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66
제666화 잔말 말고 어서 덤벼
호미혜는 여인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강한 적과 맞섰다.
그녀는 4품 제급의 전투력을 펼치며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으나, 철익족에는 6품 제급이 있어 그녀의 방어를 무참히 박살 냈다.
그녀는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고, 옆에 있던 여인들은 철익족이 휘두르는 날개 공격에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안 돼!”
그녀는 슬피 울부짖었다.
자신의 실력이면 이들 정도는 너끈히 지킬 줄 알았다.
그래서 세상 구경이나 하자며 데려온 것인데, 이제 보니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천하를 매혹시키긴커녕 곁의 사람조차 지키지 못하다니, 세상에는 강자가 이리도 많단 말인가.
“저 여잘 끌고 가라.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무엇인지 알려줘야겠다!”
철알탑이 명령을 내리자, 6품 철익인이 호미혜를 붙잡기 위해 돌진했다.
위급한 순간, 누군가 쏜살같이 나타나 그녀 앞에 서는 바람에 6품 철익인은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쯧쯧, 여자를 괴롭혀서 쓰나?”
갑작스레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항소운이었다.
남 일에 참견하고 싶진 않으나, 슬피 울부짖는 호미혜를 보고 있자니 차마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
“이게 누구야. 그때 그 찌질이잖아. 너 뭐 잘못 먹었냐?”
철알탑이 땅으로 내려서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 잘못 먹었다. 저들만 보내는 게 아니었어.”
후회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비록 호족의 평판이 안 좋기는 하지만 해를 끼치는 건 일부일 뿐, 마음씨 좋은 자들도 많았다.
“쓸데없이 오지랖을 부리면 죽어야지.”
철알탑은 냉소를 지으며 수하에게 손짓했다.
항소운을 죽이란 뜻이었다.
수하 둘은 재빨리 날아가 강철처럼 단단한 날개를 세차게 휘둘렀다.
과연 황급 후기답게 무서운 기세였다.
하지만 항소운은 피하기는커녕 제자리에서 연거푸 발길질을 날리니, 두 줄기 바람이 허공을 가르며 매섭게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칼날 같은 바람은 무시무시한 힘을 품은 채 곧장 솟구쳐 올라 상대의 날개를 베어버리더니 몸뚱이마저 두 동강을 냈다.
순간, 하늘에서 잿빛 피가 비처럼 후드득 쏟아졌다.
“야단났네, 야단났어. 항 도련님이 어쩌자고 저러실꼬. 철익족을 죽였으니, 골치 아프게 생겼네.”
미사는 애가 타서 어쩔 줄을 몰랐다.
철익족은 말이 통하는 자들이 아니었다.
저들에게 밉보이면 이유를 막론하고 초상을 치르는데, 이제 또 큰일이 나겠구나 싶었다.
물론 항소운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금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이 전부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양심에는 부끄럽지 않았다.
철익족의 행패가 못마땅했고, 호족이 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 더더욱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감히 우리 종족을 죽여? 네놈도 똑같이 토막을 내주마!”
철알탑은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다짜고짜 공격을 날렸다.
그는 2품 제급으로, 굉장한 힘을 구사했다.
일순 바람이 휘몰아치며 사방이 흙먼지로 자욱한 가운데 단단한 날개를 쫙 펼치자, 날개가 예리한 칼날이 되어 정신없이 공격을 퍼붓는 것이었다.
그 속에 실린 강력한 파괴력이 항소운을 뒤덮고 짓밟는 통에 공기마저 무참히 찢겼다.
다른 철익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탈출로를 모조리 막아버렸다.
절대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철알탑은 2품 제급이나 막상 공격을 펼치자, 인간족의 3품 제존에 육박하는 공격력을 발휘했다.
태생적으로 강한 종족이라 성급 병기에 비유될 정도이니 평범한 공격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따라서 철알탑이 작정하고 싸우면 1품 제존을 죽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허나 항소운은 평범한 무인이 아니었다.
그의 진짜 실력은 오직 실제로 겨뤄본 자만이 알 뿐이었다.
이런 그도 상대의 거대한 힘 앞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철익족이 개천성을 어떻게 휘어잡았나 했더니, 과연 예사 실력이 아니군.’
상대의 공격이 바로 앞까지 들이닥치자, 그는 양손을 날카로운 갈퀴 형태로 바꿔 철익(鐵翼)에 대고 휘둘렀다.
불의 힘은 갈퀴 손을 따라 세차게 용솟음치며 철익의 힘을 마구 찢어발겼다.
끼이익 하는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이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항소운은 한 마리 화룡처럼 거침없이 돌진하여 철알탑의 날개를 낚아채더니 상대를 번쩍 들어 올려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일련의 움직임이 어찌나 빠르고 맹렬하던지 철알탑은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철알탑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예리한 칼날과도 같은 날개를 맨손으로 잡고 자신을 내던지다니, 세상에 이런 괴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철익족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6품 제급 철익인이 재빠르게 달려 나와 주먹을 내뻗었다.
흡사 돌산이 날아가듯 강력한 힘이 항소운을 덮쳤다.
이에 항소운은 피하기는커녕 철알탑을 번쩍 들어 6품 철익인 쪽으로 냅다 달렸다.
상대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권법의 기세를 거둬들였다.
철익족 내에서 철알탑의 지위는 꽤나 높기에 감히 다치게 할 순 없었다.
‘오호라. 겁을 먹는단 말이지? 그렇다면 아예 철알탑을 무기 삼아 다른 녀석들을 실컷 공격하기 시작해야겠구나.’
쾅쾅-!
