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51
제651화 암하지쟁(暗河之爭)
곽파는 아직 어려 생각이 성숙하지 못했다.
항소운은 혹 가르침이 부족해 잘못된 길로 빠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곽파는 알 듯 모를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제대로 이해는 한 걸까?’
항소운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남자는 여자를 지킬 능력이 있어야 해. 그러니 열심히 노력하거라. 동술을 쓰지 않고도 넌 얼마든지 이길 수 있어. 어때, 할 수 있겠느냐?”
곽파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주먹을 꽉 쥐며 대답했다.
“하, 할 수 있어요.”
“안 들리는데. 더 크게 말해 봐.”
“할 수 있어요.”
“하도 맞아서 바보가 된 게냐? 왜 이렇게 목소리가 작아. 더 크게.”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다고요!”
곽파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음속 응어리를 전부 토해냈다.
항소운은 제자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래, 바로 그거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감을 가져야 해. 이 스승의 체면도 너한테 달렸다는 걸 잊지 마라.”
뒤이어 그의 손에 영롱한 힘이 떠오르더니 찬란한 생명력이 곽파의 상처를 깨끗이 치료했다.
곽파의 작은 입이 떡 벌어졌다.
스승에게 이런 놀라운 능력이 있다니,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스승님, 정말 대단하세요.”
대답만 하던 아이가 먼저 자기 생각을 말한 순간이었다.
“배우고 싶으냐?”
“네!”
곽파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열심히 해서 성력경에 오르거라. 네가 성력을 모을 수 있게 되면, 네 발도 치료할 수 있으니 그때면 배울 수 있을 거다.”
“스승님, 걱정 마세요. 다신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저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빨리 성력경에 오를 거예요.”
곽파의 눈빛에 자신감이 어렸다.
항소운은 곽파를 격려한 뒤, 돌려보냈다.
곽파가 오늘 대화를 제대로 깨우친다면, 장차 훌륭한 재목이 될 터였다.
항소운은 홀로 뒷산의 금지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 야효가 있던 곳이나, 야효가 떠난 뒤에도 사람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사악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어 평범한 사람은 그 힘을 감당 못 하고 온몸이 썩어 죽기 때문이다.
항소운은 짬이 나질 않아 줄곧 미루다가 모처럼 오늘 시간이 나서 들르기로 했다. 그곳에 뭐가 있을지 몹시 궁금했다.
금지 구역은 금제의 힘에 의해 바깥세상과 분리된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이다.
훗날 제패천이 금제를 깨뜨린 후, 그곳을 어슴푸레한 힘으로 뒤덮는 바람에 내부 상황은 아무도 알 수 없게 돼버렸다.
막상 입구에 이르니 아직도 야효의 기운이 남아있어 왠지 익숙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들어가지 않고, 안쪽의 상황을 가늠해보았다.
안에는 심연이 있는 듯했고, 그곳에서 무수한 힘이 용솟음쳤다.
그는 야효가 저 심연에 살았을 거라 확신했다.
감응력으로 더욱 깊숙이 살펴보려 했으나, 알 수 없는 힘에 가로막혀 더는 불가능했다.
그럴수록 저 심연 속에 상상도 못 한 무언가가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는 과감하게 금지 안으로 발을 들였다.
불의 힘을 대거 일으켜 사악한 힘이 들러붙지 못하도록 모조리 태워버렸다.
곧 눈앞에 심연이 펼쳐졌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 흐릿한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어 바닥이 보이지도 않았다.
“대체 여긴 뭐지? 어째 이상하단 말이야.”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이 심연에는 비밀이 숨겨진 게 분명했다.
구름처럼 뭉게뭉게 드리운 기운을 지나자 구석구석에 남아있던 야효의 기운이 훅 풍겨왔다.
이곳에는 아주 오랜 세월의 기운이 가득하여 왠지 묘했다.
그는 사방을 경계하며 빠른 속도로 내려갔으나, 다행히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잠시 후, 그는 바닥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어디서 흘러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하천은 천천히 흘렀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자릉종에 이런 하천이 있었다니, 게다가 물이 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괴상하기 짝이 없었다.
“이건 무슨 물이지? 대체 뭘 감추고 있는 걸까?”
온통 궁금한 것투성이였다.
그는 고민 끝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기로 했다.
하천의 발원지를 찾자는 생각이었다.
걸음을 재촉하며 검은 하천을 따라 계속 위로 올라갔다.
제존의 속도면 하천의 발원지야 금세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아무리 날아가도 끝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천은 굉장히 먼 곳에서 시작된 모양이었다.
그러다 문득 주변에 벽이 항상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심연과 검은 하천은 함께 존재하는 걸까?
생각이 이에 미치자, 그는 상공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자신이 얼마나 날아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심연이 무한대로 길어졌는지 아무리 해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눈앞이 아찔했다.
“설마 이 모든 게 환각인가?”
그는 다시 정신을 집중해서 감응력을 최대로 높여 주변을 살폈으나, 별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겠구나.”
그는 마음을 굳힌 듯 다시 하천의 발원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적어도 한두 달은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끝은 보일 기미가 없었다. 절망이 분노가 되어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 이런 개 같은 곳이 다 있어!”
홧김에 하천에 대고 맹렬히 공격을 퍼붓자, 물이 거세게 요동쳤다.
그런데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하천이 아니라, 웬 골선(骨船)이었다.
배에는 기이한 기운이 감돌고, 골격만 남은 괴뢰 두 구가 서 있었다.
