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69
제69화 그건 별로인 것 같습니다
정말이었다.
그는 정말 죽음의 문턱까지 들어섰다가 운 좋게 살아온 것이다.
게다가 그의 실력은 단번에 7품 성력경 중기에 이르게 되었다.
단숨에 3개 품급을 뛰어넘다니. 정말 놀라운 속도였다.
그가 천둥의 힘을 흘려보내지 않았다면, 실력이 더욱 상승했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했다면 바로 온몸이 터지면서 죽을 가능성도 있었다.
지금 항소운은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맨손으로도 중급 요수를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수를 찾아서 손 좀 풀어야겠는데!”
항소운이 손목을 풀며 말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강렬한 시선이 느껴져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항소운이 저도 모르게 그쪽을 바라보자, 자주색의 큰 독수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독수리는 기이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이 천둥독수리는 보통의 천둥독수리보다 몸집이 훨씬 컸다. 머리 꼭대기에는 자줏빛 털이 곧게 자라나 있어 상당히 위엄 있어 보였다.
항소운은 이 천둥독수리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했다.
그의 눈빛이 움츠러들더니 놀라서 소리쳤다.
“천둥독수리 왕이구나!”
항소운은 천둥을 끌어당길 때, 천둥독수리 왕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 후에 천둥독수리 왕이 그의 옆에서 한계를 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시 몸이 마비되어 아무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이제 보니, 천둥독수리 왕은 천둥의 심판을 무사히 통과하고 요수의 왕이 된 것 같았다.
항소운도 실력이 많이 늘기는 했으나, 독수리 왕이 이렇게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으니 절로 한기가 느껴졌다.
그는 머릿속으로 독수리 왕을 상대하기 위한 온갖 대책을 강구해 보았으나, 결국 모두 소용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절대적인 실력 앞에선 그 어떤 방법도 소용이 없었다.
“저기, 천둥독수리 왕 전하.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 저는 단지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지금 바로 갈 테니, 배웅은 안 하셔도 돼요.”
항소운이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둥독수리 왕에게 공손히 공수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겁낼 것 없다. 널 잡아먹진 않을 테니!”
항소운이 미처 달아나기도 전에, 천둥독수리 왕이 인간의 말을 했다.
그 말에 항소운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정말로요?”
“우리 독수리족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천둥독수리 왕이 그렇게 확신을 주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그렇게 겁이 난다면, 널 보내주마!”
“하하, 왕께서 절 잡아먹지 않겠다고 친히 말씀하셨는데, 겁날 게 뭐 있어요!”
항소운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비록 천둥독수리 왕이 그를 먹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말에 마음이 놓였다.
어쨌든 요수들은 인간보다 훨씬 믿을 만했다.
이때, 천둥독수리 왕이 갑자기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는 중년의 사내로 변해 있었다. 자줏빛 털은 자주색 옷으로 바뀌었고, 건장한 체격에 곧추선 자줏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위엄이 느껴졌다.
겉모습은 사람으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요수의 특징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었다.
실력이 더 발전되면, 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 될 터였다.
“내가 사는 곳으로 가서 잠시 얘기나 나누자꾸나.”
천둥독수리 왕이 항소운을 초대했다.
그러더니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항소운은 망설이지 않고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러다가 뭔가 허전함을 느끼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는 안색이 변해서 소리쳤다.
“악, 내 옷이 어디 갔지!”
놀랍게도 그는 발가벗고 있었다. 게다가 천둥독수리 왕이 그 모습을 전부 본 것이다.
천둥독수리 왕은 아름다운 요정이 아니라, 건장한 남자였다.
대낮에 발가벗은 몸이라니.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 * *
천둥독수리 왕의 영역은 굉장히 넓었다. 그곳은 취뇌산(聚雷山)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산중턱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주변에는 천둥독수리의 서식지가 많이 있었다. 독수리들은 항소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천둥독수리 왕이 그들을 쏘아보며 가볍게 울부짖자 이들은 전부 날아가 버렸다.
지금 항소운은 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천둥독수리들 앞에서 얼마나 난처했겠는가.
‘사람이 아니고 요수라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항소운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얼마 후, 그는 천둥독수리 왕을 따라 그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짙은 천둥의 기운이 느껴져서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른 사람이 이곳에 왔다면, 온몸에 번개가 흘러 마비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더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
그는 이제 천둥의 힘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곳의 좌우 양쪽에는 천둥의 힘을 지닌 오랜 약초가 자라고 있었고, 그 옆에는 화뇌초가 있었다.
“화뇌초다!”
항소운이 갈망하는 눈빛을 드러냈다.
“네가 생사를 헤매고 있을 때, 내가 이미 더 높은 등급의 화뇌초를 네게 먹였느니라!”
항소운의 마음을 눈치챈 천둥독수리 왕이 말을 했다.
“이제 보니, 왕께서 절 구해주신 거군요. 정말 감사해요.”
항소운이 공수를 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시 그의 상황은 확실히 위험했다. 천둥의 힘이 왜 갑자기 약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그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일단 내 영역에 들어왔으니 편하게 구경하거라!”
천둥독수리 왕이 말했다.
이곳은 마른 나뭇가지로 만든 거대한 둥지로 천둥독수리 왕이 혼자 사용하는 곳이었다.
그가 항소운을 데리고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항소운을 얼마나 특별히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항소운은 요수 족의 습성을 이해하고 있어서 마른 나뭇가지 위에 편히 걸터앉아 물었다.
