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75
제675화 기특한 녀석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항소운은 다시 극한만검을 꺼내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비범한 내력이 숨겨진 것 같단 말이지.’
이젠 그 비밀을 파헤칠 때였다.
극한만검은 보이는 바와 달리 얼음 속성이 아니라 어둠 속성이었다.
이 검의 음한의 기운은 음살(陰煞)의 힘을 띠며 강한 죽음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런 힘은 극도로 사악해서 누구든 접촉하는 자는 음살의 기운이 달라붙어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항소운도 이 검을 처음 쥐었을 때 하마터면 위험에 빠질 뻔했다.
다행히 어둠 본연의 힘이 검의 힘을 동화시킨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확실히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그는 가장 순수한 힘을 지녔기에 극한만검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힘을 쓰거나 순수한 어둠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 검을 휘두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보면 볼수록 범상치 않은 검이었다.
‘아마 내력도 평범치 않겠지.’
비록 이 검을 쓸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선 검이 가진 위력 중 극히 일부분을 발휘할 뿐이었다.
검은 아직 진짜 위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어둠 본연의 힘을 불어넣어 다시 검을 움직였다.
그러자 검에서 눈부신 검은 빛이 발산되더니 몹시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가볍게 휘두르기만 해도 머리가 잘려 나갈 듯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절세신검을 다른 자들이 못 알아볼 리 없어. 어쩌면 이족은 인간족의 무기를 다룰 방법이 없어 이 검과 합일을 이루지 못했는지도 몰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경매에 내놓은 거겠지. 그럼 내 피를 먹여봐야겠다.”
그는 극한만검으로 자신의 팔을 살짝 그었다.
순간, 차디찬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며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새빨간 피가 검 위로 떨어지자, 즉시 반응이 일어났다.
항소운은 아프면서도 기뻤다.
불현듯 눈앞에 괴상한 그림이 떠올랐다.
새까만 용어(龍魚) 한 마리가 노니는 모습이었는데, 벗을 잃었는지 무척 외로워 보였다.
용어는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항소운은 왠지 저 새까만 용어가 낯이 익었다.
일순 그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바뀌더니 즉시 혼태에 있던 음양용어도(陰陽龍魚圖)를 끄집어냈다.
이 도안은 장지의 비석에서 얻은 것으로, 시간의 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뜻밖에도 극한만검의 새까만 용어는 음양용어도의 검은 용어와 똑 닮아 있었다.
그가 놀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음양용어도가 나타나자, 홀로 있던 새까만 용어가 밖으로 뛰쳐나오더니 검은 용어와 합일을 이루었다.
음양용어도는 한층 밝게 빛났고, 고문자가 하나둘 떠올라 항소운의 영혼에 쉼 없이 새겨지면서 극한만검의 내력을 일순 깨우쳤다.
고문자들은 무척 난해하여 뜻을 헤아리기 어려우나, 영혼에 새겨지자 자연스레 터득되었다.
사실 이 검은 극한만검이 아니라 상고시대 병기인 음양검(陰陽劍) 중 음검(陰劍)이었다.
다른 하나는 양검(陽劍)으로, 두 검이 함께 해야 비로소 음양검이 된다.
이는 상고시대를 주름잡던 최고의 신검이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음양검을 가진 자는 음양검결(陰陽劍訣)에 능통할 뿐 아니라 시간의 도를 깨우쳐 천하를 제패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는 이 음검(陰劍)으로부터 ‘음검결(陰劍訣)’이란 전투기술을 얻었다.
음검결은 음한의 힘을 사용하는 검결로, 총 아홉 가지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초식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으며, 놀랍게도 성급 이상의 기술이었다.
어둠 본연의 힘은 극음(極陰)의 한기를 품고 있어 음검결의 위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했다.
다만, 현 경지로는 음검결을 연마하기가 어려울 터였지만, 다행히 영혼은 반(半) 성급이 되었으니 한 번쯤 시도해볼 만했다.
그는 너무 들떠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음양검 중 음검이란 말이지? 이런 대단한 검이 손에 들어올 줄이야!”
‘상고시대의 신검을 아무도 몰라보다니!’
모래에 묻혀 있던 진주알을 그가 운 좋게 찾은 셈이다.
이 검의 정체가 알려지면, 사람들이 수백만 아니 수천만 개 수정을 주고라도 손에 넣으려 안달이 날 것이다.
물론 단위는 수정이 아니라 당연히 성정일 거다.
성급 병기도 아니고, 상고시대 신검인데 수정은 말도 안 된다.
수정과 성정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에게 어둠 본연의 힘이 없었다면, 신검과 공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음양용어도가 없었다면 계승은 꿈도 못 꾸었을 테다.
그러니 설령 누군가 신검을 운 좋게 손에 넣었다 해도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은 영영 풀지 못했을 거다.
한 가지 조건이라도 부족하면 비밀을 풀 수 없는데, 항소운은 대운이라도 든 건지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아서 이런 엄청난 기연을 얻은 것이었다.
그는 분신을 불러내 음검결의 초식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아홉 초식을 전부 습득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반드시 기초적인 깨달음은 있어야 앞으로 음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음검결은 무한한 위력과 극음의 도를 담고 있었다.
따라서 이에 상응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 속의 심오한 진리를 좀처럼 깨닫지 못했다.
그는 극음의 도를 깨닫는 과정에서 어둠의 진의와 무척 유사한 점을 발견했는데, 이 둘을 하나로 충분히 결합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예상보다 빠르게 풀리고 있었다.
힘을 살짝 불어넣어 검을 휘두르자, 무서운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혹여 사람들이 놀랄 새라 음한의 검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억누른 뒤, 힘을 뺀 채 간단히 초식만 펼쳤다.
