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22
제622화 선전포고를 하다
두 사람이 맞붙자, 이내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성 안 사람들은 기겁해서 또 정신없이 어딘가로 숨었다.
그 틈에 항소운은 성주부로 무사히 돌아왔다.
‘역시 신중한 놈이야. 바로 전천 경지를 보내다니. 근데 적화 혼자서는 아무래도 힘들겠어.’
그는 생각 끝에 급히 야조모를 불렀다.
“모모야, 적화를 도울 사람이 필요해. 아무래도 혼자선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상대가 보통 놈이 아니야.”
야조모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뒤편의 중년 남자를 내보냈다.
그녀에게는 전천 경지의 성인이 둘 있었다.
‘라파(羅婆)’라 불리는 노파와 ‘신공(臣公)’이란 이름의 중년 남자였다.
하나같이 비범한 무공의 소유자로, 그녀의 스승이 특별히 호위 목적으로 따라 보낸 자들이다.
신공은 하늘로 날아올라 적화와 하무우의 싸움에 끼어들려 했으나, 적화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런 놈 하나 상대하는 데 둘이나 필요하겠소.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 뒤를 맡아주시오.”
적화는 자신감이 상당했다.
아직은 열세지만, 판을 뒤집을 자신이 있었다.
“배짱 한번 대단하구나. 그럼 네놈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볼까!”
하무우는 냉소를 짓더니 공격에 더욱 박차를 가해 승부를 빨리 끝내려 했다.
신공은 묵묵히 있었으나, 그 기세만으로도 하무우는 압박을 느꼈다.
마음이 흐트러진 그는 점점 조바심이 났고, 반면 적화행군은 노련한 운영으로 차츰 우위를 점했다.
싸움이 격렬해짐에 따라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밀려왔다.
땅에서 싸웠다면, 벌써 성은 박살이 났을 것이었다.
한참을 싸운 끝에 하무우는 힘이 달리기 시작했다.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에 그는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적화행군은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신공에게 소리쳤다.
“왜 안 막은 거요?”
“아까 혼자서도 가능하다 하지 않았소.”
당연한 걸 묻느냐는 투였다.
할 말을 잃은 듯 적화행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무우는 기가 죽어 조용히 제종으로 돌아왔다.
제패천을 찾으려 했으나,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어디서 폐관 수련을 하는지도 몰라서 괜스레 짜증만 났다.
‘제패천. 그런 고수가 있다는 얘기는 쏙 빼놓고 나더러 그 애송이를 죽이라 한 거냐? 분명 날 없애려는 계략이야.’
하무우는 이를 부득 갈았다.
‘그 애송이가 저런 고수들을 데려온 걸 보면 이번에 제종을 끝장내겠다는 건데, 내가 굳이 그사이에 끼어들 필요는 없지. 만약 제패천이 이기면 그때 가서 다시 제종에 붙으면 되는 거고, 애송이가 이기면 바로 내빼면 되겠군.’
머릿속으로 얼추 계획이 세워지자, 그는 그 길로 제종을 떠났다.
사실 제패천은 이번 기회에 하무우를 처리할 작정이었다.
일이 틀어진 걸 알면 속이 답답할 것이었다.
하무우와 항양전은 서로 원한이 깊었다.
당시 제패천은 이점을 이용해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는데, 하무우는 그다지 충심이 강한 자가 아니라 계속 마찰을 빚었고 결국 오늘 같은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새 사흘이 흘렀다.
그날 이후로 귀찮게 하는 자는 없었다.
항소운은 자릉성 성주가 되었고, 막강한 무력으로 위엄을 세우면서 성 안에 그의 뜻을 반대할 자는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의탁하길 원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자릉성에서 힘 있는 가문으로 알려진 전가(錢家)의 가주 전부인(錢富仁)이었다.
그는 살집 좋은 중년 남자로, 웃을 때면 눈이 초승달처럼 가늘어져 꽤 익살맞았다.
노인과 예쁘장한 젊은 여인도 함께 찾아왔다.
노인은 무척 노쇠했다.
등은 굽고, 지팡이는 간신히 짚고 있어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겉모습은 이래도, 실제 무공은 혼태경 후기에 이른 제존이었다.
젊은 여인은 기껏해야 소왕급 정점이었다.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데, 실제 나이는 마흔에 가까웠다.
이 정도면 무인치고 꽤 젊은 나이로, 자색도 뛰어나 미인으로 유명했다.
“소종주께 인사 올립니다.”
전부인이 공손히 절을 올리자, 뒤에 선 노인과 여인도 따라서 예를 올렸다.
“일어나시오. 한데, 여긴 무슨 일로 찾아왔소?”
항소운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소인, 전가를 대표하여 소종주님께 의탁하러 왔습니다. 이전 종주께서 자릉성을 다스리실 때, 저희 전가는 그분의 말씀이면 무조건 따랐습니다.
그러다 제패천이 반란을 일으킨 후, 두문불출하며 지내다가 소종주께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소종주님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힘을 보태겠습니다.”
전부인의 태도는 간절해 보였다.
사실 항소운은 전가에 대한 기억이 전무했다.
과거, 성에 머물 적에도 전가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의탁하고 싶다며 직접 찾아왔는데, 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많을수록 힘도 강해지는 법이니까.’
“만약 지금 당장 전가더러 제종을 공격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겠소?”
항소운이 물었다.
그 말에 세 사람의 안색이 확 변했다.
제종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데, 그런 거대 세력을 상대로 싸우라니 이건 달걀로 바위를 치란 소리였다.
항소운한테 빌붙어서 덕 좀 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짐만 떠안은 꼴이었다.
