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76
제676화 일어나서 걸어보아라
“넌 가장 노릇을 안 해봐서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형님은 돈이 궁해져서 이젠 광부 일까지 하게 생겼어.”
항소운은 아우 앞이라고 모처럼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진짜 그 정도예요? 그럼 제가 좀 보탤까요? 저도 가진 건 얼마 없지만, 조금은 드릴 수 있어요.”
“소백아, 네가 여기로 와서 장왕산에 함께 사는 것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바람인걸. 다른 건 이 형님이 알아서 할게.”
항소운은 흐뭇한 눈길로 아우를 보았다.
“그럼 황문중석이 있는 곳을 알려 줘. 사람들을 보내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황문중석은 황문표(黃紋豹)란 표범들의 영역에 있어요. 분명 놈들이 공격할 테니, 제가 그곳까지 안내할게요. 그러고 나서 백수산으로 돌아가면 돼요.”
소백이가 말했다.
“알았어, 그럼 바로 사람들을 모아서 출발하자.”
항소운은 신속히 쓸만한 자들을 불러 모았다.
얼마 후, 인황으로 구성된 무리가 만들어졌다.
거기다 제존을 둘 더하니, 이 정도면 어떤 세력이든 너끈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우선 그곳에 도착해서 황문중석의 광맥이 얼마나 큰지 확인한 후, 채굴할 사람을 몇이나 부를지 결정하기로 했다.
항소운은 소백이를 따라 장왕산 심부로 향했다.
전속력으로 날아가자, 대략 사흘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래도 사흘이면 꽤 빠른 편이었다.
소백이의 안내가 없었다면 칠 일이 지나도 도착하지 못했을 거다.
사실 장왕 산맥에는 온갖 요수족이 사는지라 가는 곳마다 요수들이 득실거렸다.
소백이는 이곳을 한 차례 지나면서 백호족 황자로서 위엄을 세운지라 요수들도 감히 이들의 행보를 막지 못했다.
얼마 후, 그들은 한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어찌 된 게 나무는 별로 없고, 담황색 토양만 가득한 곳이었다.
멀리서 보면 모래 같으나, 가까이 보니 온통 진흙이었다.
황문표는 진흙집에 납작 엎드린 채 두 눈을 번뜩였다.
녀석들은 청각과 후각이 무척 예민해서 항소운 일행이 나타나자, 잇달아 포효를 내질렀다.
낯선 이가 나타났음을 알리는 경고였다.
건장한 체구의 황문표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자, 요수의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
“황자가 왔는데, 반란이라도 일으킬 셈이냐?”
소백이가 압도적인 기세를 일으키며 호되게 꾸짖었다.
그러자 황문표의 강자가 황급히 달려 나와 땅에 넙죽 엎드렸다.
“황자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전하께서 오신 줄 모르고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수많은 황문표들이 일제히 엎드린 모습은 퍽 장관이었다.
“모두 일어나거라. 너희가 할 일이 있다.”
소백이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말했다.
황문중석은 황문표의 영역에 있어, 그들은 황문중석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소백이의 압박 속에 황문표는 황문중석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항소운 일행이 살펴보니 황문중석은 이 일대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근처 산 밑에는 전부 황문중석이 묻혀 있어서 꽤 규모가 큰 광맥이었다.
결과를 보고받은 항소운은 그간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황문중석을 전부 캐내면 적어도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터였다.
황문중석은 무기를 제련할 때 쓰이는 황급 재료로, 진을 칠 때도 요긴했다.
물론 흙의 힘을 연마하는 무인에게 도움이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따라서 황문중석을 캐내기만 하면, 자릉종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웬걸, 황문표가 반대하고 나섰다.
비록 그들에게 황문중석이 많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것 덕분에 흙의 힘이 풍부히 유지되는 것인데 전부 캐가면 여기서 어떻게 살란 소리냐며 호소했다.
“황자 전하, 저희 종족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문중석을 전부 가져가진 말아주십시오.”
황문표족 족장이 간청했다.
“이런 돌 따위가 너희한테 무슨 쓸모가 있다고 그래? 어차피 얼마 쓰지도 않을 거면서. 앞으로 나도 이곳에 정착할 텐데 너희를 나 몰라라 할 것 같으냐?”
소백이가 패기 있게 말했다.
항소운은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다가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광맥의 절반은 우리가 갖고, 나머지 반은 저들 몫으로 두자. 그리고 여기서 벌어들인 수정 중 일부는 저들에게 주고.”
“형님, 뭐하러 그렇게까지 해요?”
소백이가 불만을 표했다.
“괜찮아, 다들 한곳에 사는데 기왕이면 사이좋게 지내는 게 낫지. 서로 기분 상할 필요 없잖아.”
항소운은 예전보다 한결 너그러워졌다.
앞으로 소백이가 장왕 산맥에 정착하고 살 텐데 눈앞의 이득에 급급해서 어리석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전부 캐내면 앞으로 이 땅에서 황문중석은 찾아볼 수 없을 테고, 황문표들도 소백이에게 충심을 갖긴 어려울 거다.
짧은 생각으로 미래를 그르칠 순 없었다.
족장은 항소운의 말을 곰곰이 듣더니 결국 찬성을 표했다.
소백이는 항소운이 의견을 고집하자, 하는 수 없이 따르기로 했다.
그래도 황문표를 윽박지르면서 좋은 물건이 있거든 어서 형님께 드리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맘 편히 살긴 힘들 거라며 으름장까지 놓았다.
황문표는 잔뜩 겁을 먹고 자신의 구역에 있는 온갖 좋은 물건을 갖다바쳤다.
