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02
제702화 항가 조지(祖地)
한 노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르신의 항렬은 분명히 해야지요. 한데 지금은 환생을 하셨으니, 이렇게 하는 게 어떨는지요. 후대들은 어르신을 ‘소조(小祖)’라 부르고, 저희는 ‘패왕’이라 칭하는 겁니다. 어쨌든 우리 가문의 패왕이셨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어떻습니까, 어르신?”
이에 다른 사람도 좋은 의견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희는 패왕이라 부르고, 그 외에는 ‘소조’라 부르면 위계도 서고 좋군요.”
다른 자들은 감히 반대도 못 하고 잇달아 찬성을 표했다.
“소조? 소조종(小祖宗)이란 뜻인가? 맘에 드는군.”
항소운은 턱을 쓰다듬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경력이면 항가에서 이렇게 불리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다만, 생각 외로 일이 순조롭게 풀린 게 다소 의외였다.
뭐, 이것도 좋았다. 굳이 골치 아플 필요는 없으니까.
이제 그는 전천 경지의 고수들을 한 명씩 알아가고 싶었다.
이 일은 항우경이 나서주었다.
항우경은 차례로 사람들을 소개해주었다.
그는 항소운에 대한 미움은 깨끗이 사라지고 이제는 친밀감마저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동년배기도 하고, 이분만큼 아버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알 수 없는 정이 생겨났다.
그 시대 분들은 거의 돌아가셔서 당시 상황을 아는 분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항우경과 다른 자들이 인정했다고 해도 여전히 누군가는 항소운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바로, 항가의 신진 인물인 항양선(項揚旋)이었다.
항소운의 부친 항양전의 사촌 형이기도 한 그는 항소운을 쏘아붙였다.
“네가 했던 말, 난 하나도 못 믿겠다!”
이 한마디로 대전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다들 항소운의 신분을 인정한 가운데 갑자기 누군가 반대 목소리를 내자, 사람들은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양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어서 패왕께 사죄드려라!”
노인 하나가 엄히 꾸짖었다.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저자는 분명 항정천 어르신의 환생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항양선은 단호했다.
“증거라도 있느냐?”
누군가 물었다.
항소운은 침착하게 상대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상대에게서 짙은 적의를 느꼈다.
“저자가 항정천 어르신의 모든 것을 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항가의 혈맥을 지녔기 때문에 운 좋게 어르신의 계승을 받은 겁니다. 다른 사람도 저런 기연만 만났다면 얼마든지 어르신의 모든 것을 알게 됐을 겁니다. 그런데 저자는 어르신인 척하며 우리를 기만했습니다. 이는 조상에 대한 모욕이니, 저런 후손은 죽여 마땅합니다!”
항양선은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이내 그는 전천 경지의 기세를 일으켜 항소운을 공격해 들어갔다.
항양선의 실력은 5품 전천 경지였다.
그런 그가 항소운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항소운은 성혼을 지니고 있어서 간신히 항양선의 힘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매우 힘겨워 보였다.
지금의 그는 전생의 힘을 잃어버렸다.
그런 그가 항양선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건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네가 말해봐라! 내가 말한 게 맞지?”
항양선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따져 물었다.
항소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뚫린 입이라고 마음대로 지껄이는구나.”
“다들 보셨지요? 저자는 그저 혼태경일 뿐입니다. 앞에 대장로와 싸워 이길 수 있던 이유는, 어르신의 힘을 잠시 계승 받았던 것이지요. 이제 그 힘을 잃었으니,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그냥 그의 전승을 박탈해 더 뛰어난 천부를 지닌 자에게 줍시다!”
항양선이 그의 속내를 드러내었다.
그의 말에 수많은 사람들이 날카로운 욕심의 눈빛을 보였다.
항양선이 한 말은 그만큼 매우 유혹적이었다.
항정천은 소생 경지의 존재였다.
그의 기억 전승을 얻는다면, 그 전승으로 소생 경지에 한 발짝 다가설 수도 있다.
“다 지껄인 건가?”
항소운이 담담하게 항양선을 보며 물었다.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려고?”
항양선이 반문했다.
“그럴 필요가 있나? 어차피 넌 날 죽여서 내 기억을 빼앗아 갈려는 거잖느냐. 어디, 배짱이 있다면 한번 덤벼 보거라. 내 너 같은 불효 자손을 죽이는 건 전혀 개의치 않을 테니!”
항소운은 차갑게 말하고선, 성혼의 힘을 최고조로 발동시켰다.
혈맥의 힘을 이용해 몸에 걸친 혈포의 정혈과 공명을 일으키자 또 소생 경지의 힘을 발동시킬 수 있는 듯했다.
혈포에는 항정천의 정혈이 묻혀 있었다.
혈포는 항정천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품고 있었다.
덕분에 혈포는 이미 반은 신급 무기가 되었다.
이는 항소운과 꼭 들어맞아, 발동시키면 꽤나 위협적이었다.
다만, 예전처럼 전생의 힘을 빌려 직접 상처를 입힐 수 없을 뿐이었다.
항양선은 크게 놀랐다.
그는 항소운 몸에 뿜어져 나오는 무서운 기세를 느끼고는 완전히 위축되었다.
“너, 너 비겁하게 조상의 전포를 쓰다니! 배짱이 있으면 전포를 벗고 싸우자!”
항양선은 궁색하게 제안했다.
