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64
제664화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항소운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그는 미사에게 물었다.
“며칠 뒤의 경대 행사에서 적지 않은 좋은 물건이 있을 거라고 들었는데, 알려줄 내막 같은 거 없나?”
미사는 재빨리 대답했다.
“철익족의 만년현철, 천사족의 정신수, 녹인족의 녹즙엽……. 그리고 우리 족의 영창지와 같은 각 족의 진귀한 물건이 경매 대회에서 보일 것입니다.”
‘천사족도 오다니?’
항소운은 속으로 생각하고선 그에게 물었다.
“그럼 내 이 수정으로 경매 대회에서 그 물건들을 살 수 있나?”
“정상적으로는 사십만 상급 수정으로 그 물건들을 적지 않게 사들일 수 있지요.”
미사는 대답하고선 주춤했다 낮은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근데, 듣기론 올해 더 진귀한 물건이 많이 나타난다고 해서 도련님의 수정은 조금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아직 조금 모자라다니!”
항소운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의 수정과 한 조각의 성정도 있었지만, 그는 반드시 자신을 위해 일부는 남겨놔야 했다.
모두 쓸 수는 없었다.
항소운은 고민하다가 자신의 몸에 더 가치 있는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 없나 찾아보았다.
그는 많은 제급 약초를 찾았지만, 이는 모두 장차 사용할 것이어서 내놓을 수는 없었다.
최종적으로 혼천, 화선노와 금진액 중에서 결정을 짓기로 했다.
이 영액들 중 제일 귀중한 건 금진액이었는데, 이는 이족들이 자신의 혈맥을 상승시키는 데 매우 중요해서 성액과도 견줄 수 있었다.
다행히 금진액은 아직 많이 있었다.
그는 고민하다가 한 통의 금진액을 꺼내 들어 홍사에게 전달해 물었다.
“이 금진액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
금진액은 백호의 뼈에 담가진 것이라 유래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시 황금인족에 황금인 황자가 많은 것을 내바치며 바꿀 리 없었다.
그와 함께 금갑용귀와 두꺼비도 이를 매우 중요시 여겨 좋은 값이 매겨 지리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미사는 금진액을 보자 눈에서 빛이 나왔다.
그는 금진액을 들고 진중해졌다.
그리고선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다.
그는 깊이 감탄한 안색으로 칭찬했다.
“진정한 금진액!”
항소운은 미사의 얼굴을 보자 금진액이 많은 수정으로 바꿀 수 있음을 느꼈다.
“가격을 매겨보거라.”
항소운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으리,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금진액은 각 족의 보물과도 견줄 수 있습니다. 전 이것을 경매 행사에 들고 가 파는 걸 추천드리지요. 그래야 그 가치를 최대화시킬 수도 있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사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왜 너희 상행에서 사들여 경매 대회에서 팔지 않지? 그러면 너희 상행이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 아닌가?”
항소운이 되물었다.
미사는 간절하게 말했다.
“다른 상행이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저희 영이 상행은 항상 손님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일하기에 손님이 제일 만족하는 것이 저희가 최고로 추구하는 바입니다.”
그러자 항소운은 감동받았다.
서로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마음씨가 이렇게도 고상한 종족이 있다니, 정말 드문 일이었다.
항소운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네 말대로 경매 행사에 들고 가 팔겠다.”
그는 또다시 물었다.
“그럼 금진액의 가치가 얼마 정도 되는지 계산해주거라, 내가 대충 어림잡을 수 있게.”
“저희 상행이 가치를 계산한다면 이 금진액은 이백만 상급 수정으로 맞바꿀 수 있습니다. 성액에 견줄 수 있는 물건인데다 양이 적지 않기 때문이지요.”
미사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말했다.
소운은 놀랐다.
금진액의 가치가 이렇게 클 줄은 그는 생각지도 못했다.
황금인족의 황자 전하가 그렇게도 많은 것을 내바치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금갑용귀와 두꺼비가 성급 경지를 돌파하는 것도 금진액과 연관 짓지 않을 수 없었는데, 확실히 이백만 상급 수정의 가치가 있었다.
그러자 항소운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앞서 이 금진액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다행히 여겼다.
후에 그가 조금 사용해보면 효과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항소운은 정신을 차리고 먼저 미사와 앞의 물건들을 거래하게 했다.
그는 사십만 상급 수정을 먼저 손에 넣으려고 했다.
금진액은 영이 상행에 두고 그들이 경매에 팔게 하려고 했다.
그전에 그는 계약서를 작성해 누구 하나 계약을 어겨 손실을 끼치지 않도록 했다.
미사는 자신의 상행의 총책임자를 데려왔다.
그는 늙은 영이족의 사람이었는데, 꽤나 열정적으로 항소운과 얘기를 나누고는 금진액이 좋은 값에 팔리게 할 것이라고 굳게 맹세했다.
그와 더불어 그는 항소운에게 귀빈패를 건냈다.
이 패로 경매 행사에서 독립된 방에서 물건을 팔 수 있고 영이 상행에서 사용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도 있었다.
항소운은 기뻐하며 이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물었다.
“귀 상행이 중원 각지에서 장사하며 모든 종족의 환영을 받는데 혹시 한 곳으로 가서 분점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려면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요?”
