 그 속에서도 그가 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수련을 거쳐 노력한 끝에 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아마도 타고난 재능은 뛰어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수없이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차근차근 자신의 노력을 통해 왕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이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은 자의 강인한 의지였다.
이런 의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질이지만, 실제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항소운은 세 가지 의지의 잔념을 완전히 깨달았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돌풍이었다. 그는 바람을 통해 패왕구유보의 정수를 어느 정도 깨닫게 되었고 더욱 빠른 보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지의 잔념 중 강인한 의지를 통해 노력의 중요성을 더욱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무인도 노력만 한다면 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항소운은 왕으로 태어난 자였으나, 절대 나태하지 않고 이런 강인한 의지를 배워야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두 의지는 항소운의 실력을 향상시키진 못하지만, 오히려 그의 머릿속에 깊이 남아 앞으로의 수련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항소운이 얻은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계승이 지닌 진정한 힘이었다.
이들 의지의 잔념은 왕의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모든 수행자에게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모두 대단한데. 만일 좋은 자원이 있었다면, 자네들도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군!’
항소운이 주검이 된 사람들의 운명을 생각하며 탄식을 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다만 제1대 전주는 무당전을 널리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살았으나, 나중에는 다른 곳에 마음이 쏠리면서 더 높은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제2대 전주인 풍우생은 바람의 힘의 정수를 깨달은 천재였다. 만일 실력이 더 성장했다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쉽게도 4품 왕의 경지에 그치고 말았다.
또 다른 왕은 재능에 막힌 자였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더라도 왕의 경지가 그의 한계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외진 곳에선 그의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아무런 자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항소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다시 마지막 두 왕의 의지를 떠올리며 명상에 잠겼다. 이들의 의지가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고 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7개의 관 중, 이미 4개의 관에서 움직임이 나타났다. 나머지 3개의 관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그들 관에서는 의지의 잔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항소운은 무명씨의 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명색이 왕의 경지의 정점에 이른 자인데 의지가 없을 리 만무했다. 만일 그랬다면 이곳에 모셔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무명씨의 관 앞으로 가 한 손으로 관 뚜껑을 누르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감히 내 앞에서 모습을 숨기는 것이냐!”
그러자 그의 몸에서 다시금 왕의 기세가 나타나더니, 관 주위를 완전히 에워쌌다.
그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의지의 잔념을 끌어내려 했다. 만일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이 무명씨는 어떤 의지도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의지를 느끼려 노력을 해도 아무런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던 그때, 갑자기 그의 몸 안에서 자줏빛 뼈가 움직임을 보였다.
슉-
알 수 없는 힘이 그의 자줏빛 뼈에서 솟아올라 팔을 따라 관 쪽으로 향했다.
자줏빛 힘이 관 위로 자욱하게 퍼지며, 마치 관으로 들어가려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관 안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