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83
제683화 어서 항복해라
“이제 마지막 대결만 남았군. 네가 나와 싸울 테냐?”
금군의가 나귀에게 물었다.
“이건 너무 하잖아. 규칙을 어겨놓고 누구 마음대로 마지막 대결이래? 사람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맞아. 엄연히 우리 자릉종이 이겼잖아. 용문 놈들, 진짜 안하무인이네.”
“우리도 참고만 있지 말고 차라리 다 붙어서 사생결단을 내자.”
“성로들도 안 되는데, 우리라고 되겠어?”
“…….”
자릉종 병사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용문을 욕했으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
실력 차이가 극명한데 무슨 말을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
“규칙이라고 했나? 그럼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지. 너희 모두 한꺼번에 덤벼라. 그런데도 너희가 지면 원래 협의한 대로 하는 거다, 어떠냐?”
금군의는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늙은 나귀와 다길, 금갑용귀, 두꺼비를 차례로 훑었다.
혼자서 넷을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부문주! 부문주!”
용문 쪽에서 병사들이 일제히 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항소운은 난감해졌다.
“아무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길은 씁쓸히 웃더니 마음을 굳힌 듯 결연한 표정으로 훌쩍 날아올라 나귀 옆에 섰다.
설령 싸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금갑용귀와 두꺼비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바로 상공으로 날아올라 그들 옆에 섰다.
“두껍아, 네 합마공으로 놈을 질식시키자.”
금갑용귀가 말했다.
“합마공으로 어떻게 질식시켜? 그냥 통째로 삼켜버려야지. 그보다 네 왕팔권(王八拳)으로 저 개자식을 때려눕히는 게 더 확실할 거 같은데.”
“이놈아, 왕팔권이 아니라 패왕권이라니까!”
금갑용귀는 벌컥 성을 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확실히 개자식에게 효과가 있긴 하지.”
두 요수의 거침없는 대화에 금군의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실컷 말했나? 그럼 이제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에헤 잠깐, 우리도 전략은 세워야지.”
금갑용귀가 태연히 대꾸했다.
“그러게. 영감탱이가 약자를 괴롭힐 줄이나 알지, 상의할 시간도 안 주면 그게 공평한 거냐?”
두꺼비도 질세라 한마디 했다.
“시간 좀 끈다고 너희 운명이 바뀔 것 같으냐? 어서 싸우러 가자!”
금군의는 다시 기세를 일으켜 늙은 나귀 등을 꿈쩍도 못 하게 붙잡더니 이들을 구중천 밖으로 데려가 싸우려 했다.
“잠깐! 내 주인께서 직접 상대하실 거다!”
나귀가 다급히 소리쳤다.
“네 주인이 왔다고?”
금군의는 동작을 멈춘 채 무거운 눈빛으로 물었다.
성급 요수를 부릴 정도면 분명 무공이 보통은 아닐 터.
내심 금군의가 우려하던 바였다.
베일에 싸인 상대는 그 실체를 알 수 없기에 공포가 더했다.
“헤헤, 글쎄?”
나귀가 음흉하게 웃었다.
금군의가 황급히 주변을 살폈으나,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는 속았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벌컥 화를 냈다.
“감히 날 놀렸겠다? 지금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모조리 저세상으로 보내버리겠다!”
금군의는 화를 주체 못 하고 바로 나귀를 공격했다.
금빛 장력이 태산과 같은 기세로 덮쳐오자, 나귀는 도망갈 기회조차 없었다.
“공격하자!”
다길의 외침과 함께 금갑용귀와 두꺼비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금군위를 맹공격했다.
나귀에게 몰린 공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였다.
“전부 꺼져라!”
금군의는 포효를 내지르며 반대편 손바닥을 휘둘렀다.
그러자 별안간 허공에 명주천이 나타나더니 다길 쪽으로 쭉 뻗어나가는 것이었다.
쿵-
둔탁한 소리 뒤로 공간이 갈라지면서 공포스러운 힘이 사방을 짓눌렀다.
다길, 금갑용귀, 두꺼비와 금군의의 격차는 너무나도 커서 한 수만에 몸이 터지고 피를 토하며 나뒹굴고 말았다.
나귀의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장법을 간신히 막아내긴 했으나, 손바닥 모양 그대로 몸이 움푹 들어가서 피를 연신 뿜어댔다.
3품 성급이긴 하나, 금군의와는 두 품급이나 차이가 났다.
단 한 수만에 성급 강자가 넷이나 중상을 입자, 자릉종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항소운, 저들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든 어서 항복해라!”
금군의가 위풍당당하게 소리쳤다.
성급 무인은 무척 귀해서 그들 용문에도 몇 있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금군의는 저들을 죽이기보단 제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더는 희망이 없는 건가?’
절망에 빠져있던 그때, 어디선가 냉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감히 우리 부마를 협박하느냐?”
항소운을 부마라 부를 만한 사람은 동 노인뿐이었다.
작달막한 키에서 우러나오는 범상치 않은 기세는 거구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영감, 왜 이제 와?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했잖아.”
나귀가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하소연했다.
눈 깜짝할 새 나귀 옆에 나타난 동 노인은 배가 움푹 들어간 나귀를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얀 지고! 대체 어떤 놈이 이 지경으로 만든 거야?”
“저기 저놈 아니면 누구겠어?”
나귀가 금군의를 힐끔 보며 말했다.
이때, 척발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 할아범, 꼭 부마를 도와야 해요.”
“아가씨,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있는 한 저들도 날뛰지 못할 겁니다.”
동 노인은 금군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성급 후기의 기세를 펼치며 바짝 따라붙은 그는 상대의 가슴을 향해 장법을 날렸다.