“하하, 도련님이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저희가 분점을 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유일한 조건은 바로 우리 상행의 신임과 우정을 쌓는 것이지요. 그런다면 어디라도 저희는 열 수 있습니다.”
상행의 총책임자가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임과 우정?”
항소운은 눈을 찌푸리고 이 말을 되새기었다.
그의 마음은 확실해졌다.
이 두 조건은 듣기엔 쉽지만 실행하기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종족의 신임을 얻으려면 그들과 장기적으로 협업해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증명해야 했다.
우정은 인품을 봐야 하는데, 한 사람과 우정을 쌓는 것은 쉬웠지만, 한 종족의 사람과 이를 쌓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로써 영이족이 밖으로는 예의 바르지만, 속으로는 거만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절대 어느 한 사람과 어느 한 종족을 쉽게 믿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항소운은 미사의 안내에 따라 영이 주루에 묵게 되었다.
주루에는 이미 여러 종족의 고수들이 모여 있었다.
이번 경매 행사를 위해 특별히 방문한 자들로, 불필요한 소란을 피하고자 영이 주루에 묵고 있었다.
이 혼란한 성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누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다행히 영이족에는 나온 강자가 항시 지키고 있어서 가장 강력한 철익족조차도 이곳에선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항소운은 바로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과 요리를 시켜 홀로 마시기 시작했다.
애꾸눈은 동석할 처지가 아니라서 밖을 지켰다.
젊고 잘생긴 인간족이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은 다른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어딘가 모르게 예사롭지 않은 청년이었다.
덤덤한 표정에서 되려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달까.
그렇지 않고서야 여러 종족의 고수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저리 태연할 수 없다.
그중에는 호족(狐族) 여인들도 있었다.
그녀들은 항소운을 보더니, 요염한 눈빛이 한층 짙어졌다.
호족 여자는 천성이 방탕하여 강한 종족과 몸을 섞길 즐겼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의 정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무공을 높이곤 했다.
물론 항소운처럼 수려하게 생긴 젊은이도 무척 좋아하는지라 발정 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공주님, 저 인간족 정말 잘생겼죠? 절대 놓치지 마세요.”
한 호족 여인이 천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호족 여인들은 한곳에 앉아 있었다.
곱게 단장한 얼굴과 요염한 몸매에서 색기가 넘쳐흘렀다.
그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데 능해서 그녀들의 유혹을 버텨낼 수 있는 자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 홀리는 눈웃음과 손동작 하나에도 남자들의 마음이 들썩이니 말이다.
호족 여자들 가운데 유독 고귀한 차림의 여인이 있었다.
자색 비단으로 얼굴을 가렸으나, 고혹적인 눈동자와 매끄럽게 빛나는 이마만 봐도 예사 미모가 아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찰랑이고, 눈처럼 흰 여우 털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 사이로 드러난 순백의 피부는 물기를 머금은 듯 맑게 빛났다.
그녀는 호미혜(狐美慧).
호족 공주로, 타고난 미색으로, 미모에선 따를 자가 없었다.
그녀는 술잔에 가벼이 입술을 대며 항소운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아무래도 관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항소운도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마치 요술에라도 걸린 듯 눈을 떼지 못하고 몸도 굳어버렸다.
호미혜는 그런 그를 한심하단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다만 그런 시선을 드러내기 무섭게 이내 정신을 차린 항소운은 다신 그녀 쪽에 시선도 두지 않고 조용히 술을 홀짝였다.
겉으론 태연했으나, 실은 끓어오르는 욕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보통 계집이 아니야.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네.’
평소 자제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영혼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면 호미혜의 매혹술로부터 이리 빨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뜻밖이라는 얼굴을 하더니 이내 옥구슬 굴러가는 웃음소리를 냈다.
“재미있군.”
그녀는 사뿐히 일어나 술병과 술잔을 들고 항소운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짐짓 모르는 척하며 계속 술을 들이켰고, 오히려 다른 이들이 떠들썩하게 반겼다.
“어이, 호족 아가씨.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하지 그래.”
“여기 빈 자리가 많으니, 이리로 오시오. 내 평소 호족 문화를 흠모하여 관심이 많던 참인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함께 얘기나 나눕시다.”
“호족 아가씨, 난 아주 건장한 몸을 가졌지. 나와 있으면 사내의 힘이 무언지 알게 될 거요. 어서 이리 와서 한잔합시다.”
“…….”
이족 사내들은 아름다운 호족 여인과 어떻게든 가까워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 여인과 함께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남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녀는 곧장 항소운이 앉은 탁자로 걸어갔다.
옅은 살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담긴 아주 싱그러운 향이었다.
“공자, 제가 술 한잔 올려도 될는지요?”
그녀가 아련한 눈빛으로 물었다.
항소운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앉으라는 동작을 취했다.
“낭자 같은 분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앉으십시오.”
그녀의 미모에 현혹됨 없이 그의 태도는 차분하고 정중했다.
그녀는 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그간 여러 종족의 사내를 만나보았지만,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그녀에게 홀딱 반해서 정신을 못 차리기 일쑤였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 앉은 뒤, 먼저 항소운의 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자신의 술잔을 채웠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리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소녀, 호미혜라고 합니다.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
그녀는 시원스럽게 술을 들이켜고는 깨끗이 비워진 잔을 내려놓았다.
“항소운이라고 합니다.”
그도 이름을 밝히며 호쾌하게 술을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