항소운이 다시 입을 떼려는데, 전부인이 굳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가, 죽음을 불사하고 제종과 싸우겠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지금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면, 가문을 번성시킬 기회는 영영 놓치고 말 것이었다.
물론 줄을 잘못 섰다가 완전히 몰락할 가능성도 있었다.
“좋소. 당신이 한 말을 꼭 기억하시오.”
항소운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물었다.
“그럼 우선 전가의 상황부터 들려주시오. 그리고 성 안에서 제종에게 충성하는 자들이 누군지, 또 성 내부 상황은 어떤지도 말이요.”
그제야 전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마음을 추스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빠짐없이 얘기했다.
성에는 제종에 충성하는 세력이 있는데, 그들은 성주부와도 긴밀한 사이라고 했다.
항소운은 상대의 눈을 응시하며, 그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가름했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 그는 본래 준비했던 말은 차마 엄두도 못 내고, 사실만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항소운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알겠소. 이만 돌아가서 준비하도록 하시오. 머지않아 제종과 결전이 벌어질 터, 그때 크게 활약한다면 장차 자릉종은 당신들에게 관리를 맡기겠소.”
지금은 한창 사람이 필요할 때라서 스스로 찾아온 자들에게는 후한 대접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전부인은 크게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역시 위험을 감수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더니,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런 좋은 기회가 남에게 넘어갔을 것이었다.
이젠 항소운이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항소운은 그 뒤로도 몇 가지를 더 물어본 뒤, 세 사람을 물러가도록 했다.
그러자 전부인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소종주님,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시느라 심신이 많이 피로하실 줄로 압니다. 그래서 제 여식을 데려왔는데, 곁에서 시중이라도 들면 어떨는지요? 뭐든 야무지게 해내는 아이입니다.”
때맞춰 여인이 항소운에게 인사를 올리며 눈을 살짝 찡긋했다.
“전몽몽(錢夢夢)이라 하옵니다.”
그녀는 외모에 상당히 자신이 있었다.
자릉성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미녀다 보니, 많은 남자가 그녀를 흠모했지만 그녀는 웬만한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가주가 처음 이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싫다며 완강히 거부하던 그녀였다.
하지만 아무리 금지옥엽으로 자란 그녀라 해도 가문의 미래가 걸린 일에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항소운을 보고 나니, 당장 품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미남이었다.
하지만 항소운은 그간 보았던 미녀가 너무 많다 보니 전몽몽 정도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단칼에 거절했다.
“괜한 수작 부리지 말고, 내가 맡기는 일이나 잘 수행하시오. 그럼 섭섭지 않게 해줄 테니 이만 물러가시오.”
그의 단호한 말투에 전부인은 흠칫 놀라 전몽몽과 노인을 데리고 황급히 돌아갔다.
전몽몽은 여전히 아쉬웠으나, 아무래도 저 남자와는 인연이 없음을 느꼈다.
항소운은 두훤호를 불러 제종에 소속된 성 안 사람들을 숙청토록 했고, 또 하류휘를 불러 앞으로 사흘 후 제종에 쳐들어갈 것을 온 성에 알리도록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자릉성과 제종은 금세 떠들썩해졌다.
항소운은 제종에게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그리고 이 일은 예상대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자릉성에 사는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저들의 싸움이 성 전체로 번질까 두려웠다.
혹 그런 일이 생기면 애먼 자신들만 억울하게 집을 잃고 전쟁에 휘말리는 꼴이었다.
그런 대규모 전투라면 무림 강자들이 전부 모여들 텐데, 그 엄청난 파괴력을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
부디 이번 전쟁이 자릉성만은 피해 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일부 세력이 하룻밤 사이에 항소운 일행에게 제거되었다.
그들은 제종을 따르던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신분을 잘 숨기고 있었지만, 전부인의 밀고로 폭로되고 말았다.
자릉성은 삽시간에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편, 제종은 항소운의 선전포고로 발칵 뒤집혔다.
복수하기 위해 돌아온 놈이 공개적으로 선전포고까지 하다니, 자신들을 우습게 보는 태도였다.
그들은 종주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제패천은 폐관 수련에 열중하느라 나타나질 않았다.
수련 장소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도 없어서 지금으로서는 장남인 제랑(帝琅)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제랑은 제패천의 맏아들로, 이미 중년의 나이였다.
생김새도 평범하고, 무공도 3품 혼태경에 불과하여 아홉 형제 중 뛰어난 축에 끼지는 못했다.
셋째 아우인 제낙양이 벌써 그와 비등한 정도이니 말이다.
진시령의 죽음은 그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다.
어떻게 항소운을 죽일까 벼르던 차에 아버지가 출관을 않으시자, 어쩌면 지금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항소운을 죽일 절호의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모으려고 보니 정작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앞에서는 돕겠다 하더니 실제로 움직이는 자는 몇 없었다.
무엇보다 전천 경지의 성인 중 자신을 따르겠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사실이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항소운 무리 중 전천 경지가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거늘, 아군에 전천 성인이 한 명도 없으면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제랑의 무능으로 결속이 힘들어지자, 문파 내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종주께선 왜 아직도 안 나오시지? 적이 곧 쳐들어온다는데, 이 상태면 우리 제종의 기세가 꺾일 텐데…….”
“설마 우릴 버린 건 아니시겠지? 그럼 진짜 큰일 나는데.”
“어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종주께서는 지금 중요한 고비를 넘고 계신 거야. 아니면 진작 나타나서 그 애송이를 죽이셨을걸.”
“근데 전 소종주 말이야. 원래 그렇게 대단했던가? 혹시 이전 종주께서 돌아오신 거 아니야?”
“그분은 벌써 돌아가셨어. 그래서 지금 종주께서 자리를 이어받으신 거고. 항소운 그놈이 혼자 승복 못 해서 안달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