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40
제640화 이렇게 하면 되겠네!
척발완아는 항소운이 무얼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수줍고 긴장이 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품 안에 얌전히 안겼다.
영락없이 첫날밤을 앞둔 새색시의 모습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품속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부끄러운 듯 눈도 못 마주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번쩍 안아 방으로 들어갔다.
“부, 부마……. 우리 이러지 말아요.”
그녀가 자그맣게 말했다.
“내 여인이 되기 싫은 거요?”
“되, 되고 싶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작아졌다.
“그럼 오늘 밤부터 당신은 내 여인이오.”
반박 따윈 용납하지 않는 사내의 단호한 음성이었다.
* * *
눈 깜짝할 새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야조모와 척발완아, 궁금음을 완전히 제 여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자릉종과 자릉성을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았다.
덕분에 지난 한 달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수련은커녕 제자인 곽파를 가르칠 겨를도 없었다.
그는 곽파의 동술을 훈련하는 일을 특별히 야조모에게 부탁했다.
그녀에게는 마천안이 있었다.
일전에 항소운이 주었던 천안석을 통해 각성한 능력으로, 아주 공포스러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허상의 물체를 간파하고 막강한 공격력까지 갖추고 있어 실로 무서운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곽파에게 동술을 가르치는 데 그녀만 한 적임자가 또 어디 있을까.
곽파가 경맥을 뚫고 성력경에 이르고 나면, 발을 치료할 단약을 먹일 작정이었다.
항소운은 일찌감치 약로에게 생골화를 주고 생골단(生骨丹)을 만들어달라 부탁했다.
단약으로 만들면 몸에 흡수하기도 쉽거니와 약효도 최대로 높일 수 있을 것이었다.
서귀가 제종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반골 무리까지 숙청하고 나자 기강이 확실히 잡혀서 사람들도 항소운을 주인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들은 전가(錢家)와 힘을 합쳐 자릉종의 건물을 재건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가 진법들을 차례로 복원하면서 마침내 자릉종은 한 문파로서 기세를 회복했다.
다만 곁에 최상급 고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 걱정될 따름이었다.
적화행군은 떠나 버렸고, 당전이 보낸 제존 무리도 이미 돌아간 터라 새로 인원을 모집하는 일이 시급했다.
이런 속사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날에는 또다시 피바람이 휘몰아칠지 모른다.
현재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서귀와 다길, 두훤호, 한파군 등이 전부였다.
다행히 금갑용귀와 두꺼비가 힘써주고 있기는 하나, 장기적으로는 무리일 터였다.
항소운은 홀로 언덕에 앉아 이 일을 깊이 고민했다.
막 왕좌에 오른 자의 외롭고 고독한 모습이었다.
하류휘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형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요?”
하류휘는 항소운을 돕기 위해 4대 학당의 제자인 것도 포기하고 달려왔으니 의리만은 대단한 녀석이었다.
“류휘, 내일 학당으로 돌아가.”
항소운이 말했다.
“형님, 이제 내쫓는 거예요?”
“그럼 네가 여기서 할 일이라도 있어?”
“허, 이 아우를 너무 무시하시네? 그동안 스승님을 도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다고요.”
“그래? 근데 어째 내 귀에는 네가 여제자들한테 치근거린다는 소리만 들리던데?”
“아……. 그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형님한테 충성할 수 있는지 가르쳐준 거죠.”
“…….”
그렇게 아우와 말장난을 주고받다 보니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내친김에 두 사람은 술병을 꺼내 들었다.
“근데 형님, 아까 무슨 생각 했어요? 그 늙은 개가 다시 쳐들어올까 봐 그래요?”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이겠지.”
“형님의 뛰어난 능력이면 몇 년 안에 전천 경지도 문제없잖아요. 놈이 쳐들어온다고 하면, 바로 아랫도리를 날려버려야죠.”
하류휘는 주먹을 날리는 시늉을 했다.
“몇 년 후에 쳐들어오면 그래도 낫지. 놈이 언제 들이닥칠지 누가 알겠어.”
항소운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졌다.
“하긴. 설령 스승님께서 지금 당장 전천 경지를 돌파한다 해도 소용없겠죠. 품급 차이가 너무 나니까.”
하류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다길이 전천 경지를 돌파한다라…….”
항소운은 이 말을 잠자코 음미하더니 이내 눈을 반짝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네 스승이 전천 경지를 돌파하고 금갑용귀와 두꺼비까지 전부 경지를 넘고 나면 한결 숨통이 트일 거야.”
“에이, 형님, 정말 제 스승님이 경지를 돌파할 방법이 있긴 해요?”
하류휘가 무심코 뱉은 말에 항소운은 머릿속이 환히 밝아지는 듯했다.
“쉽진 않겠지. 하지만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어?”
항소운에게는 성급 단약이 있었다.
이 중 한 알을 다길에게 줘서 성혼(聖魂)을 만든다면 전천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금갑용귀와 두꺼비는 오래전 요제 정점에 올랐으나, 결정적인 기연의 부족으로 끝내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때 문득 생각난 것이 ‘금진액’이었다.
금진액이라면 두 요수가 혈맥의 힘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테고, 또 성급 요핵만 찾는다면 경지를 단숨에 돌파할 수 있을 터였다.
왜 그동안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생각이 이에 미치자, 바로 일에 착수했다.
그는 다시 하류휘에게 신록 학당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여기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란 소리였다.
하류휘는 아우의 안전을 생각하는 형님의 마음에 크게 감동했지만, 이대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저 예쁜 여자들을 놔두고 어찌 발길이 떨어진단 말인가.
