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4
제64화 이건 진짜 안 돼!
자장하의 말에 항소운은 너무 기뼜다. 지금은 수련 장소가 그에게는 절실했다. 무시무시한 천둥독수리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의 몸에 있는 자줏빛 뼈는 유일하게 항가의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자줏빛 뼈를 가진 자는 선천적으로 천둥을 가지고 태어난다. 만일 천둥을 모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이 자줏빛 뼈의 힘을 활성화시켜 전투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는 천둥을 모을 수 있는 곳을 급히 찾고 있었다.
“만약 예전 같았으면, 절대 너한테 말하지 않았을 거다. 설령 화강경에 근접한 실력이라 해도, 만만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은 진붕 장로님이 널 보호하고 계시니 말해주는 거야. 그리고 나도 네 덕에 그곳으로 가서 수련할 생각이다! 날짜를 정하면, 내가 너희들과 같이 가마.”
“우선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 출발하죠!”
항소운이 말했다.
“좋다, 그럼 내일 다시 오마!”
자장하는 왕진천을 데리고 별원에서 나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항소운을 돌아보며 물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스승님이 무당전에 다녀가신다고 하는데, 넌 뵐 생각이 있느냐?”
“아, 상황 좀 봐서요. 기회가 되면, 꼭 사형의 스승님을 뵈어야죠!”
항소운이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항소운은 말끝에 교묘히 ‘사형의 스승’이라는 말을 붙여 그의 뜻을 전달했다. 그분은 사형의 스승이지, 자신의 스승은 아니란 뜻이었다.
자장하도 항소운의 말뜻을 알아듣고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항소운은 범상치가 않은 자였다. 아무리 자장하의 스승이 진짜 왕의 경지에 오른 자라 할지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자장하가 스승을 대신해 제자를 받았다는 헛소문이 돌았었는데 그 소문이 실제로 우스갯소리가 되어버렸다.
자장하가 왕진천을 데리고 떠나자, 항소운은 몸을 씻고 난 후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빨리 시녀를 찾아서 이런 일을 맡겨야겠는걸.”
이런 생각이 들자, 그의 머릿속에 육소청과 궁금음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육소청은 시녀로 딱 좋은데, 너무 고집이 세단 말이야. 하기야 그 무서운 여자애도 시녀로 삼기엔 꽤 괜찮지. 헤헤.’
항소운이 속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며 히죽히죽 웃었다.
만일 무당전의 제자들이 항소운의 속마음을 들었다면, 다들 그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됐을 것이다.
육소청이 청순한 미녀라면, 궁금음은 그들 마음속의 여신이었다.
그런데 그녀들을 겨우 시녀로 두겠다고? 그건 정말 너무한 처사였다.
자신의 별원에서 나온 항소운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하류휘와 육소청을 찾아갔다.
안타깝게도 하류휘는 지금 폐관 중이었다.
할 수 없이 항소운은 육소청을 부르러 갔다.
항소운이 요청하자 육소청은 혼자 오지 않고, 또 다른 미녀인 진흔과 함께 왔다.
항소운은 같이 술을 마실 미녀가 한 명 더 늘어난 것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이봐, 이 미녀가 와서 같이 먹어주는데 환영 안 할 거야?”
진흔이 거드름을 피우며 항소운에게 물었다.
“하하, 당연히 환영이죠. 항아 누님과 술을 마시면 그건 제 영광이죠.”
항소운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여튼 말은. 육 사매가 질투할 수도 있다고!”
진흔이 애교 섞인 눈으로 항소운에게 말했다.
“질투 안 해요!”
육소청이 부끄러운 듯 말했다.
“질투는 됐고, 고기나 먹자고. 너 요즘 수련을 너무 열심히 해선지 몸이 바짝 말랐어. 여자는 좀 육감적이어야 예쁘지.”
항소운이 육소청을 보며 말했다.
