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85
제685화 못 하는 게 없다
제사장의 희망에 찬 얼굴을 보며 항소운이 진지한 태도로 대답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절대 후회하시는 일 없도록 할게요.”
그는 자신의 어깨에 비단 자릉종의 평화뿐만 아니라 천사족의 안위도 걸려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비록 책임은 무거워졌지만, 기꺼이 중임을 맡고 싶었다.
은혜에 대한 보답이나 더욱 강해지고 싶다는 목표 때문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자신을 아끼는 모든 이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요, 이 마음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미래 일이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참, 일전에 보체가 돌아와 두 지역에 순간이동 진을 설치하잔 얘기를 하더군요. 좋은 생각이긴 하나,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무래도 두 지역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항소운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순간이동 진은 성급 진법대사가 있어야 만들 수 있지요. 거기다 성급 강자들이 힘을 보태야 원거리도 이동 가능한 순간이동 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성급 강자는 저희 쪽에 다수 있지만, 성급 진법대사는 웬만해선 찾기 힘듭니다. 게다가 재료가 대량으로 필요해서 조건을 다 갖추려면 시일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순간이동 진은 공간의 힘을 이해해야 만들 수 있는 통로이다.
작은 순간이동 진의 경우, 진법만으로 공간을 뚫어 두 지역을 연결할 수 있다.
반면 자릉종에서 천사족을 잇는 경우, 거리가 아주 먼 만큼 필요로 하는 진법도 훨씬 높은 수준일뿐더러 대량의 재료가 있어야 진법을 완성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들은 아니었다.
성급 진법대사는 7품 세력에선 보기도 힘들어서 8품 세력은 되어야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한 사람을 모시는 데도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현재 자릉종의 재정 상태로는 성급 대사를 모시는 건 고사하고, 진법 재료도 턱없이 부족했다.
재료는 공간지석(空間之石)이라 하는데, 아주 귀해서 수정 천 개를 주어도 하나 사기도 어려웠다.
이처럼 긴 순간이동 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간지석도 상당한 양이 필요했다.
갖가지 조건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조급할 것 없습니다. 수십 년 후면 성급 강자가 되실 테니, 그동안 자본을 충분히 모으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항소운은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성급 진법대사만 찾으면 확실히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건 조건 중 절반에 해당하지요. 나머지 반은 대량의 진법 재료입니다. 이것 역시 쉽지 않지요.”
제사장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저희 천사족에 재료가 다소 있긴 합니다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성급 진법대사가 필요 목록을 작성한 후에 그것에 맞춰 준비해야 할 겁니다.”
“여러모로 많이 알아보셨네요. 저도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해서 빠른 시일 내 순간이동 진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항소운은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서두른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당신을 적극 지지하겠습니다.”
제사장의 말을 듣자니, 마음이 푹 놓였다.
그는 자세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제사장이 쉴 수 있도록 별채로 모셨다.
뒤이어 진자룡이 묵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진자룡은 홀로 뜰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귀한 손님을 혼자 있게 했군. 미안해.”
항소운이 안으로 들어서며 미안한 내색을 비추었다.
“귀한 손님은 무슨. 그래봤자 옛 친구인걸.”
진자룡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운애각에 있을 당시, 진자룡의 경지는 항소운보다 높았다.
그 후로 몇 년이 흘러 항소운의 경지가 월등히 높아지고 어엿한 소종주까지 되었으니 극명한 대비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진자룡이 운애각을 떠나 용문에 들어간 것도 실은 항소운 못지않게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인황이 되고 나선 일부러 운애각을 찾아가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항소운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옛 친구도 귀한 손님이지. 그건 그렇고 못 본 사이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항소운이 씩 웃었다.
당시 그는 진자룡에게 깊은 호감이 있었다.
인품이 괜찮다고 여기던 터라 오늘 우연히 다시 마주하자 반가운 마음에 이곳까지 초대한 것이다.
“원래 너부터 따라잡고 네 여동생한테 구애하려 했지. 그런데 지금 보니 격차가 어마어마하네. 왠지 기가 죽는걸.”
진자룡은 한숨을 쉬더니 풀이 죽은 얼굴로 술잔을 들이켰다.
그도 하류휘와 마찬가지로 야조모를 처음 본 순간, 홀딱 반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는 언젠가 그녀의 무공을 뛰어넘어 반드시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한껏 부풀었던 자신감은 오늘 항소운의 무공을 보며 산산조각이 났다.
당시 야조모의 무공이 항소운보다 높았으니, 지금도 절대 낮지는 않을 터였다.
“뭐야,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어?”
항소운은 영 심기가 불편했다.
이미 자신의 여자가 된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마음을 품는 걸 허락할 순 없었다.
“어쩌겠어. 야 낭자를 본 뒤로는 온통 그녀 생각뿐인걸. 근데 워낙 격차가 많이 나서 지금껏 열심히 수련한 거야. 그녀한테 어울리는 남자가 되고 싶거든. 참, 야 낭자는 지금 어디 있어?”
진자룡의 얼굴에는 연모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긴 없어. 어쨌든 넌 그 애한테 안 어울려. 나보다도 훨씬 경지가 높거든.”
어떻게든 진자룡이 마음을 접도록 단념시켜야 했다.
“역시 보통 여자가 아닌 건 알고 있었다. 따라잡으려면 몇 배는 더 노력해야겠는걸.”
“노력 좋지. 근데 이미 다른 남자가 생겼어. 그만 마음 접어라.”
항소운이 힘을 주어 말했다.
“너 설마 충격 주려고 나 부른 거냐?”
진자룡은 이내 울적한 표정이 되었다.
