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709
제709화 대성 정도는 우습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항소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패천이 걱정되던 차에 그가 없는 사이 쳐들어온 것이다.
그래도 항심과를 데려온 덕분에 이쪽도 만만치 않아졌다.
자릉종 사람들은 항소운을 보자,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소종주께서 돌아오셨다.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
“늘 저렇게 우릴 놀라게 하신다니까. 저놈들도 이제 된통 당하겠군.”
“근데 제패천도 이번에는 벼르고 온 것 같은데, 정말 말처럼 쉽게 될까?”
“…….”
순공은 항소운 쪽을 힐끔 보더니 자연스레 항심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항소운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네가 항소운인가?”
순공이 물었다.
“내가 어찌 그분일 수 있겠느냐? 난 일개 수행원일 뿐이다.”
항심과가 담담히 대꾸했다.
“수행원?”
순공은 당황해서 멈칫하더니 항소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항소운을 쭉 훑어본 그는 내심 경탄했다.
‘아주 훌륭한 인재군. 아깝게 됐어.’
그는 항소운을 죽일 심산으로 바로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항심과는 예상이나 했다는 듯 항소운의 앞을 막아서며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감히 소조를 공격하다니, 죽어라!”
항심과는 호통을 치며 반격을 가했다.
뜻밖의 맹공에 순공은 당황해서 항소운은 내버려 둔 채 항심과를 상대했다.
그 틈에 항소운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아직 이런 고수들 싸움에 끼어들 정도는 아니었다.
성혼으로 사방을 감응해보니 여러 힘이 뒤엉켜 구중천에서 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제패천이 돌아왔구나. 저리 활개를 치는 걸 보니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군.’
그는 어딘가 또 숨은 자가 없는지 샅샅이 살폈다.
과연 허공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날 찾아내다니, 이거 재미있군.”
대성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항소운은 상대를 본 순간, 엄청난 위험을 직감했다.
‘대성이다!’
깜짝 놀란 그는 품에서 옥통을 꺼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저자와 대적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어서 옥통을 깨뜨려 구조를 요청해야지, 더 늦었다가는 손도 못 써보고 죽을 판이었다.
손에 힘을 주려는데 갑자기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손은 물론이고, 전신을 꼼짝할 수 없었다.
어느새 대성의 기세가 그를 완전히 붙들어 맨 것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도 상대의 눈은 예리하게 쫓고 있었다.
“젊디젊은 천재라니, 아깝군. 장차 소생 경지도 가능했을 텐데.”
애석한 표정도 잠시, 대성은 항소운을 기세로 죽이려 했다.
순공과 싸우던 항심과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순공은 내버려 둔 채 항소운을 구하러 갔다.
“소조를 해칠 생각 마라!”
항심과가 호통을 치며 날아갔으나, 대성의 속도를 어찌 따라잡겠는가.
막을 새도 없이 무지막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위기의 순간, 항소운은 명혼공간을 펼쳤다.
명혼공간은 혼태와 융합된 뒤로 훨씬 위압적으로 변해서 대성은 손쓸 새도 없이 그 속에 갇히고 말았다.
“날 죽이려면 너도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항소운의 외침과 함께 수많은 쇠사슬이 대성에게 달려들었다.
이어서 세 겹의 혼태가 거대한 인장으로 바뀌더니 힘껏 내리눌렀다.
그 사이 항소운의 성혼은 모습을 감추고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숨김없이 발휘하며 대성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명혼공간은 혼태와 결합된 후로 억제력이 5할에 이르러 위력이 이전보다 몇 배는 세졌다.
그런데도 대성은 놀라는 기색 없이 태연했다.
그가 대성급 기세를 활짝 펼치자, 억제력이 약해졌다.
극도로 평온한 얼굴을 보니 이 정도는 전혀 위협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잔기교는 집어치워라!”