“그런데 왕께서는 왜 절 구해주신 거예요?”
이것은 큰 의문 거리였다.
요수 족과 인간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 기회만 있으면 상대를 잡아먹거나 해칠 뿐 곱게 놓아주질 않았다.
하물며 항소운은 천둥의 힘을 얻기 위해 온 자로, 천둥독수리 왕이 왕의 경지에 오르는 것을 방해한 셈이었다. 그런데도 독수리 왕은 그를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돕기까지 했으니 도무지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인품이 뛰어나서 독수리마저 자신을 여느 인간과 다르게 대한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설마 날 애완동물로 삼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큰일인데!’
항소운은 생각에 잠겼다.
인간은 요수를 길들여 탈것으로 만들었고, 요수도 사람을 애완동물로 삼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요수들은 단순히 인간을 능욕하기 위해 애완동물로 삼기도 했고, 더러는 사악한 욕망을 채우기 위한 놀잇감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요수들은 남녀 상관하지 않고 변태짓을 해서 인간으로서는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게 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항소운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천둥독수리 왕을 이길 수 없었고, 도망친다 해도 금방 잡힐 게 뻔했다. 게다가 진붕 장로가 그를 구하러 올 가능성도 희박했다.
항소운이 온갖 생각에 잠겨 심란해하고 있을 때, 천둥독수리 왕이 물어왔다.
“너희 인간들은 우리 요수를 탈것으로 만들어 너희와 함께 싸우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왕의 경지에 오른 날에도 한 사람이 방해를 했지. 이제 왕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자도 당분간은 함부로 설치지 못할 것이다. 그자는 너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냐?”
항소운이 바로 손사래를 쳤다.
“전 절대 모르는 사람이에요. 전 그냥 천둥의 힘을 조금 빌리러 왔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자와 알겠어요. 왕께서 그자에게 복수하시겠다면, 전 당연히 막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자를 애완동물로 만드셔도 상관없으니, 전 신경 쓰지 마세요!”
항소운은 선심이라도 쓰는 듯 말했다.
천둥독수리 왕이 조금의 미동도 없이 말했다.
“난 그 자를 애완동물로 삼을 마음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그자는 실력이 너무 강해. 내가 천둥의 심판의 위력을 빌리지 않았다면, 그자를 쫓지도 못했을 거다.”
“음, 정말 겸손하시네요.”
항소운이 조금은 침울해진 어투로 말했다.
“만약 네가 탈것이 필요하다면, 내가 도와주마!”
천둥독수리 왕이 말했다.
항소운이 재빨리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잠깐, 혹시 제게 탈것을 주겠다는 말씀이세요?”
항소운은 깜짝 놀랐다. 그는 도통 천둥독수리 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 탈것을 선물로 주겠다니.
이건 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항소운이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천둥독수리 왕의 다음 말을 듣고, 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말은 다른 요수를 준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널 돕겠다는 뜻이다. 저들은 아직 그럴 자격도 없어!”
천둥독수리 왕이 재차 강조하며 말했다.
“저, 절 돕겠다고요?”
항소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 왕급 이상의 요수를 탈것으로 두고 있었지만, 그가 길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권세를 잃고 실력도 겨우 성력경인 그에게 대형급 요수는 물론이고 왕급은 더욱 사치였다.
그런데 새로이 요수의 왕에 오른 자가 그의 탈것이 되겠다고 자청하니, 그는 꿈만 같았다.
왕은 왕으로서의 존엄이 있었다. 요수의 왕은 더욱 굴복시키기 힘들었다.
그래서 진붕 장로가 스스로 복종하겠다고 나섰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흥분되었다.
“그래, 네 몸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가장 순수한 천둥의 힘이 있으니, 너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면 나도 큰 수확이 있을 것 같구나!”
천둥독수리 왕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천둥독수리는 혈통이 좋은 요수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왕이 된 것은 이미 굉장한 일이었으나,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항소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줏빛 천둥의 힘을 본 순간, 천둥독수리 왕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에 항소운이 허물을 벗고 새로이 태어나자, 그는 천둥의 힘을 타고난 인간을 따르기를 결심했다.
비록 항소운은 아직 어리고 약했지만, 자줏빛 천둥의 힘을 타고난 자의 미래는 필경 밝을 것이었다.
항소운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정말 난 복을 타고 났어! 요수의 왕조차 복종하다니 말이야, 그럼 당연히 좋다고 해야지!’
“저기, 왕께서는 충분히 생각하신 건가요? 절 따르게 되면, 인간이 사는 곳으로 가야 해요.”
항소운이 그의 마음을 떠보듯 말을 했다.
천둥독수리는 항소운의 말을 듣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항소운은 아차 싶었다. 괜한 소리를 한 듯했다.
“그건 바로 내가 고민했던 부분이다. 난 이제 막 왕이 돼서 종족을 거느려야 하니, 이곳을 떠나기는 어렵다. 그러니 네가 이곳에 남아 수련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렇게 하면 네게도 도움이 되고, 나중에 네가 왕의 경지에 오르고 나면 내게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천둥독수리 왕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인간 세상으로 가야 한다는 걱정에 천둥독수리는 생각을 바꾼 듯했다.
‘안 돼, 그런 건 싫다고! 그냥 당신을 타고 싶다고!’
항소운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눈앞까지 온 보물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것을 숨기고 짐짓 차분한 척 말을 했다.
“그건 그다지 좋은 생각 같지는 않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