항소운은 혀를 끌끌 차며 다길을 찾으러 갔다.
다길은 지난 한 달 동안 자릉종을 재건하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자릉종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자, 더 빨리 움직여. 내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제 며칠 후면 문중 총회가 열릴 텐데 그때까지 완성 못 하면 다들 각오해야 할 거다.”
다길이 현장을 지휘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제 남은 거라곤 잡다한 일뿐이지만, 다길은 친히 나서서 현장을 감독했다.
항소운은 그 모습에 사뭇 감동했다.
“술고래, 이런 잡일은 이제 수하한테 맡기지 그래?”
항소운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길이 고개를 돌리며 인사를 올렸다.
“이렇게 재촉하지 않으면 게으름을 피우기 십상이라서요. 며칠 후면 자릉종의 이름으로 정명대회(正名大會)가 열릴 텐데 허투루 준비할 순 없죠.”
정명대회란 자릉종이 관할하는 성과 도시의 세력들을 모두 소집하여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자릉종의 위엄을 세우고 상대를 압박하여 주종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일종의 관례였다.
만에 하나 복종을 거부하는 세력은 무력으로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
“술고래,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맡겨. 내 자네와 긴히 할 말이 있네.”
항소운은 성급 단약을 꺼내 다길에게 보였다.
“이건 성급 단약이야. 성혼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걸세. 한데 이걸로 전천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다길이 떨리는 손으로 단약을 가리켰다.
“이건 약로가 한 달 전에 만든 성급 단약 아닙니까?”
“그래. 당시 몇 알을 만들었는데, 내게 두 알이 있고 이건 자네 몫이네. 우선 자네가 전천 경지를 돌파하는 게 중요하니까. 우리 자릉종에 전천 성인이 하나도 없다니, 이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가.”
다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예전 같으면 성급 단약을 받았어도 전천 경지는 꿈도 못 꿨을 겁니다. 허나 일전에 주신 생골화 덕분에 팔이 다시 자라나고, 몸 상태도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제급 단계에서 몇 해를 묶여 있으면서 힘도 충분히 비축해놓은 상태입니다. 이제 성급 단약까지 생겼으니 성공 가능성이 3, 4할은 될 겁니다.”
“겨우 그것밖에 안 된단 말이야?”
항소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치였다.
“어이구, 소종주님. 고금을 막론하고 전천 경지에 쉽게 오른 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체(聖體)와 성혼을 이루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죠. 일반적인 제존이 그 단계에 오를 확률은 2할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이 실패해서 죽고 마는 거죠. 한데 제가 감히 3, 4할이라 말씀드린 것은 성급 단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길은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내고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만일 성급 약이나 성급 수정까지 있다면, 성공 확률은 더 올라갈 겁니다.”
“나도 다른 성급 약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없어.”
항소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덧붙였다.
“성급 수정이 있기는 한데, 전부 특정한 힘을 지닌 것들이라 자네한테는 안 맞을 거야. 어쨌든 가능한 한 빨리 전천 경지를 돌파하도록 해. 실패는 꿈도 꾸지 말고. 우리한테 전천 고수가 하나도 없다는 게 알려져 봐, 얼마나 창피하겠어.”
“하지만 경지를 돌파하려면 시일이 걸리는걸요. 정명대회가 곧 열리는데…….”
다길은 여전히 고민하는 눈치였다.
“아, 잔말 말고 당장 폐관에 들어가. 전천 경지에 오르기 전에는 밖에 나올 생각일랑 하지도 마. 정명대회야 자네가 있든 없든 상관없으니까, 수련에만 집중하라고.”
항소운은 마음이 급했다.
정명대회야 자신이 나서면 될 테지만, 그보다 문중을 지킬 전천 고수를 계속 길러내지 못하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전 이만 폐관하러 갈 테니, 호법을 해줄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집중하기 힘들어서 말입니다.”
다길이 말했다.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은지. 알았어, 그럼 서귀를 보낼게.”
“좋습니다. 서귀는 강력한 분신이 있으니 그 정도면 되겠군요.”
이렇게 해서 다길은 경지를 돌파하러 갔고, 항소운은 서귀에게 호법을 맡겼다.
그러면서 전천 경지 돌파의 핵심을 다길에게 가르쳐주라고 당부했다.
다길이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순조롭게 이뤄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서귀는 명령에 따라 다길의 폐관 장소로 향했다.
그래도 한때는 전천 경지의 정점에 올랐던지라 다길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것쯤은 문제없었다.
뒤이어 항소운은 금갑용귀와 두꺼비를 찾아갔다.
그 둘은 주봉을 수호하는 호산수(護山獸)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두 요수가 지키는데, 주봉에서 소란을 피울 담력 큰 자는 없었다.
“둘 다 따라와.”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두 요수 앞에 항소운이 나타났다.
두 최상급 요제는 비밀의 장소를 나온 후로 견문이 확연히 넓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고향이 그리웠다.
시끌벅적한 세상은 아직도 그들에게 낯선 환경이었다.
항소운은 둘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그는 품에서 금진액이 가득 든 병을 두 개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자, 금진액이다. 이거면 성급 요수가 될 수 있겠나?”
두 요수는 금진액이란 말을 듣더니,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지, 진짜 금진액이네? 이거면 요성(妖聖)이 될 수 있습니다!”
금갑용귀가 앞장서 말했다.
“저도 요성이 될 수 있습니다. 소주님, 저한테 전부 주시죠.”
두꺼비가 다급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