그리고 배에 새겨진 ‘도장선(渡藏船)’이란 글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도장선? 저건 또 뭐야?”
항소운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런 기이한 일은 난생처음이었다.
배는 하천 아래로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그는 바로 몸을 날려 배에 올라탔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수수께끼는 반드시 풀고 말리라.
괴뢰들은 그가 있든 말든 배를 조종해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배가 가라앉는데도 물이 차기는커녕, 오히려 하천이 양옆으로 갈라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 배에서는 아무런 힘도 느껴지질 않았는데, 그 점이 무엇보다 신기했다.
전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인데, 골치 아프게 고민해서 뭐 하겠는가.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심신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고, 감응력을 최대로 높여 주변을 열심히 살폈다.
안타깝게도 발견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의 하류는 천연 장벽처럼 그의 힘을 모조리 차단해서 도무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얼마 후, 마침내 골선이 하류 바닥에 도착했다.
그곳에선 완전히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사방에는 그가 탄 배와 같은 골선이 여러 척 있었다.
마치 손님을 기다리듯 배는 여러 방향에 흩어져 있었다.
놀랍게도 좌우 양쪽 배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왔는데, 전부 혼태경 이상으로 하다못해 입룡경도 없었다.
두세 명이 한 배에 탄 경우도 있고 더 많은 수가 타기도 했으며, 항소운처럼 혼자 온 자도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항소운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여기가 어디고 저들은 또 누군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곳에는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 외에 이족도 더러 섞여 있었다.
그들은 뚜렷한 특징을 지녔고, 실력도 강했다.
수많은 골선 뒤로는 비밀스러운 큰 문이 있었다.
천궁의 문처럼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두 개의 문에는 용과 봉황이 새겨졌고, 최상급 요수가 조각되어 있었다.
고풍스럽고 기품이 넘치며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두 개의 문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했으나, 어쩌면 그 안에 발원지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항소운은 배에 서서 주변 상황을 냉정히 관찰했다.
‘대체 여기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영문인(影紋人)이 항소운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애송이, 넌 어디서 왔냐? 암하지쟁(暗河之爭)에 너 같은 녀석은 없었는데?”
순간, 주변의 시선이 항소운에게 일제히 쏠렸다.
사방이 적대적인 시선이었다.
인간의 눈빛이 저렇게 폭력적일 수 있을까.
그들은 전부 후기 제존급으로, 평범한 제존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암하지쟁이 뭔데? 설명 좀 해줘 봐.”
항소운은 태연히 대꾸했다.
그의 도전적 말투에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
누군가 소리쳤다.
“암하지쟁이 뭔지도 모르다니, 어디서 잘못 들어왔나 보군. 우선 이 녀석부터 해치웁시다. 괜한 녀석 때문에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그럼 조무래기는 내가 맡겠소.”
영문인은 냉소를 짓더니 공간을 뛰어넘어 항소운에게 공격을 가했다.
여러 무늬가 뒤엉킨 가운데 장법이 뻗어져 나가더니 하천을 뚫고 매섭게 내리쳤다.
어지러이 교차 된 무늬에는 강력한 살상력이 들어있어 공격이 명중하는 순간, 갈기갈기 찢겨 가루가 되고 말았다.
항소운은 두 눈을 의심했다.
상대의 공격은 하천을 뚫고 거침없이 날아왔다.
‘어떻게……? 하천에 저지력이 전혀 없는 것인가?’
하지만 지금은 이런 걸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힘을 응집시켜 주먹에 싣고 상대의 장법에 맞섰다.
쿵-!
두 힘이 충돌하며 육중한 소리를 냈으나, 하천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요했다.
항소운은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하천이고, 어떻게 만들어졌길래 이리 괴상하단 말인가.
영문인은 상대가 장법을 가볍게 받아내자, 사뭇 놀라는 눈치였다.
아무리 봐도 1품 제존이 분명한데 말이다.
“꽤 하는군. 그럼 이번 수도 받아봐라!”
영문인은 목소리를 높이며 양 손바닥을 동시에 날렸다.
장문화접(掌紋化蝶)!
양 손바닥에서 나비 문양이 번쩍하더니 세찬 힘이 맹렬히 돌진했다.
이 나비 문양에는 경천동지할 위력이 깃들어있어 자그마치 7품 제급에 해당하는 전투력을 내뿜었다.
여느 1품 제존이라면 저 막강한 힘 앞에 목이 달아날 테지만, 항소운은 달랐다.
전투력에선 따를 자가 없는데, 저따위 장법이 두렵겠는가.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바로 뇌권(雷拳)을 날렸다.
이렇게 강력한 두 힘이 충돌했으나, 그 여파는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자 요수족 강자가 소리쳤다.
“암하(暗河)의 힘은 모든 것을 무(無)의 상태로 만드니, 여기선 저자를 죽일 수 없소. 나중에 안에 들어가서 죽이는 게 낫겠소이다.”
“애송아, 운 좋은 줄 알아라.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이따 따라오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영문인이 입을 비죽이며 비아냥거렸다.
항소운은 입씨름도 귀찮았다.
의미 없는 싸움보다는 이 하천의 비밀이 훨씬 궁금했다.
그는 품에서 잡동사니를 꺼내 하천에 던졌다.
물건은 하천에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는 깜짝 놀랐다.
다른 자들은 그런 그를 어이가 없다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
혼자만 모르는 것이 답답하고 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