그는 육소청의 실력이 정말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죽기 살기로 수련에 매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항소운은 어느 정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 후 그가 떠났을 때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상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항소운이 두 명의 미녀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나타나자, 수많은 제자가 그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을 보냈다.
항소운은 두 여인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직전제자만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술과 요리는 1층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고급술 외에도 요괴 고기도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음식들은 수행자의 혈기를 대량으로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항소운이 가진 점수는 아주 높아서, 이곳에서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얼마 후, 향기로운 술과 맛있는 요리들이 탁자 가득 올라왔다.
“이렇게 많이 시키면 다 못 먹을 텐데, 너무 낭비하는 거 아냐?”
육소청이 아깝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점수가 깎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이런 점수들은 모두 항소운이 어렵게 얻은 것들이어서,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이야,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벌써 챙기는 거야? 정말 살림도 알뜰하게 잘할 좋은 아가씨라니까. 그러니 누구는 절대 놓치지 말라고!”
진흔이 항소운을 힐끗 보며 말했다.
“뭐가 낭비야? 난 이걸로도 배가 안 부를까 봐 걱정인데! 자, 두 분 미녀께 한잔 올리겠습니다! 이 아름다움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항소운은 진흔의 말을 못 들은 체하며 건배를 했다.
두 여인은 항소운의 말에 반색하며 잔을 부딪쳤다.
그는 술을 마신 후, 옆에 있는 두 미녀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한창 키와 힘이 자랄 때라서 먹성이 대단했다.
두 여인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다정하게 웃었다.
허겁지겁 먹기 바쁜 항소운은 더 귀엽지 않은가?
이때, 누군가 다가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깼다.
“진흔, 왜 이런 상스러운 애랑 밥을 먹고 있어? 어서 내 쪽으로 가자!”
느닷없이 나타난 인물은 바로 항소운을 못마땅히 여기던 엽첨룡이었다.
무당전 외부에서 수련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이미 8품 성력경에 올랐다.
애당초 그는 항소운에게 시비를 걸 마음이 없었다.
그는 줄곧 진흔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진흔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 진흔이 항소운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온 것이다.
“누구세요? 난 모르는 사람인데.”
진흔이 눈을 치켜올리며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친근하게 말을 건넸으나, 상대방은 오히려 모르는 사람 취급하자 그는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진흔, 너, 너 정말 그럴 거야?”
엽첨룡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누군지 모른다고 했잖아요. 제발 부탁이니까, 친한 척 좀 안 할 수 없어요? 온몸에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라고요!”
진흔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엽 사형, 저 애는 사형을 무시하는 거예요!”
엽첨룡 곁에 있던 아우가 화를 돋우었다.
그 말에 화가 폭발한 엽첨룡이 정신없이 먹고 있던 항소운에게 화살을 돌렸다.
“밖으로 나와. 네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러나 항소운은 그의 도발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사람이 미쳤나! 왜 저 애한테 도전하는 건데?”
진흔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엽첨룡에게 말했다.
육소청 역시 참지 못하고 거들었다.
“왜 남한테 화풀이하고 그래요?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여자들이 너 대신 나서고 있는데, 너 그러고도 남자 맞아?”
엽첨룡은 항소운을 계속 자극했다.
그제야 항소운이 귀를 후비며 말했다.
“어디서 파리가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항소운의 말에 발끈한 엽첨룡은 이성을 잃고 탁자를 들어 올렸다.
“누가 감히 여기서 난동을 피우는 것이냐? 죽고 싶어 환장했어?”
누군가의 음성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그 말에 엽첨룡은 즉시 손을 멈추고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더 나서지 않았다.
그는 요릿집에서 싸움을 금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규정을 어긴 대가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뭐야? 겁먹은 거야? 아, 재미없어!”
항소운이 시시하다는 듯 말했다.
“항소운, 네게 도전하겠다!”
엽첨룡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항소운을 노려보았다.
“정말 나한테 도전할 거야?”
항소운이 느긋하게 이를 쑤시며 말했다.
“그래, 나 엽첨룡은 너한테 도전하겠다!”