금군의는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저 장법은 피하기 힘들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동 노인의 장법이 금군의에게 닿으려는 순간, 그간 잠자코 있던 노태군이 훌쩍 뛰어올랐다.
그가 손에 들린 용 지팡이를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용의 형체가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용은 거대한 몸집을 흔들며 단숨에 공기를 뚫더니 눈 깜짝할 사이 동 노인의 뒤로 들이닥쳤다.
동 노인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위협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힘껏 장법을 날렸다.
쿵-!
동 노인의 장법과 용의 형상이 충돌하면서 사방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금군의는 이때를 틈타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이번에는 노태군이 동 노인과 마주하고 섰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나, 세력 간 싸움에 끼어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 지금 조용히 떠난다면 순순히 보내주마.”
노태군의 말에 동 노인이 언짢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무기를 쓰겠다는 거냐? 차라리 너희 둘 다 같이 덤비지 그래.”
“우리는 군자전을 하고 있었다. 이제 자릉종이 패했으니, 이제부턴 우리 용문 관할이 되는 거지. 설마 번복하려는 건가?”
노태군에 이어 금군의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그래, 다섯 경기는 전부 끝나고 너희 자릉종이 졌으니 이만 복종해라. 그래봤자 무의미한 짓이야.”
용문 쪽 병사들은 자릉종에게 약속을 지키라며 아우성쳤다.
반면, 자릉종은 용문이 먼저 규칙을 위반했으니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항소운은 아군을 진정시킨 뒤, 노태군과 금군의에게 말을 건넸다.
“처음 규칙은 너희가 정했으니, 이제 규칙은 우리가 정한다. 지금 당장 용문으로 썩 꺼지든가 그것이 싫다면 목숨 걸고 싸우자.”
상대가 규칙을 어긴 마당에 군자전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럴 바에는 차라리 끝장을 내는 편이 나았다.
어쨌든 동 노인의 무공이면 노태군과 금군의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부마께서 옳은 말만 하시는군. 자, 이 할아비와 한판 제대로 붙어보자고. 감히 내 나귀를 다치게 했으니, 대가는 치러야지!”
동 노인은 버럭 호통을 치며 금군의를 쫓았다.
노태군은 동 노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가 바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금군의도 무기를 꺼내 들고 동 노인에 맞섰다.
동 노인의 무공은 비범해서 금군의 정도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다만 노태군이 쥐고 있는 지팡이의 위력이 워낙 세서 상대하기가 자못 까다로웠다.
그것만 아니면 혼자서 둘을 상대하는데도 여유로워서 두 사람을 동시에 제압하며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
“감히 나귀를 때려? 네놈도 똑같이 장법 맛이나 봐라!”
동 노인은 노태군의 공격을 피한 뒤 몸을 훌쩍 날려 금군의의 가슴에 장법을 날렸다.
장법은 그대로 명중해서 갑옷이 푹 꺼지며 종이짝처럼 날아갔다.
노태군은 다급한 마음에 큰소리로 외쳤다.
“용군(龍君), 부디 저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이러면서 용 지팡이를 허공에 떨어뜨리자 지팡이에서 강력한 힘이 번뜩이더니 이내 사람으로 둔갑해서 동 노인 앞에 조용히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 압도적인 힘에 동 노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형체가 흐릿하여 생김새가 선명하진 않지만, 매우 짙은 용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무기에 숨어있었군.”
동 노인이 놀란 얼굴로 미간을 좁혔다.
저런 능력을 쓸 수 있는 자는 성급 중에서도 손에 꼽는지라 그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용군께 인사 올립니다.”
용문 병사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그랬다.
그자는 용문 문주 용군이었다.
용문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자로, 몇 해 동안 출관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째 용문이 오만방자하다 했더니 이미 완벽히 준비된 상태였다.
“일어나거라.”
흐릿한 형체는 아득한 음성으로 노태군에게 물었다.
“나는 왜 부른 것이냐?”
“용군, 저자를 처리해주십시오. 저희는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이러면서 노태군이 동 노인을 가리켰다.
“알았다.”
용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공세를 펼쳤다.
순간, 용의 날카로운 발톱이 쭉 뻗어져 나와 공간을 찢어발겼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날카로운 힘이었다.
물론 동 노인도 호락호락 당할 위인은 아니었다.
“한낱 화신(化身) 주제에 나와 겨루겠다는 것이냐? 그럼 바로 부셔주마!”
그는 손에 쥔 둥근 쇠망치로 용의 발톱을 힘껏 내리쳤다.
쿵-!
성질이 다른 두 힘이 충돌하자, 공간이 쩍 갈라지면서 폭풍이 몰아쳤다.
아래쪽의 병사들은 깜짝 놀라서 멀찍이 몸을 피했다.
용군의 공세는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
그는 동 노인을 구중천으로 몰아붙여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동 노인의 무공으로 어떻게든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지만, 상대를 이기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칫 틈이라도 보이면 바로 중상을 입을 터였다.
“이제 너희도 별수 없겠군. 전부 몰살당하기 전에 어서 항복해라.”
노태군은 적군 상공으로 날아가 6품 전천 경지의 기세로 내리눌렀다.
단지 기세만으로 자릉종 병사들을 무릎 꿇리고 공포 속에 가둬두기 위함이었다.
항소운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이 꺾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따스한 흰 빛이 내려와 그를 외부로부터 보호했다.
덕분에 노태군의 압박 속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항소운은 적화행군의 옥통을 깨트릴 마음을 먹었다.
창창한 나이에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서다.
그런데 옥통을 깨뜨릴 새도 없이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이 개입하여 항소운과 주변 사람들을 사뿐히 감싸는 것이었다.
덕분에 노태군의 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부신 흰빛은 환히 내리쬐는 햇살 같아 사람들은 눈도 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