대성이 포효하자, 강력한 힘이 넘실대며 빠르게 압박해오던 쇠사슬을 전부 끊어버렸다.
혼태도 더는 압력을 가하지 못하고 대성의 힘에 막히면서 되려 튕겨 나갔다.
한편, 은신 중이던 성혼 역시 강력한 힘에 직면했으나 어쨌든 이곳의 주인은 그였다.
바깥보다는 방어가 수월했고, 영혼력도 강하고 단단해져서 상대의 강한 기운을 뚫으며 바로 건곤멸도권을 날렸다.
성진도 파괴할 만한 궁극의 권법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대성이 아니던가.
어찌나 감각이 예민한지 권법이 날아오기도 전에 장법을 날려 막아내는 것이었다.
콰광-!
강력한 두 힘의 충돌로 명혼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약했어도 바로 갈라졌을 터였다.
항소운의 분신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필살기를 날렸건만 상대에게 작은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명룡혼고가 지켜줘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이번 일격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명황족의 명혼공간? 아주 기이한 녀석이군.”
대성은 사뭇 놀란 표정이었다.
“반드시 죽여야겠군. 살려뒀다간 후환이 되겠어.”
대성은 항소운을 진짜 죽일 마음을 먹었다.
항소운은 명혼공간을 다시 거둬들였다.
상대는 명혼공간을 폭발시켜 자신을 죽게 만들 수 있는 자였다.
명혼공간을 거둬들인 순간, 혈포가 나타나 몸 위로 드리웠다.
일순 체내의 혈액이 들끓어 올라 절정에 달하더니 혈포의 핏자국과 한데 융합을 이루며 기세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기어코 혈포에 남은 힘을 쓰게 하는군. 오늘 자릉종 땅에 대성의 뼈를 묻어 만천하에 자릉종의 무서움을 알려주마!”
항소운은 포효를 내질렀다.
항우경의 옥통을 깨뜨릴까 고민도 했으나, 생각 끝에 관두었다.
항우경이나 상대나 대성이라서 설령 분신이 온다 해도 자신을 구하지는 못할 터, 차라리 혼자 힘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게 나았다.
혈포에는 항정천의 정혈이 묻어있어 소생 경지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항소운은 혈포의 정혈과 합일을 이루자, 전생의 힘을 약간이나마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혈포에 남은 힘은 얼마 되지 않았다.
조지에서 폐관할 당시 혈포의 상태를 살펴본 결과, 많아야 세 번 정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알지만, 이번에는 부득이하게 쓸 수밖에 없었다.
혈포와 합일 후, 항소운의 기세는 순식간에 강해져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산천을 집어삼킬 듯 당당한 위세와 호방한 기백은 마치 신이 강림한 듯했고, 구중천에선 천둥의 힘이 쉴 새 없이 일렁이며 기이한 현상을 연출했다.
대결 중이거나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항소운의 변화를 느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패왕께서 돌아오셨구나!”
항심과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일전에 그는 항소운이 변하는 모습을 직접 목도했다.
당시 대장로의 앞니가 부러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패왕이 돌아왔음을 단박에 직감했다.
“아주 무서운 힘이다! 진짜 패왕의 힘이야! 설마 패왕께서 완전히 돌아오신 건가?”
서귀는 너무도 익숙한 힘을 느끼며 한없이 반가운 얼굴이었다.
“실로 강력한 기운이다. 저 녀석, 무슨 수작을 벌인 거지?”
제패천은 혈요 괴뢰의 공격을 피하며 내심 경탄했다.
“대인, 어서 놈을 죽이십시오.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순공이 큰소리로 외쳤다.
“흥, 호들갑 떨 것 없다. 이제 곧 놈을 죽일 테니까.”
대성은 코웃음을 치며 장법을 매섭게 날렸다.
마치 하늘에서 땅이 떨어져 내린 듯 항소운의 주변 공간은 산산조각이 나며 처참히 부서졌다.