이곳에는 황문고(黃紋菇)라는 버섯이 자라는데, 황급 약초의 일종이다.
항소운은 그들을 따라 황문고가 자라는 곳에 도착했다.
산 중턱에 이르니 황문고가 가득 펼쳐져 있었다.
아직 평범한 약초인 것도 있고, 일부는 약왕이며 약황에 이른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흙의 진의를 이용해 땅 밑 상황을 살폈다.
다른 곳보다 흙의 힘이 훨씬 강한 걸 보니 황문중석은 물론이고 수정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이곳의 수정을 캐낼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는 황급 황문고를 대량으로 배양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야 장기적인 소득원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황문표의 영역이다 보니 마음대로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약로의 약초밭은 가능하지 않을까.
약초밭을 잘 가꾸려면 우선 좋은 토양이 필요했다.
이곳에서 흙을 가져다가 황문중석과 수정을 땅에 묻고 진법을 쳐두면 상급 약초가 계속 자라날 터였다.
하지만 그 전에 일부는 성해건곤에 두고 싶었다.
성해건곤만큼 생물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 또 있을까.
그 안에는 태초의 시기가 있어 생장을 촉진하는 능력 덕분에 약초가 빠르게 자라났다.
이는 바깥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한 조건이었다.
다만 지금은 성해건곤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몰라서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들일 수 없었다.
그랬다가 괜히 문제라도 생기면 골치만 아파진다.
그는 이곳에 상주 인원을 두고, 문파로 사람을 보내 황문중석을 캐낼 사람들을 불러오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은 기쁜 소식을 안고 문파로 돌아갔다.
고위층에게 이 소식을 알리자, 그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방통원은 바로 일꾼을 보내 되도록 많은 양의 황문중석을 캐오도록 했고, 아울러 다른 자원도 조속히 찾도록 했다.
항소운은 소백 일행을 배웅하고 나자, 다소 한가해졌다.
분명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곽파가 떠올랐다.
‘지금쯤 성력경을 돌파했을까?’
생각에 이끌려 연무장에 가보니 곽파가 있었다.
예전보다 키도 커지고 한층 건강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발을 절긴 하지만 열심히 몸을 단련하며 힘을 키우고 있었다.
항소운은 멀찌감치 떨어져 제자의 상태를 살폈다.
곽파는 2품 성력경에 올랐고, 완력은 다른 2품 성력경 무인에 비해 월등히 강했다.
기특하게도 정말 열심히 수련한 모양이다.
곽파가 단련을 한 차례 끝내자, 항소운은 그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곽파는 항소운을 보더니 기쁨에 겨워 넙죽 인사했다.
“스승님!”
항소운이 데려온 곳은 널따란 정원이었다.
이곳은 그의 폐관 장소인 심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곽파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장소였다.
“보아하니 지난 일 년간 열심히 애썼구나. 이 스승은 참으로 기쁘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곽파는 몹시 기뻤다.
그간 열심히 노력한 것도 실은 스승의 칭찬이 듣고 싶어서였다.
“그래. 성력경에 오르고 기본적인 운기조식도 터득했으니 이제 발을 치료해주마. 아주 고통스러울 테지만, 그래도 반드시 참아야 하느니라. 그런 과정이 없으면 고칠 수가 없어.”
곽파는 각오가 됐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스승님, 걱정 마세요. 꼭 참을 거예요.”
절름발이란 이유로 어려서부터 숱한 괴롭힘을 당한 그였다.
설령 까무러치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버텨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좋다, 그럼 우선 심신을 편안히 하거라.”
곽파는 좌선을 하고 앉았으나, 이제 발을 고칠 거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려서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항소운이 옆에서 청심주를 읊자,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었다.
“자, 이제 이걸 먹거라.”
항소운은 곽파에게 생골단을 건넸다.
생골단은 약로가 생골화로 만든 단약이었다.
약성이 온화한 편이나, 아직은 곽파에게 버거웠다.
생골단은 근골을 재생성하는 기능이 있어 전천 성인에게도 효과가 좋았다.
그런데 성력경인 아이가 먹었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으아악!”
약효가 퍼지자, 곽파의 뼈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마치 날카로운 가시가 찌르듯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기절할 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라.”
항소운은 곽파의 어깨를 붙잡고 몸속에서 힘을 일부 뽑아냈다.
곽파의 무공이 너무 약해서 생골단의 약효를 전부 소화할 순 없다 보니, 항소운이 도와야 했다.
항소운이 힘을 일부 뽑아내자, 곽파는 다소 압박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해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본래 성격이 완강한지라 살을 찢는 고통에도 까무러치지 않고 악착같이 버텼다.
어느덧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었고, 이내 기이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마치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는 듯 이상하리만큼 태연해졌다.
항소운은 몹시 의아했다.
“설마 이능(異能)이 이 아이를 무아의 경지로 데려간 걸까?”
무아의 경지는 나를 잊고 고요한 상태에 머무르는 것으로, 수행에 있어 최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보통은 입룡경이 돼야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데, 곽파는 오로지 의지와 이능만으로 무아의 경지에 돌입해 스스로 고통을 줄인 것이다.
뼈가 생겨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사흘 밤낮을 꼬박 버티고 나서야 골격이 새로 만들어졌고, 마침내 곽파는 정상적인 상태가 되었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는데, 몸 구석구석이 깨끗이 씻기면서 불순물도 대량 배출되었다.
곽파는 눈을 떴다.
일순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빛이 일렁였으나 이내 사라지면서 다시 깨끗한 눈망울을 되찾았다.
“자, 일어나서 걸어보아라.”
스승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