그런데도 검광은 쉼 없이 번뜩였고,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음검은 이미 항소운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제 그는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고, 마음껏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겨우 칠 일 만에 음검결의 전반부 세 초식을 깨우쳤다.
남은 여섯 초식은 전천 경지나 더 높은 경지에 올라야 가능했다.
후반부 초식을 깨우치기 위해선 천지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더욱 심오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어야 초식에 담긴 오묘한 이치를 터득할 수 있었다.
그는 구태여 무리하지 않고, 전반부 세 초식을 연마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진신은 시간의 도를 끊임없이 탐구했다.
분신과 진신은 각자 부지런히 수련에 매진했다.
시간의 도는 음양의 도이며, 두 힘의 결합을 뜻했다.
그러나 다른 두 힘이 만났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놀라운 위력을 터뜨렸다.
아마도 혼돈의 힘만이 이에 대적할 수 있으리라.
어느덧 폐관한 지도 4개월이 훌쩍 넘었다.
폐관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소백이가 기쁜 소식을 가져왔단 얘기를 들었다.
소백이가 잉용(孕龍) 지대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용의 액체가 대량으로 있다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에 항소운은 기쁨을 금치 못했다.
“하늘이 우리 자릉종을 돕는구나!”
몇 달 전 소백이는 장왕 산맥으로 떠났는데, 당시 성급 늙은 요수와 제급 요수 여럿을 대동하여 그 위용이 대단했다.
항소운도 이들은 걱정이 안 될 정도였다.
폐관을 끝내자마자, 소백이가 기쁜 소식을 전해오자 항소운은 입이 귀에 걸렸다.
잉용 지대는 굉장히 독특한 지형으로, 용의 기운이 자라나고 용의 액체가 생성되며 심지어 용으로 변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형이 발견됐다 하면 거대 세력들은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했다.
이렇게 축복받은 땅을 누군들 놓치고 싶겠는가.
소백 일행은 산속 깊숙이 들어가면서 점차 강력한 요수들과 맞닥뜨렸다.
소백이가 백호족의 독보적인 기세로 제압하자, 요수들은 겁을 먹고 신하를 자처하였다.
물론 강력한 요수족의 경우, 격렬히 저항하기도 했다.
소백 일행은 이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인 끝에 중심부로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그곳에는 장천견(藏天犬)이란 유서 깊은 요수족이 살고 있었다.
이미 멸족된 줄 알았건만 뜻밖에도 장왕산에 살고 있었다.
소백 일행은 장천견과 치열하게 싸우다가 잉용 지대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런데 장천견족에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한 늙은 요수가 있는데, 하마터면 그자에게 전부 몰살당할 뻔했다.
다행히 상대는 소백이가 백호 신분임을 감안하여 너그러이 목숨은 살려주었다.
달리 말하면 소백 일행은 싸움에 패해 돌아왔을 뿐, 잉용 지대는 차지하지도 못했다.
소백이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난 항소운은 들떴던 마음이 이내 수그러들었다.
“장천견이 그렇게 강해?”
항소운이 물었다.
“진짜 말도 못 하게 강해요. 머릿수는 적은데 무력은 무시무시하다니까요. 게다가 순수 혈통만 남아서 동급인 녀석도 전력을 다해야 겨우 제압할 정도예요. 그러니 평범한 요수족은 그들의 상대조차 되질 않는 거죠.”
소백이는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였다.
“그럼 잉용 지대는 포기해야겠네.”
항소운은 한숨을 푹 쉬었다.
소백이를 따르는 늙은 요수도 장천견을 제압하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그곳을 차지한단 말인가.
“다 방법이 있죠. 우리 종족이 장왕산에 정착해서 그곳을 빼앗고 장천견들을 복종시키는 거예요.”
소백이가 어깨를 쭉 펴며 말했다.
“너희 종족이 장왕산에 정착한다고?”
항소운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네, 형님 세력이 여기 있는데 당연히 저도 이리 와야죠. 근데 그 전에 백수산으로 돌아가서 말씀은 드려야 해요.
사실 장왕 산맥은 백수 산맥 못지않고, 어느 면에선 훨씬 뛰어나니까 여기라면 우리 종족을 강대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족장님께서도 분명히 허락하실 거고요.”
소백이는 문제없다는 표정이었다.
항소운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래, 그리되면 좋겠다. 네가 여기로 오면 이 형님이야 언제고 환영이지.”
만약 소백이의 호족이 여기로 이주한다면 자릉종과 서로 의지가 될 테니 더는 용문도 두렵지 않았다.
“다만, 이 일은 천천히 진행해야 해요. 족장 영감을 설득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려서요.”
소백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 웃었다.
“괜찮아. 일만 성사시키면 되지 뭐. 그럼 우리 형제도 자주 만날 수 있겠다.”
“그럼 내일 당장 백수산으로 가야겠어요. 그리고 잉용 지대뿐 아니라 다른 좋은 물건도 찾았어요.”
이러면서 소백이는 황색 돌을 가득 꺼내놓았다.
돌에는 기이한 문양이 선처럼 길게 이어져 있고 정체 모를 기운을 내뿜고 있어 예사롭지 않았다.
항소운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거 황문중석(黃紋重石) 아냐?”
“맞아요, 이건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건데 여기서 멀지 않은 산에 아주 많더라고요. 형님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 가져왔죠.”
소백이가 말했다.
“이건 진짜 도움이 되겠는데? 녀석, 기특한 짓만 골라 한단 말이야.”
항소운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소백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형님, 근데 그래봤자 황급 물건인데 왜 그렇게 좋아해요?”
소백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