기필코 죽이고 말겠다는 뜻이었다.
항소운은 시시각각 조여오는 살기 속에도 되려 입을 비죽이며 웃었다.
“내가 말했지, 넌 여기에 묻힐 거라고. 넌 오늘로 끝장이야!”
그러고는 상대의 장법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것이었다.
쿵-!
눈 깜짝할 사이 무수한 공간이 산산조각나면서 대성의 힘은 완전히 붕괴됐다.
그런데도 권법의 위력은 그칠 줄을 모르고 강력한 난기류를 형성하며 대성 쪽으로 내달렸다.
깜짝 놀란 대성은 황급히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채 전력으로 맞섰다.
‘이 녀석 왜 갑자기 강해진 거지?’
대성은 내색도 못 하고 그저 속으로만 분통을 터뜨릴 뿐이었다.
하지만 무공에 전념한 세월만큼 의지도 굳건한지라 이 정도로 물러서진 않았다.
“이제 내 분노를 받아라!”
대성은 포효를 내지르며 온 힘을 끌어올렸다.
흡사 폭풍을 연상케 하는 세찬 힘이 폭발하며 공간이 혼란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손에 든 무기가 강한 빛을 번뜩이며 항소운에게 날아갔다.
공간을 찢어발긴 힘은 눈 깜짝할 사이 항소운 앞에 당도하여 그대로 두 동강을 내려 했다.
거대한 땅도 가를 정도로 강하고 위협적이었다.
대성의 위엄에 맞서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 여파로 대결 중이던 다른 자들도 황급히 흩어져 몸을 사렸다.
그들은 저 두 사람의 싸움이 최종 승부나 다름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누구든 이기는 쪽이 최후의 승리자가 될 터, 이제 다른 이들의 대결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대성은 이번 공격이 항소운을 반드시 죽일 거라 믿었다.
물론 다른 성인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다들 항소운이 이번 공격을 막아내긴 힘들 거라 예상했다.
다만 항심과만은 홀로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었다.
“소조께 대성 정도는 우습지.”
과연 항소운은 상대의 일격을 맨손으로 받아내고는 단박에 힘을 무마시켰다.
게다가 일련의 동작은 느긋하고 여유가 넘쳐 고통이나 두려움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대성은 몹시 놀랐다.
“이젠 내 차례야.”
항소운의 얼굴에 차디찬 미소가 걸렸다.
그는 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발에는 무수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엄청난 파괴력이 실려 있어 눈 깜짝할 사이 대성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대성은 마치 거대한 땅덩어리가 자신을 내리누르는 느낌이었다.
도망치고 싶어도 저 거대한 발이 사방에 존재하는 것 같아 도무지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썩 꺼져라!”
대성은 으르렁대며 죽을힘을 다해 각인(脚印)을 공격했다.
명색이 대성이거늘 어찌 이런 수모를 당한단 말인가.
어떻게든 반격에 성공해서 놈을 죽여야 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끌어올린 힘은 발의 기세에 밟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위협을 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의 기세에 압박당해 구중천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반면, 발의 기세는 갈수록 맹렬해져서 대성의 얼굴을 짓밟고 산 깊숙이 처박았다.
쿠궁-!
육중한 폭발음과 함께 십여 개의 산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뿌연 모래 먼지가 자욱이 일었다.
덩달아 자릉종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법으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전천 성인들은 너무 놀라 몸이 빳빳이 굳었다.
대성급 인물이 고작 3품 제존에게 맥없이 당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항소운에게 밟힌 대성은 분하다 못해 수치스러웠다.
얼굴은 밟혀 제멋대로 일그러졌고 사방에서 피가 철철 흘러 참으로 처참한 상태였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다.
설령 자신의 근원이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저놈은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항소운은 혈포와 합일을 이룬 뒤로 무공이 놀라우리만치 강해져서 소생 경지의 힘을 약간이나마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대성급 정도는 꼼짝 못 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