“정말 멍청하구나. 내가 네 나이만큼 먹었다면 굳이 손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널 밟아 죽일 텐데.”
항소운은 극도로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서 그는 말했다.
“넌 정말 내가 전승만으로 전포를 발동시켰다고 생각하는 거냐? 대체 그 머리로 어떻게 그런 실력까지 이르게 된 건지 모르겠구나. 그냥 자살하는 게 낫겠어.”
항양선은 항소운의 말에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일을 키웠기에,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장로, 성로 여러분. 그가 우리 항가의 조상인지를 증명할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만약 그가 통과한다면 전 절대 한마디도 더하지 않겠습니다.”
항양선은 항소운과 싸울 엄두가 안 났기에 원래 생각해두었던 계략으로 방향을 돌렸다.
“무슨 방법인지 말해봐라.”
항우경이 물었다.
그는 속으로 항소운이 정말 항정천의 환생인지 알고 싶었다.
“그를 조지에 들여 세례받게 합시다. 만약 별 탈 없이 나올 수 있다면, 그가 조상의 환생인 걸 믿겠습니다!”
항양선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지 세례라!”
사람들은 모두 복잡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지? 그곳이 아직 존재한다고?”
항소운은 의아한 모습으로 물었다.
항가 조지.
이는 항가가 제1대 조상이 세상에 존재할 때부터 만든 기이한 곳이었다.
반드시 절대적으로 강대한 항가의 혈통을 지닌 사람만 들어가서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세례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조뇌골을 성취해 최강의 항가 전체를 지녀 소생 경지를 돌파할 잠재력을 가지게 될 수 있었다.
항가의 역사에서 항가 조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았다.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자들은 모두 항가에서도 엄청난 천재들로,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들어가서 살아나오는 이는 더더욱 적었다.
그곳은 항가 조지, 세례의 땅으로 불렸지만, 차라리 항가 천재의 무덤으로 불리는 게 더 어울렸다.
특히, 근 만 년 동안 항가 조지의 세례를 이겨낸 자가 없었다.
가장 최근에 항가 조지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나온 자는 항정천 한 명뿐이었다.
항소운은 전생의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그곳은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조지는 당연히 계속 존재하지. 그러니 네가 이 시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일 뿐이다.”
항양선이 그런 항소운을 도발했다.
“하하! 처음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다시 한번 들어가는 것쯤이야!”
항소운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조지의 땅이 매우 무섭고 험한 건 사실이지만, 견뎌내기만 한다면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이들은 항소운이 이렇게도 가볍게 말하자 모두 의아해했다.
그중 한 노인이 말했다.
“패왕, 정말 조지의 시험을 받으시려고요?”
“당연하지. 소조인 내가 사람들을 마음으로도 말로도 감복하게 해야 하지 않겠어?”
항소운은 가볍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조지에 들어가고, 정말 살아나올 수 있다면 우리 항가는 진정으로 조상으로 대하겠습니다.”
항우경이 항소운의 말을 듣고는 결정을 지었다.
“그럼 당장 가지. 난 그렇게 허비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항소운은 항양선을 도발하듯 한번 보고선 매우 거만하게 말했다.
항양선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조지에 들어간 자는 모두 그 안에서 죽었다. 네가 항정천의 전승을 이어받았다고 해도 절대 그 안에서 살아나오지 못할 것이야.’
항양선은 어릴 적부터 항양전과 맞지 않았다.
그리고 항소운은 그런 항양전의 아들이었다.
그는 절대 항소운이 항가의 소조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안 그러면 그는 추후에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곧이어, 항가의 사람들은 모두 항가 금지를 향해 몸을 이동했다.
항가 조지는 봉인된 곳이었다.
반드시 팔대 전천 경지 강자가 모두 힘을 합쳐야만 열 수 있었다.
항가 조지는 뇌지를 봉인하고 있었으며, 진정한 뇌골을 수련해 최강 전체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곳은 항가 조상의 단련된 생각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둥의 힘과 생각의 세례를 버텨내지 못한다면 죽음뿐이었다.
봉인이 합쳐진 힘에 의해 열리려고 할 때, 한 줄기의 통로가 나타났다.
순간, 자주색 빛이 그 안에서 반짝였고, 견뎌내기 힘든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근본적인 천둥의 힘을 지니고 있는 자줏빛의 천둥의 바다였다.
조지는 항가 제1대 조상이 역천의 방법으로 가두어져 최강 뇌골을 이룬 곳이었다.
“자, 이제 들어가면 됩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이겨낸다면 알아서 안에서 나오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알고 있지요?”
항우경은 항소운을 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이들도 복잡한 얼굴로 항소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항소운이 살아서 나오길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가 영원히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매우 모순된 심정이었다.
항소운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내 좋은 소식을 기다리시게.”
말을 마치고는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찢어진 자줏빛 통로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고 난 뒤, 팔대 전천 경지 강자의 기운은 조금 약해져 방금 전의 힘을 유지하지 못했다.
조지의 땅이 다시금 봉인됐다.
‘하하! 이번에 네가 어떻게 죽는지 두고 보겠다!’
항양선은 속으로 더할 나위 없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번에 항소운이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년간 항가 조지에 들어간 이들 모두 전천 경지 이상의 최강자들이었는데, 그런 그들도 모두 살아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항소운은 그저 2품 혼태경일 뿐이었다.
설령 혈포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죽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