엽첨룡이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나한테 도전하겠다고?”
항소운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큰 소리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무서운 기세를 드러내며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뜨렸다.
무형의 힘이 엽첨룡을 억누르자, 그가 뒤로 밀려나며 위축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난……,”
“나한테 도전하겠다고?”
“나한테 도전하겠다고?”
“나한테 도전하겠다고?”
항소운은 엽첨룡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연달아 세 번을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왕의 기세가 가득 퍼지면서 은연중 용과 호랑이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사나운 기세를 드러냈다.
조금 전까지 게걸스럽게 먹던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순식간에 위엄 있는 왕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두려움을 느낀 사람들은 그 기운에 압도되어 무조건 경배해야겠다는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바로 정면에서 항소운의 시선을 느끼고 있던 염첨룡은 용과 호랑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악!
엽첨룡은 놀라서 허둥대다 뒤에 있던 탁자에 부딪히고 말았다. 순간 몸이 중심을 잃으며 비틀거리더니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쨍그랑-
다행히 탁자에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애먼 사람까지 곤욕을 치를 뻔했다.
“너 같은 녀석이 나한테 도전하겠다고? 엄마 뱃속에 들어가서 백 년간 수련하고 다시 나와!”
항소운이 심장에 마지막 비수를 꽂듯 말했다.
엽첨룡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렇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엽첨룡은 항소운의 기세에 압도당했다. 고고하게 높은 곳에서 자신을 굽어보는 왕의 기세에 숨이 막혀왔다.
엽첨룡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압도당하여, 어느 누구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들과 달리 육소청과 진흔은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로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지금 항소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사람들을 모조리 쓰러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당장 꺼져. 밥맛 떨어지게 하지 말고!”
항소운이 기세를 누그러뜨린 채, 엽첨룡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는 다시 먹고 마시면서, 두 여인을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빨리 안 먹고, 멍하니 뭐 하고 있어? 점수도 충분히 있으니까, 예의 차리지 말고 어서들 먹으라고!”
“소운아, 우리 건배하자!”
진흔이 저도 모르게 술잔을 들며 말했다.
육소청은 사저의 눈이 이상하리만큼 반짝이는 것을 보고, 여자 특유의 불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사저와 함께 온 것을 후회했다.
“자, 다 같이 마시죠!”
그런 육소청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소운은 별로 개의치 않고, 술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는 술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술이 없으면 왠지 모르게 식사 자리가 허전한 것은 사실이었다.
두 소녀도 그와 같이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항소운처럼 많이 먹지는 않았어도 훨씬 편해진 마음으로 먹고 있었다.
한편, 엽첨룡은 풀이 죽어 요릿집을 나오고 있었다. 그가 미처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요릿집을 지키는 집사가 그를 막아서며, 부서진 탁자와 의자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정도 배상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오늘 벌어진 일이 너무 창피했다.
‘항소운, 오늘 당한 치욕은 절대 잊지 않겠다!’
엽첨룡이 속으로 소리쳤다.
그는 무당전에서 천재로 평가받고 있었다. 실력도 항상 상위권에 있어서 장로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으며, 수많은 제자의 우상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 항소운에게 심한 모욕을 당하면서 체면을 크게 잃고 만 것이다.
더욱이 그는 진흔이 항소운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적이 되어버렸다.
항소운 역시 자신이 엽첨룡의 체면을 깎으면서 적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염첨룡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다. 작은 장애물 정도로도 여겨지지 않았다.
식사를 끝낸 후, 그는 두 소녀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약당으로 향했다.
이번 백수산 행을 위해선 확실한 준비가 필요했다.
약당에 도착한 그는 아주 능숙하게 물건을 골랐다.
그는 무당전에서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에 어떤 자원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고, 너무 지나친 요구만 아니면 집사도 용인해주었다.
그러나 그가 악당의 귀한 보물을 고르자, 집사도 이번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녀석아, 이건 안 돼!”
집사가 허겁지겁 달려와 항소운을 말리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