그 몸놀림이 어찌나 빠르던지 여전히 넋 놓고 있던 철익인들은 꼼짝없이 붙들린 철알탑에 얻어맞아 너도나도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철알탑은 분해서 미칠 지경이었으나, 도무지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기인 양 정신없이 부딪치고 다닌 탓에 머리가 다 어질어질했다.
6품 철익인은 항소운을 가격하려 수차례 시도했으나, 어찌나 빠른지 잡을 수조차 없어서 속에서 열불이 났다.
“어서 우리 도련님을 풀어줘라. 안 그러면 개천성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갈 줄 알아!”
6품 철익인이 냅다 호통을 쳤다.
“그럼 잘 받아라.”
항소운은 씩 웃으며 철알탑을 힘껏 내던졌다.
철익인은 철알탑을 무사히 받으면서도 혹시 모를 항소운의 공격에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대비를 했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항소운의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눈 깜짝할 사이 철익인의 뒤에 나타나서는 맹렬히 공격을 쏟아냈다.
쿵쿵-!
6품 철익인과 철알탑은 반격할 새도 없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았다.
다만 항소운도 걱정은 되는지라 이들을 죽이지는 않고 땅바닥에 엎어져 더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어서야 공격을 멈췄다.
몰래 지켜보던 자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철익인을 저리 사정없이 때리다니, 간덩이가 부어도 단단한 부은 모양이다.
인간족이 개천성에서 명성이 높긴 하나, 그렇다고 최강자로 군림할 정도는 아니었다.
항소운이 마무리를 하고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는데 별안간 호미혜가 순백의 날카로운 무기를 손에 쥔 채 6품 철익인과 철알탑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이때를 틈타 저 둘을 공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뭇 당황하긴 했으나, 그녀야말로 진정한 피해자기에 심정이 이해는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저 둘을 진짜 죽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슥,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커다란 머리가 잘려 나갔다.
항소운은 놀라서 멍하니 보고만 있다가 뒤늦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정말 큰일 났는데.”
아까 신나게 때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선은 지켰다.
그런데 이제 와 중요한 인물들을 죽여버렸으니, 상황이 순식간에 급변한 것이다.
“어서 성을 떠나요. 머뭇대다가는 바로 붙잡힐 겁니다.”
항소운이 그녀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그녀는 애처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도와줬으니, 이제부턴 당신을 따라야죠. 싫으시다면 차라리 절 죽이세요.”
항소운이 철익족을 건드렸다는 건 충분히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확실히 그녀는 호족답게 머리 회전이 빨랐다.
그녀의 창백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차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대꾸했다.
“따라오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그는 미사가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괜히 자네까지 곤란하게 만들었네. 지금부턴 내가 알아서 가면 되니, 이만 돌아가게.”
“나으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경매장까지 모셔다드린다고 했으니, 약조는 반드시 지킬 겁니다. 어서 마차에 오르시지요.”
미사는 쓴웃음을 삼켰다.
항소운이 큰 소란을 일으켜 곤란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약조한 일을 이제 와 번복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마차에 오르자, 호미혜가 염치 불고하고 따라 들어왔다.
그런 그녀를 차마 내리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는 못 본 척 내버려 두었다.
호미혜는 항소운과 얘기할 기력조차 없었다.
그녀는 약초를 꺼내 바로 삼키고는 상처 치료에 전력을 다했다.
아까 6품 철익인에게 당한 부상이 너무 깊었던 탓이다.
지금 도망쳐봤자 금방 잡힐 테니 차라리 이 남자에게 의탁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미사는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어느새 마차는 경매장 앞에 이르렀다.
항소운과 호미혜가 마차에서 내리자, 강력한 기세가 즉시 두 사람을 에워쌌다.
뒤이어 상공에서 키가 크고 건장한 몸집의 철익인 여럿이 땅으로 내려섰다.
짙은 살기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철익인의 등장으로 주변 분위기는 일순 얼어붙었다.
미사는 이들이 항소운과 호미혜를 노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돌아서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그래도 사람 좋은 웃음을 하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대인, 이분은 저희 종족의 귀한 손님으로 경매장에 들어가려고 하니 부디 비켜주십시오.”
“이봐, 영이족. 같이 죽고 싶지 않거든 당장 꺼져라.”
대장 격인 8품 제존이 분기탱천해서 호통을 쳤다.
그는 항소운과 호미혜에게 엄포를 놓았다.
“버러지 같은 놈들. 감히 내 조카를 죽여? 당장 여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우리 손으로 넘어오면 아주 끔찍하게 죽게 될 테니까.”
미사가 뭐라 하려 하자, 항소운이 자신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소리쳤다.
“네 조카란 놈은 우리가 죽였으니, 얼마든지 덤벼라. 남들은 너희 앞에서 벌벌 떨지 몰라도 난 아니거든.”
이렇게 된 이상,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거늘, 누가 감히 그의 앞을 막는단 말인가.
다만 순간의 충동으로 경매에 참가할 기회는 잃고 말았다.
호미혜는 뒤에 서서 항소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일순 그가 아주 크고 거대하게 느껴졌다.
점잖고 고상한 겉모습과는 달리 실은 이리도 패기 넘치는 남자였다니.
마음속 호기심이 호감과 동경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호족 여자라면 누구나 강한 남자를 선호했다.
처음에 그녀는 항소운의 잘생긴 용모에 끌렸는데, 거기다 강한 실력까지 갖추었다니 호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어린놈이 입만 살았구나. 당장 네 목을 비틀어서 시체를 성벽에 걸어주마.”
8품 제존이 살기를 번뜩이며 소리쳤다.
“잔말 말고 어서 덤벼. 고작 너희 몇 명으로는 누가 죽을지 장담할 수 없지.”
항소운은 전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