항소운은 표정을 풀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아니지. 오랜만에 봐서 얘기나 나누려고 부른 거야. 근데 왠지 널 곤란하게 만든 거 같다.”
“큰일도 아닌데 뭐. 이미 익숙해졌어.”
진자룡은 아무 상관 없다는 투였으나, 항소운은 그의 눈빛에서 막막함을 느꼈다.
“보아하니 용문에서 잘 못 지내는 거 같네. 차라리 우리 자릉종으로 와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줄게.”
진자룡을 포섭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의 목적이었다.
진자룡은 기린비를 갖고 있고, 몸속에 기린혈이 흘러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자였다.
벌써 입룡경에 오른 것만 봐도 장차 크게 되리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인재를 용문에 두는 건 강적을 키우는 꼴이었다.
진자룡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항소운을 찬찬히 보았다.
“날 그렇게 좋게 봤어? 아니면 날 수하로 두고 일 시키고 싶어서?”
항소운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널 좋게 보긴 했지. 근데 수하가 아니라 형제로 대할 거야. 네 생각은 어때?”
“허허, 역시 소종주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네. 포섭할 때도 이리 감동적으로 말하다니. 아마 다른 사람이었으면 목숨 걸고 따른다고 했을 거다.”
진자룡이 피식 웃었다.
“왜, 성의가 없는 거 같아?”
항소운이 물었다.
“성의는 둘째치고 중요한 건 네가 한 말을 지킬 수 있느냐야. 자릉종이 용문보다 많은 자원을 주고,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진자룡은 숨겨두었던 야심을 드러냈다.
“당연하지. 지금 자릉종은 사람이 부족하거든. 너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워야지.”
항소운이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진자룡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진가에서 태어났다.
진가는 운애각과 동등한 권력을 지닐 자격을 가졌는데, 이로 인해 그는 항상 거만했다.
게다가 그는 수련 천부도 출중했다.
이는 그에게 오래전부터 최강 무력을 쫓으려는 이상이 생기도록 했다.
그는 용문에 들어가고 나서, 많은 자원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태자들만큼 많은 자원을 얻지는 못했고, 여러 상황에서 배제당했다.
그가 자신을 지킬 수단이 조금이나마 있던 게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에 용문에서 버림받았을 것이었다.
현재 그는 용문 태자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마땅히 받아야 할 중시를 받지 못했고, 그는 이점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문에 오늘 항소운이 크게 그를 지지할 것임을 약속하니, 그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비록 그는 자신이 항소운의 제안을 승낙하면 그의 부하가 되어 자존심을 상하게 되는 것을 알았지만, 대장부는 유연할 줄 알아야 함도 알았다.
미래에 그의 실력이 크게 상승해 항소운을 넘어선다면 모든 걸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품었기에 그는 항소운의 제의에 흔들렸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 적지 않은 걱정이 있었다.
“비록 흔들리긴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어. 우리 진가는 아직 용문의 관할 범위 안에 있기에 내게 배반한다면 우리 진가는 분명히 피를 보게 될 거야.”
진자룡은 이성으로 자신의 야망을 이겨서고선 말했다.
항소운은 진자룡의 말을 듣자 대답했다.
“만약 네가 너희 가족을 설득시키면 너희가 이곳으로 넘어와 정착하도록 허락할게.”
“네 제안은 고맙지만, 고향을 떠나기 어려운걸.”
진자룡이 탄식하였다.
항소운은 진자룡이 이렇게 말하자 계속해서 강요하기도 뭐 했다.
그는 두 단지의 술을 꺼내 말했다.
“이건 그만 말하도록 하지. 어쨌든 간에 난 우리가 적이 되게 하고 싶진 않아. 자, 건배하자.”
“그 말은 확실히 인정해. 심지어 난 지금 너랑 적으로 맞설 엄두도 못 내는걸.”
진자룡은 술을 받아 대답하고선 항소운과 건배하고 단숨에 마셨다.
두 사람은 정원에 앉아 계속 술을 마셨다.
그러며 아무 말이나 해댔다.
그들의 대화의 주제는 서로 겪었던 기이한 일들이었다.
마치 수년간 못 본 친구끼리 얘기하듯이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러웠다.
두 사람은 해가 뜰 때까지 얘기를 나누고서야 서로 흩어졌다.
하룻밤의 교류로 인해 둘의 우정은 급격히 쌓였고, 향후 생사를 함께할 만한 정이 생겼다.
항소운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고 나서 척발완아와 반나절 동안 함께한 후 필요한 재료 목록을 적어 내려갔다.
척발완아는 부드럽게 그를 잡으며 물었다.
“부마, 이걸 왜 적는 거예요?”
“순간이동 진을 만들 때 필요한 필수 재료를 적는 거예요.”
항소운이 대답했다.
“부마가 그것도 알아요?”
척발완아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당연하지요. 나는 못 하는 게 없다고요.”
항소운은 드물게 잘난 체하며 말했다.
척발완아는 그런 그를 보며 웃었다.
“부마, 진짜 대단해요.”
그녀는 항소운의 말을 믿었다.
순간이동 진은 상급 진법이었는데, 이를 이해하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항소운이 이해한다니, 이는 대단한 일이었다.
항소운은 정말로 순간이동 진의 구조를 알고 있었다.
그는 전전생에 최상급 진법대사였을 뿐만 아니라, 만진도를 지니고 있어서 이미 진법에 통달하고 있었다.
현재 그는 초원 순간이동 진을 만들려고 했다.
목록을 정리해서 제사장에게 먼저 보여준 후, 그에게 어떤 재료가 있는지 보고 남은 재료들을 준비하면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